홀로 남은 메이스가 크게 심호흡하기 시작했다.
"스읍~ 후우~"
켄지가 죽음과 동시에 자신에게 달려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메이스의 예상과 다르게 언데드 드래곤은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비선공 몹? 먼저 덤벼들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건가?"
혼자 중얼거린 메이스가 언데드 드래곤을 빤히 노려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관찰!"
해츨링 언데드 드래곤(Lv.???)
언데드계열 최강의 몬스터 중 하나.
해츨링 상태에서 언데드화 되어 다른 언데드 드래곤에 비해 크기가 작다.
"작긴 얼어죽을..."
족히 건물 5층 높이는 훌쩍 넘을 듯한 언데드 드래곤의 크기가 메이스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눈 앞의 언데드 드래곤이 비선공 몬스터라는 사실을 깨달은 메이스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생각하자, 생각'
라스트 킹덤 운영진이 미치지 않고서야 클리어 불가능한 퀘스트를 만들어 뒀을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근처에 분명히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힌트가...
여기까지 생각하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메이스가 셜로크의 글이 새겨져 있는 벽면에서 시선을 멈췄다.
'가만...왜 셜로크가 굳이 식수와 이끼를 언급한거지? 쟤랑 몇날 몇일을 밤새 싸울거라 예상하고 준비한 건 아닐테고...'
곰곰히 생각하던 메이스가 순간 눈을 반짝였다.
"혹시 저 이끼가 능력치를 뻥튀기시키는 비약이라던가 그건가!? 선두!?"
판단을 마치고 순식간에 벽면 앞으로 다가간 메이스가 손으로 이끼를 뜯었다.
한 입에 이끼를 몽땅 털어 넣은 메이스가 꿀꺽 삼키는 순간...
띠링
[ 회색마녀의 이끼를 섭취하였습니다! ]
[ 몸이 마비됩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
[ 독에 중독 되었습니다! 체력이 서서히 하락합니다! ]
"...?"
메이스가 당황한 얼굴로 입을 열려고 하였지만 몸이 마비되어 요지부동.
'시팔...'
속으로 욕지꺼리를 내뱉은 메이스는 그 상태로 오도카니 서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아 경쾌한 시스템음을 들을 수 있었다.
띠링
[ 독에 중독되어 체력이 5%이하로 떨어졌습니다! ]
[ 사망하였습니다! ]
'셜로크 개%@#%#%!#!@#!$@@!$!!@#'
밝은 빛무리와 함께 등장하는 메이스를 보며 켄지가 손을 흔들었다.
"여어. 히사시부리! 멧쨩"
갑자기 뒤바뀐 환경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메이스가 첫 번째 관문에 진입하기 전 시메트가 있던 장소인 것을 깨닫고 표정을 굳혔다.
"셜로크, 이자크. 빌어먹을 크크새끼들. 으드득"
이를 가는 메이스를 보며 켄지가 메이스의 어깨를 토닥, 토닥 두드렸다.
"이쁜 시메쨩이 지켜보고 있다구 멧쨩"
켄지의 말에 고개를 돌린 메이스가 시메트와 눈이 마주쳤다.
시메트가 빙긋 미소 지으며 말한다.
"뜻대로 안되셨나요?"
"설마 뒤통수 맞을 줄은 몰랐죠"
"지금은 이해못하시겠지만... 셜로크님은 이유 없는 행동을 하실 분은 아니랍니다"
시메트의 말에 무언가 말하려던 메이스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시겠죠"
메이스의 반응에 시메트가 호호 웃으며 말한다.
"화가 많이 나셨나 보네요. 그래도 놀랐어요. 첫 번째 관문에서 한두번은 실패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첫 번째 관문의 도전 기회가 총 5번이라고 했었죠? 그럼 두 번째 관문에서 실패한 지금의 경우는..."
메이스의 말에 시메트가 빙긋 미소 지었다.
"첫 번째 관문은 처음부터 너무 좌절해버리면 재미없다고 셜로크님이 만들어 둔 일종의 규칙이에요. 그래서 기회도 5번이나 드리는 거였구요"
"재미가 없... 이 개..."
욕지꺼리를 내뱉으려는 메이스의 입을 켄지가 급히 막았다.
"워~워~ 멧쨩. 릴렉스. 숙녀 앞에서 입 함부로 놀리면 안돼"
메이스가 눈을 부릅뜨고 켄지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
꿈쩍도 하지 않는 켄지의 손을 메이스가 잠시 멍하니 바라봤다.
'아... 얘도 랭커였지...'
메이스가 체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켄지가 씨익 웃으며 손을 치웠다.
그 모습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시메트가 말한다.
"기회는 아직 1번 더 있어요"
"예?"
급히 반문하는 메이스를 바라보며 시메트가 말을 잇는다.
"셜로크님이 첫 번째 관문을 한 번만에 통과한 사람들에게는... 다른 관문에서도 기회를 한번 더 주라고 하셨었거든요"
시메트의 말에 켄지가 주먹을 불끈 쥔다.
"멧쨩! 요캇다!(다행이다!)"
"뭐? 욕같다?"
"다행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메이스가 시메트를 바라본다.
"그럼 바로 도전해도 될까요?"
메이스의 물음에 시메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물론이죠"
"가자 덕후야"
자신의 손목을 낚아 채 걸음을 옮기는 메이스를 보며 켄지가 급히 뒤를 돌아봤다.
"시메쨩!!!!!!"
"...네?"
"이 관문들을 무사히 넘어서고 내가 이 장소에 다시 돌아온다면... 나랑 결혼해줄래!?"
"에?"
시메트가 당황한 얼굴로 서있자 메이스가 켄지의 뒤통수를 소리나게 쳤다.
"에라이 미친놈아!"
그 모습을 웃음기 띈 얼굴로 바라본 시메트가 메이스를 부른다.
"메이스님"
"예?"
"셜로크님은 절대 이유 없는 행동을 하실 분은 아니라는 제 말. 잊지마세요"
시메트의 말에 메이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관문 넘어로 사라졌다.
"꼭 성공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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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메이스의 부름에 켄지가 고개를 돌렸다.
"너 정확하게 레벨이 몇이야?"
"나? 199인데... 라킹에서 나보다 레벨 높은 사람 100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야 후훗. 정확하게 89등이지"
"근데 왜 이렇게 약하냐?"
메이스의 말에 켄지의 이마에 십자마크가 떠올랐다.
"야. 언데드 드래곤은 레벨 300이 넘는 초고렙 몬스터야. 그 유명한 랭킹 1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1방에 골로 갈걸?"
켄지의 말에 잠시 머리를 긁적인 메이스가 말한다.
"너 혹시 회색마녀의 이끼 라고 알아?"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던 켄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 연금술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으러 다니는 고가 재료 중에 하나잖아. 마비랑 독 효과가 함께 있는 것도 모자라서 약빨도 제법 강한..."
"고가라고?"
메이스의 물음에 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1g에 3골드는 할걸?"
"헉... 3만원?"
현재 라스트 킹덤의 1골드는 현금 1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메이스가 놀라 묻자 켄지가 곧바로 대답한다.
"그만큼 구하기 힘드니까... 대륙 남쪽 끝에 있는 숲에서만 구할 수 있다던데..."
'최소 3000만원!'
2번째 관문 벽에 있던 이끼가 족히 100g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 메이스가 눈을 반짝였다.
'최대한 아껴야 되겠지만...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은 것 때문에 큰 것을 잃을 수는 없지'
"이번 작전명은..."
메이스의 중얼거림에 켄지가 다시 메이스를 돌아본다.
"뭐라고?"
"이번 작전명은 니가 좋아하는 일본말로, 카미카제다"
"나니?"
"일단 뛰어!"
말을 마친 메이스가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쿠쿠쿠쿠쿠쿠쿠쿵
메이스가 앞으로 뛰어나감과 동시에 뒤 쪽부터 바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멧쟝 다메! 같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