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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타임이 없어
작가 : 조선생
작품등록일 : 20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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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딜 합시다!
작성일 : 17-06-10     조회 : 324     추천 : 0     분량 : 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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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퀘스트가 이렇게 빡세냐..."

 캡슐 밖으로 빠져 나오며 재원이 중얼거렸다.

 2번째 징표를 찾은 재원은 레드티어즈의 인도에 따라 곧바로 숲 속 깊숙이 이동했었다.

 이동하면 이동할수록 낯이 익은 길목이라 고개를 갸우뚱 하던 메이스의 눈 앞에 마침내 나타난 것은 일전에 오크들을 몰살시켰던 깍아내린듯한 절벽.

 그 절벽 아래로 자신을 안내하는 레드티어즈를 보며 욕지꺼리를 내뱉었었다.

 취미로 즐기던 클라이밍 경험을 십분 발휘한 메이스가 낭떠러지에서 약 10미터 아래에 작은 동굴이 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 곳에서 첫 번째 징표를 찾게 되었다.

 그렇게 첫 번째 징표를 찾고 '양심이 있으면 나머지 징표들은 손쉽게 구하도록 배려했겠지' 라고 생각한 메이스의 예상을 산산히 깨부숴버리고 호수 밑바닥, 하피들의 둥지, 늪지대 한가운데 솟아오른 바위 위에 있는 징표들을 구하느라 생고생을 한 것을 떠올린 재원이 뿌득 이를 갈았다.

 "진짜 만나면 상판에 주먹날릴 수도..."

 셜로크를 떠올리며 주먹을 꽉 쥔 재원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휴대폰 화면을 확인한 재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엥? 없어? 대체 왜?"

 부재중전화와 문자, 혹은 카톡이 수십개는 와있을 거라 생각한 재원의 예상과 달리 휴대폰 액정화면은 아주 깨끗했다.

 "와... 그래도 전화 한통은 했을 줄 알았는데... 화가 어지간히 많이 나셨나 보네"

 재원이 재빨리 휴대폰 액정을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일본 애니메이션 노래소리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리듬을 타던 재원이 노래소리가 뚝하고 멈추자 곧바로 말한다.

 "모시모시, 켄지...아니 원규쨩?"

 "..."

 수화기 넘어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재원이 다시 한번 외친다.

 "모~~시~~~모~~시~~~ 원규쨩? 뭐야 휴대폰이 이상한건가"

 "...말해라"

 휴대폰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재원이 마침내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밝은 얼굴로 대답한다.

 "에이~ 참내~ 우리 최사장님. 화가 많이 나셨나부네. 소중한 토모다찌를 위해 고귀한 희생을 감수하신 존경하는 친구님, 우리 친구아이가!?"

 "친구는 쓰~벌, 바늘로 아가리를 꼬메버릴라. 평생 장님으로 살게 눈깔 먹물 쪽 빨아먹어줘? 입 함부로 못놀리게 레드마스크로 만들어줄까? 앙?"

 순간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한쪽 귀를 틀어막던 재원이 다시 헤실헤실 웃으며 말을 잇는다.

 "아 형님, 제가 잘못했지라. 씨원하게 화 풀어 주씨오!"

 "지랄. 끊는다"

 말을 마친 원규가 통화를 끊으려고 하자 재원이 급히 말한다.

 "아 형님, 딜 합시다! 딜!" 

 "..."

 통화가 끊기지 않은 것을 확인한 재원이 씨익 웃으며 호기롭게 외친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 거하게 사겠시다! 와~ 대박. 백수 주제에 삼겹살에 소주까지. 김재원 통 지대로 썼다!"

 "술 너나 많이 쳐 잡수시구요. 끊습니다"

 "잠깐!"

 원규의 반응에 재원이 급히 외친다.

 "삼겹살에 소주받고 니가 원하는 피규어 하나 추가!"

 "..."

 "대신 10만원 이내로..."

 조심스럽게 뒷말을 이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원규를 보며 재원이 다급히 말을 잇는다.

 "형님, 하찮은 저 따위한테서 받은 분노보다 형님의 사랑스러운 애기들을 생각하셔야죠. 니코니코니~ 네?"

 "...20만원짜리로. 그 이하는 일 없음"

 '일 없긴 북괴 양아치 새끼....'

 가까스로 속에서 올라오는 욕지꺼리를 참은 재원이 애써 웃으며 말한다.

 "아 오케이, 오케이. 그럼 20만원짜리 피규어 하나로 퉁 치는거로"

 "잘못들었습니다?"

 "예?"

 원규의 말에 재원이 반문한다.

 "아까 삼겹살이랑 소주 얘기도 하셨던 것 같은데요. 당연히 그거 받고 이거 아닙니까, 김재원 뱅장님"

 "이 개..."

 "네? 개 뭐요?"

 "개구리 소년! 빰빠밤, 어휴 우리 형님이 그걸로 화를 푸신다니까 아주 그냥 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하하하"

 '생 날강도 새끼...'

 속마음을 숨긴 재원의 대답에 원규가 씨익 웃었다.

 "오케이, 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호갱님?"

 원규의 말에 이를 간 재원이 애써 웃으며 묻는다.

 "진행 중인 퀘스트 때문에요"

 "무슨 퀘스트?"

 원규의 물음에 재원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세 번째 관문이 셜로크가 남긴 7조각의 징표를 찾아서 하나로 만드는건데..."

 "드래곤x?"

 "일단 들어봐"

 재원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원규에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징표 5개는 찾았는데 6번째 징표를 찾던 도중에 문제가 생겼어"

 "...잠깐만, 딜 새로 하자"

 "...?"

 "그 검 나줘"

 "이 개!$$^$^@#@!#@!#!@$!$$$@#!#!$!$"

 결국 화가 폭발한 재원이 수화기로 쌍욕을 내뱉기 시작했다.

 한 쪽 귀를 틀어막은 원규가 재원의 흥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잠시 입을 다문 채 기다리고 있었다.

 "아 농담, 농담이야. 조크몰라? 아, 이 형님 성격 한번 화끈하시네"

 순식간에 갑과 을이 뒤바뀐 상황에도 재원이 분이 풀리지 않는지 씩씩 거렸다.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말이야. 씩씩"

 재원이 씩씩거리며 숨이 가쁜지 한마디씩 끊어 말하자 원규가 급히 말을 잇는다.

 "아 그래서, 계속 얘기해보세요. 호갱, 아니 고갱님"

 "스읍~후우~"

 깊게 심호흡한 재원이 계속 설명하기 시작했다.

 "6번째 징표를 찾기 위해 레드티어즈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는데 숲 속 한가운데 큼지막한 미로가 나왔다"

 "그래서? 전직 형사한테 미로찾기 정도는 껌 아니야?"

 "일반적인 미로라면 그렇겠지"

 "그럼 뭐 거기 있는 미로는 고급미로 정도 되나?"

 "농담하지 말고"

 재원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잇는다.

 "그 미로를 통과하려고 별에 별짓을 다해봐도 출구에 도착할 수 없었다"

 "엥?"

 "계속 같은 곳을 뱅뱅 도는 느낌이라 돌맹이로 나만 알 수 있게 벽면에 표식을 세겨뒀는데..."

 "가도, 가도 그 표식이 계속 보였다?"

 원규의 말에 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던 원규가 잠시 후 말을 잇는다.

 "뫼비우스의 띠?"

 "그거 분명히 출구가 없는..."

 재원의 말에 원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하나의 띠를 한바퀴 꼬아서 끝과 끝을 연결하는 것, 그게 뫼비우스의 띠. 이 띠의 특징은 시작부분과 끝부분을 하나로 연결했기 때문에 그 출구가 없지. 말하자면 입구와 출구가 하나인 상태"

 원규의 말에 재원이 무슨 말인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건지 알겠다. 그래서?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은?"

 "너 지금 그럼 미로 안에 갇힌 상태로 로그아웃 했겠네?"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원규의 말에 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일단 로그아웃했지. 돌아도, 돌아도 제자리 걸음하고 있었으니까"

 "그거 통과못하면 거기 평생 살아야 하는거 아냐? 퀘스트 장소로 귀환도 안될테고"

 원규가 사악하게 웃으며 말하자 재원이 인상을 찌푸린다.

 "아 형님, 또 왜 그러십니까?"

 "알아서 모셔 임마"

 "예, 형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통과하죠?"

 재원의 물음에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던 원규가 잠시 후 대답한다.

 "미로 안에 분명 그 끝과 끝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있을 거다"

 "매개체?"

 재원의 물음에 원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하나의 띠를 한바퀴 돌려서 하나로 잇기 위해서는 풀이나 테이프가 있어야 할 것 아냐? 그 풀이랑 테이프 역할을 하는 매개체가 있을 거라고"

 "딱히 그런 매개체는... 아!"

 무언가를 떠올린 재원이 감탄사를 터뜨린다.

 "있었지? 니 마음속을 살살 긁어 재끼는 무언가가?"

 원규의 말에 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벽면은 전부 휑한데 유독 한 벽면만 장미넝쿨로 뒤덮인 벽면이 있었다"

 "빙고"

 원규의 말에 재원이 밝은 얼굴로 대답한다.

 "역시 켄지상, 스고이! 아리가또, 바로 접속해봐야 겠다"

 "약속이나 잘 지키셔"

 "나 김재원이야. 걱정마시오"

 "그래, 다른건 몰라도 약속 하나는 잘 지키는 놈이니까. 건투를 빈다"

 "땡큐"

 통화가 끊긴 것을 확인한 원규가 즐거운 얼굴로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켰다.

 "애기 득템~ 어떤 애기를 데려오지? 돈이 부족해서 사지 못했던 하루히쨩을 데려올까? 어제 새로 나온 미쿠쨩을 데려올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인터넷으로 피규어를 검색하던 원규가 잠시 멈칫한다.

 "아... 맞다, 미궁에는 항상 출입문을 지키는 수호신이 있을텐데..."

 재원에게 미처 알려주지 못한 사실을 떠올린 원규가 '아차' 한 표정을 지었다.

 "뭐 설마 미노타우르스라도 나오겠어? 알아서 하겠지"

 혼자 중얼거린 원규가 다시 밝은 얼굴로 모니터 화면에 시선을 집중한 채 마우스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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