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쾅!!!!!!!
"히이이익!"
미노타우르스가 거대한 도끼로 강하게 내려찍자 가까스로 피한 메이스가 욕지꺼리를 내뱉는다.
"이 샹! 그리스 로마 신화도 아니고 뭔 미궁에 당연하다는 듯이 미노타우르스가 있는거야!?"
말을 마친 메이스가 다시 한번 급히 바닥을 굴렀다.
쾅!
가까스로 미노타우르스의 발을 피한 메이스가 관찰스킬을 사용한다.
"관찰!"
미노타우르스(Lv. 95)
인간의 몸에 거대한 수소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괴물.
머리에서 발끝까지 크기가 5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며 미궁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알려져 있다.
필드 준보스급 몬스터이다.
상승한 관찰스킬 레벨 덕분에 추가 정보까지 확인한 메이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 타이밍에 필드 준보스급 몬스터라고..."
말을 하던 도중 메이스가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렸다.
쾅!
"우워워어어어어어어어어!"
파리마냥 요리조리 피하는 메이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미노타우르스가 한 쪽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괴성을 질렀다.
"이거 너무 밸런스 붕괴잖아..."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린 메이스가 구석 모퉁이 뒤에 몸을 숨기면서 게임에 막 접속했을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미궁 내로 로그인한 메이스가 내부를 돌아다닌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다른 벽면과 다르게 유독 장미넝쿨로 뒤덮힌 벽면 하나를 발견했다.
"원규 말이 맞다면 이게 이 미궁의 매개체인데..."
메이스가 눈 앞의 벽면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이것도 아니고, 요것도 아니고...아얏!"
메이스가 벽면 여기, 저기를 툭툭 두드려보고 넝쿨을 들춰보던 중 장미 가시에 찔려 짧은 비명을 질렀다.
"확 그냥 다 태워버릴까보다"
등 뒤의 레드티어즈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린 메이스가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벽면을 만지며 살펴보기 시작한다.
띠링
[ 흑장미의 가시에 찔려 몸이 서서히 마비됩니다! ]
[ 개인 마비내성에 따라 마비 지속시간이 달라집니다. ]
[ 4분 49초 동안 움직일 수 없습니다! ]
"뭣!?"
몸이 서서히 굳어가는 것을 확인한 메이스가 경악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이런 마비 가시는 듣도, 보도 못했는데'
라스트킹덤에서 마비 아이템은 상당히 귀한 편이다.
마비 옵션이 붙어 있는 무기들은 희귀 등급 이상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지만 마비 옵션이 붙은 소모품은 아직까지 발견된 바 없다.
'이끼도 그렇고, 마비 가시도 그렇고 셜로크는 머하는 작자길래 이런 희귀 아이템들이 밭으로 있냐'
메이스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마비가 풀릴 때 까지 잠자코 기다리기 시작했다.
띠링
[ 마비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
[ 몸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
경쾌한 시스템음과 함께 조금씩 몸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메이스가 눈을 반짝이며 스킬을 사용한다.
"관찰!"
[ 마계의 숲 흑장미 ]
마계의 숲 속에서만 자란다는 흑장미.
그 넝쿨은 가죽보다 질기고 가시는 강력한 마비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아싸, 득템"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메이스가 씨익 웃으며 레드티어즈를 뽑아 들었다.
수 십번의 칼질 끝에 흑장미의 가시가 촘촘하게 붙어 있는 넝쿨의 일부를 채취한 메이스가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았다.
"마음 같아서는 모조리 채취해서 내다 팔고 싶지만..."
시간이 많지 않은 메이스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혹시나 퀘스트 클리어 시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마음 편하게 퀘스트 클리어 후에 다시 이 곳으로 넝쿨을 채취하러 와야겠다고 생각한 메이스가 채취한 넝쿨을 인벤토리에 넣어두고 정면을 바라봤다.
"자 그럼 이 마비벽을 어떻게 통과해야 될까"
혼잣말로 중얼거린 메이스가 눈 앞의 벽면을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한다.
"...응?"
이윽고 벽면의 한 부분에서 이상함을 느낀 메이스가 고개를 갸웃한다.
"왜 저기만 넝쿨이 없지?"
벽면 구석의 한 부분만 넝쿨이 없는 것을 확인한 메이스가 그 곳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셜로크 이 비빔면에 비벼먹을 작자는 누굴 개새x로 아나. 틈만 나면 개구멍이야. 이거 혹시 개구멍 패티쉬 같은 거 있나?"
벽면 이음새가 붙어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한 메이스가 욕지꺼리를 내뱉었다.
"하... 이놈의 개구멍 인생"
한숨을 내쉰 메이스가 주변의 넝쿨들을 피해 조심스럽게 이음새 부분을 텐트 못으로 떼어낸 뒤 벽면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쿵!
벽돌이 건너편 바닥으로 떨어지고 사람 한명이 충분히 기어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다.
미노타우르스를 피해 구석 모퉁이에 숨어 숨을 고르고 있던 메이스가 이 모든 과정을 떠올리기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하... 밥 벌어먹고 살기 힘드네 진짜"
혼자 중얼거린 메이스가 조심스럽게 모퉁이 뒤로 빼꼼 고개를 내밀어 미노타우르스를 확인한다.
언데드 드래곤과 마찬가지로 일정 범위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지 미노타우르스가 바닥에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이 씨팔... 오늘 저녁은 소고기다. 무조건 한우로"
세상 편하게 졸고 있는 미노타우르스의 모습이 얄미웠는지 메이스가 중얼거렸다.
"여기 계속 숨어 있어봐야 죽도 밥도 안될테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 메이스가 인벤토리에서 흑장미의 넝쿨을 꺼내든다.
휙!
가시가 박혀 있지 않은 넝쿨 밑부분을 손에 쥔 메이스가 미노타우르스의 앞 쪽으로 그 넝쿨을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툭
움찔
미노타우르스와 불과 3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바닥에 넝쿨이 떨어지며 내는 소리에 졸고 있던 미노타우르스가 움찔 하고 몸을 떨었다.
그 모습에 메이스가 급히 모퉁이 뒤로 몸을 숨긴다.
'스릴 하나는 어렸을 때 옆집 벨튀급...'
쿵쾅거리는 심장을 쓰다듬은 메이스가 모퉁이 뒤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아까 본 모습 그대로 꾸벅, 꾸벅 졸고 있는 미노타우르스를 확인한 메이스가 넝쿨의 위치를 확인하고 씨익 웃는다.
"투척실력 살아있네!"
큰 소리로 외친 메이스가 모퉁이에서 나와 태연하게 미노타우르스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그워어어어어어어!"
메이스의 인기척에 잠에서 깬 미노타우르스가 괴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스~벌. 오늘 소머리 국밥 한번 배터지게 먹어보자"
레드 티어즈를 뽑을 자세를 취하며 메이스가 미노타우르스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인다.
"컴온, 소대가리"
"그워어어어어어!"
'옳지!'
미노타우르스가 달려오는 방향을 확인한 메이스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엥?"
넝쿨 바로 앞까지 도달한 미노타우르스가 그대로 바닥의 넝쿨을 뛰어 넘어 달려오는 모습을 확인한 메이스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x됬다"
말을 마친 메이스가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도끼를 보며 급히 바닥으로 몸을 굴렸다.
쾅!
"이놈의 아다리는 지랄맞게 안맞네 시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난 메이스가 넝쿨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헤이 카우~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
휘익 하고 휘파람까지 불며 도망가는 메이스를 발견한 미노타우르스가 흥분했는지 괴성을 지르며 뒤쫓았다.
"그워어어어어어!"
힐끔 뒤를 돌아본 메이스가 마침내 넝쿨을 밟는 미노타우르스의 모습을 확인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빙고!"
"그워...어억?"
조금씩 움직임이 느려지는 미노타우르스를 확인한 메이스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아주 그냥 마비가 살살 오기 시작하시죠? 카우님? 가만... 그럼 카우를 잡는 나는 카우보이?"
완전히 긴장이 풀린 듯 실없는 농담까지 중얼거린 메이스가 레드티어즈를 뽑아 들었다.
"굳은 고기 먹는 취향은 없으니 아주 그냥 깔끔하게 도살시켜 줄..."
말을 하다 말고 메이스가 급히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워어어어!"
쾅!
코 앞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도끼를 보며 메이스가 식은땀을 흘렸다.
"아니, 저기요. 소님? 왜 움직이시는..."
쾅!
"그워어어어어!"
미노타우르스가 메이스를 붙잡지 못하는 것에 화가 난 듯 가슴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필드 준보스급 몬스터라 완전히 마비되지 않은 건가'
생각을 마친 메이스가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다시 한번 번쩍 팔을 치켜드는 미노타우르스를 보며 메이스가 또 다시 몸을 날렸다.
잠시 후...
쾅!
미노타우르스를 유심히 바라보던 메이스가 눈을 반짝였다.
'그래도 효과는 있다! 움직임이 이전보다 훨씬 느려졌어!'
바닥에 박힌 도끼를 확인한 메이스가 레드티어즈를 쥐고 미노타우르스에게 달려 들었다.
"으랴!"
스삭!
레드티어즈가 훑고 지나가면서 자신의 종아리에 기다란 혈선이 남은 것을 확인한 미노타우르스가 비명을 질렀다.
"그워어어억!"
"오케이! 해볼만 해!"
마비 효과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 최대한 데미지를 줘야 겠다고 생각한 메이스가 레드티어즈를 쥔 손에 힘을 줬다.
"우랴!!!"
기합소리와 함께 미노타우르스의 다리에 또 다른 혈선을 남긴 메이스가 급히 몸을 날린다.
쾅!
자신의 몸에 생기는 상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도끼를 내려찍는 미노타우르스를 보며 메이스가 식은땀을 흘렸다.
"...헬카우세요?"
잠시 거리를 벌린 메이스가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느려졌어도 몸 사리지 않고 달려 들면 레벨 차이 때문에 위험한데...'
턱을 쓰다듬으며 속으로 중얼거린 메이스가 순간 눈을 반짝인다.
'혹시...'
메이스가 다시 한번 레드티어즈를 손에 쥔 채 미노타우르스에게 달려든다.
"우랴아아아아!"
움찔
메이스가 어느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달려드는 모습을 발견한 미노타우르스가 이전과 다르게 움찔하고 몸을 떤다.
"아항~"
그 모습을 확인한 메이스가 묘한 감탄사를 터뜨렸다.
"우리 카우님, 수컷이셨구나"
말을 마친 메이스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