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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타임이 없어
작가 : 조선생
작품등록일 : 20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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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셜로크의 기억(1)
작성일 : 17-06-16     조회 : 377     추천 : 0     분량 : 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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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외침과 동시에 의식이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이 뭐..."

 마치 대장 내시경을 받을 때 가수면 상태에 돌입하듯 흐릿해져 가는 의식 속에 메이스가 정신을 잃는다.

 털썩

 "으으으..."

 그리고 그 자리에 털썩 쓰러진 메이스가 꿈을 꾸기 시작한다.

 

 ***************

 

 매우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시골마을이 보였다.

 마을 전체 인구가 100여명은 될까?

 논, 밭에 농부들은 뻘뻘 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고, 아낙네들은 새참을 만들어온 듯 머리에 커다란 바구니를 이고 다가간다.

 어린 아이들의 얼굴에서 굶주림은 커녕 행복함만 가득 느껴지는 그런 마을.

 그런 작은 마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육중한 사두마차(四頭馬車)가 마을을 향해 천천히 접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차를 호위하듯 중갑옷으로 무장한 기사 10여명이 각자 말을 타고 마차를 둘러싼 채 이동했다.

 다그닥, 다그닥.

 마차를 발견한 순간 논, 밭에 있는 농부들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이윽고 마차가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마을입구에서 촌장으로 보이는 늙은 노인을 발견한 마부(馬夫)가 마차를 멈춰 세운다.

 워~ 워~

 재빠르게 마차 아래로 내려 선 마부가 마차의 문을 열자 멋들어진 수염이 잘 어울리는 중년의 기사가 검을 허리에 찬 채 내려섰다.

 그리고...

 바로 뒤를 이어서 얼굴에 개기름이 가득 흐르는 배불뚝이 중년의 남자가 허리를 툭툭 두드리며 내려섰다.

 "이놈의 마차는 승차감이 좋지 않아. 몇 번 타면 허리가 남아나질 않겠어"

 

 '뭐야? 육성지원도 되는 거였어?'

 마차에 내려선 귀족으로 보이는 배불뚝이 남자의 말이 또렷하게 들리는 것을 확인한 메이스가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집중하기 시작한다.

 

 "아랫것들한테 얘기해서 쿠션이라도 바꿔 놓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내려 선 기사의 말에 배불뚝이 귀족이 씨익 웃으며 기사의 어깨를 툭, 툭 두드렸다.

 "내가 이래서 알론경을 좋아한단 말이야. 다른 것들이랑 다르게 눈치가 빠르거든"

 "과찬이십니다"

 알론이라 불린 중년의 기사가 고개를 꾸벅 숙인 채 옆으로 물러 선다.

 그리고 중년의 귀족이 입구의 늙은 노인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촌장, 왜 혼자지? 내가 분명히 다음에 올 때는 그 년을 내 눈 앞에 데려다 놓으라고 했을텐데?"

 촌장이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꾸벅 숙이며 대답한다.

 "아돌프님,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엘리샤는 지금 이 마을에 없습니다"

 촌장의 말에 틀러라 불린 중년 귀족이 이마에 흐르는 개기름을 슥하고 닦아내며 알론을 바라본다.

 "알론경, 내가 저 말을 믿어야 할까?"

 알론이 가볍게 목례하며 대답한다.

 "모든 것은 주군의 뜻대로..."

 알론의 대답에 아돌프가 씨익 웃었다.

 "그래, 내가 언제부터 사람의 말을 믿고, 안 믿고를 판단했다고...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보군. 그저 내가 믿고 싶은대로 행동하면 되는 것을..."

 말을 마친 아돌프가 촌장을 바라본다.

 "그래. 백 번 양보해서 그 년이 이 마을에 있는지, 없는지 내가 직접 찾아보도록 하지. 그러면 되겠지?"

 "그건...!"

 스르릉.

 촌장이 크게 당황하여 한 발 앞으로 나서자 아돌프의 옆에 있던 알론이 허리에 찬 검을 조금 빼어낸다.

 그 섬뜩한 소리에 침을 꿀꺽 삼킨 촌장이 바닥에 넙죽 엎드린다.

 "아돌프님, 제발..."

 "저희가 마을을 뒤져보면 되겠습니까?"

 촌장의 말을 중간에서 끊은 알론이 묻자 아돌프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내 소중한 기사들을 벌레들의 소굴에 집어 넣을 수는 없지. 이봐, 촌장"

 아돌프의 부름에 부르르 몸을 떨고 있던 촌장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예, 아돌프님"

 "가서 그 년의 부모를 데려와라"

 "아돌프님, 제발..."

 자신의 말에 순식간에 얼굴이 흑빛이 된 촌장이 사정하자 아돌프가 손사래 친다.

 "아,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니까 안심하게. 내가 직접 그 년의 행방을 물어보고 싶어서 말이야"

 머뭇거리던 촌장이 한 발 앞으로 나서는 기사를 발견하고는 급히 말을 잇는다.

 "저... 약속해 주시는 것입니까? 그저 행방만 물어보시겠다고..."

 '이 벌레같은 것이...'

 순간 열불이 치솟을 뻔한 아돌프가 가까스로 화를 눌러 참고 애써 미소 짓는다.

 "...물론, 내 약속하지. 그러니까 빨리 데려오도록 해라"

 "감사, 감사합니다!"

 큰 고비를 넘긴 촌장이 연신 고개를 숙이자 아돌프가 얼른 데려오라는 듯 손을 휘휘 젓는다.

 잠시 후 촌장이 엘리샤라 불린 여자의 부모를 데려오기 위해 자리를 뜨자 알론이 아돌프를 바라보며 묻는다.

 "주군, 그런 약속을 함부로 해도 되는 겁니까?"

 "약속? 무슨 약속?"

 "..."

 알론이 입을 다물자 아돌프가 씨익 웃으며 말을 잇는다.

 "알론경, 내가 무슨 약속을 했던가? 약속이라는 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신뢰. 애초에 인간과 벌레 사이에 약속이라는 단어는 있을 수가 없다고?"

 "...예"

 말을 마친 아돌프가 허리가 아픈지 마차 안으로 들어가 잠시 쉬고 있자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촌장이 중년의 부부를 데리고 왔다.

 똑, 똑

 "...도착했습니다"

 알론의 말에 아돌프가 마차에서 내려 서며 지금 막 도착한 부부를 바라본다.

 그 모습에 부부가 넙죽 바닥에 엎드린다.

 "아아, 일어나게. 그냥 하나 물어볼게 있어서 자네들을 찾은 것이니까 너무 긴장하지는 말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아돌프를 보며 부부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년... 아니, 엘리샤. 그러니까 자네들의 딸은 어디에 있지?"

 "그게..."

 엘리샤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머뭇거리자 아돌프가 급히 말을 잇는다.

 "솔직히 뭐가 걱정이지? 너희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아틀란스 왕국 전체에서도 알아주는 히를러 백작가(家)의 가주. 몸종도 아닌 첩으로 들이겠다는데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지? 너희 평민들의 입장에서는 축복이 아닌가?"

 아돌프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엘리샤의 아버지가 표정을 굳힌다. 

 "저 아돌프님... 저는 비록 일평생을 논에서만 살아 온 비루먹은 평민 농부일 뿐이지만... 인생은 돈이나 지위 따위가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보! 죄... 죄송합니다, 아돌프님. 부디 자비를..."

 경악한 엘리샤의 어머니가 큰 소리로 외치자 아돌프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채 손사래 쳤다.

 "아, 아닐세. 그 이름이 뭐라고..."

 "가프입니다"

 엘리샤의 아버지 가프의 말에 아돌프가 고개를 끄덕인다.

 "좋네, 가프. 계속 얘기해 보게. 내 느끼는게 많아"

 잠시 숨을 가다듬은 가프가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부인에게 한 번 미소 지어주고는 계속 말을 잇는다.

 "저는 비록 가진게 아무것도 없는 한낯 비루먹은 농부일 뿐이지만... 이 사람을 만나서 일평생을 정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저는 그 행복을... 제 딸 아이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이제는 결연함 마저 느껴지는 표정으로 자신을 또렷하게 쳐다보고 있는 가프를 보며 아돌프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허허허허. 대단하군, 대단해. 자네가 나에게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군. 내가 졌네"

 말을 마친 아돌프가 졌다는 듯 돌아서자 가프가 깊게 고개를 숙인다.

 "송구합니..."

 스르릉.

 말을 잇던 가프가 귓가로 들리는 섬뜩한 소리에 급히 고개를 든다.

 스팟!

 "컥!"

 알론의 허리 춤에서 검을 빼어 든 아돌프가 순식간에 가프의 목을 베어냈다.

 잠시 후 분수처럼 뿜어지는 핏줄기를 틀어막으려는 듯 가프가 목덜미를 부여잡은 채 제자리에 주저 앉았다.

 "여보오오오오오오옷!!!!!!!!!!!!!!!!!!!!!!!!!!!!!!!!!!"

 쩌렁쩌렁 울리는 가프부인의 비명과 동시에 촌장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는다.

 "분명히... 약속..."

 "이 마을은 오늘 나에게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군"

 아돌프가 검신의 피를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벌레는 벌레답게 대하고, 짓밟으면 되는 것을 내가 마치 사람대하 듯이 대했구먼. 내 실수야. 감히 벌레가 인간을 가르치려 들 줄도 알고 말이야"

 아돌프의 말에 자리에 주저 앉아 있던 촌장이 엉금엉금 기어가 그 발목을 부여 잡으며 말한다.

 "분명히...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린 아돌프가 자신의 발목을 부여잡고 있는 촌장의 손목을 베어낸다.

 스각!

 "으아아아아아악!"

 촌장의 비명과 동시에 아돌프가 으르렁거린다.

 "벌레따위가 감히... 약속? 약속은 인간들끼리 하는 것이 약속이지. 버러지 같은 벌레 따위가 어디 약속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입에 담는가?"

 촌장이 고통으로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바라보며 아돌프가 옆에 있던 아론을 부른다.

 "아론"

 "예, 주군"

 "저 년도 미모가 빼어나니 데리고 가서 병사들의 노리개로 주던가, 장난감으로 쓰던가 자네 재량 껏 처분하라. 단, 죽이지는 말게. 지 어미가 붙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지 년도 제 발로 찾아오겠지"

 아돌프가 이제는 충격으로 실신한 엘리샤의 어머니를 턱짓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아론의 말에 아돌프가 큰 소리로 외친다.

 "돌아간다!"

 "예!!!"

 기사들의 외침과 함께 사두마차가 마을에서 천천히 떠나간다.

 그리고...

 다음날, 생필품을 사기 위해 도시로 떠났던 셜로크가 그 마을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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