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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타임이 없어
작가 : 조선생
작품등록일 : 20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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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셜로크의 기억(4)
작성일 : 17-06-17     조회 : 344     추천 : 1     분량 : 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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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검을 빼든 채 셜로크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알론을 바라보던 아돌프가 급히 외친다.

 

 "...?"

 

 알론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뒤 돌아보자 아돌프의 비릿한 미소가 한층 짙어진다.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말을 마친 아돌프가 셜로크를 바라본다.

 

 "이봐. 한 가지만 묻지. 그 년은 너에게 뭐지? 벌레같은 신분과는 어울리지 않는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볼 때 대충 짐작은 간다만... 한 쌍의 바퀴벌레? 뭐 그런건가?"

 

 아돌프의 말에 뒤에서 대기 중이던 호위기사들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

 

 "대답할 생각이 없는건가? 뭐, 좋아. 난 궁금한건 못 참는 성격이니까 내 직접 알아보도록 하지"

 

 말을 마친 아돌프가 기사들 중 한 사람을 지목한다.

 

 "랄프"

 

 "예! 주군!"

 

 족히 2m는 되어 보이는 큰 키를 가진 기사가 한 발 앞으로 나선다.

 

 "아니야... 너 보다는 호첸이 낫겠군"

 

 이어지는 아돌프의 말에 상당히 날렵해보이는 기사가 앞으로 나선다.

 

 "말씀하십시오. 주군"

 

 "내 방에 가서 그 년을 데려오도록"

 

 "알겠습니다"

 

 호첸이라고 불린 기사가 계단을 뛰어 올라가자 셜로크가 움찔 몸을 떤다.

 

 "아, 아. 그냥 있게. 당장 이 스크롤을 찢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아돌프의 말에 체념한 듯 셜로크가 잠자코 서 있자 잠시 후 금발이 매우 잘 어울리는 여인 1명이 사지가 묶인 채 아돌프의 앞에 도착했다.

 

 "읍! 읍!"

 

 셜로크를 발견한 여인이 순간 눈을 부릅 뜨더니 애처로운 눈빛으로 눈물을 뚝뚝 흘린다.

 

 "엘리샤..."

 

 셜로크가 한탄하듯 낮게 중얼거리는 것을 용케 포착한 아돌프의 미소가 더욱 짙어진다.

 

 "거의 확실하군"

 

 아돌프가 엘리샤의 입에 물린 재갈을 떼어냈다.

 

 "셜로크님! 왜... 대체 왜 여기...!"

 

 엘리샤의 절절한 외침에 셜로크가 마침내 손에 쥔 레드 티어즈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파창!

 

 그와 동시에 창 형태에서 다시 검 형태로 변하는 레드 티어즈를 바라본 아돌프가 눈을 반짝였다.

 

 "호오! 아티팩트? 아니, 마검인가?"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아돌프의 눈빛을 바라보며 셜로크가 말한다.

 

 "항복하겠다. 엘리샤는... 풀어줬으면 좋겠다. 부탁한다"

 

 "부탁하는 놈의 자세가 너무 뻣뻣하군"

 

 아돌프의 말을 알론이 받는다.

 

 "꿇어라"

 

 셜로크가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호첸이 품 안에서 단검을 꺼내 쥐더니 엘리샤의 목에 들이댄다.

 

 "셜로크님! 제발... 저는 걱정마시고..."

 

 엘리샤의 외침에 호첸이 손에 쥔 예리한 단검을 더욱 가까이 가져다 대자 주르륵 피가 흘러 내렸다.

 

 그 모습에 입을 다문 엘리샤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셜로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짝, 짝, 짝, 짝

 

 짧게 박수를 친 아돌프가 말을 잇는다.

 

 "오, 한 편의 신파극이 따로 없군. 감동적일 지경이야"

 

 털썩

 

 셜로크가 그 자리에 무너지듯 무릎을 꿇는다.

 

 꾸욱

 

 그런 셜로크에게 다가간 알론이 오른 발을 들어 셜로크의 머리를 강하게 짓눌렀다.

 

 "고개를 조아려라"

 

 "아~ 이러니까 내가 마치 악당이 된 것 같군.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홀로 악의 무리에 뛰어 든 영웅! 나는 그런 여인의 목숨을 위협하는 악당 두목 쯤 되려나?"

 

 아돌프가 피식 웃으며 바지춤을 내린다.

 

 "...!"

 

 셜로크가 바닥에 머리를 쳐박힌 채 눈을 부릅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발견한 아돌프가 씨익 웃는다.

 

 "오...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부끄럽다고? 이왕 악당 두목이 되는 것. 대륙 최고의 악당 두목이 되고 싶어서 말이야"

 

 부들, 부들

 

 발 밑에서 셜로크가 강하게 몸을 떠는 것을 느낀 알론이 낮게 으르렁거린다.

 

 "움직이면... 저 여자는 죽는다"

 

 알론의 말에 셜로크의 떨림이 뚝하고 멈췄다.

 

 그 모습에 아돌프가 광소를 터뜨린다.

 

 "크하하하하하. 좋군, 좋아. 이건 또 색다른 흥분이야. 애인 앞에서 그 여자를 취한다? 좋아, 아주 좋아!"

 

 말을 마친 아돌프가 급히 엘리샤에게 다가간다.

 

 "정말 미칠 것 같군. 이런 기분이 몇 십년만인지"

 

 코 앞까지 다가온 아돌프를 보며 엘리샤가 질끈 눈을 감는다.

 

 그 때...

 

 파창!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져 있던 레드 티어즈가 수 천, 수 만 조각으로 산산히 부숴진다.

 

 "무슨 짓이냐!"

 

 묘한 위기감을 느낀 알론이 곧바로 셜로크의 목을 베어 내려고 했지만 그 보다 산산히 부숴진 레드 티어즈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 더 빨랐다.

 

 산산히 부숴진 레드 티어즈의 검 조각이 흩날리는 모습이 마치 붉은 장미 꽃잎이 바람에 휘날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던 엘리샤가 무언가 뺨을 타고 흐르는 느낌에 정신을 차린다.

 

 "...피?"

 

 자신의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이 피라는 것을 확인한 엘리샤가 멍한 표정을 짓는다.

 

 "내 피...?"

 

 잠시 후 엘리샤는 볼을 타고 흐르는 피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스걱, 스걱, 스걱, 스걱

 

 뒤늦게 무언가 베어지는 듯 섬뜩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컥!"

 

 짧은 비명과 함께 아돌프의 호위 기사들이 전신에 피를 흘리며 모두 쓰러진다.

 

 그리고 그 대상은 알론과 아돌프도 예외는 아니었다.

 

 촤아아아악!

 

 경동맥이 절단된 듯 아돌프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피분수를 내뿜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모습에 충격을 받은 엘리샤의 비명을 뒤로 하고 알론이 셜로크를 바라보며 묻는다.

 

 "...니 짓인가?"

 

 자리에서 일어난 셜로크가 고개를 끄덕인다.

 

 "비록 적이지만... 니 무위에 경의를 표한다"

 

 말을 마친 알론이 셜로크를 향해 짧게 고개를 숙였고 곧바로 말을 잇는다.

 

 "기술의 이름을 알 수 있나?"

 

 "풍화원무진(風花圓舞鎭)"

 

 "꽃이 춤을 추듯 적을 진압한다... 그 이름 그대로군"

 

 알론이 손에 든 검을 강하게 고쳐 쥔다.

 

 "비록 한 사람의 기사로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였지만... 마지막은 명예롭게 죽고 싶다. 전력을 다해주겠나?"

 

 자신의 말에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셜로크를 발견한 알론이 밝게 웃는다.

 

 "고맙군. 그럼..."

 

 우우우웅.

 

 알론의 검에 점차 푸른 기운이 짙어지기 시작한다.

 

 그 위압감에 셜로크가 긴장으로 근육을 수축시킨다.

 

 "타앗!"

 

 푸욱!

 

 알론이 기합소리와 함께 도약함과 거의 동시에 무언가 꿰뚫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쿵!

 

 알론의 거대한 신체가 그대로 앞으로 무너져 내렸다.

 

 '보지... 못했다...'

 

 산산히 부숴졌던 검 조각이 다시 창의 형태로 변하는 것도, 그 창이 셜로크의 손에 쥐어지는 것도, 이윽고 자신의 심장을 꿰뚫는 것도 보지 못했다.

 

 "쿨럭"

 

 바닥에 쓰러진 알론이 한 움큼 피를 토해내며 셜로크를 바라보자 그 눈빛을 알아들었다는 듯 셜로크가 중얼거린다.

 

 "뇌섬(雷殲)"

 

 "이름... 그대로... 쿨럭!"

 

 숨을 거둔 듯 미동도 하지 않는 알론의 등이 칼날 조각에 베인 상처로 가득하다.

 

 그 상태로 잠시 알론의 시신을 바라보던 셜로크가 정면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셜... 셜로크님"

 

 엘리샤가 눈물을 흘리며 환한 미소와 함께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에 옅은 미소를 지은 셜로크가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그 때...

 

 사사삭

 

 칼날이 기사들을 덮치기 직전 랄프가 그 거대한 거구로 자신을 감싸 가까스로 살아남은 호첸이 미처 셜로크가 반응할 틈도 없이 엘리샤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푸욱!

 

 자신의 복부를 꿰뚫은 단검을 엘리샤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쿨럭!"

 

 "엘리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서걱!

 

 섬전처럼 다가온 셜로크가 다시 검의 형태로 변한 레드 티어즈로 호첸의 목을 날린다.

 

 "안돼... 안돼..."

 

 셜로크가 눈물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하자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엘리샤가 천천히 셜로크의 뺨을 쓰다듬는다.

 

 "셜...로크님"

 

 귓가로 파고드는 엘리샤의 목소리에 셜로크가 번쩍 정신을 차린다.

 

 "응! 응! 엘리샤. 괜찮은거지? 괜찮다고 말해. 제발..."

 

 셜로크의 말에 엘리샤가 슬픈 표정으로 말 없이 셜로크의 뺨을 쓰다듬는다.

 

 "할...말이... 있... 쿨럭"

 

 엘리샤가 또 다시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말하지마! 무슨 말 하는지 알겠으니까. 지금은 말하지마! 바로 신전으로 데려가줄게. 꼭 살려줄게. 조금만 참아줘, 제발..."

 

 셜로크의 말에 엘리샤가 애처로운 미소로 고개를 저었다.

 

 "가까이..."

 

 엘리샤의 말에 셜로크가 다급히 귀를 가져다 댄다.

 

 마지막 힘을 다해 무언가를 중얼거린 엘리샤가 마침내 셜로크의 귓가에서 입을 떼어내 그의 볼에 입을 맞춘다.

 

 "행...복...."

 

 툭

 

 엘리샤가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셜로크의 절규가 히를러가의 저택을 가득 채우던 그 날, 누구보다 셜로크를 사랑했던 엘리샤는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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