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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타임이 없어
작가 : 조선생
작품등록일 : 20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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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무라, 무라
작성일 : 17-06-19     조회 : 351     추천 : 1     분량 : 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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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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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고의 가상현실게임 라스트 킹덤을 만들어 일약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현기그룹.

 

 현기그룹 이벤트관리과 사무실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두 사내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홋! 김대리님, 에르난데스가 드디어 잊혀진 사막의 유적 마저 클리어 했는데요?"

 

 "뭐!? 어디 보자"

 

 '사원 홍순석' 이라는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는 남자의 말에 김현도 대리가 급히 다가온다.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김현도가 탄식을 내뱉는다.

 

 "하아~ 젠장"

 

 "왠 한숨이세요? 저는 정말 에르난데스를 볼 때 마다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은퇴한 올림픽 영웅! 세계 최고의 게임, 라스트 킹덤에서도 정상을 차지하다!' 라는 기사를 봤을 때 그 떨림이 지금도..."

 

 "조용히 해라"

 

 김현도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홍순석이 계속 말을 잇는다.

 

 "아니, 김대리님도 싸나이 아니십니까?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으세요? 이 유적이 설마 클리어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구요"

 

 잊혀진 사막의 유적은 판타스 대륙 중앙 우유니 사막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우유니 사막에는 가장 약한 몬스터도 기본 200레벨을 훌쩍 넘었고 깊이 들어 갈수록 몬스터들의 레벨도 비례하여 높아졌기 때문에 상인 NPC들 조차 피해가는 장소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고 그래서 우유니 사막에 붙은 별명이 잊혀진 사막 혹은 죽음의 사막으로 불렸다.

 

 그런 우유니 사막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고대의 유적은 클리어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인턴 생활 끝났는데 아직 상황 판단이 안돼?"

 

 "예?"

 

 홍순석의 반문에 김현도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탕탕 쳤다.

 

 "그 유적이 클리어됨으로써 3번째 전설 직업 퀘스트 '고대의 기억'이 에르난데스에게 주어졌을터. 아직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홍순석의 얼굴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한다.

 

 "잊혀진 사막의 유적이 클리어되는 것은 최소 1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었어. 그런 상황에서 유적이 클리어 되었다? 과연 퀘스트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에르난데스가 '고대의 기억' 퀘스트를 수락하지 않을까?"

 

 "그...그럼..."

 

 김현도가 빽 소리를 질렀다.

 

 "야근이라고 야근! 그것도 최소 1주일은 집에 못간다고! 이 망할! 그런데 뭐? 싸나이~? 가슴의 떨림? 이제 신혼 3년차인 놈이 당장 1주일동안 집에 못 들어갈 것 같다고 얘기해봐라. 오, 세상에... 심장이 떨리긴 할 듯. 쫄깃, 쫄깃"

 

 김현도의 말에 홍순석의 얼굴이 이제는 새파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저... 저 어쩌죠? 요즘 안그래도 분위기 조금 안좋은데..."

 

 "야, 신혼 3년차에 분위기 조금 안좋아진거면 오래갔네. 난 어쩌냐..."

 

 "...김대리님은 왜요?"

 

 "당장 3일 뒤 부터 와이프랑 하나무라로 여행간다고 비행기 표까지 다 끊어놨는데 캔슬 놓게 생겼으니... 잠 안자고 일하면 3일 안에 마무리할 수 있을까...?"

 

 "그건 힘들 것 같은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현도와 홍순석이 고개를 돌렸다.

 

 "과장님!"

 

 김현도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장만덕 과장을 올려다 본다.

 

 "저 진짜 이번에 못가면 와이프한테 맞아 죽습니다. 2주일 전부터 하나무라, 하나무라 얼마나 노래를 불렀는데..."

 

 김현도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장만덕이 손에 쥐고 있던 묵직한 서류뭉치를 책상 위에 툭하고 집어 던졌다.

 

 "...? 이게 뭡니까?"

 

 김현도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장만덕이 직접 보라는 듯 눈짓한다.

 

 고개를 갸웃한 김현도가 천천히 눈 앞의 종이뭉치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후...

 

 김현도가 몸일 사시나무 떨 듯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자 장만덕이 입을 연다.

 

 "오늘부터 사무실에서 라면이나 하나무라"

 

 말을 마친 장만덕이 사무실 밖으로 사라졌음에도 마치 혼이 나간 사람처럼 김현도가 멍하니 서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홍순석이 입을 연다.

 

 "저... 대리님... 라면이 싫으시면 비빔면이나 비벼무....까요?"

 

 홍순석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그 때서야 김현도의 절규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김현도의 절규에 귀를 틀어 막은 홍순석이 책상 위의 서류뭉치로 시선을 돌린다.

 

 "대체 뭐길래..."

 

 팔락

 

 서류 첫 페이지 상단을 큼지막하게 채운 글자가 홍순석의 시야를 가득 채운다.

 

 

 

 

 < '셜로크의 뒤를 잇는 자' 등장 >

 

 

 

 

 ********************

 

 

 

 

 현기그룹 본사 1층 로비.

 

 라스트 킹덤 홍보과에 근무하는 김은비가 고개를 갸웃한다.

 

 "순석이 오빠?"

 

 자신의 동기이자 대학교 선배인 홍순석이 당장 죽을 것 같은 얼굴로 힘 없이 로비를 가로 질러 걸어가는 모습을 발견한 김은비가 습관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브라운 계열의 웨이브 진 긴머리에 새하얀 피부, 170cm에 이르는 늘씬한 키와 몸매를 지닌 자타공인 현기그룹 최고의 미녀가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에 로비의 모든 남자 사원들이 입을 헤 벌리고 김은비를 힐끔힐끔 쳐다보기 시작한다.

 

 이제는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이 익숙한 듯 아랑곳하지 않고 김은비가 홍순석에게 다가갔다.

 

 "오빠?"

 

 "뜨헉!"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홍순석이 놀라 고개를 돌린다.

 

 "...은비?"

 

 "뭘 그렇게 놀래? 세상 다 산 것 같은 표정은 혼자 다 짓고..."

 

 "하하... 은비야, 오늘도 여전히 이쁘네"

 

 말을 하며 슬그머니 손에 쥔 종이뭉치를 등 뒤로 숨기는 모습을 포착한 김은비가 순간 눈을 반짝인다.

 

 "오빠는 대학교 때 부터 봐왔으면서 뭘 새삼스럽게... 언니는 잘 있지?"

 

 대학교 CC(캠퍼스 커플)에서 결혼까지 성공한 홍순석의 와이프는 김은비와도 막역한 사이였다.

 

 "하하... 그냥 그렇지 뭐..."

 

 "근데 오빠"

 

 김은비가 말을 하며 얼굴을 조금씩 자신에게 가져다대자 홍순석이 바짝 긴장한다.

 

 "이...이러지 마... 난 이미 결혼을..."

 

 타악!

 

 홍순석의 코 앞까지 얼굴을 들이민 김은비가 재빠르게 홍순석의 손에서 종이뭉치를 낚아챈다.

 

 "엇!"

 

 "대체 뭐길래 이리 숨기실까"

 

 팔락

 

 김은비의 손길에 따라 종이뭉치 서너 장이 휙하고 넘어갔다.

 

 "이리내!"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홍순석이 김은비의 손에서 종이뭉치를 되찾아왔다.

 

 "이거 우리과 극비야! 아무리 같은 회사 사람이고, 은비 너라지만 엄연히 다른 부서이고..."

 

 홍순석이 빠르게 말을 잇던 중 힐끔 김은비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말 끝을 흐린다.

 

 "...은비야?"

 

 홍순석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김은비가 다급히 입을 연다.

 

 "오빠, 부탁이야. 방금 사진. 한 번만 더 보여주면 안될까? 다른 내용까지는 필요 없으니까..."

 

 "안돼. 아까도 말했지만 극비..."

 

 자신의 말에 김은비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자 홍순석이 입을 다물었다.

 

 '이거 사무실 비밀 지키려다가 내 목숨이 날아갈 것 같은데'

 

 주변 남자들의 사나운 눈초리에 침을 꿀꺽 삼킨 홍순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그래. 사진 정도야 뭐"

 

 "고마워!"

 

  홍순석의 배려로 다시 종이 1장을 건내받은 김은비가 그 종이를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김재원 형사님?"

 

 "뭐야? 아는 사람이야?"

 

 홍순석의 물음에 김은비가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 김재원 형사님이 맞구나. 근데 이 분은 왜?"

 

 "형사라고? 그건 몰랐는데... 우리 고객님이야"

 

 홍순석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김은비가 입을 연다.

 

 "유저?"

 

 "맞아"

 

 "이벤트 관리과에서 유저 정보를 출력할 일이... 아!"

 

 김은비가 말하던 도중 감탄사를 터뜨렸다.

 

 "야, 야! 이거 비밀이야. 과장님이 회사 내에서도 입 조심하라고 신신당부 했단 말이야"

 

 울상을 짓는 홍순석을 잠시 바라보던 김은비가 말을 잇는다.

 

 "좋아. 딜 하자. 딱 하나만 알려줘"

 

 "...응?"

 

 "L이야? G야?"

 

 김은비의 물음에 대답해야 되나 심각하게 고민하던 홍순석이 이내 한숨을 내쉰다.

 

 "하아... 내가 졌다"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김은비를 잠시 응시하던 홍순석이 짧게 한마디 대답한다.

 

 "G야"

 

 홍순석의 대답에 김은비가 놀라 눈을 부릅 뜬다.

 

 "G...? 아직 L도... 아니, 어떻게..."

 

 김은비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자 홍순석이 급히 자리를 뜬다.

 

 "나 바빠. 아무튼... 이건 진짜 비밀이야. 꼭!"

 

 홍순석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음에도 김은비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한참을 그 자리에 오도카니 서 있었다.

 

 "김재원 형사님..."

 

 무언가를 떠올리듯 아련한 눈빛으로 잠시 고민하던 김은비가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조만간 다시 만날 것 같네요"

 

 혼자 중얼거린 김은비가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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