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장님!"
메이스가 베스마을 촌장의 목을 받쳐 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 때...
스스스스스스슥
메이스의 주변으로 검은 복장에 복면을 뒤집어 쓴 20여명이 나타났다.
"..."
자신들의 인기척을 느꼈을 것임에도 쓰러진 늙은이에게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메이스를 보며 한 사내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지하에서 원하는 바는 이루었는가?"
"..."
침묵을 지키는 메이스를 보며 복면의 사내가 눈을 번뜩인다.
"뭘 봤지?"
"..."
"대답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군"
스르릉
사내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20여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든다.
"다시 한 번 묻지. 이번에는 대답하는 것이 좋을거야"
"..."
계속 침묵을 지키는 메이스를 보며 사내가 손을 번쩍 들고자 했다.
"...복면은 왜 쓰고 있나?"
"뭐?"
메이스의 말에 사내가 멈칫한다.
"그딴 보자기를 뒤집어 쓴다고 정체가 숨겨지는 것은 아닐텐데"
"마치 내 정체를 안다는 듯이 지껄이는구나"
사내의 말에 메이스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면 사이로 튀어 나온 수염이나 정리하고 지껄이시지, 모건"
메이스의 말에 순간 사내가 눈을 크게 뜬다.
"모건? 무슨..."
"그 걸걸한 목소리가 감춘다고 감춰지는 것이겠나?"
메이스의 말에 잠시 머리를 긁적이던 사내가 복면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드러난 사내의 얼굴은...
메이스의 예상대로 베스마을 흰수염고래주점 주인인 모건이었다.
복면을 벗어 던진 모건이 씨익 웃으며 말한다.
"눈썰미가 좋군. 단 한번 봤을 뿐일텐데..."
"내가 한 눈썰미하지"
메이스의 말에 모건이 살짝 표정을 굳힌다.
"그 눈썰미가 니 명을 재촉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해봤나?"
"나를 죽이겠다?"
메이스의 물음에 사내가 품 안에서 단도를 꺼내 들었다.
"원래는 적당히 알아낼 것만 알아내고 목숨은 살려줄 생각이었지만... 니 그 뛰어난 눈썰미가 니 명을 재촉하는군"
모건의 비아냥거림에 메이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 ...뭐가 우습지?"
모건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격투기 선수... 아니, 이 세계에서는 무투가 쯤 되겠군"
"...?"
"앤더슨 실바라고... 뭐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중요한게 아니니까. 동체시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지. 그리고... 매우 강하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메이스가 품 안에서 한 쌍의 장갑을 꺼내 끼며 말을 잇는다.
"내가 눈썰미만 뛰어날 거라고 생각하나?"
메이스의 말에 모건이 한 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네놈이 여기 있는 모두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인가?"
모건이 말을 마치자 몇몇 복면 사내들이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못할 것 같나?"
메이스의 물음에 인상을 굳힌 모건이 씹어뱉 듯 천천히 말을 잇는다.
"그 입만큼이나 실력도 뛰어난지 지켜보겠다"
말을 마친 모건이 손을 번쩍 든다.
"잠깐!!!"
모건이 손을 듦과 동시에 일제히 달려들려던 복면의 사내들이 순간 큰 소리로 외치는 메이스를 보고 멈칫했다.
"뭐냐?"
"너도 내가 모험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텐데? 나를 죽여도 절대 니가 원하는 것은 얻을 수 없다"
메이스의 말에 모건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무섭긴 한가보군"
"하! 무서워? 내가? 전혀 아닌데?"
호기롭게 외치는 메이스를 보며 모건이 말을 잇는다.
"이 마을 전체는 나의 구역. 모험가인 너는 죽게 되면 일정시간이 지나 최종위치인 이 곳 베스마을에 다시 나타나겠지? 죽이고 또 죽여주마. 수 백번 정도 죽고 나면 혹시 아는가? 갑자기 무언가 번쩍 떠오를지"
말을 마친 모건이 손을 번쩍 들었다.
"쳐라!"
모건이 큰 소리로 외침과 동시에 복면의 사내들이 일제히 메이스를 향해 달려 들었다.
천사의 주사위 효과로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50% 감소한 메이스에게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
메이스가 품 안에서 무언가 꺼내들더니 복면 사내들의 뒤를 향해 휙하고 집어던졌다.
"에라이 더러운 새끼들아! 가져가라! 가져가! 다 해 쳐먹어라!"
메이스의 손을 떠난 물건이 촌장의 집과 셜로크의 지하가 위치해 있던 언덕 아래를 향해 빠른 속도로 추락한다.
"잡아!"
다시 귓가를 때리는 모건의 외침에 사내들이 일제히 언덕 아래를 향해 몸을 던진다.
"와우... 일사분란한게 군인이 따로 없네"
모건의 명에 의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언덕 아래로 몸을 던지는 것을 확인한 메이스가 짧게 감탄사를 터뜨리며 박수를 쳤다.
가장 먼저 몸을 던진 사내가 손을 뻗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손 끝을 스치는 물건을 보며 사내가 그 물건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잡았...!'
순간 사내가 눈을 크게 떴다.
사내의 손에 거의 잡히기 직전이었던 물건이 그대로 미끄러져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것이다.
쨍그랑!
투명한 플라스크가 산산히 부숴지며 그 안에 들어있던 액체들이 사방을 향해 비산했다.
주변에 있던 복면의 사내들이 그 액체를 그대로 뒤집어쓴다.
"안돼!!!!!!!!!!!!!"
그 모습을 발견한 모건이 절망감에 고함쳤다.
5명의 복면 사내가 자신이 던진 액체를 뒤집어 쓰는 모습을 확인한 메이스가 한 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품 안에서 똑같은 모양의 플라스크를 5개나 더 꺼내 들었다.
씨익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메이스가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다.
[ 회색마녀의 이끼가 섞인 오래된 지하수]
"너 이새..."
이를 갈며 메이스를 돌아보던 모건이 순간 눈을 크게 뜬다.
"그... 그건..."
더듬더듬 말을 내뱉던 모건이 다시 언덕 아래로 시선을 돌렸고 마침내 메이스가 지금 막 꺼내 든 플라스크가 바닥에 떨어진 것과 같은 물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개자식...!"
휙!
모건을 제외하고 모든 복면 사내들이 언덕 아래로 내려간 것을 확인한 메이스가 손에 쥔 플라스크를 언덕 아래를 향해 던졌다.
"...!"
휙! 휙! 휙! 휙!
곧이어 손에 쥔 모든 플라스크를 언덕 아래를 향해 던지는 모습을 확인한 모건이 큰 소리로 외쳤다.
"피...피해라!!!"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메이스가 탄지의 힘을 실어 던진 플라스크는 복면 사내들이 미처 피할 틈도 없이 빠르게 바닥으로 떨어져 깨어져 나갔다.
"몸...몸이..."
플라스크 안의 내용물을 뒤집어 쓴 사내들이 몸을 움직이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무슨 짓을 한거냐!?"
이를 간 모건의 신형이 메이스를 향해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뭔지 볼래?"
씨익 웃은 메이스가 품 안에서 같은 플라스크를 하나 더 꺼내 모건을 향해 집어 던졌다.
"...!"
자신이 던진 플라스크를 몸을 날려 피하는 모건을 확인한 메이스가 재빨리 심장 한 켠을 움켜쥐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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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귓가를 때리는 시스템음에 씨익 미소지은 메이스가 목에 건 호므즈가의 팬던트를 매만지며 큰 소리로 외쳤다.
"소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