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구구구구궁
"으윽..."
땅거죽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하자 순간 중심을 잃은 메이스가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타닥.
하늘에서 내려선 시로가 하이네스를 잠시 관찰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녀석은 강하다"
"뭐...뭣...으악!"
결국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메이스가 미동도 없이 제자리에 서있는 시로를 올려다봤다.
"지금 내 상태로는... 이길 수 없다"
시로의 말에 메이스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
"...?"
"대(大) 호므즈가의 가신이 싸우기도 전에 쫄았냐!? 앙!?"
"..."
"마계 군주면 이해라도 하지. 저 자식은 그냥 군주 시다바리잖아. 쫄따구. 약한 소리할거야?"
"하! 너 따위 약골에게 이 따위 취급을 받고 있는 내가 한심하군"
"뭐라?"
"애초에 니놈이 강했다면 나도 본래 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찮은 니 능력 때문에 원래 능력의 10퍼센트도 채 발휘할 수 없는 내가 얼마나 답답한지 너는 아는가?"
"이...이..."
시로의 말에 메이스가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땅꼬마 새끼! 난쟁이 똥자루만한 새끼! 키만큼 간도 작은 새끼! 퉷, 퉷, 퉷!"
말을 마친 메이스가 바닥을 향해 침을 내뱉는 시늉을 하자 시로가 발끈했다.
"누가 땅꼬..."
쿠콰콰콰콰콰콰콰쾅!
"...!"
시로가 중얼거리던 그 때 두 사람의 사이로 시꺼먼 무엇인가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이윽고 바닥을 확인한 메이스가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메이스와 시로의 사이의 바닥이 일자로 깊게 파여 있었다.
"하찮은 벌레들아. 죽을 준비는 되었느냐?"
시꺼먼 광선을 쏘아보낸 하이네스가 흰자위 없는 검은 눈동자를 번들거리며 입을 열었다.
시로가 그런 하이네스에게 시선을 때지 않고 메이스를 향해 말한다.
"이봐"
"...?"
"마계의 군주와 계약을 맺은 놈에게 죽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나?"
시로의 물음에 메이스가 고개를 저었다.
"저놈의 손에 죽게 되면... 그 영혼은 저놈이 모시는 군주에게 바쳐질 것이고... 군주를 처치하지 않는 이상 그 영혼은 영원히 마계를 떠돌게 될 것이다. 물론 모험가인 너도 예외는 없어"
"...!"
시로의 말에 메이스가 눈을 크게 떴다.
"그... 그 말은..."
"영원히 저놈의 노예로 살아야 된다는 말이..."
"안돼!!!!!"
시로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메이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어떻게 얻은 신화등급인데...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여기서 개죽음이라니... 절대 안돼!'
속으로 중얼거린 메이스가 간절한 눈빛으로 시로를 바라본다.
"방법이 없을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잠시 뜸을 들이던 시로가 이내 대답하자 순간 메이스가 덥썩 시로의 두 손을 붙잡았다.
"뭔데!?"
"...일단 이 손은 놓고 얘기해라"
"아... 미안"
빠르게 떨어져 나가는 메이스를 보며 짐짓 헛기침을 한 시로가 말을 잇는다.
"시간이 없으니 간단하게 말하겠다"
하이네스의 손짓에 따라 하나, 둘 죽은 복면 사내들이 몸을 일으키는 것을 확인한 시로가 다급히 말한다.
"너도 예상했다시피 나는 인간이 아니다"
"...!"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시로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얘기하자 메이스에게 또 다른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 나는 의지만 남아 있는 영체(靈體). 가주님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그릇에 깃들어 있는 상태다"
"..."
"그리고... 이 그릇과 영체를 분리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그 말은..."
"지금부터 내 영체가 니 몸에 빙의(憑依)할 것이다"
"...!"
시로의 말에 메이스가 눈을 크게 뜨며 묻는다.
"내 몸을 쓰겠다는거야?"
메이스의 물음에 시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니가 내 영체의 힘을 빌려 쓰는 것이지"
말을 마친 시로가 주변을 둘러보자 완전히 몸을 일으킨 복면 사내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놈들을 죽여라! 브록스톤님의 충실한 병사들이여. 크하하하하하하"
하이네스가 광소를 터뜨리며 메이스와 시로를 가리키자 복면 사내들이 괴성을 지르며 돌진했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시간없다!"
다급한 목소리로 외친 시로가 메이스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다 댄다.
"...!"
순간 시로의 가슴 안으로 쑥하고 들어간 메이스의 손 끝에 뇌류가 흐르는 밝은 구슬이 딸려 나왔다.
파지직, 파직
"큭!"
손 끝을 타고 짜릿하게 흐르는 전류에 메이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어서 니 가슴 안으로 집어 넣어라!'
순간 머릿속을 울리는 시로의 목소리에 잠시 머뭇거리던 메이스가 이제는 코 앞까지 다가온 적들을 보며 급히 구슬을 가슴으로 가져다 댄다.
띠링!
[ 호므즈가의 10번 째 가주, 시로의 영체를 흡수합니다! ]
[ '뇌' 속성이 극대화됩니다! ]
[ 시로의 스킬을 일부 사용할 수 있습니다! ]
[ 시로의 능력치 일부를 잠시 빌려옵니다! ]
파지지직, 파지직
경쾌한 시스템음이 메이스의 귓가를 때림과 동시에 메이스의 검은색 머리칼이 백금발로 탈색되어가기 시작한다.
잠시 감았다 뜬 눈은 밝은 에메랄드 빛이 감돈다.
끊임없이 메이스의 주변에 맴돌던 뇌류가 일순 움직임을 멈췄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메이스의 함성과 동시에 뇌류들의 굉음을 내며 사방을 향해 폭사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순식간에 되살아난 복면사내들을 잿더미로 만든 메이스의 등 뒤로 전류가 흐르는 금빛 날개가 솟아난다.
파지직, 파직, 파지지지직
날개짓에 따라 일정하게 흐르는 전류를 바라보며 메이스가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니 정체가 대체 뭐지?"
하이네스의 말에 잠시 온 몸에 흐르는 전류를 만끽하던 메이스가 씨익 미소 짓는다.
"글쎄... 나도 이제 내 정체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지금 나랑 말장난 하자는 건가?"
미간을 찌푸리는 하이네스를 보며 메이스가 피식 웃는다.
"말장난? 너 따위랑?"
"하찮은 버러지놈이!"
메이스의 말에 흥분한 하이네스의 양 손으로 시꺼먼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죽어라!"
하이네스의 외침과 동시에 양 손을 떠난 검은 소용돌이가 메이스를 향해 뻗어 나갔다.
자신의 공격에도 그 자리에 오도카니 서 있는 메이스를 보며 하이네스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크하하하하하! 움직이지도 못..."
광소를 터뜨리던 하이네스가 순간 눈을 크게 뜬다.
꽈과과과과과과광!!!!!!
순식간에 뽑아 든 검 형태의 레드 티어즈로 날아오는 검은 소용돌이를 베어 내자 그대로 두 쪽으로 갈라진 소용돌이가 바닥과 충돌하며 굉음을 냈다.
"방금 뭐라고 했던가?"
말을 마친 메이스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으득
"버러지 새끼가..."
순간 힐긋 아래를 바라보던 하이네스가 낮은 웃음을 터뜨린다.
"크크크크크크크크크"
"뭐가 우습..."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빠르게 아래로 하강하는 하이네스를 보며 메이스가 급히 시선을 돌렸다.
"...!"
순간 눈을 크게 뜬 메이스가 큰 소리로 외친다.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