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혼돈의 입학식 (1)
“도련님…….”
“작작 울어, 작작.”
한 달이었다.
연회가 끝나고 한 달 뒤, 아이덴은 일리아나와 가바인 자작이 붙여준 호위와 함께 아카데미 입학을 위해 성도로 향했다.
아카데미 입구에서 훌쩍이는 일리아나의 모습에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직접 눈물을 닦아준 아이덴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그녀를 향해 작은 미소를 그려준 뒤에 호위 기사를 바라보았다.
“그럼 조심히 돌아가고.”
“예. 도련님도 조심하십시오.”
“조심히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아이덴이 자신을 힐끔힐끔 훔쳐보는 상급생들을 바라보다 피식 실소를 흘렸다.
“아무도 못 건드릴걸?”
“후후후. 그렇겠군요.”
더블 캐스팅을 사용할 수 있으며 왕위 계승을 포기했지만 3왕자의 친구라는 소문이 퍼진 상태였다.
호위 기사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일리아나와 함께 떠났고 홀로 남은 아이덴은 천천히 몸을 돌려 아카데미를 바라보았다.
“기사학부가 아니라 마법학부라…….”
과거와는 다른 선택으로 기사학부 학생으로 아카데미를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법학부 학생으로 아카데미에 들어간다.
피식 실소를 흘린 아이덴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입구 옆에 붙어있는 안내소 지도도 확인하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3년간 다녔던 아카데미였다.
길을 모를 리가 없었고 상급생들의 주목을 받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입학식이 치러지는 강단 안으로 들어가 조용히 입학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톡톡톡.
“누……. 저하?”
“하하하.”
어깨를 두들기는 누군가의 손짓으로 인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던 아이덴이 푸른 청발로 염색한 소년, 로이스 왕자를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행을 다니고 있을 로이스 왕자가 아카데미에 있으니 당황한 것이었지만 로이스 왕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던 친구가 놀라는 모습이 재밌었는지 웃음을 터트리고는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왕자가 아닌 클라우드 가문의 막내아들이자 아카데미에 입학한 로이든이네.”
“……신분을 감추고 아카데미에 들어오신 것입니까?”
“뭐, 왕실은 알고 있으니 완벽히 감춘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허, 한데 왜 아카데미에…….”
“재밌을 거 같아서 말이야.”
“……하, 하하.”
아이덴은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고 씩 미소를 그리며 그의 어깨에 팔을 올린 로이스가 전방을 바라보았다.
“친구. 잘 지내보세.”
“……예에.”
“존댓말 금지.”
“오야.”
“하하하하.”
진지한 표정과 함께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자마자 말을 놓는 아이덴을 바라보며 로이스 왕자가 또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로이스 왕자의 입학으로 인해 당황하는 상태에서 입학식을 치르고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드는 로이스 왕자와 헤어진 아이덴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교실로 향했다.
안내도 필요 없었다.
기사학부를 다녔지만 아카데미는 모두 꿰뚫고 있었기에 홀로 움직이던 아이덴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왕위를 포기했으니 상관은 없겠지만……. 미래가 바뀌니 당황할 수밖에 없구나.’
이미 마법학부를 선택하는 순간 미래가 바뀔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드르륵.
사사삭!
“괜히 보여주었군.”
알고 지낸 사람이 있었는지 교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자신을 바라보고 수군대는 동급생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쉰 아이덴이 창문과 가장 가까운 책상 앞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더블 캐스팅.
일부러 노리기는 했다.
재능이 있다는 것을 보인다면 좋은 미래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고 로이스 왕자와 더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 더블 캐스팅을 보여주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주목을 받게 할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던 아이덴이었다.
아무도 다가오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이 흐르고 다시 문이 열리며 노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데이바드.
아이덴에게 선택지를 주고 『고양이』라는 소설을 건네 상황 정리를 시켜준 마법학부 담당교수인 데이바드 교수였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칠판 앞에 멈춰 선 데이바드가 씩 미소를 그리며 주위를 둘러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마 나와 만난 학생들도 있겠지. 마법학부를 맡고 있는 데이바드라고 하네.”
“…….”
처음이어서 그런지 바로 침묵이 이어졌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인 데이바드 교수가 고개를 살짝 돌려 창문 옆에 자리하고 있는 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럼 일단 인사라도 나누지. 자네부터 친구들과 나에게 자기소개를 해 보게.”
“예!”
큰 소리로 대답한 소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데이바드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평민입니다. 알로인이라고 합니다.”
크라잉 아카데미는 왕실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인 만큼 귀족들만 입학할 수 있는 아카데미가 아니었다.
재능이 있다면 평민도 입학할 수 있는 아카데미였기에 평민 학생을 보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로 인해 파벌이 정해지고 계급 사회가 이어지는 것이지만…….’
교수들은 친구라고 했지만 아카데미는 계급 사회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귀족의 자제들은 가문의 작위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고 평민들은 귀족 자제들을 위해 심부름을 하고 명령을 받으며 아카데미에 다니는 것이었다.
“카이든 백작가의 차녀, 라일라라고 합니다.”
알로인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옆에 앉아있던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건네자 몇몇 소년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되었다.
바다와 같은 파랗고 긴 장발과 아름다운 외모가 사람들의 시선을 고정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덴은 아니었다.
신체는 열다섯이지만 서른의 정신력을 가진 그에게 앞뒤가 구분되지 않는 소녀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 않은 것이었다.
힐끔 라일라를 훔쳐보고 다시 창밖을 바라보던 아이덴이었고 한 사람, 한 사람씩 자기소개를 끝내자 그의 차례가 되었다.
“가바인 가문의 삼남인 아이덴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더블 캐스팅이라…….”
짧은 소개를 끝으로 자리에 앉는 순간 들려오는 작은 중얼거림을 따라 아이덴이 고개를 돌렸다.
앞에 앉아있던 숏컷이 인상적인 소년이 몸을 돌린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멋있냐?”
“……크크큭.”
담담한 표정과 함께 묻는 아이덴이 재밌었는지 작게 웃음을 터트린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
그렇게 학생들의 소개가 끝나는 순간 데이바드 교수가 싱긋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입학 첫날이니 정신이 없다보니 수업은 없으니 모두 안내를 받아 기숙사로 돌아가 짐을 정리하고……. 아이덴.”
“예.”
“자네는 잠시 남아주게.”
순간적으로 다시 한 번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아이덴은 그런 학생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학생들이 안내를 받아 교실을 빠져나가자 데이바드 교수는 입가에 그리고 있던 미소를 지우고 진지한 표정을 그렸다.
“누구에게 배웠는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
오히려 되묻는 아이덴을 빤히 쳐다보던 데이바드 교수가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부터 마법을 배우는 이들도 있으니 상관이 없네. 하지만 석 달 전만 해도 1서클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소년, 그것도 기사 가문의 소년이 1서클을 만들고 더블 캐스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가르침이 있었다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