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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나이트 레전드
작가 : 염탁근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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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화
작성일 : 16-07-12     조회 : 501     추천 : 0     분량 : 7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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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긴 어디지?”

 지고스는 방금전까지 죽음과 싸우던 때를 생각하며 자신의 몸에 생긴 변화에 의문을 가지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지고스, 이제 깨어났냐!”

 은빛 갑옷을 입은 기사 한 명이 지고스의 양 어깨를 꽉 잡았다.

 “카, 카논?”

 “그래, 나야. 하지만 그렇게 내 이름 하나만 달랑 부르면 안된다고.”

 카논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의 등뒤로는 수 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그들은 모두 의지에 찬 눈동자를 빛내며 지고스를 바라보았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어!”

 “정의는 항상 승리하는 법이지.”

 “모두를 위해 싸우는 거야!”

 “세계 평화를 위해 우리 같이 마왕을 무찌르자.”

 “그래, 함께 싸우는 거야. 우리들은 언제나 함께였잖아?”

 하나 둘 씩 함께 해왔던 동료들이 모습을 비췄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난 모든 사람들이 지고스의 곁에 나타났다.

 더 이상 용사에게 보호 받는 것이 아니라 용사와 함께 평화를 지켜나가겠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들…….”

 지고스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모두들 한가지 목적을 위해 제 몸도 아끼지 않고 모인 것이다.

 정의를 지키고 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겠다는 마음가짐. 그들은 용사와 같은 정의와 마음을 공유했다.

 “난 절대 혼자가 아니야.”

 지고스는 다시 일어섰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 소중한 동료들과 함께 말이다.

 “보았는가 마왕이여? 우린 결코 지지 않는다. 작은 힘이 하나 둘씩 모이면 그것은 산보다 더 크고 단단한 힘을 갖지. 세계엔 아직 정의의 편이 많이 남아있기에 그대는 결국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낯간지러운 소리를 잘도 하는구나. 내 한가지 묻건 데 너희들이 말하는 그 정의의 편의 기준은 무엇인가?”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던 갈시아가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지고스와 그의 동료들은 질문을 무시한 채 눈 앞의 쭉 뻗은 길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갔다.

 “결국 이번 끝도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단 말인가?”

 갈시아는 나직하게 혼잣말로 중얼거리고는 칠흑의 망토를 휘날리면서 지고스와 그의 동료들을 맞이했다.

 “이게 마지막이다! 악의 대마왕 갈시아 문 나이트 마스터!!“

 “아니, 마지막은 아니다. 이건 하나의 끝. 곧 새로운 하나의 시작이 될 것이야!“

 

 

 

 

 No. 1 - 남겨진 자들의 슬픔

 

 

 칠흑의 어둠 속에 커다란 침대의 실루엣이 어른거린다.

 침대 위에는 어린 소녀 하나가 두 눈을 꼭 감은 채 잠들어 있었다.

 검은 윤기가 흐르는 은발의 긴 머리를 양 어깨에 늘어 뜨렸고, 반쯤 감긴 눈동자는 금색으로 빛났다.

 청순하고 가련한 얼굴은 마치 조각을 해놓은 것처럼 아름다웠으며 귀티가 나보였다.

 체구는 작고 연약해 보이는게 꽉 안으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아버지…….”

 어느 순간 소녀는 잠에서 깨어났다. 소녀의 작은 입술이 천천히 움직이자 검은 촛대 위에 달린 푸른 불꽃이 소리없이 꺼졌다.

 어둠 속에서 살며시 눈을 뜬 소녀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언제나 볼 수 있는 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았다.

 소녀는 몸을 반쯤 일으켜 세우고 앉아 자기보다 더 큰 베개에 몸을 기대었다.

 얼굴엔 식은땀이 가득 흘렀고 마치 악몽이라도 꾼 듯이 안색은 창백했다.

 작고 가냘픈 손으로 이불을 꽉 잡자 구겨진 이불 위로 굵은 물방울이 하나 둘 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보고 싶어요…….”

 소녀는 머리 맡에 걸어 둔 아버지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눈물 흘렸다. 소리없이 주르륵 내리는 눈물이 소녀의 작은 손을 적셨다.

 돌아가신 부모를 그리워하는 자식의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은 법. 나이가 든 어른에게도 큰 슬픔인데 하물며 어린 아이에게는 어떻겠는가? 기껏해야 10대 초 중반 가량 밖에 되어 보이지 않은 어린 소녀가 자꾸 머리 속에 떠오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워 하며 눈물 흘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알시아님.”

 방 밖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시아 불린 소녀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손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방문을 열었다.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어리광 부리려 하지도 않았다.

 소녀는 다른 사람에게 보호 본능을 일으킬 정도로 작고 연약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강한 것 같았다. 외적인 것이 아닌 내적인 강함 말이다.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큰 키에 약간 마른 듯한 몸집. 턱시도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방문을 열고서 고개를 빼 꼼이 내놓은 알시아에게 허리를 굽히며 정중히 인사했다.

 검은 빛을 띈 하얀 머리를 단정하게 넘기고 에메랄드빛으로 촉촉이 빛나는 녹색 눈과 그 옆으로 보이는 두꺼운 외알 안경은 깨끗한 외모에 지성미를 더해주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띄운 그 남자가 알시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하지만 알시아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동안 빈 촛대들을 바라보았다.

 불꽃의 온기가 식어버린 빈 촛대가 알시아의 공허한 마음을 반영해주는 것 같았다.

 “꿈을 꿨어요, 패트릭.“

 알시아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눈처럼 새하얀 이불 위로 물기에 젖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알시아님…….”

 패트릭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편치 못했다.

 그는 한 가문의 2대를 섬긴 집사로서 그녀가 무슨 꿈을 꾸었는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벌써 몇 십년 동안 계속 된 악몽. 돌아가신 아버지이자 대마왕이라고 불렸던 갈시아에 대한 꿈이었다.

 갈시아 문 나이트 마스터. 칠흑의 왕이자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지배하는 자. 그는 누구보다 더 강했다.

 힘과 마력, 기품, 인덕. 지도자로서의 조건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마계에 사는 마족들 중 그를 경애하지 않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영원한 승자가 되지 못했다. 지상계의 시간으로 정확히 20년 전, 용사라고 자칭하는 무리와의 싸움에서 패해 죽음을 당한 것이다.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던 그의 신화가 깨졌다. 인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의 선택을 받은 용사가 마왕을 무찌른 것이 된다.

 마계의 마족들은 갈시아의 시신 조차 거두지 못했다.

 마계와는 멀리 떨어진 외지인 지상계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다른 마왕들과는 다르게 지상계에 흥미를 느낀 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것은 그를 다시는 마계에 돌아오지 못하는 고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만약 그때 그가 죽던 날 밤. 은빛 달이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다면 결코 이런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마왕은 마계에서 그 힘의 진가를 발휘하지만 지상계에선 그렇지 못했다.

 지상계에서 마계에서 만큼의 힘을 발휘하려면 그 마왕을 상징하는 힘의 심벌이 필요했다.

 갈시아는 그의 성인 문 나이트 마스터가 말해주듯이 달을 지배할 수 있는 마력을 가졌다. 그래서 그가 죽던 날 밤에는 달이 뜨지 않았었다.

 ‘후우…’

 패트릭은 알시아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마족의 패배보다 더 그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던 것은 갈시아의 죽음과 알시아의 슬퍼하는 모습이었다.

 ‘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갈시아의 죽음과 그가 서거한 날에 114 번째 생일을 맞이한 알시아. 생일 잔치에 앞서 그의 죽음을 통보 받은 그녀의 얼굴을 패트릭은 한시도 잊을 수 없었다.

 여린 얼굴에 균열처럼 번지던 슬픔. 그녀의 슬픔은 한번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다.

 “회의에 갈 시간이군요.”

 알시아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한발 앞으로 걸어왔다.

 짙은 어둠이 깔린 차가운 대리석 위로 신발을 찾고 있는 그녀를 위해 패트릭은 푸른 광구 하나를 만들어 공중에 살짝 띄웠다.

 광구의 푸른 불빛 아래로 소매가 긴 검은색 잠옷을 입은 알시아의 작은 몸뚱이가 보였다.

 ‘때와 시간은 너무 잔인한 것 같습니다.’

 패트릭은 측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보기에 알시아는 아직은 아직 너무 어렸다.

 원래대로라면 나이 많은 마족들에게 귀여움을 받으며 응석을 부릴 나이인데 그런 작은 행복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는 죽은 갈시아를 대신해 지난 20년 동안 성심 성의껏 마계를 위해 일했다.

 어린 그녀에게 있어 가혹하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나름대로 힘차게 살아갔다.

 같은 나이대의 마족들이 각 차원을 넘나드며 한창 놀고 있을 때 알시아는 자기보다 나이가 몇 백살은 더 많은 고위 마족들과 회의를 나누었다.

 그런 만큼 예의가 바르고 차분하며 침착했지만 그 나이 또래 아이와는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 어른스러웠다.

 선천적으로 착하고 순수한 감성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제위 당시에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그 갭을 피땀어린 노력으로 극복하고, 높은 명성과 공적을 쌓아 마계 마족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얻었지만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알시아는 마계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따르는 신하가 거의 없었다.

 아버지인 갈시아가 이루어 논 것을 지키기 위해 힘쓰는 동안 인재 등용에 소흘히 했던 것이다.

 갈시아가 죽은 후 뿔뿔이 흩어진 신하들 중에 유일하게 그녀 곁에 남은 건 패트릭 하나뿐이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패트릭이 혼자서 열 사람 몫을 할 정도로 유능한 신하라는 것이다.

 그는 그녀를 지금의 위치에 있게끔 한 장본인이다. 군주 본인의 노력과 유능한 신하의 조언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었다.

 진짜 큰 문제는 선왕인 갈시아의 빈 자리가 너무나 컸다는 점이다.

 그는 패트릭에게는 훌륭한 왕이었고, 알시아에게는 좋은 아버지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이미 고인이 된 갈시아를 쉽게 잊지 못했다.

 마족에게 있어서 슬픔은 나약한 감정.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왜냐하면 마족들도 육친과 군신에 대한 감정을 알고 최소한의 정도를 지켰기 때문이다.

 ‘갈시아 폐하. 달을 볼 때면 당신이 생각납니다. 저희 마족들과 알시아님의 등불이 되어 주시던 당신의 모습이 말입니다.’

 패트릭은 잠깐 동안 머리 속에 갈시아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그런데 벌써 마음이 미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알시아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녀와 그는 똑같은 슬픔을 나누었다. 서로 모르게 말이다.

 ‘죄송합니다, 알시아님.’

 패트릭은 알시아의 귀에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갈시아의 죽음이 꼭 자기 잘못같고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괜시리 그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패트릭. 전 정말 괜찮아요.”

 알시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나 그의 걱정하는 마음을 꿰뚫어 보는듯 하지만 여전히 힘이 없었다.

 그럴 때면 으례 패트릭도 마음이 약해지게 된다.

 억지로 힘을 내려하는게 눈에 보일 때는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커져 자연히 고개가 수그러들기 마련이다.

 “잠옷 차림으로 회의에 나갈 수는 없어요. 제 옷 좀 꺼내주시겠어요?“

 알시아의 말이 떨어지기 전에 패트릭이 옷을 건네주었다.

 그녀가 회의에 가야할 시간을 체크해 두었기 때문에 입고 갈 옷을 미리 준비해 둔 것이다.

 준비성이 철저한 패트릭 덕분에 알시아는 무슨 일을 하던 큰 걱정이 없었다.

 “이 복장은 간편해서 좋은 것 같아요.”

 패트릭으로부터 회의복을 받은 알시아가 한마디 했다.

 회의에 입고 갈 옷은 신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검은 로브 하나로 통일되었다.

 “그리고 답답할 것 같으면서도 이외로 편해요.”

 안에다 무엇을 입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약이 없어서 그녀는 잠옷을 입은 상태로 그 위에 로브를 껴입었다.

 잠옷이라고 하는 것도 외출복으로 겸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외견과 질이 좋았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예, 고마워요. 패트릭.”

 알시아가 옷을 갈아 입은 동안 패트릭은 자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일단은 왕과 신하의 관계이기 때문에 옷 갈아입을 때 곁에 있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고 이성적으로 보아도 그리 올바른 일은 아니지만 그는 그녀가 태어난 모습을 보았고 지금까지 쭉 곁에 있어 주었다.

 따라서 알시아로서는 옷갈아 입는데 그가 같이 있어도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고, 패트릭 또한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본직은 집사지만 어머니를 일찍 여읜 알시아의 보모 역할도 해주었다.

 그래서 알시아는 패트릭을 집사이기 이전에 친구이자 오빠, 보모(?)정도로 생각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언제나처럼 같은 시간에 돌아올꺼에요. 그동안 제가 처리해야할 일이 적힌 서류 좀 정리해주세요.”

 알시아도 명색이 마왕인지라 놀고 먹는 건 아니었다.

 마계의 대마왕에게 지시받은 명령을 수행하는 공적인 일과 자신이 소유한 지역의 내정을 맡는 사적인 일까지 해야할 일이 참 많았다.

 “그럼 다녀올게요.”

 모든 준비를 끝마친 알시아는 패트릭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섰다.

 패트릭은 문 밖까지 배웅해 주었지만 회의실까지는 따라가지는 않았다.

 회의실 근처는 아무나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알시아님.”

 패트릭은 알시아가 어둠이 내리 깔린 복도의 저편으로 사라지기 전에 인사말을 던졌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돌려 빙긋 웃더니 이내 어둠 속으로 녹아 들어갔다.

 차가운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복도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어둠이 점거하고 있지만 알시아는 익숙하게 평소의 보폭을 유지하며 걸어갔다.

 회의실로 가는 길을 외워두고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원래 마족에게는 어둠이 시야에 장애를 주지는 않았다.

 원래 마계 자체가 어둡고 음습한 곳이기 때문에 마계 마족은 태어날 적부터 기본적으로 암흑 시야 능력를 갖게 되었다.

 “제 방하고 가까운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알시아가 회의실 앞에 도착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회의실은 그녀의 방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곳 역시 방금 지나온 복도처럼 어둡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기묘한 문장을 새긴 철문의 실루엣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후우… 이제 들어갑니다.”

 알시아는 심호흡을 한번하고 철문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철문의 손잡이를 돌린 다음 살짝 밀어 젖혔다. 철문이 천천히 열리자 그 안에 있던 또 다른 어둠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의실 안의 어둠 속에서는 보라색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불꽃은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있고, 그 불꽃의 원 안에는 검은 로브를 입은 자들이 둥근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있다.

 그들은 마계를 지배하는 12 마왕들이었다. 알시아를 포함해 총 13 명으로 마계의 각 지역을 통치하는 13 마왕이라고도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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