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나는 로맨스를 원하지 않는다
작가 : Gwan
작품등록일 : 2017.6.5
  첫회보기
 
1 - 1. 한 번 입 밖으로 나온 것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작성일 : 17-06-08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4429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왜 대답해주지 않는 건가요?“

 

 이 녀석···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날 따라 들어오다니···.

 

 피로라는 옷을 걸친 나는 거실소파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녀석은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아 의미심장한 시선을 내게 쏘아붙인다.

 

 “착각하지 마··· 넌 날 사랑하는 게 아니야. 강간당할뻔한 널 우연히 지나가던 사람이 구해준 거고, 넌 그 사람을 영웅처럼 동경하는 거뿐이야.“

 

 나는 그 시선에 눈을 돌리며 녀석의 삐뚤어진 마음을 정정했다.

 

 “아니에요! 아무리 영이 씨라고 해도 제 마음을 단정 짖는 짓은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단순히 절 구해줬다고 해서 영이 씨를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영이 씨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제 곁에 있어 준다고 말했을 때··· 저는 너무 행복했어요. 항상 불행한 일만 있던 저에게 당신이라는 행운이 찾아왔다고 생각했단 말이에요···! 저는 영이 씨의 상냥함에 반한 거예요! 그러니···.“

 

 “웃기지 마! 그걸 착각이라고 하는 거야! 내가 언제 네 곁에 있어 준다고 말했냐?!“

 

 “저는 분명히 들었는걸요···. 영이 씨가 제 「아무도」가 되어 주신다고 한 말···.“

 

 “어이, 멋대로 의미부여 하지 말란 말이야! 「아무도」라는 건 말 그대로 아무도 라는 거다. 머나먼 친척, 오다가다 한 번씩 마주치는 이웃주민. 내가 말한 「아무도」란 이런 거였다고. 네 연인이라거나 친구라거나 가족이라거나가 아니라!“

 

 “···츤데레.“

 

 뭔 데레? 내가 잘못 들었나?

 

 녀석은 재수 없을 정도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영이 씨가 애정표현이 서툴 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답니다.“

 

 아, 나도 모르게 또 눈이 가버리고 말았다.

 

 “아니라고! 선의를 호의로 착각하지 마, 이 망할 여자야!“

 

 “선, 선의만으로는··· 남의 오··· 더러운 몸을 업어 자기 집으로 데려와 씻기고, 갈아입히고, 재우진 않아요!“

 

 “내가 미쳤다고 널 씻기겠냐? 그건 별이가 한 거잖아, 내가 아니라! 널 욕실로 데려가 씻긴 것도, 자기 옷으로 갈아입힌 것도, 맛없는 밥을 차려 먹인 것도, 자기 침대에 재운 것도, 전부 별이가 한 거라고!“

 

 “모르는 여자 때문에 불쾌해하는 별이 씨에게 부탁한건 영이 씨잖아요.“

 

 “그래! 나는 내가 한 일은 말만 한 거라고! 걱정 끼친 것도 모자라 너 때문에 잔뜩 화가 난 별이를 설득한 거뿐이라고! 그러니까 네가 호의를 가져야 할 상대는 내가 아니라 별이라고.“

 

 “···물론, 저는 별이 씨도 좋아해요···. 하지만 그 감정은 영이 씨와는 다른 감정인 걸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전 영이 씨의 서툰 상냥함이 좋아요. 그때 일로 만난 게 아니라, 길 가다 우연히 처음 마주쳤다면 영이 씨의 외모에 먼저 반했겠지만···.“

 

 하아··· 정말 피곤한 여자다···.

 

 이 녀석이 집에 올 때마다 안 좋은 쪽으로 일이 복잡하게 엮여버리니까, 대충 얼버무리고 돌려보내는 게 좋겠다.

 

 “그래, 알았어. 나를 좋아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사양하지. 이제 볼일 끝났지? 별이가 오기 전에 돌아가도록 해. 워이워이.“

 

 거절과 함께 양손을 팔랑이는 건 덤.

 

 “그, 그렇게 설렁설렁하게 넘기지 마세요! 저, 저는 영이 씨가 진심으로 답변해줄 때까지 여기 있을 거예요.“

 

 진짜 피곤해서 미칠 것 같다!! 그때의 난 뭐 하러 이딴 녀석을 동정한 거냐!

 

 “그, 그리고 말이죠···. 진심으로 답변하시면··· 제 몸, 마음대로 쓰실 수 있어요···.“

 

 “어? 뭘 써?“

 

 내가 물음을 구하는 것과 동시에 녀석이 자신의 긴 다리를 이용해 나에게 엉켜들었다.

 

 “무, 무슨 짓이야?!“

 

 녀석의 검은색 스타킹에 감싸인 매혹적인 다리가 내 복부 주변을 감싸고, 내 목에는 자신의 하얗고 가는 팔을 둘러맨다.

 

 유혹하듯이 교태어린 행동 거짓과 예쁜 얼굴에서 돋보이는 촉촉하게 젖은 갈색 빛 눈망울···.

 

 “저··· 저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요. 영이 씨가 원하는 거 전부···. 영이 씨가 제게 말하셨죠···.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모두 부서지고 결국엔 사라진다」라고···. 하지만, 하지만 제 마음은 당신 곁에서 부서져 사라지지 않아요. 영원히 당신 곁에서,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제 몸과 마음은 전부 영이 씨 거예요··· 「영원히」···.“

 

 「영원히」라···.

 

 「영원히」라는 건 거짓이다. 분명 거짓일 텐데··· 왜 이렇게 달콤하게 들리는 걸까?

 

 누군가가 영원히 내 곁에 있어 준다. 영원히 내 것으로···.

 

 녀석의 달콤한 거짓말이 내 정신을 삼키고 지배한다.

 

 어느샌가 내 앞에서 김설은 자신의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그 행동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것에 응하면 내가 어떻게 변할지··· 나는 알고 있다.

 

 잘 알고 있지만, 거부할 수가 없다.

 

 「영원히」 그 말이 이미 날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천히 그녀의 얼굴에 다가갈수록 거리는 가까워졌고, 가까워지면 질수록 나는 그녀의 숨결을 더욱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젠 틀렸다. 나는―.

 

 “잠깐!!!!“

 

 뭐, 뭐야?!!

 

 귀를 찢을듯한 큰 울림이 내 의식을 재 각성시켰다.

 

 나는 허둥지둥 현관 쪽을 응시했다.

 

 그랬더니··· 역시나 역시―.

 

 “별아··· 학생회의는 어쩌고···?“

 

 왠지 무언가 나쁜 짓을 하던 중에 들킨 것만 같아 기분이 이상하다.

 

 우리를 향한 별이의 눈매는 평소 이상으로 날카로워졌기에, 사나워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김설을 노려보고 나를 노려볼 때는 찌릿하고 효과음이 동반되는 것만 같았다.

 

 “취소됐다, 어쩔래!”

 

 “별, 별아?!”

 

 현관에서, 별이가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 암캐 년이 또 내 동생한테 꼬릴 치는 거냐!!“

 

 소파 바로 앞에 선 별이가 김설을 향해 거칠게 소리쳤다.

 

 암캐라는 걸 봐서는 지금 이 상황에서 모든 비난은 「김설」에게로 향한 듯하다.

 

 “영이가 조금 특별 대우해줬다고 그런 빈약한 몸으로 유혹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이 망할 걸레야!!“

 

 별이 씨? 말이 너무 심한 게···.

 

 “전 그런 게 아니에요! 영이 씨가 구해주셔서 아직 깨끗한 몸이란 말이에요! 그, 그리고 전··· 빈약하지 않아요···! 별이 씨 같은 지방덩어리가 달리지 않았을 뿐이랍니다.“

 

 이 녀석?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이 썩을··· 암캐··· 년이···!“

 

 “중얼거리지 마시고 또박또박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 방. 덩. 어. 리. 씨.“

 

 “지, 지, 지방···.“

 

 별이가 주먹을 꽉 쥔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가면 같은 상냥함 덕분에 많은 이들에게 동경 받고 있는 별이에게··· 이처럼 대놓고 헐뜯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만 알고 있는 별이 녀석의 다혈질이 폭발하기 전에 말려야겠는 걸···.

 

 “별, 일단 그만하고···.“

 

 “영이 넌 빠져!!!“

 

 “······.“

 

 뭐, 뭐야··· 저 날카롭기 그지없는 눈빛···. 시원함을 넘어보는 것만으로 동사할 거 같잖아!

 

 “영이 씨, 오늘이야말로 별이 씨와 결판을 내야 하니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아 참, 그동안은 무료하실 테니··· 제 몸을 어떻게 사용하실 지 고민하고 있어 주세요.“

 

 김설이 내 뺨을 자신의 손으로 감싼 채 작게 미소 지었다. 갈색 눈이 날카롭게 이글거리고 있지만 않으면 충분히 예쁘고 온화해 보일 텐데···.

 

 ···이 여자도 만만치 않네.

 

 “왜! 처 기분 나쁘게 생글생글 웃는 건데?! 그리고 그 말투는 뭐야? 어째서 네가 영이에게 중요한 무언가라도 된다는 투로 말하는 건데!“

 

 “누구누구 씨가 방해만 안 했어도~ 전 분명 영이 씨에게 중요한 무언가가 되었을 텐데~“

 

 “너, 너 같은 게··· 감히···!“

 

 드디어 폭발 바로 직전까지 온 모양이다. 별이가 아까보다 더 격렬하게 몸을 떨었다.

 

 하아··· 나만 고생이네···.

 

 “그 천한 몸뚱어리를 얌전히 강간이나 당할 것이지, 뭣 한다고 우리 영이를 끌어들인 거야!“

 

 “말이 좀 심하신 거 아닌가요? 별이 씨야말로 가슴에 달린 그 자랑스러운 지방덩어리로 길 가는 사람을 유혹해보시는 건 어떤가요?“

 

 ···둘 다 한 인성하는군. 말들이 아주 얼굴값보다 더하잖아.

 

 “말 다했냐!“

 

 “별이 씨야말로 말 다하셨나요?!“

 

 짝!

 

 양손바닥이 마주하는 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진다.

 

 내가 쳐서 낸 소리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컸기에 살짝 당황스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덕분이랄까?

 

 그와 동시에 무섭게 노려보는 두 명분의 시선 덕분에 곧바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둘 다 그만해.“

 

 이것들아, 눈에서 레이저 나오겠다···.

 

 “그렇게 심하게 말다툼하지 않고도 좋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잖아.“

 

 “너랑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좋게 해결해!“

 

 “맞아요. 영이 씨가 아니면 이렇게 제가 흥분할 일도 없어요!“

 

 이 녀석들 사실은 친한 거 아니야?

 

 “시끄러워! 어쨌든 내 집에서 계속 싸울 거면 나가서 하란 말이야! 난 감정 앞세워서 말다툼하라고 너흴 집에 들인 게 아니야!“

 

 “영아··· 하, 하지만···.“

 

 “별, 이 일은 나중에 따로 얘기해. 그리고 김설, 곧 있으면 해가 질 거야. 바래다줄 테니 그 전에 돌아가는 게 좋겠어.“

 

 밤늦게 돌아다니면 위험하니까.

 

 “자, 가자. 데려다줄게.“

 

 “잠, 잠깐만요!“

 

 그것은 내가 김설의 손목을 잡고 일어나려는 순간이었다.

 

 “저··· 저 이제··· 돌아갈 곳이 없어요···.“

 

 아아, 이건 분명 운명의 장난일 것이다. 갈색 빛 도는, 그런 장난질···.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37 1 - 5. 기다림이 길수록 애틋함은 강해진다 7/21 288 0
36 1 - 5. 기다림이 길수록 애틋함은 강해진다 7/17 314 0
35 1 - 5. 기다림이 길수록 애틋함은 강해진다 7/17 286 0
34 1 - 5. 기다림이 길수록 애틋함은 강해진다 7/14 299 0
33 1 - 5. 기다림이 길수록 애틋함은 강해진다 7/12 264 0
32 1 - 4. 시간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7/8 311 0
31 1 - 4. 시간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7/6 307 0
30 1 - 4. 시간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7/6 283 0
29 1 - 4. 시간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7/3 303 0
28 1 - 4. 시간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7/3 324 0
27 1 - 4. 시간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7/3 343 0
26 1 - 4. 시간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7/3 304 0
25 1 - 4. 시간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7/3 327 0
24 1 - 4. 시간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7/3 306 0
23 1 - 3. 상실감은 새로운 것으로 씻어버리면 된… 6/29 309 0
22 1 - 3. 상실감은 새로운 것으로 씻어버리면 된… 6/29 314 0
21 1 - 3. 상실감은 새로운 것으로 씻어버리면 된… 6/26 313 0
20 1 - 3. 상실감은 새로운 것으로 씻어버리면 된… 6/25 323 0
19 1 - 3. 상실감은 새로운 것으로 씻어버리면 된… 6/24 318 0
18 1 - 3. 상실감은 새로운 것으로 씻어버리면 된… 6/22 313 0
17 1 - 3. 상실감은 새로운 것으로 씻어버리면 된… 6/21 290 0
16 1 - 3. 상실감은 새로운 것으로 씻어버리면 된… 6/20 298 0
15 1 - 3. 상실감은 새로운 것으로 씻어버리면 된… 6/19 310 0
14 1 - 2. 감정이 앞서도 되는 걸까 6/19 281 0
13 1 - 2. 감정이 앞서도 되는 걸까 6/17 310 0
12 1 - 2. 감정이 앞서도 되는 걸까 6/16 309 0
11 1 - 2. 감정이 앞서도 되는 걸까 6/14 327 0
10 1 - 2. 감정이 앞서도 되는 걸까 6/13 287 0
9 1 - 2. 감정이 앞서도 되는 걸까 6/12 334 0
8 1 - 2. 감정이 앞서도 되는 걸까 6/11 311 0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