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에든 쇼핑백을 내팽개치고는 안방을 향해 뛰어들었다.
“영이 씨! 발밑 조심하세요!“
달려가면서, 믿지도 않는 신을 향해 기도했다.
제발··· 이 문을 열었을 때··· 별이가 무사히 있기를···.
“별, 별아!“
“영이 왔네···.“
별이다! 별이가 있다!
별이는 자신의 다리를 끌어안은 채 바닥에 웅크려 앉아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불안할 정도로 떨려보였다. 그리고 떨림 탓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이―.
“영이 씨! 괜찮으세요?!“
나보다 한 박자 늦게 김설이 안방으로 들어왔다.
“별이 씨!“
하지만 입구에서 단단히 굳어있는 나완 달리, 김설은 별이 쪽으로 달려갔다.
“어디 봐요! 괜찮으세요? 다친 곳은!“
“호들갑 떨지 마. 상처 하나 없으니까··· 조금 놀랐을 뿐이야.“
“그래도, 그래도!“
“에잇! 저리 치워. 날 만질 수 있는 건 「내 동생」뿐이야!“
다급해 하는 김설의 손길을 별이가 거칠게 만류한다.
“그보다 네 걱정이나 해! ···택배기사인 줄 알았는데··· 양아치들 수준하고는···.“
“네? 그게 무슨···.“
“너희 엄마 빛 말이야. 두 번 빌려놓고 한 번만 갚았다나 뭐라나. 가축이 짖길래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려서··· 기억이 잘 안 나네.“
“그, 그럴 리가! 두 번이라뇨! 그 사람들은 할머니한테 그런 소리를 한 적이 없는데···.“
“돈 장사 하는 놈들이 사기까지 쳤나 보지 뭐.“
“어, 얼마나··· 얼마나 더 갚아야 하나요···?“
“삼천만원이라던가?“
“그··· 그런··· 진···짜··· 개··· 같네요···. 할머니가 남기신 걸 몽땅 뺏어간 주제에···.“
“뭐야? 너 우는 거야? 몸 파는 걸레들은 그 정도 돈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아?“
“저, 전 그런 사람 아니에요! 할머니가 소중히 길러주신 몸이란 말이에요! 그런 짓은 절대 안 해요···!“
“흐음, 그러면서 내 동생한테는 꼬리를 쳤단 말이지···. 뭐 그래, 어차피 몸 팔아도 다음 주 월요일까진 못 갚겠지만.“
“네? 다음 주···?“
“···책임전가라고···. 걔네들이 감히 우리 집을 부수고 방 안에까지 들어오려고 하길래··· 월요일까지 줄 테니까 꺼지라고 했어.“
“그, 그럼··· 다··· 다 저 때문이군요···.“
“···그런 셈이지. 그러니··· 그러니까··· 넌 그만 이 집에서 나가. 나가서 자책을 하던 걔네한테 몸을 팔든 알아서 해. 너로 인해, 우리 집에 그 새끼들이 다시 오면··· 넌 내 손에 죽어···!“
“···네. 이건 제 일이니까··· 제가 나가는 게 옳아요···.“
김설이 나를 향해 돌아섰다.
잠깐 마주친 눈에는 또렷하게 눈물이 고여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확인할 겨를도 없이, 김설은 최대한 고개를 숙이며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고했다.
“죄송합니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항상 폐만 끼쳐서···. 행복할 줄 알았는데··· 제겐 너무 과분한 행복이었습니다···.”
김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말하는 도중 눈물을 머금는 소리가 자옥하게 들려왔다.
“저 때문에 영이 씨와 별이 씨가 다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절대, 절대 그런 일이 없어도 하겠습니다. 거실에 어질러진 것들만 치우고 나가겠습니다···.“
고개를 들어도, 김설의 얼굴은 내게 보이지 않았다. 녀석은 마치 일부로 내게 얼굴을 보이지 않는 것만 같았다.
나는 김설의 그런 행동이 싫었고, 이상할 정도로 화가 났다.
그래서일까?
나는 휘청거리듯 밖으로 나가려는 김설을 붙잡았다.
“놔 주세요···. 더 이상···.“
“김설!!“
뭔가, 뭔가가 안에서 폭발한 듯, 나는 김설을 어깨를 부여잡고 외쳤다.
“10분! 10분만 저쪽 방가서 닥치고 울고 있어! 10분 뒤에 내가 방에 들어갈 거고, 널 끌어안고 달래줄 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마!“
그것은 억지스럽고 이기적이며, 명령하는듯한 외침이었다.
하지만 이 외침은 김설의 얼굴을 내게 보여주었고, 그녀가 떨리는 눈으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또렷하게 전달해주었다.
그렇게 김설을 내보낸 후, 나는 이곳에 있는 모든 빛을 차단했다.
지금 이 어둠 속엔 별이와 나만이 남겨졌다.
10분··· 10분만···.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머릿속이 제멋대로 10분짜리 타이머를 작동시킨다. 그리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내 이성이 미칠 듯이 별이를 갈망했다.
“별아···.“
“날 만지고 싶어 미치겠지, 영아?“
나는 마치 먹이를 눈앞에 둔 개가 된 것처럼 헐떡이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불가항력적인 본능이다.
“그래, 이리와··· 나의 영아.“
눈에 익은 어둠이 별이가 두 손을 활짝 벌린 채 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날 욕정 시키듯 별이에게로 뛰어가게 만들었다.
“괜, 괜찮은 거 맞지? 그렇지? 아, 아픈 곳 없지? 아프면 안 돼? 너, 넌, 넌 아프면 안 돼. 안 되는 거야···. 아프면! 넌···! 넌 절대 아프면 안 돼···.“
“흐음~! 오랜만이네···. 오랜만이야··· 네가 날 꿰뚫듯 노려보는 그 눈빛. 그 눈이 날 원한다고 말하고 있어. 역시 내 동생이 날 원한다고 말이지.“
나는 별이의 손을 낚아채 내 뺨에 사정없이 비볐다. 그것으로 헐떡이는 것을 안정시키듯 자신을 안심시켰다.
“···어떤 새끼가 널 때리진 않았지?“
“응. 그 녀석들은 날 때리지 않았어. 그치만··· 「유리가 깨지면서 발등이 살짝 긁힌 것 같아」라고 말하면··· 어떻게 할 거야?“
별이가 내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마치 그곳으로 인도 하듯이···.
나는 곧바로 별이의 발을 핥았다. 입속에 머금기도 하며 계속해서 핥았다.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숨이 달콤해질 때까지··· 핥고, 핥고, 또 핥았다.
“하아···. 앗···! 하읏···! 내 동생이 내 발을 핥을 줄이야···. 이렇게 까지 날 걱정해주는구나···. 하지만··· 땡이야. 아마 다친 쪽은 왼발이었을 거야···.”
내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쥔 별이가··· 나를 내려다보며 혀끝으로 자신의 입술을 훑었다.
“어쩔래··· 여기도 핥을래?“
전자음으로 흘러가는 머릿속의 시간은 이미 절반가까이 지나있었다.
나는 6분이라는 시간을 할애해 막대사탕을 핥았다. 교태어린 뜨거운 한숨이 내 귓가에 박힐 동안에도, 나는 그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걱정이라는 것이 폭발해 만들어진 과잉증세는 마치 나에게만 듣는 마약과도 같았다.
아마도, 나는 지금 할짝할짝 뜯어진 참치 캔에 코를 박은 길고양일 것이다.
“그만, 그만.“
10분이라는 시간 안에 갇힌 나에겐 별이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왜? 아팠어?“
“아니, 전혀 아프지 않았어. 오히려 하루 종일 이러고 있어도 좋은 느낌이었어.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잖아? 다른 것도 해야지··· 안 그래?“
“그, 그래···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아. 아니, 그래야만 해, 꼭···.“
내 입이 뭐라고 떠들어대는지··· 영 알다가도 모르겠다.
“걔네들이 내게 했을 짓···. 영아, 나한테 물어봐야지?“
“아, 그래··· 알았어.“
별이는 내게 명령했고, 동시에 날 유혹했다.
“어떤 새끼가··· 널 만지진 않았어?“
“흐음, 그게 궁금했구나···. 옳지, 잘했어. 머릴 쓰다듬어줄 테니··· 가만히 있어봐 봐.“
별이가 매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지어 뜯는가 싶었던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 상을 받으며, 마주치는 눈동자엔 침을 흘리는 내 얼굴이 비쳐지고 있었다.
“궁금해···.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아. 그 새끼들이 네게 무슨 짓을 했을 것만 같아!“
“그랬어구나. 제대로··· 궁금했구나···. 다행이다···. 걔네는 날 털끝만큼도 건들지 않았어. 뭐, 내가 김설처럼 걔네한테 갚아야할 빛이 있었다면··· 지금쯤 열심히 윤간당하고 있었겠지만.“
별이는 내가 자극받길 원했다.
“진짜, 진짜지?! 아, 아무도 널 만지지 않았지?“
더욱 더··· 나를 어두운 심연으로 밀어 넣기 위해···.
“응···. 하지만··· 대신이라고 할까? 「날 더러운 눈으로 쳐다보더라고··· 그리고 그건 길가에서 흔히 느껴지는 그런 시선이었어. 내 가슴을 만지는듯한, 욕정어린 눈빛···」 이렇게, 내가 이렇게 말하면··· 내 영이는 어떻게 할 거야?“
안 된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건 옳지 않은데···. 이런 짓 다신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을 텐데···.
나는 별이의 가슴께에 손을 뻗어 그 풍만한 것을 거칠게 확인했다.
익숙하디 익숙했던 그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우리가 성장했음을 그것이 나타내주었다.
“···쌔게 지면 안 돼! 부드럽게 해야지? 그래··· 그렇게···. 으응···. 어때, 꽤 크지? 유치원 때나 초등학교 때는 만져봤자 별로 잡히는 게 없었잖아? 앞으로도 그때처럼 해주면 좋을 텐데···. 영이 네가 그때 같은 건··· 이제 내게 해주지 않으니까···! 그 암캐한테 고마워해야겠다···. 네가 날 걱정하게 만들었으니까.“
“···넌 아무도 만지면 안 되니까···.“
“그래···. 「내 동생」이외엔 절대···. 근데 있잖아···. 이제 내게 키스해야하지 않아···? 「내 어릴 적 동생」은 내게 종종 키스했었을 텐데?“
어릴 적 동생···.
별이는 왜 그렇게나 그것들에 집착했던 걸까?
별이는 그것을 놀이라고 말했다. 소꿉친구들끼리의··· 빠질 수 없는 놀이.
그때의 나는 순진했고, 빠른 년생인 나보다 한 살 많은 별이를 누나처럼 따랐다.
그래서, 별이의 말이면 뭐든 했다.
핥으라면 핥았고, 만지라면 만졌다. 때때론 별이가 핥아주기도 했고 만져주기도 했다.
언제나··· 별이는 그 행위 도중 내게 입맞춤을 요구했다.
「꿀처럼 단맛이 날 거야」라고 별이가 말했지만··· 나는 그 입맞춤에서 한줌의 달콤함도 느낄 수 없었다.
“···너의 그 슬픈 표정··· 싫다.“
그것은 내가 별이의 입술에 내 입술을 겹치기 직전의 순간이었다.
“자, 10분 다됐어. 암캐가 거실을 다 때려 부수기 전에 말리로 가.“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피하는 별이.
“괜찮아?“
덕분에 의식이 조금 또렷해지는 것 같았다. 마주치 않은 시선 속에서, 내가 별이에게 물었다.
“그래. 오랜만이지만··· 여기까지만 하려고.“
그렇게 말하며 별이가 떨어진 브래지어 주워들고 후크를 다시 채우기 시작했다. 나는 그 선정적인 모습을 피하듯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