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겨우 울음을 그치는 것과 동시에 떨림을 멈춘 김설.
녀석의 손안에는 이제 가위가 아닌 정상적으로 포비돈요오드(빨간약)이 들려있다.
어차피 바르진 못하지만.
“혹시··· 이나연 번호 알아?“
“아, 네. 오늘 나연 언니가 가르쳐주셨어요. 영이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하라고···.“
지금이 그 무슨 일이다.
“잘됐네. 그 여잘 불러줘.“
“그치만··· 나연 언니 전공은 정신과인데요?“
“이나연한텐 그딴 거 없어. 그 여자··· 재수 없을 정도로 천재라서 만능이거든. 말투를 멍청하게 하는 건 단순한 컨셉이야. 자신의 귀여움을 어필하려는 목적이지.“
“와아··· 나연 언니를 칭찬하시는 건지 아니면 험담 하시는 건지···.“
미쳤냐? 내가 이나연을 왜 칭찬해?
“근, 근데··· 나연 언니는 저 보다 영이 씨 전화를 더 반가워하실 텐데···.“
“그러니까! 네가 잘하는 호들갑 좀 떨어. 내가 전화해서 아프니까 와 달라고 하면··· 왠지 내가 그 여자를 찾은 거 같고 필요해하는 거 같잖아.“
그 여자가 생색내면서 나에게 뭘 요구할지도 모르고···.
“츤츤이 아니라 틱틱이시네요···.“
“부르기나 해!“
“네? 저··· 휴대폰 없는데요?“
아, 맞다. 이 녀석 휴대폰 같은 건 만져본 적 없는 원시인이었지···.
“하아··· 통화하는 게 너라고 해도··· 결국엔 내가 부르는 거네···.“
“원래라면 둘 다 영이 씨지만요···.“
시끄러 인마!
김설에게 내 스마트폰을 건넨 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 잠깐?! 괜찮으세요? 그냥 앉아계시는 게···.“
내 돌발행동에 호들갑을 떠는 김설.
“당연히 안 괜찮지! 잠깐 할 일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어.“
누구누구 때문에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해야 한다니, 나 원 참.
“네? 그럼 제가 대신···.“
“기각이다. 멍청한 여자나 부르고 기다리고 있어. 별이 걸로 전화 한통만 하면 되니까.“
나는 김설을 내려다보며 당부하듯 말했다.
“계속··· 계속 기다려도 될까요···?“
그런 내게 김설의 떨리는 갈색 눈이 물음을 구했다.
“내 말은 네게 절대적이라면서? 그럼 닥치고 기다리면 되잖아!“
나는 녀석의 머리를 아무렇게나 헝클어트렸다. 그 때문에 녀석의 헤어슈슈가 느슨해져 복슬복슬한 머리카락들이 활동을 시작했다.
“풉! 개털 머리.“
녀석을 안심시키기 위한 행위였지만··· 웃음을 참는 건 내게 고역이었다.
“으윽···! 바보, 멍청이!“
김설은 분한 듯 볼을 부풀렸지만, 그 감정 덕분인지 갈색 눈에 떨림은 이제 멈춰져있었다.
“망할 김설··· 멋대로 떠나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나는 그런 녀석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눈에 그렸다.
김설 주제에···.
쩔뚝이듯 방문을 닫았기에 멋이라곤 요만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울림만큼은 김설에게 똑똑히 전해졌겠지···.
떠나지 말라는, 그 울림이.
“어두워서 눈치 못 챘는데··· 피가 많이 나네···. 다친 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 바보 영아···!“
“나도 김설이 말 안 했으면 몰랐어.“
“내가 핥을까?“
“아니, 그것 좋은 생각이 아니야.“
왠지 모를 기사감이다.
“왜? 영어 너는 피한 방울 안 난 내 발을 엄청 야하게 핥았잖아?
“그거 나 아니야. 멍청한 네 동생이지.“
나는 얼굴에 철갑을 두르며 시치미를 뗐다.
“흐음··· 하긴, 그렇게 과잉적인 영이는 오랜만이었으니까. 또 보기위해 걱정 한 번 제대로 끼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별이가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미소 지었다. 명백히 나를 자극시키는 표정이다.
“그랬다간 내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하지만 나는 그것을 흘러 넘기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영이 주제에 건방지게 협박하긴···. 나도 널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만 알아둬.“
애석하게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핥는 건 안 해도 될 거 같아···. 이나연도 불렀고.“
지금쯤이면 김설이 완벽한 호들갑을 이용해 이나연을 호출시키고 있겠지?
“윽···! 그 쌍년이 「내 집」에 오는 거야?
“「내 집」이야.“
나는 가늘게 뜬 눈초리로 별이의 말을 정정했다.
“하아··· 왜 다쳐가지고.“
···내 잘못입니까?
“너 때문에 다친 거야. 집 꼴을 보고 네가 잘못 된 줄 알았으니까···.“
처음 집안을 들었을 땐 진짜 거실의 참상이 마치 내 마음을 빗대어 표현 해주는 것만 같았다.
유리조각은 아마 별이를 찾던 도중에 찔렸겠지···.
“나, 나 때문이야? 내, 내가 그렇게까지 걱정돼서···?“
“···뭐 그런 셈이지.“
뭘 이런 걸 가지고 새삼스럽게.
“그, 럼··· 빨리 와서 나한테 안기는 게 어때···?“
별이 녀석이 이번에도 활짝 하고 양손을 펼쳤다.
날 언제든 받아드릴 준비가 됐다는 건가.
“이미 아까 전에 충분히 한 거 같은데?“
메모리가 삭제돼서 뭘 핥고 뭘 더듬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괜, 괜찮아! 또! 또 해도···.“
“안 해! 어차피 오늘은 같이 자잖아···. 포옹은 그때 실컷 해도 돼. 그것보다···.“
혼자 있고 싶었기에··· 별이를 거실로 밀어냈다.
나의 이기적인 부당함에도 별이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건넨 채 자리를 비켜주었다.
건네받은 스마트폰에는 주소록 하나가 띄워져있었고, 그것은 역시나 역시 「그 여자」의 번호였다.
힘겹게 손가락으로 통화버튼을 터치하자말자 뜨으~ 뜨으~ 하는 힘없는 음성이 흘렀다.
그리고―.
[나야.]
발신음의 끝으로,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갑고 또렷이··· 내 뇌를 각인시키는 이기적인 목소리가···.
“당신인줄 알아.“
이제부턴 감정을 죽여야 한다. 이 여자에게만큼은···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통화하는 것도 1년만인가? 생활비만 꼬박꼬박 받고 얼굴도 안 보여주다니, 네가 「내 아들」인지 의심스럽다.]
그 말엔 웃음이 묶어났다. 역시 짜증나는 목소리다.
“누가 「내 엄마」 짓만 똑바로 했다면 얼굴 따윈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죽을 때까지 실컷 보여줬을 거야.“
[짓이라··· 건방진 자식.]
그 웃음소리가 살짝 흐려지며 다른 이질적인 것과 섞였다.
“지금 화내는 거야? 얼굴에 주름진다고?“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공격했다. 이 여자에게서 조금이라도 여유를 빼앗고 싶었다.
[그렇게 건방 떨 입장이 아니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상대의 이질적인 게 조금 짙어진듯하다. 여자는 협박 투의 말로 나를 위협했다.
“입장 따윈 피차 매한가지 아닌가? 아줌마는 내가 필요하고, 나는 아줌마 돈이 필요하고.“
[야아···! 그만 까부는 게 좋을 거야. 그러다 사는 곳에서 영영 쫓겨나는 수가 있어.]
“쫒아내? 누가? 당신이? 나를? 웃기지 마!! 여긴 내 집이야!!!“
나의 죽은 감정들 속에서 분노라는 감정이 되살아났다. 이제는 명백히 내게도 이질적인 것이 섞인 것이다.
어쩌면―.
“당신이 없었을 때부터 난 여기 있었고! 앞으로도 여기 있을 거야! 내 집에서 아무도 날 쫒아낼 수 없어!“
상대보다 더욱 짙고 강하게.
[화내지 마. 그 잘생긴 얼굴은 별이 거잖아? 망가트리면 별이가 아까워할걸?]
역전된 상황 속에서 여자는 서서히 여유를 되찾았다.
“말 돌리지 말고 똑똑히 들어! 날 보고 싶으면 내 조건을 충족시켜야할 거야! 그것만 해결되면 토 쏠리는 당신 얼굴도 참고 봐줄 테니까!“
반면에 나는 언성을 높이며 여유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나연이가 나한테 반할 정도면··· 나 꽤 미인 아닌가? 토 쏠린다니, 너무한 걸···.]
여자가 내 약점을 건들 듯 「이나연」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때문에 나는 점점 미쳐버릴 것 같았다.
“당신의 그 사람 감정을 장난감 다루는듯한 말투랑 행동이 개 같다고···! 이나연이··· 그 바보가··· 당신 같은 것 때문에 얼마나, 얼마나 힘들어하는 데···!!“
이 여자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나연이 자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런데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왜 그 애를 못 잡아먹어서 안 달인거야? 아까 오랜만에 전화 왔었는데 네 욕만 잔뜩 하더라고. 「선배 아들이 날 너무 괴롭혀」라면서 말이야. 그렇게 귀엽고 예쁜 아이를 너무 상처주면 안 되지, 영아.]
대화의 기류가 완전히 여자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녀석이 누구 때문에 제일 상처받는지는 생각하고 있는 거냐?“
숨었던 감정들이 다시 일어난다. 그리고 나타난 그것들이 나를 향해 「이나연을 지켜!」라고 외쳤다.
[더 큰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선 이게 최선이야. 그냥 모른 척 하는 게···. 정 걱정되면 네가 나연이를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도 있잖아. 아 참! 넌 별이 거라서 함부로 그러면 안 되겠다, 그치?]
“지금 내 눈앞에 당신이 있었다면··· 난 무조건 당신을 죽였을 거야···!“
지금 내 몸에는 큼지막한 구멍들이 숭숭 뚫려있다. 그 구멍들에서 새어나온 분노가 내 시야를 흐리게 만든다.
[흐음, 그거 꽤 로맨틱한 걸? 「과잉된 사랑은 죽음」이니까.]
이어서 여자의 미소 섞인 날카로운 목소리가 내 귀를 후벼 판다.
도망치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내가 농담하는 걸로 보여?!“
[그런 생각 따윈 안 해. 「내 아들」은 내게 농담 같은 거 할 정도로 귀염성 있는 아이가 아니니까···. 근데, 그래도 돼? 날 죽이면 네가 원하는 돈도 없을 텐데?]
여자가 다시 한 번 지금 내 현실을 강조했다. 정말··· 나를 아프게 하는데 특화된 여자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참고 있는 거야···.“
[후훗, 허세는. 그건 조금 귀여울지도.]
미소를 머금은 그 얼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팠다.
“하아···. 옛날에도··· 지금도··· 난 당신이 죽음만큼 미워. 전화하기 진짜 싫었는데···.“
[상관없어. 나는 너를 「사랑」하니까.]
모르는 걸 강요하는 여자의 진심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당신이 날 진짜 「사랑」한다면··· 진짜로 「사랑」했었다면···! 내게서 그런 게 결렬될 일도 없었을 텐데···.“
내게서 이미 죽어버린 감정.
갈기갈기 찢기고, 깨지고 부서진 감정은··· 바로 「사랑」이다.
한 번 죽었을 때 아팠기에, 너무도 슬펐기에. 나는 그것을 혐오하고 저주한다.
나는 이제··· 「사랑」 따윈 원하지 않는다.
“당신 생일··· 그날이 무슨 날인지··· 기억하고 있겠지?“
아픈 가슴을 눌러 잡으며, 내가 여자에게 물었다.
[그래···. 그 날이 무슨 날인진 잘 알고 있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시간동안, 내가 나아간 발걸음은 제로였다.
반면에 이 여자는―.
“그런데도 내가 필요한 거야? 당신 생일 따위를 축하하는 게 그렇게 중요하냔 말이야!“
지금도 계속 나아가고 있다. 움직이고 있다.
[3년이면 충분히 힘들어 한 거잖아? 이제 그만 힘들어하고 싶어. 너만큼이나··· 나도 그만 아프고 싶어···.]
나는 멈췄는데··· 혼자만···! 그때처럼 나를 남겨두고.
“나···나는 아직도 아파하고 있어. 나는 아직도 힘든데··· 그런데 당신만 새 걸로 갈아타버린다고···?“
사무치게 그리운 것들이 하나 둘씩 스쳐 지나간다. 나는 그 장면 장면들을 눈가에 맺힌 눈물과 함께 소리 없이 삼켰다.
[이게 옳은 방향으로 가는 길이야. 나를 위해서도, 그리고 너를 위해서도···. 뒤틀려 엉킨 매듭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이거뿐이니까.]
그게 어째서 옳다는 거냐고···!!
“개소리 집어 치워!! 난 끝없는 악몽 속에서··· 상처를 끌어안은 채로 살아야한다고···! 내 말 한마디가··· 한 여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버렸다고! 내가, 내가···! 하아··· 젠장···.“
삼켜도 삼켜도 눈물은 계속해서 맺혔다.
이젠 더 이상 내 안에 감정이 들어갈 용량은 없었다.
[그건 내 탓이 아니야···. 너도 그만큼 많은 걸 잃었잖아···. 상실감이라는 건··· 잃은 사람에겐 모두 공평하게 분배돼···. 그러니···.]
“당신은 그런 말 할 자격 없어!!!“
결국 용량이 초과돼 안에 있는 것들까지 한 번에 토해내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쏟아지는 것들을 필사적으로 지웠다.
[잘 알지··· 내가 위선자라는 거.]
알면서···! 알고 있으면서도!
“그래··· 애초에 모두 당신 탓이야! 「그 남자」가 한 짓도 내가 한 짓도, 모두 당신 탓이라고!“
이건 책임전가가 아니다. 사실이다. 그 모든 게 다 이 여자의 탓이다.
하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선··· 그 사실을 부정한다.
[나도 내가 아예 잘못이 없다곤 생각지 않아. 하지만 생각하는 건 네 몫이야. 단정 짓는 것도 네 몫이고···. 하아···.]
여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훌쩍이는 소리가 내 귀에 박히듯 들려왔다. 짧고 약했지만··· 나에겐 그 어느 것보다 크게 느껴지는 소리였다.
[···이제 이런 얘기 그만해야지? 예쁜 새끼강아지를 주웠다며? 주웠으면··· 잘 보살펴야겠지? 한 달 뒤, 호텔 레스토랑 예약해뒀어. 장소랑 시간은 별이가 알고 있고, 사채업자들 연락처는 이미 별이한테 받았어. 그건 내가 지금당장이라도 처리 할 수 있는 문제니까 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날 위해서인지 김설을 위해서인지, 별이 녀석이 모든 얘기를 이미 사전에 끝마친 듯하다.
[네가 할 일은 딱 하나뿐이야. 내 생일날 별이 손을 잡고 내게 오는 것.]
“고맙단 말은 안 할 거야.“
나는 흐르는 걸 멈추기 위해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그 말이 왠지 고맙단 말로 들리네···.]
한 번 더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당신 생일날··· 웃지도 않을 거야.“
나는 참고 또 참으며 눈물을 닦았다.
[넌 무표정한 얼굴도 예뻐.]
여자의 목소리가 평상시로 돌아갔다.
아마도 더 이상 슬픔을 느끼지 않는 듯 했다.
“그 날··· 내겐··· 「그 사람들」이 더 소중해···!“
나 또한 이 여자 앞에서 울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다···.
[어차피 별이 때문에 넌 아무것도 못할 거잖아.]
“정말 싫다···. 이 상황이··· 모든 것들이 다 엿 같아···.“
[「사랑해」 한 달 뒤에 봐, 영아.]
―뚝.
끊어진 전화에 대고 나는 사정없이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 소리들은 그저 실내 안을 맴돌며 머물렀다. 그리고 다시 내 귀에 전해질 뿐, 되돌아오는 타인의 음성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을 확인하니 다시 감정들이 복받쳤다.
울고 싶다. 미칠 듯이 울고 싶었다.
아프다. 미칠 듯이 아팠다.
소리쳐 울고 싶어도, 이 집은 나 혼자 있는 게 아니다.
참고, 또 참아 내 마음을 달랬다.
상처가 쑤셔왔다.
살이 내는 비명소리가 피를 토한다.
벌어진 곳을 억지로 손가락으로 후벼 파는 것만 같았다. 채찍질 당하던 그 시설의 상처까지도 끄집어내는 것처럼 아파왔다.
“꼬마···“
갑자기 안방 문이 열리고, 공구상자만한 가방을 든 이나연의 모습이 보였다.
아까 만났을 때완 달리 안경을 벗고 단정하게 끌어올린 머리와 블라우스 스커트 차림새가 꽤 봐줄만 했다.
흰 가운을 벗어던졌기에 의사가 아닌 그냥 지나가는 미인정도로 보인다는 게 하자였지만 말이다.
방 안으로 들어온 이나연이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 천천히··· 내게로 다가오는 발걸음.
“···아파···. 너무 아파···.“
지금 이곳에 남은 건 녀석과 나 단 둘뿐이다. 이곳은 김설과도 별이와도 차단된 공간···.
그러니··· 그러니까···.
“뭐해! 빨리 와서 날 안으란 말이야!! 당신 내 의사잖아. 어서 날 고쳐! 고치란 말이야···!! 엄청 아프다고, 더럽게 아프단 말이야!!“
오랜만에, 이 녀석한테 어리광 한 번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