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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맨스를 원하지 않는다
작가 : Gwan
작품등록일 : 20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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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3. 상실감은 새로운 것으로 씻어버리면 된다
작성일 : 17-06-20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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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진짜 여기서 2주 동안 살 거야?“

 

 마주본 시선 속에서, 내가 이나연에게 물었다.

 

 “꼬마 네가 내 몸 필요 없다고 나가라며.“

 

 그런 내게 볼을 부풀리며 장난스럽게 대꾸하는 이나연.

 

 녀석의 얼굴을 보니, 분위기가 느슨해진 것 같아 정말 다행이었다.

 

 “네가 언제 그렇게 야릇하게 말했냐! 그··· 아까 그거··· 가르쳐주면··· 안 쫒아낼게···.“

 

 나도··· 그 분위기에 동참한다. 하는 김에 궁금한 건 역시 물어보고.

 

 “뭐? 아~ 그거? 내 키는 164.8cm이야. 몸무게는 비밀! 쓰리사이즈는 위에서 부터···.“

 

 그거 말고!

 

 “네 거 말고 김설 거 말이야, 김설 거!“

 

 “엥~ 내 거 말하는 거 아니었어? 난 또 뭐라고~ 꼬마가 내 몸 라인이 도드라지는 페티시즘 코스튬을 입혀서 「선생님이라고 말해!」 플레이 할 줄 알았는데~“

 

 정말로 실망했다는 투의 그 눈빛은 뭐죠···? 그리고 왜 하필 선생님이죠?

 

 “에이, 됐어! 살짝 유혹에 질 뻔했는데··· 정신이 번쩍 드네. 그냥 공짜로 살게 해줄게. 어차피 너한테 신세도 여러 번 졌으니까···.“

 

 “그래? 아쉽네~ 그럼 대신 꼬마한테 좋을 걸 가르쳐줄게, 가까이 와봐봐~♥“

 

 “너··· 눈이 무서운데···? 나한테 이상한 짓 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지?“

 

 갑자기 야릇해지는 녀석의 눈초리에 나는 꼴깍하고 소리죽여 목젖을 움직였다.

 

 “아니야! 이상한 짓은 깨병인 널 간호할 때 충분히 할 수 있다구~! 엄청 짧은 스커트의 간호사 복장으로 말이야~“

 

 간호사 복장은 아니지만 네가 어제 입고 온 스커트도 충분히 짧은 거 같은데?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거 같아, 너 그냥 집에 돌아가는 게 좋을 듯싶어.“

 

 “아이 참~! 아무 짓도 안 한다고! 그냥 귀만 빌려줘!“

 

 그럼 설마―.

 

 “아··· 그거 뭔지 알 것 같아.“

 

 강아지 치수라던가.

 

 나는 재빨리 꼬리를 흔드는 것처럼 녀석에게 조아렸다.

 

 “준비된 거 같아, 이제 말해.“

 

 살짝 기대감에 부풀어 두근두근 거리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좋은 걸 알려줄게」 라면서 친구가 야한 동영상을 보여주는 느낌?

 

 아, 나는 친구가 없으니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 없구나.

 

 “그게···♥“

 

 이나연의 매혹적인 음성이 내 귀에 다이렉트로 전달된다. 호기심이 내 전신을 좀먹는 순간이었다.

 

 

 

 

 

 왠지 모르게 속닥속닥♥ 거리는 효과음이 깔릴 것만 같은 야릇한 분위기 속에서, 녀석의 달콤한 지식들이 내 메모리 속에 백업되었다.

 

 “근데 있잖아? 아무래도 내가 남자라서···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좋은 정보를 듣고 좋은 지식을 알게 되었지만··· 이상하게 한 가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 게 있었다.

 

 “녀, 녀석은 말이야···. 많이 말랐잖아? 슬림···하니까···. 네가 말한 그···그런 사이즈가 나, 나오지 않을 거 같은데? 아예 모르는 건 아니라도··· 여자보단 모르니까···. 그냥 작은 의구심 같은 거야···.“

 

 “아~ 바스트?“

 

 ···그걸 당당하게 말하면 내가 좀 부끄러운데?

 

 “그치만 그거 맞는데~? 「선배의 쓰리사이즈」 선배는 옷 입으면 말라 보이는 타입이니까~ 꼬마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이해가 돼! 하지만 실제로 보면 어마무시하다고~? 꼬맹이보다 사아아아알짝 작은 정도~?“

 

 “···선배···?“

 

 이상하다. 김설은 내 선배가 아닌데···.

 

 “응~ 선배 말이야. 왜? 이제 내 것도 궁금해진 거야? 나는 선배보단 작지만···.“

 

 나는 내 머릿속에 있는 새홀리기 폴더를 빛의 속도로 휴지통에다 처박아 넣었다.

 

 썅! 지워져라지워져라지워져라지워져라!!!!!!!

 

 “너 그냥 꺼져!!!“

 

 

 

 ※※※

 

 

 

 “···국이 좀 짜다?“

 

 “아··· 그거 별이 씨가 만드신 된장찌개에요.“

 

 “좀이 아니라 많이 짠 거였구나···. 정신이 헤롱헤롱한 상태라 다행이다. 이게 바로 등가교환의 법칙이라는 건가···?“

 

 내가 이나연을 노려보며 뇌까리듯 말했다.

 

 “너무해! 내가 영이를 위한 만든 건데!“

 

 다른 쪽에서 따지듯 외치는 별이는 잠시 무시하고.

 

 “에잇~ 설~! 물 좀 부어서 다시 끓여줄래?“

 

 녀석도 나처럼 신비한 맛의 된장찌개를 타박했다.

 

 “아, 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살려서 들고 와라 김설.

 

 “당신 아직 집에 안 갔어?“

 

 나는 이나연에게 다시 한 번 눈초리를 쏟아 부쳤다.

 

 “응~! 꼬마 너한테 좋은 걸 알려줬으니 2주분 숙박비는 지불한 셈이야.“

 

 뭐라고요 이 여자야?!

 

 “좋지 않아, 좋지 않다고! 그거 때문에 아직까지 머리가 아프다고···!“

 

 별이가 만든 음식 맛을 제대로 못 느낄 정도면 나 아픈 거 확실하다고.

 

 “이나연···! 너 영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별이가 나를 따라 가늘게 뜬 눈으로 이나연을 쳐다보았다.

 

 “응~?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아무것도가 아니잖아! 영이가 지금 손으로 머리 짓누르고 있는 거 안 보여? 대체 뭘 말한 거야?“

 

 어차피 맨 정신에 당신 요리를 먹어도 이렇게 될 거 같습니다.

 

 “꼬맹이는 몰라도 된답니다~ 설~! 아직 멀었어? 나 배고파~ 나이가 들어서 국 없인 밥 못 먹는단 말이야~“

 

 “다 돼가요.“

 

 이 4인용 식탁이 꽉 차는 날이 올 줄이야···. 생전 처음이군.

 

 

 

 

 

 “이나연, 저거 다 당신 짐이야?“

 

 소파 근처에 무더기로 쌓여있는 짐들을 가리키며 내가 말했다.

 

 “응 맞아~ 다 싸들고 오진 않았어~ 차에 또 이것저것 있긴 하지만~“

 

 짐까지 들고 온 걸보니··· 애초에 내 집에 눌러 붙을 생각으로 온 거였네···.

 

 “뭐한다고 짐 같은 걸 들고 오냐? 어차피 평일엔 병원 문 열잖아.“

 

 1층이 카페(알바생 김설), 2층은 진료실, 3층이 오피스텔이니까··· 필요한 건 챙겨오면 될 텐데···. 꼭 안 와도 되지만.

 

 “휴가야 휴가~ 내 병원이니까 문 여는 건 내 맘이지롱~“

 

 젓가락 끝으로 사람 가리키지 마.

 

 “개업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도 돼?“

 

 “어차피 내 고객들이 날 필요로 할 땐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거든~ 2주 정돈 출근 안 해도 문제없어요~“

 

 “···그럼 김설 보고 당신 건물에 혼자 있으란 소리야?“

 

 “예···? 저 알바 첫날부터 방치 당하는 건가요···?“

 

 어느새 별이가 망친 된장국의 수습이 끝났는지, 김설이 오븐 장갑을 낀 채 찌개냄비를 들고 그렁그렁 눈망울을 젖히고 있다.

 

 어이! 그거 뜨거운 거 아니냐? 울다가 잘못해서 엎지를까봐 좀 무서운데?

 

 “아~ 설~!을 깜박했다. 설~! 너도 휴가~“

 

 “닥치고 일 하러 가!!“

 

 첫날부터 휴가란 게 말이 되냐고!

 

 “가서 내 진단서 만들어와. 조금 과장되게.“

 

 “뭐야~? 꼬마 그거 불법인데? 벌써부터 보험 사기꾼이 되려고~?“

 

 “아니거든! 학교에 제출해야 병결처리가 되지.“

 

 음··· 된장찌개가 살아났군. 김설이 맞은편에 있으니 머릴 쓰다듬는 게 힘들겠네.

 

 다음 기회에.

 

 “영이 너 학교 쉬려고?“

 

 옆에 있던 별이가 걱정스러운 듯 나를 보았다.

 

 “어차피 가서 수업도 안 듣는데 왜 가, 안 가.“

 

 그런 별이에게 퉁명스럽게 답하는 나.

 

 “그럼 나도···.“

 

 “그건 기각. 불량아인 나는 어차피 학교 같은데 가봤자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넌 나랑 달리 학생회장에다 모두에게 신뢰받고 있어. 조금 억지스러운 감이 없지 않아 있겠지만··· 넌 제대로 학교에 가는 게 좋아.“

 

 “너··· 짜증나···! 날 내게서 떨어트려 놓으려고···.“

 

 크흠···. 들킨 건가?

 

 “그치만요! 제대로 학교에 안 가시면 진학에 문제가 되지 않나요? 출석이라던가 내신이라던가!“

 

 “출석일수는 내 유능한 주치의가 알아서 해줄 거야. 진학문제는 이 녀석이 있는 한 나 같은 멍청이도 하이패스고.“

 

 내가 별이의 어깨를 살짝 끌어당기며 말했다.

 

 이 천재 녀석은 시험에 나올 문제를 정확하게 집어주니까 말이야.

 

 “난 그냥 별이가 가르쳐준 문제를 달달 외우기만 하면 될 뿐.“

 

 누워서 떡먹기가 바로 이런 거지.

 

 “전 과목을 다 외우는 것도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데요···.“

 

 “···영이 앞에선 나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닌데···.“

 

 별이 녀석이 혼자서 뭐라 뭐라 중얼거렸지만, 딱히 신경 쓰이진 않았다.

 

 “뭐, 애초에 고등학교 같은데 진학할 생각도 없지만.“

 

 나라에서 정한 의무교육은 중학교까지니까, 굳이 새 교복 입을 필욘 없잖아?

 

 “네?! 그건 안 좋아요! 전 영이 씨 별이 씨랑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어요!“

 

 맞은편에 있는 녀석··· 완전 식탁을 너머 올 기세군.

 

 “평생 안 봐도 될 얼굴들 만나봤자 시간낭비야. 거기다 난 원래 집 밖에 나가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는 성격이고.“

 

 “그치만··· 같이 다니고 싶은 걸요···.“

 

 녀석아··· 그렇게 시무룩해하면 지금 당장 쓰다듬고 싶어지잖아···.

 

 “저기 있잖아~ 우리 밥 안 먹어~? 나 지금 접시에 놓인 생선이랑 눈 마주쳤는데, 나보고 빨리 자길 먹어달라는데?“

 

 “내 병결처리 알아서 해주면 앨 먹게 해줄게.“

 

 그게 중요하단 말이지.

 

 나는 이나연의 생선접시를 낚아채 녀석의 앞에서 왔다리갔다리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녀석은 생선접시를 쫒으며 열심히 땡그란 눈동자를 굴렸다.

 

 “그 생선 고등어야? 고등어 맞지? 얼핏 봤을 때 등이 푸른 놈인 거 같았어~! 나할게~! 할 테니까! 먹을 걸 앞에 두고 내게 「기다려!」라고 말하지 말아줘!“

 

 교섭완료.

 

 녀석의 먹이를 다시 재 자리로 돌려놓았다. 그러자, 많이 굶주렸던 모양인지 이나연은 허겁지겁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

 

 “응~♥ 맛있어~! 이거 엄청 맛있어~♥“

 

 “왠지 나연 언니가 불쌍해 보여요···.“

 

 “그러게··· 저년을 동정하긴 처음이야.“

 

 “제일 늙은이가 젓가락질 시작했으니 우리도 밥 먹자.“

 

 과정 같은 건 개나 줘버리라고! 결과가 좋으면 모든 다 좋은 거야.

 

 그렇게, 4명이서 먹는 첫 아침 식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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