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아아아아아!!!!!!!“
숨이, 숨이 안 쉬어진다. 무언가가 계속해서 내 목을 으깰 듯 짓누르고 있다.
“크아아악···!!!“
내 목을 짓누르고 있던 것은 누군가의 손이었다. 서서히 강해지는 압박감 탓에 나는 더욱 크게 고통을 신음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죽고싶지않아죽고싶지않아죽고싶지않아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내가 살기위해선 나를 압박하는 것을 죽여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양손으로 나를 압박하던 것의 목을 졸랐다.
몸 안에서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듯 분비되었다.
이미 컨트롤러는 내 손을 떠난 지 오래···.
공포감은, 이윽고 살의로 번진다.
“꼬마?!! 정신 차려!!!“
귓가에 맴도는 것은 누구의 목소리인가?
“김영!! 그만둬!!“
아까와 다른 목소리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증오스러운 이름이 내 귀를 두드린다. 그 탓에 나는 폭주하듯 손 안의 힘을 지어 짜냈다.
“나연 언니!! 여, 여기 가방 가져왔어요!!“
“서두르라고 망할 이나연! 김영이 잘못되면 니들 다 죽여 버릴 거야!!“
뭔가가 나를 거칠게 찔렀다.
찔린 감촉을 타고 들어온 것이 내 피를 차갑게 식혀준다. 그것이 들어오고 나서부턴 손에 들어간 힘이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이제 괜찮아···. 이제 아프지 않을 거야···. 약이 들어가면··· 당신은 잠이 들 거야. 당신이 깨어날 때까지 안심할 수 있게 내가 쭉 옆에 있어줄게···. 물론 김별이랑 당신 강아지도 옆에 있을 거니까··· 그러니까···· 푹 쉬어···.“
그 목소리는 어디선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얼마 후, 내 손에 힘이 풀렸고, 동시에 날 향하던 압박감 또한 사그라졌다.
내게서 고통이라는 빛이 점점 사라졌다.
다시 평온이라는 어둠이 찾아온다.
평온이라는 것은 달콤하고··· 따뜻했다.
눈을 뜨자 말자 콜록콜록 기침을 내뿜었다. 그 반동 탓인지 조금 거친 한숨 또한 내뱉었다.
“정신이 들어?“
“하아···. 하아···. 하아···.“
“꼭 행위를 끝마친 뒤에 숨을 고르는 거 같네···.“
“젠장···!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또, 또···!
“그러게···. 이제 안 아픈 줄 알았는데··· 갑자기 발작증세가 나타나 길래 나도 좀 놀랐어···.“
“목이 너무 아프잖아···. 혼자서 목을 조르다니···!“
“옛날에 비해 덩치가 너무 커졌어. 너 뜯어말리려고 애 둘이서 완전 고군분투해도 꿈쩍을 안 했다니깐~?“
대충 예상이 가네···. 녀석들이 고생 좀 했겠군.
“그래도 용케 진정시켰네···.“
“의학의 힘은 위대하니까~ 내가 혹시나 해서 가져온 주사로 꼬마를 쾅! 하고 가버리게 했지~“
“당신··· 혹시 손목시계 모양의 마취 총을 쏜 거 아니지?!“
“에이~ 제대로 주삿바늘 꼽았다니까? 좀 거칠었지만~“
“뭐야··· 나비넥타이로 내 목소리를 변조해서 추리라도 한 건 아닌가하고 기대했더니···.“
“꼬마, 죽을뻔한 사람치곤 꽤 농담이 나오나봐~?“
“이런 일 한두 번 곁은 것도 아니잖아? 꽤 오랜만이지만···.“
진짜다. 정말 오랜만이다, 이런 적.
“경험이 몇 번이건, 오랜만이건···. 꼬마, 너는 좀 더 주위 사람 걱정을 하는 게 좋겠어. 나, 나는··· 꼬마 발에 고작 유리 한 조각 박힌 걸로도 혹시나 잘못된 게 아닐까하고 미칠 듯이 두려웠다고···. 그런 내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 꼬마를 본 심정이 어떡했어? 그리고 이런 일을 처음 곁은 아이는 얼마나 무서워했을 거 같아?“
김설···.
“···그러네···. 미안하다, 이나연.“
“응. 좋아, 좋아. 나는 꼬마를 용서 하겠습니다~“
“나··· 다른 녀석들한테도 제대로 사과해야겠네···.“
“그건 당연한 거야~“
“하아··· 그나저나 지금 몇 시야?“
오전에 소파에서 김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던 건 기억나지만··· 그 이후론 아무것도 생각 안 난단 말이지···.
“음··· 8시 조금 넘었네~ 꼬마는 대충 12시간정도 뻗어있었어.“
“···꽤 오랫동안 잤구나···. 아! 혹···혹시 있잖아··· 「그 여자」한테 말했어···?“
내게 이상이 있을 시엔 무조건적으로 이나연은 「그 여자」에게 연락을 취하게끔 되어 있다. 이번 일도 당연히 보고 했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아니, 아직 선배에겐 말하지 않았어.“
녀석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항상 빠르게 일 처리를 하는 이나연이 12시간 동안 잠자코 있었다니···.
그렇지만 녀석의 대답에, 나는 놀랄 겨를이 없었다. 나에겐 더 이상 그런 걸 생각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그, 그럼! 그럼 이번 일은···.“
“하지만, 다행히 꼬마가 무사히 깼으니··· 이제 선배한테 보고 할 거야.“
“싫어!“
내가 지금 투정부리고 있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럴 수밖에 없다는 것도―.
“제발···. 제발 「그 여자」한테 말하지 말아줘! 난 더 이상 「그 여자」에게 약해지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얕보이고 싶지 않다고! 「그 여자」의 동정 따윈 바라지 않는다고···.“
불쌍한 것을 내려다보는 「그 여자」의 눈빛, 나는 그 눈빛이 구역질날 정도로 괴롭다.
“···아직도 기억해··· 내게 처음으로 발작이 왔을 때··· 「그 여자」가 날 어떻게 바라봤는지···. 내 정신이, 내 육체를 죽이고 싶어 할 정도로 혐오하는 건··· 「그 여자」 에겐 이젠 끝이었으면 좋겠어···. 그러니 부탁할 게···. 다신 이런 일 없도록 할 테니까··· 제발 한 번만 눈감아줘.“
나의 간절함이 이나연한테 닿아도··· 결단을 내리는 건 이나연의 몫이다.
나의 호소를 억지로 이나연에게 집어넣을 수 없을뿐더러, 녀석에게 있어서도 소중한 건 언제나 내가 아닌 「그 여자」다.
“선배는 널 얕잡아 보지 않아.“
그렇게, 얼마동안 뜸들이고 나서야 이나연의 입술이 열렸다.
“그 누구보다 널 걱정하고 있는 건 선배야.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 선배는 널 불쌍히 여기는 게 아니야, 동정하는 게 아니야. 그 사람은··· 그저 꼬마 네가 아프지 않길 바랄 뿐이야. 하지만 내가 이런 말 한다고 해도 아직 꼬마 너에겐 전달되지 않겠지···.“
이나연은 그렇게 말한 후, 간신히 열린 입을 다시 한 번 꾹 눌러 담았다. 살짝 인상을 쓰며 슬픔으로 물들인 녀석의 얼굴은 답답함과 비통함으로 젖어있었다.
“나는 말이야··· 나와 「그 여자」 사이에 낀 당신이 얼마나 답답할지··· 알고 있어. 나의 입장도, 「그 여자」 의 입장도 다 들어야만 하는 당신이 얼마나 괴로울 지도 잘 알고 있고···. 당신이 내게 뭘 전하고 싶은 지도··· 어쩌면 나는 알고 있겠지···. 그리고··· 당신도, 당신도 알고 있겠지? 당신의 바람이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당신 말대로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피는 너무 탁해···. 진하면 진할수록,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불순물이 더욱 많이 썩여있으니까···.“
나는 언제부터 흘리고 있었는지 모를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말을 이었다.
“「그 여자」와 나는 그런 관계야. 절대로 함께할 수 없는 관계말이야. 잘못된 「사랑」이 괴롭다는 걸 깨닫지 못했던 그 시절의 나는··· 그저 엄마의 따뜻함을 절실히 원했어···. 엄마와 아빠가 멀어지지 않고, 쭉 내 곁에 있는 걸 바랐어···. 「그 여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게 옳지 않은 일이지만, 내겐 이게 최선이야···. 「그 여자」의 뒤늦은 사랑은 날 더 비참하게 만들 뿐이야. 「그 여자」가 자신의 잘못을 뒤늦게 되새긴다 해도··· 지금은 이미 모든 게 다 어긋나고 말았어···.“
내가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엿 같은 세상에서 단 한사람, 오로지 이나연 뿐이겠지···.
“···내가 한 번을 말하면 꼬마 너는 열 번을 말하겠지. 내가 열 번을 말하면 이번엔 백 번을 말할 거고···. 그리고 그건 모든 같은 답이겠지···. 선배가 싫다고, 선배가 증오스럽다고 말이야. 하아··· 아무리 작은 오해라도··· 불신으로 이어 진다인가···. 그래, 알았어. 오늘 일어난 꼬마의 일은 선배한테 말하지 않을게. 대신 이것만은 기억해. 자식이 아픈 것도 모른 채 살아가던 부모가, 그것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 얼마나 자기 자신을 원통해할지, 얼마나 자기 가슴이 아프게 두드릴지···. 꼬마, 너는 있잖아··· 쓸데없이 나 따위의 감정은 너무 잘 알면서··· 세상에서 제일 잘 알아야할 선배의 감정은 안중에도 없어해···. 4년 전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그래, 그 여자 감정 따윈 나는 몰라. 딱히 알고 싶지도 않고. 하지만 이건 알 것 같아···.“
나는 이나연의 마음을 꽤 뚫어 그녀의 본질을 들여다보았다.
엉킬 대로 엉키고, 삐뚤어질 때로 삐뚤어진 우리를 보며 걱정하고, 괴로워하는 그녀의 다정한 마음씨를···.
“이제 당신은 끌어 오르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울 거고··· 나는 그런 당신이 안심하고 울 수 있도록 몇 분이건 몇 시간이건 끌어안아 주겠지···. 어제 당신이 내게 해줬던 것처럼.“
“그래··· 그렇겠지···. 내가 어제 했던 것처럼 꼬마가 은근슬쩍 내 엉덩이를 만지겠지.“
이 여자야··· 이제야 어제 내 엉덩이를 만졌던 걸 순순히 인정하는군.
“내가 당신을 성추행할리 없잖아.“
“꼬마가 안 하면 내가 하면 돼! 마구 만지고 마구 쓰다듬어서 안심할 거야. 그리고 당신이라는 걸 더 느끼기 위해 진한 키스도 할 거고.“
“키스는 봐줬으면 좋겠는데···.“
“봐주지 않아! 걱정 마, 내가 리드해줄 테니까!“
“아니, 아니. 그건 뭔가 잘못 된 거 같지 않아? 당신 차림새도 달랑 와이셔츠(내) 한 장뿐이라고?“
“시끄러워.“
“하다못해 말투라도 평상시대로 바꿔주면 안 되겠냐? 적응이··· 분, 분위가가 너무 끈적끈적해질 것만 같다고!“
“모두 당신 탓이야. 연하 주제에 날 꿰뚫어보다니, 너무 건방지다고···!!“
“당신이라고 하지 마! 그냥 꼬마라고 불러! 우리 나이차 10살 이상 난다고! 당신 이거 범죄라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빨리 이리와.“
“으윽···! 입 절대 맞추지 마, 그냥 안기만 하는 거야.“
“어차피 당신 쪽에서 먼저 발정해서 날 원해할거야.“
“그, 그런 일 없어!“
이나연이 빨리 안아달라는 듯이 팔을 잡아당기며 내게 재촉했다.
그녀가 내게 갖는 감정은··· 그것은 좀 더 깊고 좀 더 잘못된 「욕망」에 치우쳐있다.
「사랑」이라는 것이 결렬된 나 같은 것도 알 수 있단 말이지···.
녀석이 나를 바라보는 눈은 자신이 경애하는 선배를 바라보는 눈이라는 걸.
이나연에게 있어··· 나는 그저 「그 여자」의 대용품에 불과하다.
반면에 내가 이나연에게 갖는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을 대신해서 사과하고, 이나연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동정하는 것뿐.
녀석이 진심으로 「그 여자」를 원해할 때··· 나는 이나연에게 미련 없이 내 몸을 바칠 거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사죄와 동정뿐인 감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