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랑은 밤 사이 자신이 무엇을 해야 덕을 쌓을지 계획을 짜느라 늦잠을 자버렸다. 덕을 쌓는 것도 평범한 여인이 쌓는 크기는 한계가 있었다. 평범한 서랑이 큰 선업을 어찌 쌓아야 하는 것인가 고민고민을 했다. 서랑이 권력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모를까. 일반 여인이 어찌해야 많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이 권력이 있는 자에게 혼인을 하던가. 아니면 권력자의 눈에 들어 그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고민 하다가 세벽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그 사실을 모르는 휘는 서랑이 자신을 피하고자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버티는 것인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보통 언제쯤 일어나시는지 알아 보거라.” 휘가 천천히 마시던 차로 마저 입가심을 하다가 시동 아이를 불러서 차를 더 내오라고 다정하게 손짓하였다.
그에 여자 시동아이가 볼을 붉히며 냉큼 다녀온다고 물러났다.
충길은 자신의 도련님이 참으로 올바르고 반듯하고 사람을 다정하게 대하는 훌륭한 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자랑 스러워 했다. 그런데 저 무례한 서랑이라는 아가씨를 또 기다리신 다고?
“네? 기다리실 것이옵니까?”충길이 눈이 삐딱하게 올라갔다.
휘가 웃음을 띄었다. 허허 웃으며 충길의 어깨를 딱 치면서 살짝 2층 쪽으로 밀어냈다.
“음... 일단 알아보고 오너라”
충길은 날랜 듯 윗층 객방으로 올라갔다
2층 안쪽 끝방은 다른 객실보다 넓었다. 휘 도련님의 도움으로 넓고 좋은 방을 얻은 주제에
어찌나 비싼 얼굴인지 보여주지도 않는 서랑이 충길은 원망스러웠다.
자신의 도련님처럼 반듯한 사람이 어디 봐도 없다고 자신하는 충길 이였다. 물론 이 대국의 단 하나 태자마마를 제외하고 말이다.
충길은 방문을 두드렸다.
“월담이 있는가?”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월담이 방을 나왔다.
“왜요?” 눈을 팔랑거리며 이쁜척 한다. 충길은 손을 살짝 잡았다. 월담이 부끄러운 듯 어깨로 충길이를 살짝 친다.
월담이를 잘 구슬리면 우리 도련님하고 아가씨를 연결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월담이가 이쁘네. ”
“어휴~, 그런 말을 잘도 하네요.” 월담이는 칭찬에 약했다. 너무 약했다.
“아가씨께서는 기침 하셨는가?”
월담이 그런 말하러 아침부터 왔냐는듯 눈이 셀죽해 진다.
“어제 늦게 까지 서책을 보시다 늦게 주무셔서 아직 한밤 중입니다.”
“그럼 좀 깨워주게.” 충길이 살짝 월담의 어깨를 끌어 안듯이 흔들었다.
“안되는데.....”
“우리 도련님이 뵙자고 하네. 도련님하고 아가씨가 잘 되면 너도 좋고 나도 좋지
않겠어? 자주 보고. 응? 난 월담이가 참 맘에 드는데 못 보면 섭섭할 것 같으이.“
월담이 볼이 발그레 지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 인다
“알았어요. 제가 말할 께요.”
“월담이를 믿고 잠시 후에 도련님과 만나도록 말해 볼터이니 채비 좀 부탁해.”
월담이 고개를 끄덕이고 충길이도 아래로 내려왔다.
단정히 앉아서 차를 천천히 입에 대고 있던 휘에게 충길이 쪼르르 다가왔다.
“아가씨가 잠시 후면 기침하신다고 합니다.”
“그래? 고맙다.” 휘는 충길이 어떻게 처리 했을지 이미 예측한 모습 이였다.
어려서부터 자신을 보필해온 충길이는 눈치가 빠르고 융통성이 매우 높았다.
“네. 도련님.”
충길이는 도련님의 조금 특별한 행동에 아가씨에 대한 마음이 흘러가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대국의 유명한집 가문의 기대와 사랑을 많이 받은 외동 아들이며 번듯한 교육을 받고 자랐으니 성격한번 수더분 하고 보통은 사람들에게 매우 다정한 성격이여서 어려서부터 여인들이건 사내건 다정하게 대하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따랐다.
사내의 태가 나기 시작하면서 여인들이 그에게 너무 심한? 관심을 보이고 소문을 내고 여인들끼리 다툼이 있기 전까지는 여인들에게 모두 공평하게 다정함을 두루두루 보여주었으나. 어느 대가집 여인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 아니냐고 혼례를 올리자고 혼담을 넣은 일이 있은 후로는 행동을 조심하고 거리를 두었던 도련님이다. 그러다 보니 여인들에게 거리를 두는 버릇이 있었는데 어쩌다가 이번에 서랑낭자에게 처음에는 거리를 두시다가 어느 순간 예전처럼 다정이 병이라고 이것 저것 챙겨주는 것이 충길이에게는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하긴 처음보다 보면 볼 수록 서랑 아가씨가 예사 미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말을 타던 모습은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로 활기넘쳐 보였다. 그 모습에서 대감님의 마님이 생각이 났었다.
마님도 말을 타고 대감마님과 여행을 자주 다니곤 했었는데 아무래도 어머님을 닮은 서랑의 모습에서 휘가 흔들렸을지도.
서랑은 하품을 크게 하면서 기지개를 켰다. 월담이 옆에서 옷을 털거나 접시를 계속 달그락 거리는 통에 잠을 깰 수 밖에 없었다.
“후아~~~~~암. 우리 월담이가 너무 부지런 하구나 아니면 날 깨우려고?”
“아씨 이렇게 늦게 일어나시면 안됩니다. 미인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예전에는 타박하셨더니. 이제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십니다. ”
“어? 아 이젠 바꿀려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도 자는 시간은 똑같아.”
“먼저 세수부터 하세요. 아가씨. 휘 도련님께서 만나뵙자고 하셨습니다. ”
“밥은?”
월담은 그녀를 이끌고 세수물을 받은 대야로 세웠다.
“어서 씻으세요. 아가씨가 그리도 원했던 휘 도련님입니다. 여기와서 또 눈이 높아지고 태자마마를 꼬신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하지 마시구요.”
서랑은 허! 하는 소리와 함께 세수부터 했다.
밥이나 주고 이야기를 하지 아침?은 아닌가? 여하튼 월담이의 기세에 어쩔 수 없이 세수를 했다.
아씨에게 휘 도련님이 기다리는 장소를 전달한 월담은 아가씨를 치장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비해서 아씨 입술이 선홍색으로 밝고 촉촉하여 입술을 바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몸도 더욱 크신 듯 하시고....” 월담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그녀를 이리저리 뜯어 본다.
“몸이 ? 어디가 커졌어?” 서랑은 눈을 크게 뜨고 월담을 바라봤다.
“아씨 엉덩이와 가슴이 커졌어요. 부럽습니다.”
“그럼 몸이 날래기 쉽지가 않는데. 음식을 조절할까?”
“아니! 안돼요 아가씨! 여자의 중요한 부분을 왜 조절합니까? 키우면 키웠지.”
말을 하면서 손은 이리저리 바쁜 월담이다.
“그만! 이 머리핀만 꽂을 터이니 이젠 멈춰! 아침부터 요란하다.”
서랑은 의자에서 일어나서 성큼성큼 문을 향했다.
“아씨 ! 식사하시어요. .” 언년이가 아래층에서 올라오면서 말을 하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밥에 서랑이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월담이 서랑을 문쪽으로 밀어냈다. “안돼요 다녀오세요.!”
아 저 따듯한 밥을 먹어야 하는데 , 그래 빨리 다녀오자 라는 생각에 서랑의 마음이 급해졌다.
“냉큼 다녀오마.!” 서랑은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그녀가 뛰듯이 걸어가자. 여각의 사내들의 눈이 그녀를 따라다녔다.
서랑이 객점을 돌아돌아 어제 휘를 만났던 공터에 다다랐다.
“휘 도련님.” 그녀가 그를 부르며 문을 열자
하늘을 처다 보던 그는 서랑이 하얀 목련꽃 같은 얼굴에 빨간 입술로 그의 이름을 부르자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두근 거려 손으로 가슴을 눌렀다.
“넘어지겠소.” 휘가 손을 내밀어 그녀를 잡아주려 했으나 서랑은 몸을 바로 세웠다.
그녀의 입술의 점때문인가 입술과 그녀의 동그란 얼굴에 시선을 자주 빼앗긴다.
“왜? 보자고 하셨습니까?”
“어...., 이곳 도성에 저의 본가가 있어서 이제 본가에 들어가려 합니다. 아쉽게도 낭자와 잠시 이별을 해야할 듯 해서 인사차 뵙자고 하였습니다.”
“아! 당연하지요 어제 늦더라도 본가에 가셔서 주무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도 잘 안다 늦더라도 집에 가서 자도 되지만 서랑낭자의 여각을 본인이 아는 곳으로 잡아 두고 싶었다.
“여기는 도성 초입에 있는 여각 객주중 가장 큰 곳중 하나요. 또한 나의 벗이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고 믿을만한 곳을 잡아주고 싶었소이다. ”
“네. 이곳이 맘에 듭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
그녀가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를 올리자 그녀의 고운 정수리가 보이고 비단 같은 머릿결이 스르륵 어깨로 내려왔다. 그는 그 머릿결을 만져보고 싶어 손을 올렸다가 다시 얼른 내렸다.
“ 낭자.”
“ 네.”서랑은 뭔가 급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 보았다.
“ 혹시 도성에는 언제까지 머무를 것이오?”
“ 음. 태자마마 생신진연이 끝나고 도성에서 구경 좀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가야지요. ”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판단하는 것은 도성에서 알아 보는 것이 빠를터이다.
“ 낭자의 고향이 어디요?”
서랑은 왠지 그를 탐색하는 시선으로 올려다 보았다.
“ 강하지역의 상단을 운영하시는 분이 저의 모친이십니다.”
“ 아~ 그럼 이번달 까지는 도성에 머무를 것이군요”
“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도성에서 배우고 가야할 것들이 많아서 일정은 확정된 것이 없습니다. .”
“ 도성에 오래 머무르면 여비가 부족할 수 있을 터인데 여비가 부족하면 내가 도와드리리다.”
서랑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 아닙니다. 그 정도 가난하지는 않아요 가지고 폐물들을 팔아도 충분한데. 월담이가 못 팔게 하니까. 그래도 제가 팔면 월담이도 더 이상은 뭐라 하지 못 할듯 합니다.”
“ 여인에게 폐물은 중요한 것이 아니오? 아니면.... 이곳에 더 이상 머무르기 힘들면 우리 집에 머물러도 좋소. 한달동안 편하게 손님 대접을 해드리지요.”
“ 정말 괜찮습니다. 말이라도 감사드립니다.”
그때 충길이가 헛기침을 했다.
“ 도련님 대감님께서 빨리 오라십니다. 이미 많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외동아들을 보고자 대감님은 어제부터 출타하지 않았다는 전갈이 있었다.그런 아들이 바로 집으로 오지는 않고 엄한 여각에서 자고 간다고 했으니, 아침부터 심부름꾼을 보낸 터인데 또 도련님은 서랑아가씨를 만난다고 차일피일 기다리고 있던 터라 충길은 맘이 급해졌다.
“ 낭자 , 저녁에 다시 들릴 터이니 그때 다시 만나고 싶소이다.”
“ 아, 네. 그러시지요.” 서랑은 이것 저것 챙겨주는 휘라는 도령이 참으로 고마웠다.
다정한 성격인듯 알고 보니 처음보다 성격이 더 따뜻해 보인다.
휘가 다정하게 웃고는 뒤돌아서 가는 모습을 배웅한 뒤 서랑은 재빨리 돌아왔다.
“언년아!! 나왔어. 맛있는 식사가 여기 있구나.” 부리나케 식탁에 앉아서 젓가락을 들어서 반찬을 먼저 집어 먹었다.
“아씨 채통을 지키세요. 천천히 걸으셔야 지요 경박해 보입니다.”
월담이 그녀에게 수저를 챙겨주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그래그래 내가 잘못했다. ” 벌써 밥을 입에 가져가면서 우물우물 거렸다.
“휘 도련님하고 무슨 말씀을 나누셨습니까?”
“음. 별말은 없고 오늘 여기를 떠나신다고 .”
“그리구요?”
“없어. ”
“다시 보자는 말도 없어요?”
“음 맛있다. 오후에 다시 들르신다고 하셨지 . 참 태자마마 생신진연은 언제야?”
“어제 하루 지났으니까 한달 정도 뒤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씨 신분 패는 잘 챙겨두었지요?”
“응 그럼~”
“그럼 오늘 하루는 쉬는날 이네 도성을 좀 돌아다녀 볼까?”
서랑은 신이 났다. 드디어 원하는 이승에서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계획을 발로 뛰어야 겠다.
이제 시장 조사좀 해볼까?
“월담아 우리 밥먹고 도성을 돌아다녀 보자.”
언년이가 손벽을 치며 먼저 좋아했다.
“네 아씨 전 구경해 보고 싶었어요.”
월담이는 벌서 일어나서 지갑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방에는 누가 남아야 하는데 아가씨 폐물을 누가 가져가면 어쩌지?” 월담의 말에 언년이가 얼굴이 울상이 된다.
서랑은 밥을 먹으며 언년이에게 미안했다. 폐물은 조심해야지. 아무리 시설 좋은 여각이라도 잃어버리면 앞으로 돈이 궁해지기 때문이다.
“언년아 넌 다음에 또 보여줄게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언년이는 고개를 숙였다.
“네. 아씨” 서랑은 언년이를 다정스럽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꼭 끌어안으며 손가락으로 깍지를 껴서 언년이를 들어올렸다.
“어맛! 아씨!”
“우리 언년이 아이쿠 제법 묵직하네. 금방 자라겠다.”
서랑의 장난에 언년이의 표정이 풀렸다.
서랑은 몸단장을 하고 도성을 나와서 걸어 다니며 시장과 서점 ,개천 이곳저곳을 하루 종일 걸어 다녔다. 먹을 것도 사먹고 이리저리 구경하다 보니 어둑어둑해져서 다시 여각으로 돌아가는 참이였다.
“아가씨. 왜 도성 시내만 돌아다니지 이리 쓸데 없는 곳까지 돌아다녀야 합니까? 다리가 아파요.”
서랑은 넓은 도성을 다 못 돌아다녀서 아쉬웠다.
“홍등가도 보고. 빈민굴도 있다던데 거기는 다음에 가봐야 겠다. 시간이 이리 흘렀네.”
그 말에 월담이 표정이 일그러 졌다.
“거긴. 왜 가요? ” 월담의 짜증이 올라올 기미가 보이자 서랑은 길가의 한쪽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러면서 월담의 시선을 끌며 냉큼 말을 돌렸다.
“ 저기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 보아하니 싸움이 난것 같은 데요?”
월담이와 서랑은 그쪽으로 다가갔다.
“ 의원나리 저의 동생을 봐주세요. 너무 아파요.”
“ 이 녀석! 돈이 없으면 약도 줄 수 없어!”
“ 고뿔에 심하게 걸린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아이는 행색이 남루했으나 옷 상태는 깨끗했다. 그리고 예의있게 계속 설득하려 했으나 의원은 귀찮다는 듯 아이를 계속 밀쳐냈다.
서랑은 눈이 초롱초롱해 졌다. 그래 저거야! 사람을 살리는 의원이라는 저것은 큰 권력이 없어도 아픈 병자들이 스스로 찾아오니 의원이 된다면 많은 이들을 도와줄 수 있겠지!
서랑은 월담에게 소곤거렸다.
“ 돈좀 다오!.” 월담의 어이 없는 표정에 서랑이 눈을 새초롬히 뜨면서 팔꿈치로 월담의 옆구리를 찔렀다.
“ 언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