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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낭만자객
작품등록일 : 20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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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빈민촌의 아이들
작성일 : 17-06-06     조회 : 28     추천 : 1     분량 : 8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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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는 본채의 아버지와 어머님의 처소에서 환대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 세상을 둘러 보고 오니 어떠하더냐?” 휘의 어머님의 호방한 질문에 휘가 웃으며 바라보았다.

 “ 배울점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서역의 사람들도 만나고 무엇보다 월국 에서의 다양한 주역에 대한 학문을 배우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월국은 하늘의 이치와 수리학문에 대해서 발달한 나라여서 이번에 그것을 배우러 갔던 휘의 이야기에 휘의 아비는 무릎을 치면서 기뻐했다.

 ”그래 우기와 건기를 계산할 수 있겠더냐?“

 “ 가능할 듯 싶사옵니다. ” 옆에서 휘를 뿌듯하게 바라보던 어미는 매우 기뻐했다.

 “ 그래 내 기대가 크다. 조만간 궁에도 인사를 차차 올리도록 하자 꾸나 .”

 사실 휘의 가문은 영상의 가문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그의 부인이 바로 승하하신 선황제의 배다른 공주인 지금의 휘의 모친이기도한 이솔 공주였다. 휘도 왕족의 피가 흐르는 도령이였던 것이다.

 누구보다도 이솔 공주는 여인치고는 이쁨을 받아서 말도 타고 활도 배웠던 매우 활달한 공주여서 그녀의 배필로 학자로 유명한 지금의 휘의 아비를 만나 혼례를 올려 휘를 낳은 것이다. 강단진 모습에 다들 이솔 공주를 남아로 태어났으면 왕제감이라 칭찬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왜 바로 집으로 오지 않은 것이냐?”

 “아 실은 귀환길에 한 아가씨를 만나서 객잔을 잡아주느라 늦었습니다.” 휘가 발그레 하게

 웃자 이 솔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가씨? 너가 직접 도와주었다고? 어떤 처자 이길래?”

 그간 있었던 일은 휘는 어미와 아비에게 서랑에 대해서 좋게 이야기를 풀어내 주었다.

 “혹, 너가 맘에 드는 것이 아니더냐? 상대에게서 흑심은 보이지 않더냐?”

 이솔은 바로 허리를 자르고 들어왔다. 공주였다 보니 자신의 생각을 남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들어오던 어미였던 지라 휘가 조금 긴장을 하며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맘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 자신은 절대 서랑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에게 담백하게 굴더이다. 제가 요청해야 만나줍니다. 흑심은 없습니다.”

 “그래? 내 따로 충길이에게 물어 봐야 겠다.”

 휘는 어머니의 걱정을 이해하고 있었다. 예전에 있었던 일도 있고. 요즘 자신에게 혼처자리가 많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걱정하시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때는 섭섭함이 들었다.

 그래도 내내 다정하신 아버지는 웃으며 이 솔의 손을 다독였다.

 “부인. 처음으로 맘에 들어하는 것 같으니 두고 봅시다.”

 “그래 여독이 풀리지 않았을 터인데 이만 가서 쉬렴.”

 이솔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가라 손짓해주었다.

 “피곤하지는 않습니다. 오후에 친구와 태자마마를 뵈기로 하였습니다.”

 이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갔다 오렴. 참 태자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질문하시면 모두 내보이지는 말거라. 너도 알다시피 대비께서 태자를 썩 맘에 들어 하지 않으시니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 잊지 말거라.” 어미의 저런 처세는 이미 휘에게 많이 하던 말이라 휘는 그저 웃었다.

 걱정스런 어머니의 말에 휘는 인사를 올리고 일어났다.

 오랜만에 자신의 방에 들어와서 짐을 풀고 있는 충길에게 씻을 물을 준비하라고 이르고 자신의 옷을 이리저리 들쳐보았다.

 무엇을 입을지 고민고민 하다가 푸른색 옷을 골라서 꺼내두고 예전 어미가 사주었던 향냥을 찾기 시작했다.

 “도련님 씻을 물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나오시지오.”

 “어! 그래 알았다. 참! 충길아 내 예전에 어머니께서 주신 향냥을 못 보았니?”

 충길이 문을 열었다. 표정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는 듯이

 “왜요? 필요 없다고 저 주셨잖습니까? 이미 없습니다. 주신것 뺏어가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아! 그랬어? 됐다. 그럼.” 휘는 충길에게 어깨를 다독이고 몸을 씻으러 갔다.

 잠시후 휘는 푸른색 옷을 입고 말을 타고 객잔에 도착했다.

 휘가 객잔에 도착해서 말에서 내리자 마자 문앞에 있던 시비가 나와서 반갑게 맞았다.

 “휘 도련님! 어서 오시지요. 단주님과 친구분께서 와 계시옵니다.”

 “음 알았네 어디인지 안내 부탁하지.” 언제나 단정한 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충길아.”

 “네 도련님”

 “넌 서랑낭자가 뭘하고 있는지 좀 알아오거라.”

 “네?” 휘는 충길에게 지시만 하고 큰 장신을 휘척휘척 걸어갔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고 다시 내려 놓았다.

 충길이는 이미 도련님의 맘이 흘러갔음을 예상하고 나니 충길은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아가씨의 미모도 미모지만 유명 대가댁 따님이 아니 어서 마님이 맘에 들어 하실지 걱정스러웠다. 마님은 아들에 대한 기대가 하늘을 찌르는 분이니 분명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휘는 시비를 따라가면서 하루 종일 서랑을 생각했던 자신을 자조하며 웃었다.

 옷도 고르고 몸도 씻고 어찌 보여야 괜찮게 보일까 고민 고민 하다가 나왔다.

 어찌 이리 설레이는지 참으로 알다가 모를 일이다.

 여각은 앞문과 뒷문이 있는데 앞문은 여각과 유곽을 하고 뒷채와 연결되어 있는데 뒷채는 기생들이 있는 술집 이였다. 워낙 큰 곳이라 둘이 한곳임을 모르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런 구조로 손님이 더욱 많이 몰리는 곳이다. 이런 잔머리는 이곳 주인이자 그의 친구인 최결이 생각해 낸 것이다.

 “도련님 여기입니다. 김 휘 도련님 드십니다.”

 문이 열리고 눈빛이 날카로운 태자마마에게 먼저 절을 했다.

 “ 그만두게 어색하네.” 결이 자신이 세자인양 손을 휘졌는다.

 “ 저하 오랜만입니다.”휘는 그런 그를 무시하고 예를 다했다.

 “ 하하~ 휘 그래 세상공부는 다 하였는가?”

 “ 공부에 끝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직 배움이 모자랍니다.”그의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피식 웃는 세자였다.

 “ 휘 이리와서 술잔이나 받게 군신의 예의는 이곳에서는 집어 치우도록 하지.”

 휘가 일어나 상주변에 앉자마자 술잔을 받았다.

 “ 오랜만에 모였으니 실컷 코가 삐뚤어 지도록 술을 마실까요? 저하 여인을 들일까요?”

 휘는 인상을 약간 찌푸리고 세자는 심드렁하게 들은척 만척 이다.

 이때다 싶은 결은 바로 문밖의 시비를 불렀다

 “ 다들 대령해라!”

 “ 네이~”

 문 양쪽이 열리고 향긋한 기생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 너! 너! 이쪽으로 너는 저리로 ! 너는 내 옆으로 앉거라.”

 선택된 4명은 기쁜 듯 살포시 자리에 앉았다. 세자 저하 양옆으로 여인이 둘이요 결과 휘는 자리에 여인이 한명씩 앉자 나머지 선택받지 못한 여인들은 실망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세자는 별 반응이 여전히 없고 휘는 여인이 팔을 잡으려 하자 표정을 굳히며 손으로 술잔을 덮었다.

 “ 결, 그냥 우리끼리 담소를 나누면 안되는가?”휘가 결에게 오만상을 쓰며 말했다.

 “ 이미 늦었네 이들이 이리 와서 기쁘게 해주고 있거늘 내칠 수야 있겠는가? 술이 있으면 여인 또한 있어야지. 그래야 나의 매상도 우리 주군께서 올려 주시지 않겠는가?” 결이 너스레를 떤다.

 “ 주군께서는 평소와 다르십니다.” 휘가 그를 두고 보는 이환을 처다 보며 물었다.

 “ 휘! 주군께서는 그냥 즐기심이야. 그나저나 여인이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너가 숨겨둔 여인이 여기 있다는데 뉘댁의 처자인지 소개시켜 주면 안 될까?”

  휘는 순간 움찔 하였다.

 “ 오다가다 만난 인연 일뿐 보여줄 정도로 깊은 사이는 아니다.”

 “ 오! 그런 사이가 아니면 약간 서로 간보는 사이인가? 참으로 재미있네 살다 보니 휘가 여인에게 관심도 보이고!”

 태자 이환은 휘에게 술잔을 건냈다.

 “ 그래 월국에서 학문의 정진은 원하는 만큼 성취했는가?”

 “ 역학만큼은 많이 발달하였더이다. 거의 하늘과 계절의 시기가 일치하는 달력을 계산하더이다.”

 “ 그럼 이곳에서도 그 방법으로 달력을 만들어 볼 수 있는가?” 이결이 질문을 하자 태자가 이결에게 잔을 부었다.

 “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만나서 이야기 하지. ” 그러나 그들 앞에 다가오는 사건들로 인해 만날 지금의 약속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평소와 같이 그간의 이야기들을 두런두런 하며 오랜만의 회포를 푸는 내내 휘는 조금씩 밖을 내다 보았다.

 

 그 사이 서랑은 밥도 먹었겠다. 오다가 보니 여기 객잔은 크기도 크기려니와 구조가 매우 특이하게 되어 있었다. 둘러보면 좋을텐데 .

 “난 산책 좀 하고 올 터이니 너희는 쉬고 있어.”

 월담이가 나간 사이에 잽싸게 언년이에게 말하고 나왔다.

 언년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냉큼 방을 나선 서랑이 계단으로 내려갔고 그 간발의 차로 충길이 방문을 두드렸다.

 언년이가 문을 열자 충길은 시선을 방으로 흘긋 두었다.

 “월담이는 어디 갔어?”

 “ 충길 오라버니? 월담언니는 세탁물 가지고 나가셨구요. 아가씨도 어? 어디 가셨지?”

 “ 아가씨 어디 나가셨나? 우리 도련님이 오셨거든.”

 “ 아까까지도 계셨는데... ” 언년이가 웅얼웅얼 말하자 충길이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 되었다. 난 그럼 1층에 있을 터이니 아가씨가 오면 우리 도련님도 오셨다고 알려만 줘”

 “ 네.”

 충길은 바로 뒤를 돌아 내려갔다. 그냥 오늘은 아가씨를 만나뵙지 않고 가는 것이 나을 것 같기도 했다. 자신이 월담이를 못 본것은 조금 섭섭했지만. 아직은 도련님께서 서랑 아가씨에게 자꾸 빠지는 것만 같아서 불안 불안 했다.

 왜 다들 반듯한 사람이 첫정에 빠지면 부모자식도 몰라보지 않던가?

 설마 그럴리는 없지만 휘의 성격상 무엇인가 빠지면 골수로 빠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서랑은 수수한 옷을 입고 나왔으나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외모여서 사람들이 흘끔흘끔 처다보자. 자신이 생각해도 예전보다 훨씬 이쁜 외모가 자랑스러웠다.이런 외모를 준 옥황상제에게 감사했다. 아니 상제의 따님인 공주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자신도 모르겠지만 훨씬 당당해진 느낌에 어깨를 펴고 걸었다.

 미모가 절대 파워지 암!

 그녀가 객잔을 둘러볼때 한 시종이 다가왔다.

 “저 서랑 아가씨?”

 “응?”

 “어떤 꼬마아이가 찾아왔습니다.”

 서랑은 지난번 자신이 도와준 아이 일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궁금하던 차였다. 그때 아이에게 돈을 쥐어주고 그 아이의 동생이 몸이 건강해 졌는지 어디사는 지도 모르는 아이에게서 몇 일간 연락이 없어서 그 의원에게 찾아가야 하나 하며 생각을 하고 있었더랬다.

 시종을 따라서 객잔 정문을 넘어 가니 예측한 대로 그 녀석이 서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아시는 아이가 맞는지요?”

 “네 맞아요 . 걱정말고 일 보세요.”

 서랑은 아이를 반갑게 맞이했다.

 “오랜만이다. 사실 소식을 기다렸는데 내가 연락할 곳도 없고. 동생의 몸이 많이 안 좋았던 것이구나? 이제는 좋아졌어??”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가운 듯 활짝 웃는 아이가 매우 이뻐 보였다.

 “정말 감사드려요. 훨씬 건강해 졌어요.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고. 찾아 뵈었어요.”

 “다행이구나. 그럼 의원에게 준 돈이 모자랐을 터인데...” 서랑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안그래도 의원님께서 저희에게 일꺼리를 주신다고 동생 약제비와 조금 더 여유의 돈을 벌 수 있다고 하셨어요 ”

 “어머! 그런데 의원이 일거리를 알아준다니 그건 무슨 말이야?”

 “의원님이 심부름을 해주면 수고비도 주고 동생도 돌봐주신다고 하셨어요”

 “무슨 심부름? 부모님은 허락하셨어?” 아이의 부모님이 없을 것 같지만 확인차 물어보았다.

 “ 실은 두분 다 일하다가 돌아가셨는데.... 동생의 약제비가 더 필요하니 제가 해야해요..”

 서랑은 눈을 세모로 떴다.

 “ 무슨 일인데? 위험한 것 아니야?” 분명 의원은 좋은 성향의 사람은 아니 였는데 서랑은 의심스러웠다.

 “ 전 어려서 크게 위험한 것은 시키지는 않는다고 하셨어요. 물건만 운반하면 된다고.”

 “ 무슨 물건인지 알아?”

 “ 약제라고 하셨어요”

 서랑은 걱정스럽게 아이를 내려다 보았다.

 “ 저의 집에 그 약을 보내주시면 제가 심부름만 하는 것이랬어요. 그래서 심부름을 하기로 했어요.”

 서랑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왠지 수상한 이야기다.

 그날에는 돈이 없다고 문전박대를 하더니 이젠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란 것을 알고 나서 분명 아이를 통해서 심부름을 시키려는 듯 했다. 더더군다나 돈을 밝히는 의원이라 수상해도 한참 수상했다. 아이가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말을 살짝 돌렸다.

 “ 참 . 너의 이름도 물어보지도 않고. 내 이름만 알려주었네. 너의 그 비싼 이름 좀 물어보자.”

 “아.! 바로 지난번에 알려드렸어야 했는데. 서 담하 이라고 합니다. ”

 “담하구나. 내가 너의 집에 데려다 줄게 가자!”서랑이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네? 아닙니다.”아이가 쪼르르 따라 내려왔다.

 “어서 가자구.! 참! 밥은 먹었어?”

 “아네....” 아무래도 밥도 건사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나도 배고픈데 만두 좀 사먹을까? 자! 가자 앞장서!”

 담하는 당황한 듯 하지만 순순히 자신의 집으로 걸어갔다.

 서랑은 담하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무래도 이 아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 아이의 집에 가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서랑은 도성의 외각 허름한 빈민촌에 도착했다. 아이의 집은 그곳에서도 한참 외진 곳으로 들어가야 했다. 아이들이 살기에 적당하지 않은 곳 같았다. 주변에 집이 듬성듬성 서있어서 나무들이 우거져 집안이 잘 보이지 않는 위치였다.

 “아가씨 이곳입니다. 누추하지만 들어오세요.”

 서랑은 아직 따뜻한 만두를 아이의 손에 들려주었다.

 “동생은 볼 수 있어?”

 “네! 그럼요. 담덕아! ” 아이가 허물어 지는 방문을 열고 동생을 부르자 작은 목소리의 동생이 대답했다.“콜록 콜록! 오빠 왔어?”

 서랑은 조심히 방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아이는 남자아이에 비해서 훨씬 몸이 작았다. 나이 차이는 많은 것 같지 않은데.

 “너가 담하 동생이구나. 안녕? 난 서랑이야.”

 “지난번에 내가 말했던 우리 도와주신 분이야. 담덕아 인사드려.”

 “정말 감사합니다. ”

 “뭘. 도와줄 수 있는 만큼만 도와주는 거지. 부모님도 없이 둘이 사느라 힘들지? 그래도 대견 하구나 둘이 서로 잘 돌보고.” 서랑의 다정한 말에 담덕은 울먹울먹였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을 보니 참는 것이 많이 익숙한 아이들이다.

 “만두좀 먹을래? 막상 먹을 려고 했는데 걷다보니 입맛이 없어. 너희가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해”

 서랑은 만두를 꺼내 보였다. 담덕은 담하에게 허락을 바라듯 바라보자 담하가 웃으면서 먼저 선뜻 대답했다.

 “네. 잘 먹겠습니다.”

 담덕도 작은 손을 움직여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

 서랑은 주위를 둘래둘래 보다가 아이들의 거처하는 방이 써늘해서 방바닥을 쓸었다.

 “담하야 방이 차다. 땔감은 없니?”

 “산에 올라야 하는데 오늘은 이래저래 바뻐서 땔감을 구하지 못했어요. ” 담하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렇구나. 그럼 이것을 팔아서 땔감도 사고 필요한 것 좀 사라.” 서랑은 선뜻 손가락에 껴있던 가락지를 뺐다.

 “아녀요.! 정말 이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도둑으로 오인 받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아이가 이런 가락지를 가지고 가서 팔아도 재대로 값을 쳐서 받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 내가 생각이 짧았네. 그럼 오늘만 참고 내일 사람을 시켜서 필요한 것을 보내줄게 . ”

 담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

 “응. 그럴까 하는데 .”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담하가 웅얼거렸다.

 담덕이 무엇이 생각난 듯 박수를 쳤다.

 “참. 의원 아저씨가 열흘 후에 물건을 가지고 오신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어.” 담덕이가 담하에게 이야기를 전달했다.

 서랑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담덕아. 그 아저씨가 열흘 후 언제 온다고 했니?”

 “밤에 오신다고 늦게 오신다고 ...... 잠들지 말라고 했어요.”

 “밤에?” 더 수상하다 심부름할 물건을 왜 굳이 늦은 밤에 아이들이 잠들지 말라고 할 정도로 어두운 밤에 온다는 것인가?

 “담하야. 내가 자주 들릴께 혹시라도 의원에게서 기별이 오면 나에게도 전해줘. ”

 “네. 그럴께요..” 담덕이가 만두를 입에 가득 넣으며 대답했다.

 담하가 눈짓을 주며 말했다

 "아가씨께서 도와주시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동생하고 단둘이 사는 모습이 기특해서 도와주는 거니까 계속 동생을 잘 돌봐야 한다.” 서랑이 담덕이 머리를 쓸어주었다. 서랑은 아이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곳에 도움을 주는 것은 이웃집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외진 곳에 이웃들도 왕래가 없어서 거의 버려진 아이들이라 이웃사람들의 도움 외에는 살아갈 방도가 없는 것이다.

 그 수상한 의원이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이 순한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이라면 정말 큰일이 아닌가? 서랑은 내일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여각으로 돌아가기 위해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겼다. 예전 생에서 자신이 키우지 못한 아이가 생각나서 자꾸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그냥 같이 이곳에서 잠을 자고 지켜봐 주고 싶지만 자신은 이미 책임져야 할 시종들이 있으니 걱정하기 전에 돌아가야 했다. 이미 걱정하려나? 해가 지고 달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서랑은 아이들이 잘 안보이는 곳으로 가자 내공을 끌어올려 축지법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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