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랑은 여각에 돌아오자 월담에게 끊이지 않는 잔소리를 계속 듣고 있었다.
“도대체 . 어딜 그리 쏘다니시는 겁니까? 네? 지금이 곤시 ! 라구요! 다들 잠에 빠져도 한참 잠에 빠지는 시각입니다. 아가씨가 17살 꽃처럼 이쁘실 나이이신데 무슨 험한 일을 당하시려고 .! 마님이 아시면 목숨이 남아나질 않아요! 이렇게 하시면 외가에 가서 다 말하고 강하로 끌고 가셔야 한다고 말할 꺼여요! ”
서랑은 오늘 많이 돌아다녔는지 피곤했다.
“그만해라. 졸립니다.”
“어제도 그러셔서 한발 물러 났지만 ! 오늘은 아닙니다!”
“언년이는 자고?”
“12살인데 잠이 쏟아질 나이이고 아가씨를 내내 같이 찾아다니다가 저 방에서 졸고 있습니다!”
“내가 미안해. ” 월담이는 서랑보다 한 살 위인데 애 늙은이처럼 잔소리 하는 모습에 자신의 예전 모습이 겹쳐져서 웃음만 나왔다. 저 충심 이해하지 암. 그래도 저 아이가 있으면 호완님을 도와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다. 어찌 방법이 없을까?
아! 그래.!
“월담아 우리 여비가 얼마 없지? ”
“네. 안그래도 그것 때문에 말씀 드리려고 했어요. 도성에 얼마나 머무르 실 꺼여요? 외가에는 한달만 구경하고 온다고 왔는데. 오래 있으실껀지......” 월담이도 충길이가 머무는 도성에 있고 싶을꺼다.
“그럼 여비를 어디서 더 구할까? 패물을 팔자.”
“헉! 저 비싼 패물을 팔다니요? 아가씨가 집에서 다 바리바리 싸들고 나온 것도 언니들이 훔쳐 갈까봐 걱정된다고 가져 오신것들 이잖아요!”
“ 그래? 팔때도 되었어 이러려고 가져온거야”
“ 아가씨가 철이 들었는지... 하지만 그건 안돼요.!”
“ 왜?” 서랑은 월담이 기겁하고 말하자 왠지 미안했다
“ 제가 외가에 가서 이번 달치 마님이 보내주신 생활비가 지금쯤이면 와 있을꺼여요. 매달 초에 보내주시기로 하셨으니까, 근데 갔다 오려면 빨라도 닷세는 걸릴텐데... 저 없이 언년이랑 있으셔야 해요.”
“괜찮아.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께.”
월담은 한숨을 쉬었다. 저 한숨의 의미는 충길일터. 그래 이 한몸 너를 엮어 주기 위해서 위험한 말을 꺼내보자.
“그리고 어머님께는 도성에 머무를 예정이라고 서찰을 쓸 터이니 인편에 강하에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너 혼자 가기는 위험하니 내가 휘도련님에게 충길이를 함께 보내달라고 해볼까?”
월담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저거, 저거! 완전 좋아라 한다. 하긴 낭랑 18새 설래임이 가득한 나이이지.
“그래도 될까요? 가능할 까요?”
서랑은 월담의 반색에 만약 도련님이 거부하면 낙담할 월담이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볼게”
“아가씨, 감사해요” 서랑은 웃으면서 하품을 했다. 잠이 몰려온다.
“내일 휘도련님을 . 하~암. 보기로 했으니 부탁을 해볼게.”
“네! 아씨 . 피곤하실 텐데 어여 씻고 주무세요. 아이쿠! 내 정신좀봐. ”
월담이 서둘러 그녀의 목욕시중과 옷시중을 들어드리고 냉큼 자신의 처소로 옮겨갔다.
서랑은 목욕하는 내내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담화, 담덕 남매를 외가에 맡겨야겠다.
어린 아이들이고 밝고 착하게 자란 아이들이다 보니 맘이 더 쓰여서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사실 이왕에 보낼꺼 언년이도 보냈으면 싶지만 월담이가 그것은 양보하지 않을 것은 뻔했다.
언년이는 이곳 여각에서 시종들하고 잘 어울려 다니며 지내니 담화,담덕 남매보다 걱정도 될 되고, 서랑은 내일 휘 도련님에게 의술을 배우는 것과 충길이를 요청해 봐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몸을 뉘었다.
눈을 감자 호완님의 얼굴이 더 선명하게 기억이 나자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볼을 감쌌다.
“어쩌면 좋아. 다시 만났어. 그가 맞아. 그 눈빛과 그 목소리. 장군님이 환생하신 걸 거야. 날 기억하지 못하셔도 내가 다 기억하니까 괜찮아. 그리고 나의 아이를 입적해주시고 키워주셨으니. 나도 이번생에 호완님을 도와드릴 거야. 분명 호완님은 의로운 일을 하실꺼고. 업보도 풀고. ........ ” 서랑은 점점 잠에 빠져들었다.
“고... 마... 우...신... 분...”
밤이 깊어간다.
다음날 휘는 서랑과 점심 무렵에 보기로 한 약조보다 훨씬 일찍부터 여각에 도착했다.
“도대체 도련님. 이른 아침부터 오시면 아가씨가 준비가 됐겠습니까? 여인들은 외출 한번하기가 오래 걸린다는 것을 마님을 통해서 무수히 보셨잖습니까?” 충길은 늦잠도 자지 못하고 불려온 것이 못마땅해 했다.
“그래서 점심경에 오겠다고 말했지.”
“헉! 그럼 도대체 왜 이리 일찍 나오셨습니까?”
“기다리려고.”
“네-에?” 충길이 목소리가 커졌다. 휘가 눈썹을 찌푸렸다.
“도련님 미쳤습니까? 두시진이나 기다려야 합니다.! 미쳤네 미쳤어”휘가 피식 사람 좋게 웃기만 한다.
“ 사실 밤새 잠을 못 잤다. 그냥 기다리기가 너무 힘들어서 나왔어. 근데 너도 좋지 않으냐? 월담이를 만나는 것 같던데?”
충길이가 도련님으로 인해 놀란 입을 헙! 하고 닫았다.
“저야 뭐. 이리 저리 사람 잘 사귀는 것이지만... 도련님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월담이한테 그 말을 전해주랴?”
“아이쿠 도련님 . 죄송합니다. 기다립시다.!
“월담이에게 기별은 하되 아가씨의 잠을 깨우거나 서둘러 닦달하지는 말라고 해라. ”
“뭐. 그게 그거지만 다녀옵지요.” 충길은 여각으로 들어갔다.
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날씨가 참으로 눈이 부셨다.
파란빛이 너무 맑아 옥빛으로 보였다.
새들이 높이 날며 그 위로 구름들이 지나가는 것이 평소에 바라봤던 하늘이 아닌 듯 싶다. 이른 아침에는 일을 위해 바쁜 걸음을 하는 사람들로만 몇몇이 지나갈뿐이였다.
여각 앞이다 보니 빨리 가야하는 여행객도 보이고 새삼 여유롭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잔잔히 미소를 지으며 서 큰 나무 아래에 여각 대문을 바라보며 뒷짐을 지었다.
“휘 오라버니?” 휘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 보았다.
좌상의 딸인 금화가 자신의 몸종과 함께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돌아 오셨군요. 언제 오셨습니까?” 금화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휘에게 다가왔다.
“몇일 전에 도착했지. 그러는 넌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어딜 가는가 보구나 ”
어서 갈길 가라는 표현이지만 금화는 모르는 척 그의 얼굴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도록 가까운 곳에 섰다.
“소식을 알았으면 오라버니를 찾아뵙는 것인데 이리 우연히 만나다니 너무 반갑습니다.” 휘는 그 말에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그의 어미가 미리 연통을 넣어 우연을 가장하여 이른 아침에 만나게 한 것이겠지.
“오랜만이긴 하구나, 그간 잘 지냈느냐?” 휘는 여상히 인사를 하며 다시 대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혹여라도 서랑이 이 모습을 볼까봐 걱정이 되었다.
“네. 저희 오라버니도 종종 휘 오라버니 이야기를 했었어요. 참 저희 아버님께서도 휘 오라버니 이야기를 하시다가 보고 싶어 하셨는데. 곧 영상대감댁에 방문하신다고 하셨거든요 . ..” 금화는 자신을 보지 않아 섭섭했지만 휘의 멋진 모습을 바라보며 부끄러운 듯 미소를 살포시 지었다.
휘는 금화의 오라비 이야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도성에서 알아주는 개차반이였다. 같이 말도 섞고 싶지 않은 자여서 그는 어서 빨리 금화가 자리를 떠나주었으면 했다.
휘는 표정이 굳었다. 자신이 언질을 했으나 아무래도 어머님이 혼사를 따로 알아보시는 것 같아서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 앉았다.
“ 난 오늘 약속으로 만나야 할 여인이 있어. 그 여인이 오해하길 바라지 않아 .넌 가야할 길 가거라.”
휘의 단호한 표정과 말투에 금화는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오라버니. 설마 지금 여인을 기다린다고 하신 거여요?”
“그래, 나의 맘에 드는 여인이다.”
금화는 휘의 단호한 말에 말을 잊지 못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저에게 그런 말을 하시다니.... 제가 오라버니를 많이 좋아하는 것 아시잖습니까? 대감마님도 아셔요?” 금화는 이솔 공주마마를 들먹였다.
“ 말씀 드렸다.”
“이... 이만 . 오늘은 먼저 가겠습니다.” 금화는 말을 더듬더니 몸종을 데리고 울먹이며 자리를 벗어났다.
이를 지켜본 충길이가 슬그머니 휘에게 걱정스런 시선을 주었다.
“마님이 아시면 노여워 하실 터인데..”
예전부터 이솔 공주가 며느리 감으로 찍어둔 여아 중 하나였다. 물론 휘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았고. 어린 시절에는 같이 놀았으나 만약 서랑을 만나지 않았으면 별탈 없이 혼례를 올렸을 지도 몰랐을 아가씨인데 휘가 저리 철벽을 처버렸으니. 마님이 화를 낼 수 있어 충길은 한숨만 나왔다.
“ 쩔 수 없다. 이미 일은 일어났으니 . ” 휘는 속엣말로 뒷말은 충길에게 하지 않았다. 이미 내 눈에는 다른 여인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네. 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요.”
도련님이 어디 하나 몰두하면 하루해가 지는 지도 모르고 몰두하셨던 분이니 어련 하시겠습니까? 다만 마님과는 설득을 하시고 부딪 히지는 마셔요“
서랑은 식사를 마치고 서찰을 쓰고 있었다. 아이들을 부탁하는 글과 여비를 도성으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신중히 쓰고 있었다.
“아가씨. 도련님이 이리 일찍 와서 기다리신다고 하십니다.” 월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언년이는 옆에서 먹을 갈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오셨네요? 점심에 오실꺼라고 아가씨가 그러셨는데..”
서랑은 서찰을 마저 마무리를 했다.
“ 언년아 이제 되었다.이것들은 치우고 글이 다 마르면 봉투에 넣어.”
언년이는 먹과 붓들을 치우기 시작했고 . 방에 오자마자 옷들을 꺼내며 분주한 월담이 서랑에게 옷을 갈아 입히기 시작했다.
“어여 움직이세요. ” 서랑이 피식 웃었다.
“오냐. 널 위해 이 한몸 빠르게 움직이마.”
서랑은 외출 준비를 빠르게 하고 여각을 나섰다.
문앞 큰 나무 아래에 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리 일찍 오시다니.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잠을 일찍 깨어 할 일이 없어서 ...”휘가 그녀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처음보다 미소가 다정한 사내였다.
서랑도 마주 보고 웃었다. 휘는 자신의 마음이 다시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저 포근하고 따뜻한 시선이 그에게 와 닿는다. 휘는 다시 기분이 매우 날아갈 듯 좋아져 있는 자신을 느끼며 중증으로 그녀에게 빠졌음을 그녀에게 넘칠 정도로 흘러감을 깨달았다.
“천천히 도성을 둘러 볼까요?” 휘가 그녀에게 다정스럽게 말을 건냈다.
“네. 서점은 이 시각에 열까요?”
“아마 조금 더 늦게 열것 같은데.”
“ 그럼 천천히 걸어가요. 부탁드릴 말씀도 있어요.”
“ 무엇입니까?”
서랑은 충길이를 월담이 가야할 심부름에 동행이 가능한지 휘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휘가 흔쾌히 그렇게 하시라 하며 충길이를 바라보자. 충길이가 놀라 바라봤다.
“도련님! 저 없어도 괜찮으시겠어요?”
“우리 집에서 너는 나에게 중요하다만 . 짧은 기간이니 걱정 말고 다녀와라.”
서랑은 반색을 하며 고마워 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월담이만 보내기가 불안했어요.”
“이리 저에게 의논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
“아닙니다. 이곳에 와서 아는 사람이 도련님 밖에 없으니. 귀찮게 해드릴까봐 오히려 송구합니다.” 서랑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둘이 천천히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충길이는 자기도 모르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저런 선남 선녀를 보다보니 주변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했다.
“쳇. 잘 어울리는군. 보기 좋네.”
충길이는 은근 월담이가 생각났다. 이참에 자신도 월담이랑 알콩달콩 해야겠다.
개천가를 지나가다가 나무 그루터기를 보고 휘가 잠시 앉자고 하고 먼저 자리를 잡고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탁탁 쳤다.
서랑은 휘의 옆에 조금 거리를 벌려 앉았다.
“그럼 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그것이 다 입니까?”
“아! 하나 더 있습니다. 제가 의술을 배우고 싶어서 요즈음 서점에 가서 책을 읽었는데 책만 읽어서는 부족할 듯 싶어서요. 도련님이라면 저에게 의술을 알려주실 분을 추천해 주셨으면 해요.”
“의술을 ? 왜 배우고 싶어 하시는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도성에서 아이들을 만났는대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도성에서 머물면서 의술을 꼭 배우고 싶습니다. 이곳에는 능력있는 분들이 더욱 많을 터이니까요. 그리고 빈민촌도 그렇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낭자는 마음이 따뜻하군요. ”
“도련님만 하겠습니까?”
“제가요?”
“네 . 도련님은 절 바다에서 건지시기도 하고 여각도 잡아 주시고 무엇보다 지금도 이리 챙겨주시는 걸 보면 마음이 따뜻 하신분 이지요.”
“전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휘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이 이쁘고 빛나는 모습을 자신만 보고 싶어 어디론가 그녀를 담아 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무도 그녀를 탐내지 못하도록 그런데 이리 빛이 나서야 누가 봐도 탐낼 것이다. 저리 마음도 따뜻한 여인이라면 자신의 한평생을 같이 지내고 싶었다.
“낭자는 이번 유랑이 끝나면 돌아가셔야 겠지요?”
“음... 여기서 의술을 배우고 하고자 싶은 일들이 마무리 된다면 아무래도 부모님에게 돌아가야지요. 돌아가서 의술을 배운것을 십분 발휘하여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생각입니다.”
“부모님께서는 낭자에게 혼례를 올리도록 채근하지는 않으십니까?”
“실은 이번 여행도 혼례를 올리라 어머님이 말씀을 하셨는데..그 것이 싫어 이리 여행을 떠나온 것입니다. 아마 돌아가면 그것부터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휘는 마음이 싸해졌다. 왠지 모르게 손을 꼭 쥐고 그녀를 진지하게 응시했다.
“그럼 약혼자가 있는 것 입니까?”
“약혼은 아닌데... 부모님께서 혼례를 올리도록 하겠다고는 하셨습니다... 일단 그때가서 생각해 봐야지요.” 서랑은 상황이 어떠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은 가족을 직접 만난 적이 없으니 말만 오간 것 같았다. 서랑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했다. 서랑이 여상히 말하자 휘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혹, 이런 말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전 어떻습니까?”
“뭘 말이신지?”
“제가 낭자의 가문에 청혼서를 넣는다면.. ”
“네에~~~~~~~~?” 서랑은 자신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아니 얼마나 봤다고. 저에게 청혼서를 넣습니까? 도련님 정도 되시는 분이 뭐가 아쉬워서요?”
“내 아쉽습니다. 전 낭자의 밝고 그 고운 미소가 저에게 순간순간이 너무 아쉽습니다. 부모님께는 제가 말할 터이니 저를 받아주실 수 있으신지 대답이 듣고 싶습니다.”
“어!!! 전 아직 혼례 생각이 없습니다.!” 서랑이 손을 내저으며 정식을 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제가 그대의 배필이 된다면 낭자가 하고 싶은것을 맘껏 지원하겠습니다. 누구보다 아껴드리고 사랑해 드리겠습니다.”
서랑은 아침부터 엄청난 말을 들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저! 도련님! 이런 일은 제가 처음 겪어봐서.... 일단 진정하시고. 물론 감사한 말씀이기는 합니다만...”
서랑이 거부하고자 하는 말에 휘는 그녀의 두손을 덥석 잡았다.
“생각해 보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지금 당장 대답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전 낭자를 매우 좋아합니다. 낭자라면 낭자가 나의 부인이 되어 준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저도 충동적으로 말했으나 말을 뱉고 보니 절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서랑이 고개를 설레설레 지었다.
“도련님. 전 정말이지..” 휘는 그녀의 거절의 말이 나올까봐 두려워 벌떡 일어났다. “대답은 나중에 충분히 생각하시고 말해주십시오. 그 일은 이만 접고 갑시다. 지금 서점으로.” 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이끌자 서랑은 대답할 시기를 놓쳤다. 휘가 그녀의 손을 잡아 거닐며 자신의 오그라든 심장을 다독였다.
이리 충동적으로 말할 것이 아니지만 서랑이 다른 사람과 혼례를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이미 자신의 생각이 본심이 튀어나와 버렸다.
부모님을 설득할 생각을 하며 휘는 서랑과 서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