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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낭만자객
작품등록일 : 20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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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국에서온 여행자
작성일 : 17-07-07     조회 : 377     추천 : 0     분량 : 7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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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랑은 고개를 돌려 누군지 처다 보았다. 달콤한 저음의 키가 크고 수려한 사내였다. 이 자는 아까 자신에게 패를 놀랍게도 발밑에 정확한 위치로 던진 그자였다.

 “누가 나의 아가씨에게 추파를 던졌지?” 그가 위압감을 표출하며 그들에게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윽! 난 난 그저 말만 그래 말만 ! 나누려 했을 뿐이다!” 얼굴이 뭉그러지고 있던 자가 웅얼거렸다. 여인만 있으면 큰소리 팍팍했을 터인데. 어디에서 나타난 사내가 그녀를 보호하려 나타났으니 조금 당황했서 말이 꼬였다.

 은율은 서랑의 귓가에 살짝 말을 그녀만 듣도록 속삭였다.

 “이곳에서 씨끄럽게 처리할 일은 아니니 재가 처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맡겨 주시지요.” 서랑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호환 감찰관님을 도와드리고 있는 자신이 부각되어서 좋을 것은 없었다. 더더구나 추무량의 아들이니 몸을 사려야 했다.

 은율이 추무량의 아들의 어깨를 돌려 한손에 기를 넣어 어깨를 툭툭 치기는 했으나 서랑이 보기에도 그가 어깨를 칠 때마다 그자의 얼굴이 팔이 빠지는 듯 하얗게 질려갔다.

 “내 여인일세. 나도 대단한집 아들이지 궁금한 듯 하니 말해줄까? 월국의 둘째 왕자야. 믿기지 않는다면 뭐 호패를 보여줄 수 있고 아니면 자내 무사들에게 내 무사들을 보내 한번 칼춤한번 추는 것도 나쁘지 않고. 곧 이 나라 태자의 생일잔치라 사신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곳에 놀러왔는데. 이리 내가 아끼는 여인에게 함부로 대하면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고. 아니면 뭐~ 괴씸죄로 자내를 내 나라에 끌고 갈 수도 있고. 아직도 내 여인과 말을 섞어 보고 싶나?”

 은율이 그에게 자신의 신분을 말하자 서랑은 저것이 진짜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으나 조용히 바라만 봤다.

 “아! 아닙니다. ” 이런 자들 일수록 신분을 내세우면 이쪽도 신분으로 눌러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은율이다.

 “그래 조용히 자리에 돌아가도록” 은율이 그를 그의 일행 쪽으로 밀었으나 그 힘이 대단하여 그자는 헉! 소리를 내면 그의 무사들 쪽으로 쓰러졌다.

 팔로 밀었는데 마치 두발로 차버린 듯 하다.

 그의 외양에 걸친 비단옷감으로도 범접지 못한 돈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그 외에도 무애를 통달한 기세가 있었다. 저리 힘이 좋으니 보통사람은 결단코 아니였다. 서랑은 어쩜 이자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은율은 서랑의 표정을 들여다 보았다.

 자신의 얼굴을 보며 시선을 곧곧하게 응시한다. 오~ 이 여인은 담도 큰 여인이다.

 보통의 여인들은 월국의 왕손이라 하면 볼을 붉히거나 눈에서 빛이 반짝반짝 거리는데 더더구나 자신정도의 외양이라면 이성으로 접근하러 혈안이 되고는 했다. 자신이 여인들에게 인기가 있다 보니 가볍게 사귄 여성들만 수를 세어도 열이 넘었다. 그런데 이 담담한 표정이라니 정말 맘에 든다. 혹시라도 이 나라를 떠날때에도 질척거리지 않을 것 같은 모습에 퍽 맘에 들었다.

 “고맙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일행이 있어서..”그녀는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한 후 돌아갔다.

 은율은 서랑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갔다.

 그녀가 건물과 건물을 잇는 큰 문옆에 있는 의자에 앉기 전에 그를 다시 발견하고는 그녀는 놀란 듯 멈췄다. 그리고 그에게 몸을 돌려 곱게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왔으니 ...이만....” 서랑의 말을 그가 낚아챘다.

 “뭐. 감사할 것 까지야. 어려운 사람은 도와야지요.”

 “전 일행이 있어서 이곳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서랑이 그에게 이만 가보시라는 듯 시선을 은율의 무사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은율은 환하게 웃으며 자신이 의자에 먼저 앉았다. 그리고 옆을 툭툭 두드리며 앉으라는 듯 그녀에게 눈짓을 보냈다.

 “안가십니까?”

 “내가 가면 저놈들이 다시 와서 그대를 희롱할 지도 모르는데. 이왕 책임 진거 오늘은 끝까지 책임져야지요.” 은율이 가볍게 웃었다. 웃음이 어찌 방싯방싯 해픈지 모르겠다며 서랑은 속으로 혀를 찼다.

 “좋습니다. ” 서랑이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그냥 옆에 철푸덕 앉았다.

 서랑은 문을 바라보며 언년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데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은율이 손을 내밀었다.

 “아까 말한 것 사실입니다. 월국의 왕손이고 여행을 돌다가 부모님의 명으로 곧있을 태자의 사신으로 태자의 생신연에 초대되었습니다. 저는 천은율이라 합니다. 그대의 이름은 서랑이라고 들었으니 우리 친구나 합시다.”

 서랑은 그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고 손을 빼내었다.

 그는 핏하고 또 웃었다.

 “제가 아는 왕손들은 다들 진중하던데....”

 “아! 내가 좀 가볍소. ” 서랑은 그의 말에 파안대소 했다. 참 즐거운 사람이다.

 “하하하 그리 밝게 자라기도 힘드실 터인데 그리 유쾌한 성격이 천성인가 봅니다.”

 은율은 그녀의 미소에 가슴이 쿵덕거렸다. 여인들의 세초롬한 미소나 유혹하는 미소나 봤지 저리 화통하게 웃는 것이 귀여웠다. 웃는 것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보여 자신이 헛것을 보는 것인지 눈을 깜빡거렸다.

 “흠. 어차피 이곳에 살 사람도 아닌데 심각하게 지내다 가는 것보다 즐겁게 놀다 가야지 않겠소? 거의 여행자인데. 그러니 그대도 나하고 친구나 먹읍시다.”

 “좋네요. 오늘만 친구처럼 지내죠 뭐”

 “내가 조금 오래 머무를 듯 한 대.” 은율은 이환의 생신진연이 끝나면 바로 돌아갈 예정 이였지만 서랑과 놀다 가도 좋을 것 같았다. 이리 화통해서야 성격도 맘에 든다.

 “뭐 다시 볼일이 있을까요?”

 “이정도 외모면 다시 보고 싶지 않소?” 은율이 자신의 얼굴을 서랑에게 가까이 가져다 대자 서랑이 눈을 흘겼다.

 “너무 눈부셔서 눈이 시립니다. 저리 좀 떨어지세요.”

 “안기고 싶지는 않소?” 그가 팔을 활짝 벌렸다.

 그녀가 그의 두팔을 잡아 내렸다.

 “자리가 좁습니다. 가만히 계시던가 돌아가세요.”

 “친구하기로 했으니 말을 편하게 하자 서랑. 그대는 나에게 율이라 불러도 좋아.”

 “뭐. 맘대로 하시는 편이신 듯 하니 그러시지요. 율” 서랑은 다시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혹시 기다리는 사람이 사내야?”

 “아뇨. 저의 가족같은 몸종입니다.” 서랑은 자신만 존대를 하는 것 같아서 조금씩 짜증이 났다.

 “몸종을 두고 이리 혼자 다녔어?”

 “네. 좀 친구들하고 놀라 보냈어요. ”

 “이리 이쁜 아가씨를 혼자두고?”

 “아 좀! 율이 저에게 수직부리는 것 같습니다.!”

 “..........오! 눈치가 좀 있는걸? 맞아 수작부리는 거지. 교묘하게 ”

 “이미 눈치를 챘으니 교묘한 것은 아니지요.”

 “그 몸종이 아가씨를 찾아 이리오겠지 나좀 봐주면 안돼?”

 서랑이 다시 인물이 훤한 그를 쳐다 보았다. 이환이나 휘를 봐서 그런지 그녀의 심장은 덤덤했다. 사실 그의 외모도 범상치 않은 수려한 외모였으나 자신은 전생에 사모했던 이 환을 만났으니 심장이 떨리거나 설레임을 느끼지 못했다.

 “하실 말씀이?”

 “어디살어? 놀러가도 돼?”“

 “아 그 잘난 외모는 두었다 뭐하십니까? 좋다는 여인들이 많을 터인데.”

 서랑은 지나가는 여인이나 기녀들이 그를 몰래 처다보는 것을 가리키자 그녀들이 시선을 후다닥 돌렸다.

 “나 눈 높아. 아무나 만나지는 않지. 그 아무나들은 결국에는 시간 낭비 더라구 알짜만 만나야지.”

 “제가 알짜입니까?”

 “그럼. 내눈은 정확하다고. 너랑 놀만 재미있을꺼 같다.”

 “전 심심하지 않아요. 놀 생각도 없고.”

 “약혼한 사람은 있어?”

 “친구하자고 하셨으면서 그건 왜 물어보세요?”

 “약혼자가 있으면 실례이니까. 그 정도 예의범절은 지키지.”

 “허! ” 서랑이 그의 능글능글한 말 제주에 혀를 찼다. 꼭 누가 생각나는데.....둘이 만나면 쌍벽을 이룰 것 같단 말이지.

 “나는 이곳에 묶을껀데. 어떻게 연락해야해?”

 “우연히 만나면 그때 친구하죠. 지금은 오다가다 만난 사람이잖아요.”

 “그래? 그럼 우연히 다시 만나면 그땐 우리 친구하는 거다. 내가 여기 머무는 동안 친구로 대해 줘야해.”

 “그러죠.” 서랑은 별 의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언년이가 품에 보자기를 들고 중문으로 들어왔다.

 “아가씨! 다녀왔어요!”

 서랑이 의자에서 일어나자 은율도 따라 일어났다.

 “다녀왔어?”

 “네 친구들이 먹을 것을 주었어요.”

 은율이 언년이를 보며 방긋 웃어주었다.

 “랑의 시종이구나?” 언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며 인사를 했다.

 “우와 무척 잘 생기셨어요 . 휘도련님 처럼요. 전 언년이라 합니다. ”

 “휘도련님? 그래도 내가 더 잘났을 터인데. 잘봐봐 난 서랑의 친구 은율이야. ” 서랑은 그의 말에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못말린다. 그를 무시하듯 서랑은 언년이에게 자기 할말만 했다.

 “내가 이곳에 칼을 맏겼거든 이름을 새겨 준다고 이틀 뒤에 찾아오라고 했어. 저쪽에 있는 남자 시종 보이지? ”

 “네. 손에 종이를 들고 있는 자요?”

 “응. 그자가 이틀 뒤에 오라했으니 너가 이틀 뒤에 찾아와 줘.”

 “네. 아가씨”

 “아니! 내가 찾아서 배달해 줄게” 은율이 냉큼 대화를 잘라냈다.

 “왜요?” 서랑이 그를 올려다 보며 의심스럽게 물었다.

 “어차피 내가 여기 투숙하니까 내가 가져다 주면 편할꺼 아냐?”

 “언년이도 친구들 보러 올 꺼니까 불필요한 배려입니다.”

 “허! 쉽지가 않네. ” 은율은 피식웃었다.

 “저희는 이만 돌아가 볼터이니 율도 이만 돌아가세요.”

 서랑은 그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언년이를 잡아 끌며 빠르게 나갔다.

 율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보다가 그의 호위무사를 손짓으로 부르자 기녀와 웃으며 술을 먹던 영찬이 그럴 줄 알았다며 빠르게 옆에 있던 무사를 보냈다.

 “미행이다. 어디서 사는지 알아와” 은율이 서랑을 가리키자. 무사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한번 숙이고 바로 그녀의 뒤를 밟았다.

 은율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인연은 만들기 마련이지 서랑. 이곳에 오길 잘했어. 심심하진 않을꺼 같군. 바위처럼 단단한 그대의 그 맘 한번 잡아볼까?” 은율이 색스럽게 입술을 삐뚜름히 웃으며 그녀의 뒷모습이 멀리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아직도 그의 가슴은 새로운 설레임 때문인지 콩닥콩닥 기분 좋은 떨림을 울리고 있었다.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문을 열어 날씨를 확인한 서랑은 하늘을 보았다.

 방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작은 집에서 서랑이 중얼거렸다.

 “아이쿠 날씨 한번 애매하다.”

 “아가씨. 오늘은 날씨도 좋지 않으니 나가지 마세요. 비가 올꺼 같아요 ” 언년이가 부엌에서 부지런히 식사 준비를 하다말고 부엌문 밖으로 나와서 얼굴을 내밀고 말했다.

 “ 괜찮아. 비가 오면 절 안에만 있으면 되니 걱정말어.”

 “ 씻고 준비하시면 곧 아침을 내갈 께요.”

 “ 내가 도와줄까?”

 “ 아이쿠. 무슨 소리세요. 다했어요. 아가씨는 씻기만 하세요.”

 “ 언년이는 이담에 시집가면 이쁨 받고 잘 살겠어.”

 “ 아가씨부터 가세요.”

 서랑은 피식 웃으며 물이 담겨있는 항아리가 있는 마당으로 갔다.

 마당의 대아에 물을 붙고는 소매를 걷어 얼굴을 씻고 팔과 다리까지 한번 더 뽀드득 씻었다.

 그리고 빈항아리의 뚜껑들을 모두 열어 두었다. 비가 오면 물을 길으러 가는 것보다 이리 받아두면 언년이가 편할까 싶어 뚜껑을 열어두었다.

 “ 아가씨 식사하세요.”

 “ 응! 고마워” 서랑은 냉큼 마루위에 올라 앉았다.

 잡곡들을 섞은 밥에 맛깔스런 반찬들은 모두 어제 여각에서 얻은 것들 이였다.

 “ 오~ 맛있겠다. 언년이 덕분에 맛있는 것도 얻어 먹어 보내.”

 “ 제가 직접한 것은 아니지만 많이 드세요.”

 서랑은 밥을 먹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날씨가 비가 오면 옷이 젖고 꿉꿉한 것은 싫지만 스님을 도와드리기로 한 것이 있으니 오늘은 올라가봐야 했다.

 “오늘은 넌 집에서 쉬도록 해. 나만 갔다 올게.”

 “밤에 비가 많이 오면 위험해요. 산길이잖아요.”

 “많약에 밤에 비가 많이 오면 그냥 절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올꺼니까 걱정하지 말어.”

 “그것도 걱정이 되어요” 언년이가 그릇에 물을 담아 주면서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난 너가 여기 있으면 좋겠어.”

 “같이 가야죠. 아가씨 ”

 “아니다. 오늘 그냥 난 절에서 자고 올게. 그리 알고 있어. ” 비가 많이 오면 절에서 잔다고 하는 것보다 아에 확실하게 자고 온다고 하면 오히려 오늘밤에는 언년이가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일찍 내려올게. 끝!” 언년이가 밥 수저를 입에 물고 있는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월담 이였으면 잔소리가 한 바가지로 퍼부었을 태지만 언년이는 비교적 순응적 이였다.

 서랑은 보자기에 사내 아이 의복을 다시 챙기고 묶었다. 그리고 집에서 언년이와 문단속 잘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내일 아침에 보자하며 집을 나왔다.

 그녀는 사립문을 열고 나와 잠시 걸어갈 때 였다.

 “ 서랑~”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쪽으로 고개를 바로 돌렸다.

 어제 본 은율이 나무에 기대어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여기에는 어쩐 일로? 혹시 뒤를 밟으셨습니까?” 서랑은 눈치도 빨랐다.

 그도 그럴 것이 빈민촌에 저런 호화로운 옷을 입은 객이 방문할 일은 없을터 이고 더더군다나 할 일도 없이 그의 뒤에 우수수 달린 사내들은 뭐란 말인가?

 “ 역시 내 친구는 눈치도 빨라. 그냥 서랑이 혼자가다 봉변을 당할까봐 살짝 호위를 붙였지.” 서랑은 자신이 기감이 넓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다.

 그 정도 내공은 아닌지라. 보통의 사람이 따라오면 느낄 수 있지만 저런 무사들이 작정하고 몰래 따라오면 자신이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 ...

 “ 핑계도 좋습니다. 그러면 그걸로 끝이지 아침부터 여긴 왜 오셨습니까?”

 은율이 서랑에게 다가왔다. 가던 길에서 꿈쩍도 않고 서서 그를 보는 서랑에게 자신이 움직여야지 별 수 있나?

 “ 날도 좋고. 그대도 보고 싶고. 심심하고..”

 “ 지금의 저 하늘을 보세요 날이 좋다 구요?” 서랑이 어이 없다는 듯 하늘을 손으로 가리켰다.

 “ 서랑을 만나고 나니 이런 날씨도 좋아.” 그의 무사인 영찬은 컥!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비 오는 날은 옷 맵시가 흐트러진다며 매우 싫어하는 주군 이였다.

 “ 허!” 서랑이 어이없다는 듯 그를 쳐다 보았다.

 “ 어디 가는지 같이 가자. ”

 “ 전 놀러가는 것 아닌데요? ”

 “ 어디 가는데?”

 “ 그걸 왜 알려고 하시는데요?”

 “ 같이 가야지.”

 “ 같이 가기 싫어요!” 서랑이 획 소리를 지르고 뒤돌아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은율은 요것 봐라~ 하는 표정으로 씩 웃으며 그녀를 따라 걸었다. 긴 다리로 휘척휘척 따라갔다. 서랑은 눈을 빠르게 좌우로 굴리다가 왼쪽 편 담장 쪽으로 돌자마자 경공법 으로 빠르게 달아났다.

 은율은 그녀를 따라 담을 돌아오니 그녀가 온대간대 자취도 없이 사라진 것을 알고 주변을 돌며 그녀의 흔적을 찾았으나 이미 사라진 뒤였다.

 “서랑~ 숨었나? 서랑!”

 하지만 은율은 사라진 그녀의 대답을 듣을 수 없었다.

 영찬이 다가가서 그에게 말했다.“ 기척을 보아하니 경공을 하던 것 같던데 주군”

 은율은 서랑이 여인이라고 그녀를 너무 무시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은율은 다음에는 무조건 따라 가야겠다 라고 결심을 했다.

 은율은 비가 내리는 그날 밤늦게 까지 기다렸으나 서랑을 만날 수는 없었다.

 비가 내려서 서랑은 언년이와의 약속대로 절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에 내려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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