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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디버스
작가 : 풍령인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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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
작성일 : 16-07-13     조회 : 793     추천 : 0     분량 :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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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序文)

 

 세상에는 더러운 일이 많다.

 지금이 꼭 그랬다.

 벌써 세 번째 낙방.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IMF 이후 최악의 실업사태를 맞고 있는 현재, 삼도전락(三賭全落)은 그리 대단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가 힘들다고 해서 모두가 낙방하는 건 아니다. 맞다. 모두가 낙방하는 건 아니다. 근데 무엇보다 속이 쓰린 것은, 나보다 더 못난 놈이 버젓이 입사했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를 갈고 닦았다. 낭중지추, 스스로 빛나는 금은 결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금인 법이다. 나는 그 마음으로 노력했고 세상이 말하는 스펙의 높은 자리에 올랐다. 그럼에도 밀렸다. 그리고 들리는 뒷소문에 의하면 나를 밀어낸 놈이 사장의 조카라는 소문이었다.

 “에라이, 썩을 놈의 세상…….”

 소주 나발 불며 이리저리 비틀대며 걸어가는 나는 누가 봐도 꼴불견이었다. 하지만 어떠랴? 빌어먹을 세상에서 빌어먹게 사는 것을.

 “휴우……. 젠장 맞을…….”

 집에 돌아가서 결과를 물어보실 부모님을 생각하니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10시 16분……. 1시간만 버티다가 돌아가자.”

 지금 들어가면 안 주무시고 계실게 뻔하다. 그렇다면 좀 안전한 시간대에 들어가야지. 그래서 결정한 시간이 11시 30분 이후다.

 “어쩐댜…….”

 막상 1시간을 바닥에 쏟으려고 하니 할 것이 없었다. 주위에 있는 것들이라고는 유흥업소, 음식점뿐. 내가 갈만한 곳은 없었다.

 “크큭, 반겨줄 곳도 않는 세상……. 어디로 가랴!”

 나는 말과는 달리 이곳저곳을 휘적휘적 쏘다녔다. 비록 이리저리 흔들려서 곳곳에 부딪치긴 해도, 가만히 앉아있는 것 보다는 나을 테니까.

 얼마간을 걸었을까, 내가 있는 곳은 야심한 밤중의 공원이었다.

 “응? 집 근처……?”

 제법 술이 깼는지 혀가 제대로 돌아갔다. 더불어서 쌍쌍이로 보이던 세상도.

 “으아, 힘들다!”

 술김에 소리쳤다. 하지만 들어줄 사람 없는 공허한 외침. 내 스스로 노력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금수저를 이길 수는 없는가 보다. 젠장할.

 내가 앉은 곳에서 30 미터나 될까, 어떤 나무의 기둥근처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근처에는 웬 새까만 복장을 입은 두 사람이 있었는데, 두 사람의 손이 앉은 사람의 미간과 인중으로 추정되는 곳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손이 동시에 코에서 겹쳐지더니 이내 손을 뽑아내었다. 그리고 그 손에는 희끄무레한 연기가 걸려있었다.

 “뭐……뭐냐…….”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 때문일까 멀리서 연기추출을 하던 사내 둘이 동시에 나를 째려봤다. 하지만 말도 안 된다. 30m나 되는 것을……. 그런데, 그들이 나를 정확히 쳐다봤다. 둘러본 것도 아니고 정확히.

 그들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본능적인 공포였다. 개구리가 뱀 앞에서 꼼짝 못하는 것과 같은.

 “으으…….”

 그들은 순식간에, 정말 눈 깜짝할 새에 내 앞으로 왔다. 놀라서 멍하니 있는 나에게 그들이 말을 걸었다.

 “지금 장면을 보았나?”

 “어……어…….”

 놀라면 말문이 막힌다고 했던가? 내가 지금 그랬다. 할 말은 태산 같은데, 나오는 것은 돌멩이 만큼도 안됐다.

 “봤다고……?”

 “뭘 묻습니까? 그냥 기억 한번 훑으면 되는데요.”

 “그러면 영혼에 타격이 가. 그런 건 안 하는 게 좋아. 편리한 건만 추구하면 타락하는 것이라고.”

 내게 물은 사람의 옆 사람의 말은 나를 놀라게 했다. 기억을 훑는다니?

 “일단 안정시켜야 겠다. 법(法)의 술(術). 인(人) 평령(平寧).”

 말을 걸은 사내의 손에서 투명한 가루가 나오며 내 온몸에 달라붙었다. 나는 놀라서 피하려고 했지만, 가루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자, 이제 한 번 말해보자고. 아까 우리가 한 장면을 봤나?”

 말은 여전히 안 튀어나갈 것 같지만 외려 순순히 나왔다.

 “봐……봤습니다.”

 “흠…… 곤란한데……. 이걸 어쩐지요?”

 “별 수 없지. 일단 대왕께 데려가자고. 아, 그놈은 잘 관리했겠지?”

 “물론이죠. 정말 데려갈 건가요?”

 말을 건 사내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따름이었다. 그리고는 나에게로 눈을 돌렸다. 다시 마주친 그의 눈은 아까와 달리 매우 온화해 보였고, 왠지 신뢰가 가는 눈이었다.

 “잠시 나를 따라와야겠소.”

 안 가면 안 될 까요? 라고 물으면 왠지 때릴 것 같다.

 “…….”

 “오래 걸리지는 않을게요. 그럼 갑시다. 가자!”

 “예. 술(術)의 술 지(地) 귀령본토(歸靈本土)!”

 그리고 내 눈에 어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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