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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디버스
작가 : 풍령인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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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
작성일 : 16-07-13     조회 : 542     추천 : 0     분량 : 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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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 장 삼백년 동안…….

 

 “그래서 어쩌라고요?”

 “그게……. 거참 미안하구먼. 하하하”

 나는 인상을 팍 쓰며 앞에 있는 사람을 쏘아봤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이름은 태사(太司). 나를 데려온 장본인이다.

 “그래서 내가 못 돌아간다, 이거 아닙니까?”

 “그렇지.”

 내가 짜증스럽게 말했음에도, 태사는 빙글빙글 웃으며 답했다. 정말 할퀴어 주고 싶은 모습이었다.

 “그럼 책임지세요.”

 “내가 자네 약혼자인가? 책임을 지게?”

 분노가 팍팍 오른다. 때리고 싶다…… 때리고 싶다…… 그냥 팔 만 뻗으면……!

 “어허, 뭐하는 겐가!”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주먹은 태사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웃으면서 잡아낸다.

 “으이구! 짜증나!”

 무의식 중에 나간 일격마저 막혀버리니 나의 분노는 갈 곳을 잃고 몸속에서 날뛰었다. 그리고 내가 분노를 다스리고 이성을 찾은 것은 한참 뒤였다.

 “……설명이나 해주시죠.”

 “좋네. 그게 어찌된 일이냐 하면…….”

 나는 염왕(閻王)을 만나야 한다. 하지만 염왕은 천계의 일로 출타 중. 만나려면 삼백년 후에나 가능하단다. 내가 만나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작업을 봤기 때문이다. 날아서 그들의 작업을 볼 수 없다. 그들의 작업은 회령(回靈)으로, 일명 저승사자가 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어쨌든 살아있는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장면을 내가 봤기 때문에 염왕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는데, 염왕이 나가 있으니 난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난 따졌다. 내가 만약 당장 만났으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느냐고.

 태사의 대답은 가능하다고 했다. 단, 삼순(三旬 - 30일) 이내로. 근데 염왕이 한 번 출타하면 십 몇 년은 기본이고, 이번에는 삼백 년 정도로 예상한단다. 다시 말해 망했다.

 그 다음 질문이 안 만나고 가면 안 되느냐, 였는데 그게 불가능하다고 해서 나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게다가 삼백 년이면 만일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너무 늦어버리는 것 아닌가? 난 체념했고, 체념은 분노가 되어 태사에게 갔다.

 “이런 빌어먹을! 우아아악!”

 나는 온 몸의 분노를 담아서 태사를 후려 팼다……라고 했으면 좋겠지만 나는 터럭만한 능력도 없었다.

 영의 세계는 절대적이다. 운이 좋아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는 물질의 피상세계와 달리, 내가 그를 때리려면 그와 영력(靈力)이 같거나 높아야 한다. 하지만 그의 나의 영력의 차이는 싱크대에 남은 물기와 바다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즉, 나의 영력은 크기도 질(質)로도 차이가 안 되는 것이다.

 “참아, 참으라구. 여기도 살 만한 곳이야.”

 그것은 태사의 말이 맞았다. 확실히 살만했다. 지구보다 공기도 좋은 것 같고(숨을 쉬는지는 모르겠지만), 먹을 것도 풍부한데다가 아무리 먹어도 살도 찌지 않는다.

 “근데, 어떻게 하릴없이 삼백년을 썩혀요!”

 그게 문제였다. 삼백년간 기다려야 하는데 할 게 없다. 정말 빌어먹을 정도로 심심한 곳이다.

 주위에 있는 인물이라고는 태사밖엔 없다. 나는 무슨 신기한 동물 취급 받는지 가끔씩 나타나는 사람인지 영혼인지, 그들도 날 신기하게 구경한다. 그런데 내가 다가가면 증발한다. 동물원의 원숭이가 이런 것인가. 미칠 노릇이다.

 “그건 그렇네. 어쩌지?”

 태사가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자 나는 재빨리 그에게 평소부터 배우고 싶은 것을 말했다.

 “그거 가르쳐줘요!”

 “뭘?”

 “마법!”

 “마법이라니?”

 나는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냥 나를 진정시키고 데려올 때 쓴 행위를 말해주면 되는데 이것저것 수식어를 붙여서 말하니 장황해졌던 것이다.

 “아, 그거? 영법술(靈法術)?”

 “예!”

 영법술? 그 이름이 영법술이었나? 이름 참 간단하네. 영과 법의 술이라.

 “힘들텐데.”

 “힘들다고요?”

 “많이 힘들지. 우선 영법술의 조건이 네 영혼의 정결함이야. 그거 힘들지.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게다가 또 외어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외운다고? 나는 앞의 설명을 깡그리 무시하고 외워야 한다는 것만 귀에 들어왔다. 그것이 실수였지만. 어쨌든 외우는 것이라면 이골이 난 나다. 초중고 12년 간 외우고 또 외웠다. 그것뿐이랴 지금 생각해도 크게 쓸모없는 한자 자격증까지 따며 외운 노가다는 암기에 자부심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도 할게요!”

 “그래?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지? 그렇다면 가르쳐 주지.”

 난 그때 태사의 경고를 주의 깊게 들어야 했다. 하지만 난 마법 같은 이능력을 배운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고 경청(傾聽)을 알지 못했다. 그 결과는 영법술을 배우며 나타났다.

 

 

 

 내가 어느덧 영계(靈界)로 온지 이백 년하고도 수십 년이 더 흘렀다. 이 기나긴 시간은 십팔반 병기를 십팔성 달성 할 수 있는 기나긴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에 겪은 나의 고초는 십팔 자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십팔, 배우다 뒤지는 줄 알았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대 서사시이고, 드라마이다. 지금부터 하나씩 풀어보자. 내가 처음으로 겪은 것은 영을 깨끗이 하는 세탁, 세령(洗靈)이다. 무슨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것도 아닌데 세탁이냐 하겠지만, 차라리 난 세탁기에 들어가는 것을 택했지 세령 작업을 다시 하고 싶진 않다.

 세령이 뭐기에 그러느냐 하면, 참 간단하다. 만빙수(滿氷水)에 들어가고 난 뒤에 염화폭(炎火暴)을 거친 뒤에, 뇌정지(雷霆地)에서 좀 버티다 오면 되는 것이다.

 참 쉽지. 쉽고말고. 난 누가 ‘정말 쉽네?’라고 말하면 당장 내가 배운 영법술로 지져줄 생각이다. 만빙수에 들어가면 양(陽)기가 모조리 빠진다. 온몸이 축 쳐지고 얼어버릴 것 같다. 음양조화가 깨졌기 때문인데, 아무 것도 안하는데 미쳐버릴 것 같다. 정신이 붕괴되는 듯한 느낌이다.

 염화폭에 가면 어떻게 되느냐? 온몸의 음(陰)기가 모조리 녹는다. 여기는 그나마 조금 낫다. 이미 반쯤 죽었으니까. 화끈한 느낌만 빼면 그나마 견딜 만 하다.

 뇌정지에 가면 이미 온몸에 음양지기가 모조리 빠져나가 나를 감싸는 보호막은 모조리 제거된 상태. 여기서 뇌정지의 순수한 힘이 나의 온몸을 강타하며 안 좋은 것들을 솎아낸다. 이것도 만만치 않게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졸라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이 정도면 조금 요약이 되려나…….

 이 세 가지를 견뎌야 세령이 끝난다. 어쨌든 이것이 끝나면 법 계열을 배우는데, 법은 심리, 정신계통이고, 술은 물리적인 힘이다.

 그런데 영법술인데, 영술(靈術)도 있지 않느냐? 라는 나의 질문에 태사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가르쳐 주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영술은 자신의 영혼을 담보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배우질 않아 소실되었다고 했다. 나도 내 영혼을 담보로 한다는 말에 배울 생각을 꺾었고.

 여기까지가 간략한 영법술의 배움의 과정이고 나머진 간단하게 말해자면, 남은 시간 동간 학문을 두루 배웠다. 누구에게 배웠냐면, 바로 태사다. 태사는 아는 게 참 많았다. 그의 지식은 넓고도 깊은 바다와 같았다. 동양 철학부터, 병법, 의술…… 심지어는 춘화(春畵)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게 거의 없었다.

 내가 그래서 한 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어떻게 이렇게도 아는 게 많아요?”

 태사는 웃으면서 답하기를,

 “시간이 길면 아는 게 많아 지지. 지혜는 바다와 같아서 강물이 쌓이는 만큼 커지는 거야.”

 나는 태사의 지혜와 식견에 감탄했다. 아래 같은 말만 없었다면.

 “그런데 난 귀찮아서 영혼들의 기억을 조금씩 빼냈지. 그러니까 금방 되더라고.”

 바다 같다고 칭찬해준 내가 바보 같지만 어쨌든, 그의 지식은 그만큼 넓고 깊다. 그렇게 나의 257년은 지나갔다.

 

 

 

 “세류(世瀏).”

 “왜요?”

 “아마 대왕께서는 너를 만나시면 너를 환생(還生)시키실 거다.”

 환생? 다시 태어나는 것? 내가 놀라서 태사를 쳐다보자 태사는 표정의 변화 없이 말했다.

 “여기서 살면 안돼요?”

 250여년을 살며 이래저래 정이 많이 붙은 곳이다. 당장 떠나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떠나야 된다는 말을 들으니 섭섭했다.

 “안 돼. 여기는 불완전한 영만이 있을 수 있는 곳. 너도 사실 여기에 있으면 안 돼. 지금은 단지 염계의 법과 그 권세에 의해 잡아 두고 있는 것일 뿐.”

 “…….”

 내가 여기에 있을 수 없다니……. 처음 듣는 소리다.

 “어쨌든 너는 환생 할 거다. 단 네가 왔던 세상만 빼면 어디든지 된다.”

 “어디든지?”

 “그래.”

 난 아무 곳이나 된다고 하여서 태사나 놀래줄 생각으로 아무렇게나 답했다.

 “판타지 세계도?”

 “그게 뭐냐?”

 “그게 뭐냐면…….”

 내가 간략히 설명해 주자 태사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흠, 들어본 적 있는 데군. 갈 수 있다.”

 “에에?!”

 난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소리쳤다. 판타지 세계가 진짜 있다니! 그렇다면 무협도 있다는 것 아닌가!

 “무협세계도?!”

 “무협 세계란 게 후천지기를 쌓아 돌을 부수고 나무를 뛰어넘는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왔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진 것 같다.

 “대왕 앞에서 바로 결정해야 하니까, 지금 생각해 두는 게 좋아.”

 “음……. 삼국지 세계도 되겠죠?”

 “삼국지라……. 가능하지.”

 삼국지의 세계. 삼국지는 그렇다 치고 무협이나 판타지는 누군가가 직접 갔다 와서 쓴 것?

 “상상력이란…… 그리고 기억이란…… 신비하지. 아주 신비해.”

 태사가 내 생각을 읽은 듯, 묘한 대답을 했다. 내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태사는 싱긋 웃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시절로 태어날 수 있는 거죠? 역사는 앞에서 뒤로만 흐르지 않나요?”

 “그건 인간의 관점이고. 인간의 지식이지. 신의 권능은 한계가 없다, 세류. 너는 그걸 알아야 해. 네 알량한 줏대와 정신으로 무언가를 판단하지 마라. 네가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서 왔기에 더 그렇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는 언제나 있다. 그것이 신이라면, 초월자라면 더 그렇지. 신은 발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다.”

 정신이 멍했다. 무언가 거대한, 해일 같은 깨달음이 담긴 말이었다. 내가 잠깐 고민할 때에 태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어쨌든 고민해 봐. 선택은 단 한번. 후회 없는 선택을 해. 언제나 인생에서 선택은 한 번이지.”

 태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그리고 순식간에 멀어져갔다. 그리고 그가 덧붙여 남긴 한마디 말만이 내 귀를 어지럽혔다.

 “후회는 늘 늦거든……. 나처럼 후회하지 않으려면…… 선택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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