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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디버스
작가 : 풍령인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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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화
작성일 : 16-07-19     조회 : 486     추천 : 0     분량 : 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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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5 장 군사를 일으키다

 

 장비가 댄 군자는 금세 바닥이 나버렸다. 유비는 비어버린 군자를 기쁘면서도 슬펐다.

 기쁜 것은 탁현 일대에 아직도 한실에 대한 충성이 있는 협객들이 많아서요, 슬픈 것은 현실적으로 돈이 없기 때문이다.

 “휴우…….”

 “왜 한숨이십니까?”

 “오는 사람은 많은데 군자가 없으니, 내 어찌 한숨이 안 나오겠나…….”

 유비의 말에 장비가 찔끔 거렸다. 그 사이에 술 퍼마신 데에 돈을 끌어 쓴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익덕, 이 돈도 없었으면 우린 일으키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만큼 온 것은 다 네 덕분이니 너무 괴로워하지 말거라.”

 유비가 다독거려주자 장비는 그새 기세를 되찾아 의기양양해 했다. 세류는 단순하지만 호쾌한 장비를 보며 웃었다.

 “흠……. 그럼 주위에 가서 약탈이라도 할까요?”

 관우의 제안에 장비가 금세 일어서며 사모를 꼬나 쥐었다.

 “제가 가서 일대를 다 쓸어오겠습니다!”

 너무나 정열적인 장비였다. 유비는 그런 장비를 말렸다.

 “아서라,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황건적의 무리와 다를 바가 없지 않느냐?”

 유비의 말에 장비는 앉았지만 아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장 대인과 소 대인이 오셨습니다.”

 유비가 기거하는 막사를 지키는 병사가 그렇게 말했다. 유비는 황망히 일어서며 두 사람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반겨드릴 상황이 안 되어 못 나갔습니다.”

 “이제 일군의 대장이신데 가볍게 움직이시면 아니 되지요. 하하, 유비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소쌍의 말에 유비가 인사를 끝내고 고개를 들었다.

 “무엇이 궁금하신지요?”

 “돈이 궁하지 않으십니까?”

 매우 직설적인 질문이었다. 유비는 부끄러웠지만 서도 별다른 말이 없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금…… 모자랍니다.”

 유비의 목소리를 듣자 관우와 장비가 당장이라도 소쌍을 베어 넘길 듯이 쏘아봤다. 유비에게 모욕을 준 것 같아서이다.

 “하하,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장대인, 이리 주십시오.”

 “여기 있습니다.”

 장 대인이 공손히 무언가를 소쌍에게 건넸다. 관우와 장비는 행여 암기일까 싶어 유비의 곁에 딱 붙어 섰다.

 “아, 이것은 암기 따위가 아닙니다. 자, 보십시오.”

 차르르륵!

 소쌍이 받은 보따리를 풀어 탁자에 쏟으니 금, 은냥이 수백 개나 쏟아졌다.

 “그리고 백 여필과 상질의 쇠 천근을 드리겠습니다. 좋은 일에 써 주십시오.”

 그러면서 꾸벅 인사를 했다. 유비는 황망히 인사를 하며 받기를 거절했다.

 “아닙니다. 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어찌 이런 것을…….”

 “유비님, 꼭 써주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이것들은 가만히 있으면 다 나라에 가야합니다. 그럴 바에야 유비님의 공을 올려주고 싶어 하는 저의 작은 정성이니 거절치 마시기 바랍니다.”

 “어찌…….”

 유비다운 처사였다. 최소한 세 번은 거절하고 보는. 아직까지 한번은 더 남은 셈이다.

 “유형님, 소대인의 말도 맞습니다. 어차피 나라에선 말과 돈, 쇠가 필요로 할 테니 강제징발을 할 것이고, 이 말을 팔고자 한 곳에 가려면 황건적을 거쳐야 할 테니, 도중에 뺏길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세류는 유비 안보이게 살짝 웃어주었다. 소쌍도 그 뜻을 알아차리고 유비에게 거듭 권하였다.

 “유비님. 꼭 받아주십시오. 안 받아 주실 것이라면 차라리 버려주십시오. 저흰 이만 가겠습니다.”

 그러고는 바람같이 사라졌다. 유비는 한 번 더 거절하려고 했으나 이미 가버렸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정말 고마우신 분들이야…….”

 “이제 좀 더 받을 수 있겠군요.”

 누군가의 말에 유비의 얼굴에서 근심이 사라졌다.

 

 

 

 유비 삼형제와 세류는 매일같이 몰려든 군사들을 조련했다. 기본적인 창술과 돌격대형을 가리켰다.

 그 뿐 아니라 삼형제와 세류는 매일같이 대련을 하며 서로의 실력을 신장시켰다.

 넷 중 실력이 가장 나은 것은 관우였고, 그 아래는 장비, 세류가 거의 비슷했으며, 유비가 제일 못났다.

 관우의 무력은 장비와 세류를 맞아서 싸운 것에 제일 드러났는데, 그 둘을 맞으면서도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고 간간히 반격까지 하는 기세를 보였다. 그 반격이 자못 날카로워 둘은 대경하곤 했다.

 “이제 갈 만하군.”

 “그렇습니다, 형님.”

 유비는 대(隊)를 갖추고 오(伍)와 열(列)을 갖춘 채 열심히 조련 받는 군사들이 자못 자랑스러웠다. 비록 오래도록 조련 받은 정예병에는 못 미치겠지만 의병으로서 이만한 정병(精兵)을 키워낸 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군사들의 조련을 담당하는 것은 주로 장비였다. 장비는 매우 험하게 굴렸는데, 거의 스파르타식 교육이었다. 무식하지만 효과는 매우 높았다.

 “빨리 빨리 안 해! 그렇게 뒈지고 싶어!”

 장비가 열을 쓰며 소리치자 군사들은 더욱더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며 장비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옆을 보니 임시로 유비에게 부탁받은 세류가 군사들을 조련하는 게 보였다. 장비는 묘한 호승심이 발동해 세류를 약 올리려고 했다.

 “형님, 그렇게 편히 쉬게 해도 되는 겁니까? 그렇게 약해서야 어디 한 사람 몫을 해낼 수 있겠어요? 으하하하!”

 “이 정도면 충분하다.”

 세류는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 그가 움직이는 속도도 빨랐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그가 지나간 군사들마다 움직이는 속도가 배가 빨라졌다.

 그가 마지막 군사까지 지나치자 세류의 군사들은 장비의 군사들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뭐…… 뭐한 거야!”

 장비가 놀라서 소리치자 세류는 그냥 웃기만 했다.

 “아, 별 말 아니야.”

 장비가 뭐라 했는지 계속 물었지만 세류는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네 놈한테 보낼 놈을 뒤에서부터 뽑겠다고 했지. 너는 모르겠지만 네 악명은 병사들한테 자자하니까. 고맙다, 익덕.’

 익덕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못 궁금했지만, 조직의 안녕을 위해 일신의 귀찮음을 피하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유비 삼형제는 군사들의 조련을 어느 정도 끝내자마자 유언에게 달려갔다. 유언은 그들이 온 것을 뛸 듯이 기뻐하며 반갑게 맞았다. 그러면서 유비와 유언의 촌수를 따져보니 유비가 유언의 조카뻘 되었다.

 “그래, 이렇게 와주니 고맙기가 이를 데가 없군, 그래! 허허허.”

 유언이 유비를 거듭, 거듭 칭찬했다. 유비는 겸양을 하면서도 곧잘 유언의 기분을 잘 맞추어 주었다.

 “저로서는 당연히 한실에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허허, 정말 장하네, 장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칭찬해 주는 사이 전령이 달려와 유언에게 무언가를 알렸다. 유언은 전언을 듣자마자 대경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유비는 유언의 모습에 황건적이라 짐작하며 물었다.

 “황건적이 오고 있습니까?”

 “음…… 그렇다네. 적의 대장이 정원지(程遠志)란 놈이 오만의 군세를 이끌고 이곳 탁군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하네…….”

 “유언님! 그런 놈쯤이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희 형제에게 맡겨만 주십시오!”

 뒤에서 시립해있던 장비가 호탕하게 외쳤다. 유언도 그런 장비를 보고는 은근하게 유비에게 물었다.

 “어떤가? 적의 선봉을 꺾어줄 수 있겠는가?”

 “해보겠습니다.”

 “고맙네. 고마워!”

 유언은 그리 말하고는 좌우를 시켜서 유비의 오백 병졸에게 술과 고기를 푸짐히 내려 사기를 돋우게 하였다.

 “그럼 저희들은 내일을 위해 이만 가보겠습니다.”

 유언은 약간 아쉬운 듯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표정을 지우고 환송해 주었다.

 유비는 그의 거처로 오는 내내 말이 없었다. 그에 따라 관우, 장비 역시 말이 없었다. 곁을 묵묵히 지키던 세류는 유비가 왜 침울해 할까 생각했지만 무언가 짚이는 건 없었다. 다만 설마 싶은 게 한 가지 있긴 했다.

 “하아…….”

 “왜 그러십니까?”

 관우가 그렇게 묻자 유비는 처연한 빛을 띠우며 말했다.

 “이제 황건적을 맞서 싸우려고 하니 그러네.”

 “아니, 형님! 황건적을 힘내 쳐부술 생각은 아니하고 어찌 그런 나약한 모습을 보이십니까?!”

 성질 급한 장비가 유비의 심사도 헤아리지 않고 그렇게 외쳤다. 유비는 그런 장비의 말에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장비도 그런 유비를 보며 무슨 생각이 있겠거니, 하며 입을 다물었다.

 “백성…… 때문이십니까?”

 관우의 질문에 유비가 고개를 들며 답했다. 그의 눈빛에는 아직도 처연한 빛이 있었다.

 “그렇다네. 얼마나 세상이 어지러웠으면, 그들이 그렇게 했을까 싶네.”

 “하지만 형님.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불쌍하고 구제해야 할 백성들이 아닙니다. 나라에 반기를 든 역적일 뿐입니다. 그것을 기억 하십시오.”

 관의의 말은 그것뿐이었다. 더 이상의 설명은 붙이지 않았다. 유비가 스스로 헤아려 판단하리란 믿음 때문이다.

 유비는 과연 얼마간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금 의제들을 보는 눈빛에는 처연함은 없고 오로지 강인한 기운 만이 보였다.

 “운장 동생의 말이 맞네. 나약한 백성을 약탈하는 그 순간부터, 그들은 더 이상 이전의 그들이 아닌 게지. 내가 잘못 생각 한 하네. 우둔한 나를 일깨워줘서 고마워. 역시 자네들이 없었더라면 나는 어찌 했을지…….”

 유비가 그렇게 말하며 인사를 하자 관우는 황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전 그런 이들까지 생각해 주시는 형님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유비는 관우의 말에 살짝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자, 가서 오늘을 위해, 그리고 내일의 싸움을 위해 마시자!”

 “하핫! 그거 좋지요!”

 장비가 제일 크게 환호하며 따랐다. 유비의 깊은 심사까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기분이 풀린 것도, 더불어 술을 먹게 된 것도 좋았다.

 세류는 술을 먹으러 따라가는 중에서도 조금 전의 대화를 생각했다.

 ‘황건적을 걱정 한다……. 과연 그의 일생에 그런 적이 있었던가…….’

 연의에서 보면 유비는 황건적을 무자비하게 토벌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가 황건적에게 자비를 보인 것은 주준이 황건적의 최후 잔당을 엄살(掩殺)함에 있어 한마디 던져 준 것 외에는 없었다.

 그런 유비가 황건적의 난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이다.

 ‘모르겠다. 아직까지. 하지만 일군의 대장이 되어 사석이라고 하지만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게 썩 좋아보이진 않아. 원래 리더는 것은 외롭고 고독한 길이니까. 하아…….’

 유비의 모습을 보면서 세류는 많은 것을 생각했다. 과거 살던 시대의 훌륭한 지도자들은 하나 같이 외로웠다. 세류는 그것이 싫었다. 자신의 마음과 상처를 나누어 위로 받고 싶었고 기쁨과 행복 역시 함께하여 더 즐겁고 싶었다. 하지만 군주가 된다면. 일군의 지도자가 된다면…… 더 이상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것이 지도자의 자리이니까. 막중한 권한을 받은 만큼 지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유비의 천성일 지도, 아니면 그의 숨겨진 계략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자리가 썩 부럽지는 않구나.’

 세류는 기분을 갈무리했다. 얼굴에 드러나 보았자 좋을 것은 없으니까. 다만 지금의 감정과 자신의 깨달음을 깊게 마음에 새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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