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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디버스
작가 : 풍령인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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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화
작성일 : 16-07-19     조회 : 557     추천 : 0     분량 : 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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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둥둥!!

 두웅! 두웅!!

 관군과 의병과 황건적, 양측의 군세가 서로를 바라본 채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유비 삼형제와 오백 용사들이 처음 겪는 실전. 그리고 황건적 역시 수만 많았지 대오의 수준은 오합지졸이기 때문에 막상 의병과 관군을 만나니 움츠러드는 기색을 보였다.

 서로 간에 바라보기를 수 분간. 먼저 소리친 것은 유비가 아닌 장비였다. 허락 받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독단으로 나선 것이다. 아직 군율과 위계가 완전히 갖추어지지 못한 부족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세류는 절로 인상을 찌푸렸지만 유비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정원지! 네놈, 어디서 감히 나라에 반기를 들어 역적질을 하느냐! 당장 그 칼을 내려놓고 폐하께 무릎을 꿇어라! 그러면 네 놈의 그 더럽고 무거운 죄가 티끌 정도는 희어질지 모르는 일 아니겠느냐?”

 “무슨 개소리냐! 이제 황천의 시대가 왔건만 어디서 정신 못 차리고 하는 헛소리냐!”

 장비의 고함에 정원지가 그렇게 맞받아치자 장비는 성급한 성격대로 분노를 주체 못 했다. 그가 말을 달려 적진으로 뛰어들자 정원지 역시 맞서 나왔다.

 ‘등무가 뛰어 들어와?’

 세류는 정원지와 장비가 싸우는 것을 보며 무언가 다름을 느꼈다. 그리고 깨달았다. 부장(副將) 등무(鄧武)가 장비에게 죽고, 정원지는 관우에게 죽는 것이 그가 아는 바였다. 그런데 틀어졌다. 그가 아는 역사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하앗!”

 “으악!”

 장비는 순식간에 정원지의 팔뚝과 옆구리를 깊숙이 베어버렸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고 폐에 구멍이 나버린 정원지는 등 돌려 도망치려는 기색을 보이다가 이내 거꾸러졌다.

 “와아아!!”

 유비의 군대에서 엄청난 함성이 들려왔다. 제 아무리 무지한 자라도 적장이 거꾸러진 것이 호사인 것은 안다. 유비는 다시 없을 호기를 놓치지 않고 돌격을 명했다.

 “돌격하라!”

 둥둥둥!!

 전고(戰鼓)가 힘차게 울리며 모든 군세가 일제히 돌격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위세는 하늘을 꺼지고 땅을 누를 만 했다.

 “물러서지 마라! 우리의 군세는 적의 백 배가 넘는다!”

 어떤 장수가 황건적의 사이를 돌아다니며 그렇게 외쳤다. 바로 부장 등무 였다. 등무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기세를 회복한 황건적이 맞부딪쳐왔다. 비록 백대일의 엄청나게 불리한 전투였지만, 승세를 탄 유비의 군세가 조금 나았다.

 “후퇴! 전군 후퇴하라!”

 하지만 유비의 군세가 아무리 승세를 탔다고 해도 머릿수의 차이는 별 수 없었다. 결국 유비의 군사 중 백 명 이상이 꺾이는 큰 손실을 입고 물러났다.

 그나마 그것도 관우, 장비, 세류가 황건적의 사이를 호랑이처럼 누비며 추격의 의지를 꺾었기에 가능했다.

 다시 진채로 돌아온 유비는 매우 침울해 있었다. 비록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천 이상은 꺾었겠지만, 오만 중 이천과 오백 중 백은 그 가치가 달랐다.

 “아아……. 이를 어찌 할꼬…….”

 유비의 장탄식에 관우와 장비, 둘 다 말이 없었다. 세류는 세류 나름대로 생각에 빠져있었다.

 ‘많은 게 달라졌다. 그래, 많이 달라졌어.’

 세류를 지배하는 가장 큰 생각이었다. 역사대로라면 유비는 여기서 정원지와 등무를 꺾어 수좌 없는 황건적을 완파했어야 옳다. 하지만 등무는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싸움을 독려하여 그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다.

 ‘바뀌기 시작한 것인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이제 자신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조금의 감도 잡히지 않는다. 이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그. 하지만 계속 스스로의 생각에 묻혀 있을 수는 없었다.

 “……류.”

 “…….”

 하지만 여전히 헝클어진 머릿속을 정리하느라고 바쁜 세류였다. 결국 소리는 커져서야 세류에게 전달되었다.

 “세류!”

 “예?”

 세류는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주위를 둘러봤다. 유비 삼형제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세류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물었다.

 “뭐라고 하셨죠?”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어떻게 하긴요. 죽여야죠.”

 너무나 간단하게 나오는 대답에 유비가 궁금한 마음이 일어 대답을 재촉했다.

 “죽여? 누구를 죽인단 말이냐?”

 “등무 외에 누가 있겠습니까.”

 유비는 세류의 당연시하는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등무? 등무가 누구냐?”

 세류는 유비의 반문에 아차 싶었다. 정보가 부족한 유비는 아직 부장인 등무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유주성에서 살짝 들었다고 해야겠다.’

 세류는 그렇게 변명거리를 생각하고 간략하게 정리를 한 후에 말했다.

 “유언님의 군부 중 한명이 정보를 줬는데, 그중 주장(主將)과 부장에 관한 것이 있었습니다. 주장은 정원지고, 부장은 등무 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아까 황건적을 수습한 게 그놈이었겠군?”

 유비의 질문에 세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연 설명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렇죠. 이번 싸움은 그놈을 제거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그놈은 주장도 아닌데 그 때문에 이번 싸움의 승패가 갈린다니?”

 유비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반문하자 세류는 속으로 약간 답답했다. 유비가 병서를 많이 읽었어도 현실과 연계시키는 것은 아직 조금 떨어졌으니까.

 “현재 황건적을 수습한 건 등무 입니다. 즉, 등무 마저 죽는다면 황건적을 수습할 자가 없다, 이 말이죠. 만일 그를 죽일 수만 있다면 북소리 한 번에 황건적을 깰 수 있을 겁니다.”

 “아아, 그렇군. 그럼 어떻게 그를 죽인단 말이냐. 이젠 맞서 싸우지도 않을 터인데…….”

 유비가 탄식했다. 그의 말대로 등무는 나가서 싸우지 않을 것이다. 이미 주장이 죽은데다가 등무 역시 장비의 무예를 본 이후였으니까. 목숨을 아까워한다면 나가서 수급 하나를 더해주는 일에 자신의 목을 바칠 리 없었다.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이 있다고?”

 “예.”

 세류의 말에 유비는 자못 궁금한지 대답을 재촉했다.

 “무엇이냐?”

 “궐(亅)자 진으로 뚫으면 됩니다.”

 세류의 말에 유비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록 병서는 많이 안 봤지만 그런 계책은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계책은 이렇습니다. 우선 부대를 거의 일직선으로 배열해 놓습니다. 그리고 그 머리 부분에 장수를 두어, 그 장수가 적의 본진으로 들이치는 것이지요.”

 “즉, 돌파를 하자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대신, 그 목표는 무조건 등무가 있는 방향으로 해야 합니다.”

 세류가 제안한 것은 중세 철갑기마대(鐵甲騎馬隊)가 보병들의 진형을 어지러이 하고자 할 때 쓰는 방식이었다. 그것을 약간 변형시킨 것이다.

 “좋긴 하다만……. 별로 내키지는 않는구나.”

 유비가 거부의 의사를 밝혔다. 왠지 도박의 성격이 짙어보였기 때문이다.

 세류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다른 제안을 했다.

 “그렇다면 오후의 전투와 같이 맞붙은 사이, 저와 운장 형님, 익덕 아우가 동시에 몰아쳐 등무를 죽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유비의 호위가 없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유비도 그것을 알고 떨떠름해 했다.

 “너희 세 명이나 갈 필요가 있느냐?”

 “관우 형님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의병 오백 중 백 명이나 꺾인 상황. 모두가 나서서 한 번에 제압하는 것이 제일 군사의 손실을 적게 합니다.”

 세류의 말에 유비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찝찝해 하는 기색을 보였다.

 ‘성품을 알만하군.’

 세류는 유비를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알지 못하는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건 도박과 같다. 결과를 예측하고 변수를 제거해도 근본적으로 확실치 못하는 점에서 도박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군주는 내키지 않을 지라도 자신을 도박의 말로 올려놓을 줄 알아야 했다.

 유비는 세류의 계책을 잠시간 생각해 보더니 다른 생각이 난 듯 세류에게 물었다.

 “그 외에 얻은 정보는 없느냐?”

 “그 외에 얻은 정보요? 흠…….”

 세류는 유비의 질문에 생각하는 척했다.

 ‘유주성에서 얻은 게 있질 않은데. 없다고 하면 그렇고 거짓인 게 드러날 것 같고……. 아! 그것을 얘기해 주면 되겠다.’

 말할 건수를 잡은 세류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적의 군세는 아시죠?”

 “오만……이라고 하지 않았더냐?”

 유비가 떨떠름하게 답했다. 다 아는 사실을 정보라고 말하려는 것일까?

 “예, 맞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군세는 오백이죠.”

 “그렇지.”

 유비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배 차이인 것이다.

 백배라면 별로 큰 차이가 안 난다는 듯이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피부로 느껴지지 않을 큰 차이였다.

 “이제 곧 응원군(應援軍)이 올 겁니다.”

 “응원군이라니? 유언님이 말씀하시더냐?”

 유비가 난데없는 소리에 의문을 표했다. 이곳의 수장인 그도 듣지 못한 정보인 것이다.

 “물론, 유언님께서 형님께 드린 정보는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들었느냐?”

 세류는 주변의 상황을 다시 환기시키며 말했다.

 “현재 우리의 상황은 모든 군사가 일당백의 싸움을 치러내야 간신히 비등할 수 있습니다. 유언님도 이것을 알고 계십니다.”

 “그렇지.”

 세류는 유언과의 대화를 다시 떠올리며 말했다.

 “유언님은 말하셨죠. 적의 선봉(先鋒)을 꺾어달라고요.”

 “그렇지. 그러면 우리가 여기에 가만히 남아있자는 것인가?”

 세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가장 좋은 방법은 굳히는 전략이었다.

 “맞습니다. 우리의 최선책은 상황의 어려움을 인지하여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태산처럼,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큰 바위처럼. 그렇게 유언 님의 응원군이 올 때를 기다리면 되죠.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유비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직접 가는 것이 더 좋을 듯싶군.”

 “그럼…… 종전의 방법을 택하기로 하죠.”

 결국 피해를 강요받아야 하는 것인가. 세류는 어려운 길을 택하는 유비를 이해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해 됐다. 난세인 상황. 자신의 전공이 없다면 마음속의 꿈틀대는 야망을 달래줄 길이 없을 테니까.

 “그러지. 그럼 결론도 난 것 같으니 이제 들어가 쉬도록 하게.”

 

 

 

 묘시 초나 됐을까. 세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초선을 만난 순간 이미 자신이 아는 미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막상 바뀌자 그것은 생각보다 커다란 충격이고 공포였다.

 아마 그 이유는 세류 스스로 역사를 크게 바꿀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어떻게 바뀔까.”

 역사가 바뀐 현장을 눈앞에 둔 지금,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컸다. 사실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은 엄청나게 강한 장점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그 장점은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어서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면? 세류의 사고가 그 쪽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나?”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세류는 등 뒤에 식은땀이 쫙 흐르는 걸 느끼며 검에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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