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누구? 잘 생겼어? 어디에 있어? 사대부중? 아님 딴 지역이야?
-사대부중, 너도 알걸, 우리 초딩 때 같은 학교였어,
-응??? 진짜ㅣ? 누군데?
-몰라
희미한 웃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는 이니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람이는 매일 피아노 앞에만 있던 이니의 연애 소식이 놀라웠다.
집 학교 피아노 앞을 전전긍긍하던 이니에게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그럴수록 람이와 이니는 붙어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밥을 같이 먹고 집을 같이 가고 늘 같던 일상에 변화가 생겼지만 둘은 전혀 서로에게 신경을 쓰지도 궁금하지도 않았다.
-나 학원 간다~
뛰어와 어깨동무를 하며 람이가 재차 물었다.
-야 솔직히 말해 누구야 같은 학원 다녀? 말 안할 거야 진짜?
-몰라~ 나중에 알려줄게 지금은 일러
-뭐야, 우리사이에 비밀이 있어? 너 그러면 나 그 학원 다닌다.
-네가 무슨 학원이냐 공부에 공자도 싫어하는 년이
-뭔 소리야 내가 얼마나 공부를 좋아하는데
-지랄마, 나 간다~
어딘가 이니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여 람이는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 내 반드시 밝혀내리라) 람이는 다짐했다.
“다음날”
-야, 오늘 나도 학원 간다.
-뭔 소리야, 놀러? 나 중간 쉬는 시간에 내려가? 아님 마치고 데리러와?
-개소리야, 나도 학원 다닌다고,
-뭐야 진짜 내 남자친구가 궁금해서 학원 다닌다고?
-너가 알려주지 않으니 이 방법 밖에 없지
-와....... 진짜 세상 또라이다 너
-한두번 이가(익살맞은 표정으로 람이의 반으로 돌아갔다)
수업시간 내내 이니의 머리는 쉴 새 없이 굴러갔고 람이는 그런 이니를 보느라 신이나 보였다.
-아, 뭐야 진짜 와? 그냥 가 미친년아 , 공부도 안할 거면서 돈 버리게
-야, 내가 공부안할 것이란 거 네가 어떻게 알아, 닥쳐 공부 개열심히 할거야.
람이는 이니가 올라가는 학원 계단을 성큼성큼 따라 올라갔다.
-샘, 얘 우리학원 다닐 거래요,
-이니 친구인가 보구나, 먼저 상담실로 들어오렴.
상담을 받는 내내 뭐가 신나는지 람이의 얼굴에 웃음이 꽃이 피어있었고 이니의 수업시간은 지옥이었다. 상담을 하고 테스트를 하는 동안 두 번의 수업이 지나갔고 오늘은 레벨 테스트로 람이의 학원 첫 탐방기가 끝날 무렵 그 레이더 망에 이니가 딱 걸렸다.
웬 시커먼 아이와 마주보고 서 있는 이니였다.
그 남자아이는 바나나맛 단지 우유와 함께 종잇조각을 이니 손에 쥐어주고 친구들과 함께 사라졌다.
-야 뭐야 뭐야 쟤야? 쟤 걔 아니야?
-뭐가, 봤어? 아 엿보지 좀 마라
-엿 본 건 아니다 네가 대놓고 그렇게 눈에서 하트가 나오는 데 엿보기는 지랄로 엿보냐?
-아, 이 미친,
-그건 뭐야, 보여줘!! (이미 종잇조각은 람이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럴 때 쓰라고 육상을 처 배웠는가 백번은 저주하는 이니였다. )
- ‘주말에 데리러갈게’ 오오오~ 어디데리러가? 어디가려고? 벌써 손잡았어? 뭐야 뭐야 어디까지 나갔어?
- 넘겨 집지마! 아무것도 안했어~ 그냥 얼굴 보자는 거지~
-얼굴은 학원에서 보면 되지 왜 따러봐~ 뭐하려고~ 집 앞으로 데리러 온다는 거야? 뭐할라고?~
ー조용히좀 해라 친구야, 입을 그냥
-쟤 걔지, 안성민 아니야?
-맞아,
이니의 얼굴에 흐릿한 미소가 번졌다.
-야, 벌써 생각만 해도 좋냐? 웃는 거 봐라,
-아 닥쳐 좀~
이상했다. 늘 똑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이니에게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고 그 변화가 신기하고 웃겼다. 람이는 생각했다. 앞으로 꽤 재밌겠구나,
그렇게 이니의 7년의 긴 연애 중에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초등학교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와 연인이 된 이니의 파란만장한 연애의 출발점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인생의 첫 연애이자 첫 남자인 안성민은 흔한 외모에 꽤 찌질한 첫인상 이였으나 이니는 그에게 자기 연애인생의 반을 받치게 될 것이란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너 나알지?
-그래 알지 같은 초등학교 나왔잖아!.
야 근데 너가 이니랑 사귀게 될 줄 은 꿈에도 몰랐다 찌질한새끼야
-뭐가 찌질해 ㅋㅋ장난하냐?
-야 무튼 이니한테 잘해줘라~ 알지 성격 또라이인거? 잘 맞춰야해 너 언제 까일지 몰라
-ㅋㅋㅋㅋㅋㅋ너가 잘 알려줘, 나 안 차이게
-너 함부로 나 끼우지 마라 나 피곤하다~
-부탁한다. 친구야 ㅋㅋㅋㅋㅋ
그땐 미처 몰랐다. 람이의 인생에 이니와 안성민의 존재가 지랄견이 될 줄 은, 가만히 있어도 고달파질 인생에 대하여 그 땐 알지 못했다.
-야, 나와봐
-왜 나 밥 먹고 있어 지금
-빨리 나와 나 헤어질 거야.
-뭔 소리야 또 왜 헤어져
-진짜야 이번엔 진짜 헤어져 안성민 그 개자식이 ......
매번 싸울 때 마다 헤어짐을 말하는 이니의 연애에 람이는 이니의 남자친구가 본인인지 안성민인지 헷갈려 가고 있었다.
람이는 이니와 함께 있는 매 순간을 안성민을 씹었고, 안성민과 있는 매 순간은 다중인격의 사춘기 이니를 탐구하기 바빴다.
-왜 또 헤어진데, 안성민이 뭐라고했어?
-그새끼가 담배를 핀대
-와우 이건 어떻게 할 수가 없네, 헤어져라.
-야, 니가 뭔데 헤어지라 마라야
-뭐야 어쩌라고 그러면 헤어질려고 나 보자 한거 아니야?
-아니 장난쳐? 내가 그 걸 원해서 널 부른 거겠니?
-작작해 미친년아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질 것이지 왜 나한테 승질이야
-나는 속상해 담배는 내가 세상에서 젤 싫어하는 건데 안성민이 담배라니.
-그럼 끊으라고 해 너가 끊으라 하면 끊겠지.
-너도 나랑 인연 끊고 싶냐?
-야 꺼져라 때리기 전에 나 간다 밥 먹다 나왔어 별 것도 아닌 걸로 불러내고 지랄이야
-야!... 야아
거침없이 돌아서서 들어가 버리는 람이의 뒷통수에 대고 쉴 새없는 저주를 퍼 붓는 이니였다.
그날저녁 전화벨이 울렸다.
-야 이니가 헤어지재 근데 뭣 때문인지 이야기를 안해 넌 알지?
-야 니가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아냐
-구라치지마 넌 알잖아. 넌 모르는게 없잖아 분명 너 찾아갔을 꺼야 이니가.
-하. 시발새끼들 둘다 나한테 왜 그러냐 연애는 둘이해라 나 끼우지말고
이니가 너 담배피는 거 봤대 걔가 담배 진짜 싫어하는 거 알지 너 왠만하면 끊어라 병신아
-아..... 그렇구나 야 끊어라
-뭐야, 야! 야~ (이미 전화기는 끊겼다)
-하....시발새끼들
역시나 다음날엔 보란듯이 이니와 안성민은 히죽거리며 종잇조각을 나눠가졌고 람이는 그런 둘이 못마땅해 침이라도 뱉고 싶었다.
-학원 괜히 다녔나봐 머리에 든 거 있어보이려다 쓸데없는 것들만 주워담았더니 머리 뽀개지겠네.
-ㅋㅋㅋㅋㅋㅋ 내가 말했지? 학원 잘 생각해 보라고
-너 때문이야 미친년아 웃기는
그렇게 둘은 인생의 한 순간을 또 함께 겪어 나가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이니의 연애가 부러워질 그때쯤 머슴같던 람이에게도 핑크빛이 감돌고 있었다. 람이는 자기표현이 서툴고 딱딱한 아이었고, 람이의 큰언니의 포스에 아무도 람이의 곁을 넘보지 않았고 람이의 일거수 일투족은 왕언니에게 늘 보고가 되고 있었다. 그 결개를 깨고 들어온 그 남자를 본 순간이 아직도 이니는 기억에 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