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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린토스 - 계약의 여기사
작가 : 라마레뜨
작품등록일 : 20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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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6)
작성일 : 17-06-12     조회 : 318     추천 : 3     분량 : 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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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안이 홍차빛 눈동자로 레비아탄을 가만히 쏘아보며 묻자 레비아탄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싱글싱글 웃으며 대꾸했다.

 

 

 “그야 뻔한 거 아냐? 방금 전에 말했듯이 마족이 인간에게 바라는 건 늘 한 가지뿐이니까. 바로 당신의 영혼이지.”

 “...내 영혼?”

 “그래, 당신 영혼. 온 대륙에 하나밖에 없는 소드마스터의 영혼이라니, 이렇게 어마어마한 영혼을 거부할 수 있는 마족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걸.”

 

 

 어느 새 아리안의 눈앞에 다가온 레비아탄은 황홀경에 가득 찬 눈으로 아리안의 마나석이 위치한 곳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마나석은 눈부시게 아름다워. 이렇게 끊임없이 마나나 흘러넘치는 생명력 가득한 마나석이라니, 지금껏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마나석은 본 적이 없군 그래.”

 

 

 그리고는 매끄러운 혀로 핏방울처럼 새빨간 자신의 입술을 천천히 핥아 올렸다.

 

 

 “태양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는 이 마나석을 한 입에 집어 삼키면 얼마나 맛이 있을까?”

 

 

 먹이를 노리며 날름거리는 뱀의 혀처럼 섬뜩해 보이는 그 모습에 아리안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자신의 마나석을 가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레비아탄이 갈색 눈동자를 부드럽게 휘며 설탕처럼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마족은 규칙에 어긋나는 짓은 결코 하지 않아. 당신의 이 아름다운 영혼을 맛보는 즐거움은 우리의 계약이 모두 끝난 후로 미뤄 둘테니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 네놈은 나와 계약을 맺는 대가로 네 계약자의 이름을 알려주겠다는 거로군.”

 “설마. 아무리 내가 마왕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염치없는 계약은 하지 않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인간의 영혼을 사고파는 마족 입에서 염치 이야기가 나오니 웃기는 군.”

 

 

 기도 안차는 이야기에 아리안이 눈살을 찌푸리자 레비아탄이 코끝으로 비웃으며 말했다.

 

 

 “무슨 그런 서운한 말씀을. 다른 건 몰라도 우리 마족들은 계약 부분에 있어선 정말로 확실하다고. 평생 동안 충성을 다 바쳐 모신 기사를 하루아침에 감옥에 가둬 죽이는 짓 따위는 절대 하지 않는 단 말이지.”

 

 

 누가 보아도 명백한 자신의 이야기에 아리안이 싸늘한 눈으로 레비아탄을 노려보자 레비아탄이 생긋 웃었다.

 

 

 “아무튼 우리 마족은 그런 파렴치한 계약은 하지 않아. 인간의 영혼은 그저 소원을 이루어진 대가로 받아갈 뿐이라고. 그러니까 어서 말해봐, 당신이 바라는 소원이 무엇인지. 당신을 되살려준 계약자의 이름은 거래가 성사되면 곧바로 말해줄 테니 말이야.”

 “소원 따윈 없다.”

 “그럴 리가 없을 걸. 태초부터 지금까지 소원이 없는 인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그러니까 어서 말해봐. 황금을 원해? 아니면 이 세상 최고의 미모를 원해? 그도 아니면 이 제국의 황제라도 만들어 줄까?”

 “필요 없다고 했잖아. 마족에게까지 부탁해서 이루고 싶은 소원 따위 정말로 하나도 없어.”

 

 

 아리안의 이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이루고 싶었던 소원은 이미 지난 생에서 모두 이루었었다. 대륙 최고의 기사도 되어 보았고, 여자로서는 결코 올라설 수 없다는 높은 관직에도 올라보았다. 제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의 안주인도 되어 보았고, 인생을 바쳐 충성을 맹세할 주군까지 만나 보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헛되고 부질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리안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아리안이 단호하게 고개를 내젓자 레비아탄이 곤란하다는 듯 작게 혀를 찼다.

 

 

 “이거야 원. 이루고 싶은 소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니. 이런 건 또 처음 보는 군 그래.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잠시 허공을 떠돌며 고민에 빠져있던 레비아탄은 잠시 후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환하게 미소 지으며 아리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좋아, 정 당신이 원하는 소원이 없다면 나와 내기를 하는 게 어때?”

 “...내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아리안이 의아한 눈으로 레비아탄을 쳐다보다 레비아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당신의 영혼을 걸고 나와 내기를 하는 거지.”

 “도대체 어떤 내기를 하자는 거지?”

 “당신과 내가 할 내기라고 해봐야 하나 밖에 더 있겠어? 바로 내 계약자의 이름을 맞추는 내기인 거지.”

 “계약자의 이름을 맞추는 내기라고?”

 “그래, 내기 내용은 아주 간단해. 아리안느 폰 에스테 당신은 정해진 기간 동안 내 계약자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거야. 만약 당신이 정확한 이름을 맞추지 못하면 당신의 영혼은 내 것이 되는 거지.”

 “그럼 내가 계약자의 이름을 맞추면?”

 

 

 어쩐지 상당히 의심스러운 제안에 아리안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렇게 묻자 레비아탄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럼 그때는 내가 계약자의 영혼을 포기하도록 하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에 아리안이 깜짝 놀란 눈으로 레이바탄을 바라보자 레비아탄이 싱글싱글 웃으며 그런 아리안을 쳐다보았다.

 

 

 “뭘 그리 놀란 눈으로 보는 거지? 소원도 없다는 사람에게 내기를 걸려면 이정도 포상은 있어야하지 않겠어?”

 “...정말로 계약자의 영혼을 주겠다는 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리안이 재차 물어보자 레이바탄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속고만 살았나? 인간과 마족의 내기는 태초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라고. 그런 신성한 전통에서 사기를 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안 그런가?”

 

 

 너무나도 의심스러운 레비아탄의 태도에 아리안은 얼굴 가득 인상을 썼다. 레비아탄의 제안에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다름 아닌 마족이었다.

 

 이 제안 뒤에 어떤 계략이 숨어있을지 아리안으로는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때 그런 아리안의 귓가에 레비아탄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고민할 거 아무 것도 없다니까 그러네. 계약자의 이름을 고민할 시간은 충분히 줄 테니까 말이야. 그래, 한 3년 정도면 어떨까?”

 “3년?”

 “그래, 그 정도면 고민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지? 그뿐만이 아니라고. 난 일 년에 한 번씩 당신에게 계약자에 대한 힌트를 줄 생각이라고. 어때, 이 정도면 당신한테 엄청나게 유리한 조건 아닌가?”

 “그 힌트가 내게 도움이 될지 아닐지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지?”

 

 

 여전히 의심이 가는 상황에 아리안이 레비아탄을 노려보며 질문을 던지자 그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당신은 정말 의심이 많은 여자로군. 좋아, 당신이 정 그렇게 날 믿지 못하겠다면 지금 당장 힌트를 하나 주도록 하지. 그 힌트를 듣고 결론을 내리면 되지 않겠어?”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것 같은 이야기에 아리안이 아무 말 없이 레비아탄을 바라보자 레비아탄이 공중에서 몸을 한 바퀴 빙그르르 돌리며 입을 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마족을 불러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마나가 필요하지. 특히 고위마족으로 갈수록 점점 더 많은 마나가 필요하게 된단 말이야. 그럼 여기서 질문, 마족 서열 5위인 나정도 되는 고위 마족을 불러내기 위해서는 과연 얼마만큼의 마나가 필요할까?”

 

 

 아리안이 조용히 고개를 젓자 레비아탄이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정확히 5만 명 분량의 마나가 필요하지. 어때, 상당히 익숙한 숫자 아닌가?”

 

 

 그 순간 아리안은 입을 딱 벌리고 레이바탄을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5만 명은 황제에게 살해당한 에스테 가문의 일족들 수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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