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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헌터 : 아재의 매력발산
작가 : 암굴왕
작품등록일 : 20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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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말소자
작성일 : 17-06-09     조회 : 88     추천 : 0     분량 : 3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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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융통성 없는 새끼.

 “칼 잡고 괴물이나 썰던 놈이 갑자기 사람들 앞에서 광대 노릇하는 게 되겠냐?”

 - 왜 못해! 다른 얼굴 마담 헌터들은 잘만 하더만! 어휴, 알았다. 내가 미쳤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누굴 설득하겠다고.

 결국 용준의 고집을 꺾지 못한 서준이 두 손 두발을 다 들고 말았다. 그리고 푸념하듯 지나가는 말로 한소리를 더했다.

 - 아아, 이번에 정말 스토리도 끝내주고, 모처럼 괜찮은 신인 여배우도 캐스팅 돼서 이 기회에 올 시즌 큰 거 하나 터뜨리나 했더니. 네가 나온다고 그러면 홍보도 이백프로 확실했을 텐데. 아아, 아쉽다.

 “신인 여배우? 누구 길래 네가 그렇게 안타까워하냐?”

 - 한가현이라고, 요즘 핫한 연기파 신인 배우 있거든. 너도 들어봤냐? 아, 아니다. 던전에만 미쳐 사는 놈이 여배우에 뭔 관심이 있겠냐.

 데뷔 1년차 여배우인 한가현은 뛰어난 연기력과 귀여운 마스크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무서운 신예였다.

 현재까지 단 두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을 뿐인데도, 이미 그녀의 이름 세자 한가현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킨 대단한 인물이다.

 사람들이 그녀의 특별함을 알아보는 것에 결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야.”

 - 어?

 “‘달을 품은 밤하늘’에 나온 그 한가현 말하는 거 맞냐?”

 - 어? 어어. 너도 아냐? 헐. 한가현이 정말 핫 하긴 한가보다. 네가 알 정도인거 보면.

 알다마다.

 용준이 그동안 던전에 할애한 시간이 유독 많았을 뿐, 그도 예쁜 여자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단지, 모여서도 여자이야기보다 던전이야기들을 더 자주하다 보니 소꿉친구조차도 그의 취향을 잘 몰랐을 뿐이다.

 거기다 다름 아닌 한가현은 아나운서 송은정을 비롯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들 중 한 사람이었다.

 이제는 종영 된 사극드라마 ‘달을 품은 밤하늘’에서 그녀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었다.

 맑고 까만 눈동자에 그렁그렁한 눈물을 한가득 담고서 남주의 뒷모습을 향해 쓸쓸히 대사를 읊조리던 그녀.

 그 청초하고 애틋한 모습은 철의 남자 용준도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감각을 맛보게 만들고야 말았었다.

 이는 그가 여태껏 만났던 그 어떤 강한 몬스터들과 비교해 보아도 손색이 없었을 정도로 훌륭한 충격이었다.

 그녀의 매력은 전혀 몬스터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이미 한가현의 골수팬인 용준이다.

 이 영화가 그녀가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면 팬으로서 그가 해야 할 일은 한 가지.

 용준은 곧 자신의 말을 수정해서 서준에게 전했다.

 “할게.”

 

 

 며칠 뒤, 용준은 영화감독과 미팅을 했다.

 시나리오와 맡게 된 배역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사전에 서준이 녀석에게서도 들었었기에 대략적으로는 용준도 이미 알고 있던 내용들이었다.

 영화는 처음 지구에 몬스터들이 나타났던 ‘시작의 날’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겪었던 모험과 사랑을 아름답게 각색한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연기경험이 없는 용준은 조연을 맡았다.

 여주와 남주를 가까이에서 도와주는 지인 1.

 그가 해야 할 대사와 연기 분량도 많지 않았고, 펼쳐야 할 연기도 이런 일이 익숙하지 않은 용준에게 딱 맞춘 것이었다.

 전체 러닝 타임에 비하면 짧게 출현하는 대신 나오는 그때그때마다 강한 카리스마를 내비쳐 주변의 시선을 압도하는 1세대 헌터.

 이것은 평소 용준의 모습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만 보여줘도 될 그런 역이었다.

 용준은 대본을 천천히 훑어보며 떠오르는 궁금한 것들을 감독에게 질문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액수의 출연료를 보장받은 뒤, 그날의 미팅을 마쳤다.

 

 

 “안녕하세요. 한가현입니다. 오늘 잘 부탁드려요.”

 은방울꽃처럼 청초한 미소녀가 용준에게 다가와 웃으며 인사를 했다.

 “네, 전용준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딱딱한 말투에 무뚝뚝한 표정으로 용준이 답했다.

 그답지 않게 긴장해서 얼굴이 굳은 탓이다.

 ‘실물이 더 예쁘네.’

 촬영현장에 도착해 스탭들에게 차례대로 인사를 건네는 그녀를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인형인지 착각할 정도로 눈부신 이 여인은 눈이 마주치자 곧바로 자신에게로 걸어왔다.

 그간 예쁘고 아름다운 여성 헌터들도 나름대로 많이 보았었지만, 한가현의 미모는 그녀들과 완전히 차원을 달리하고 있었다.

 “수현씨, 용준씨. 잠깐 이쪽으로 와주세요.”

 김만복 감독이 두 사람을 불렀다. 그리고 오늘 촬영해야할 부분에 대해 간략히 브리핑을 했다.

 용준도 준비해온 것들을 감독의 설명을 들으며 속으로 하나씩 정리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곧 촬영이 시작되었다.

 

 

 “선배, 좋아해요.”

 “.......”

 매미가 집요하게 울어대는 무더운 여름.

 그리고 인적이 드문 공원 앞.

 부끄럽다는 듯 볼을 살짝 붉히면 한가현이 말했다.

 그 앞에 서서 그녀의 고백을 듣고 있는 용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뻘겋게 물들었다.

 “NG!!”

 ‘헛!’

 감독의 엔지 사인을 듣고 나서야 용준은 겨우 제정신을 차렸다.

 “어휴, 용준씨. 가현씨가 아무리 예뻐도 그렇지. 그렇게 순진하게 금방 반하면 어떻게 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어야지.”

 “푸훗.”

 “큭큭큭.”

 감독이 능청스럽게 말하며 그를 놀렸다.

 용준은 얼굴과 귀는 물론이고 목까지 단번에 새빨갛게 물들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다른 스탭들도 웃음이 터졌다.

 “자자. 긴장 풀고. 대본대로 다시 가봅시다. 레디이, 액션!”

 후우-.

 용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그리고 곧 자신의 배역에 정신을 집중했다.

 “선배, 좋아해요.”

 여주인공인 강민지 역을 맡은 한가현은 신인이지만 역시 프로였다.

 그녀는 순식간에 자신의 역할에 몰입해 부끄럽다는 듯 볼을 붉히며 약속된 대사를 읊었다.

 “아니, 미안. 난.......”

 지인 1인 한수혁의 역을 맡은 용준도 이번엔 대본에 적힌 대로 대사를 말했다.

 잠깐의 틈을 두고 한숨을 내쉰 뒤,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다음 대사를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때.

 쿠우우웅-!!

 땅이 조금 흔들리면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예정된 연출이 아닌 갑작스럽게 발생한 실제상황.

 현장에 있던 모두가 당황하며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아!”

 “으아아아! 뭐, 뭐야!”

 폭발의 진원지는 영화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장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상가였다.

 용준은 물론이고 그곳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폭발음이 들린 장소를 향해 돌아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어느 한 건물에서부터 정신없이 빠져나와 전속력으로 달려 사방으로 퍼졌다.

 끝도 없이 검은 연기가 하늘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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