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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종이비행기
작가 : 길성진
작품등록일 : 20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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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증
작성일 : 17-06-09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6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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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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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먹고 밤을 새기로 했으나 5시가 되자 '차라리 자둘 걸'이라며 졸음과 함께 후회가 밀려왔다.

 허나 이제와선 이미 늦었다. 지금 돌아가 잠을 잤다간 분명 알람소리를 듣지 못하겠지.

 가뜩이나 더 높은 일당을 받기로 한 모처럼의 기회를 날려버리기도 싫다.

 아침 7시까지 일하기로 한 곳에 발을 들여야하므로 나는 멘션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 순간. 마치 자석에라도 이끌리듯 순식간에 방향감을 잃어 꽈당 넘어질 뻔 했다.

 이래선 길을 걷다가 넘어져 죽게돼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다.

 "…두시간 후면 일을 시작할텐데."

 나는 깊은 한 숨을 내쉬곤 마지못한 발걸음으로 비틀거리며 멘션으로 향했다.

 원룸은 좁은 신발장과 거실, 그리고 화장실 용도로도 쓰이는 세면실과 베란다로 이루어져있다.

 기본적으로 마룻바닥과 베이지색의 벽지로 이루어졌으며 주방의 수납장들은 전부 흰색이다.

 원래부터 있었던 에어컨이나 냉장고, TV나 전자렌지 등등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들을 제외하면 사비로 산 가구는 저가형 책상과 의자 하나가 전부인.

 보자마자 심플함이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상당히 허전한 공간이다.

 가끔씩 나의 내면이 무의식적으로 투영된 것이 아닐까라는 그런 아무래도 좋을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샤워부스로 들어가 샤워타올에 바디클렌저로 거품을 낸 후, 몸의 구석구석을 닦은 다음 따듯한 물을 뒤집어쓰며 거품들을 씻겨내렸다.

 새로 준비한 속옷을 입자 옷 대신 파자마를 입고 이불에 드러눕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솟구쳤다.

 인간의 3대 욕구가 성욕과 식욕 그리고 수면욕이라는 소리를 들어본 것 같은데….

 그게 사실이라면 본능을 억누르는 건 정말 힘든 것이구나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수면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냥 이대로 자버리자. 그렇게 생각하고 포기하려던 찰나. 이번 달 월세를 못낸다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왠만하면 할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과는 별로 연관되고싶지 않다. 나는 하는 수 없다는 뉘앙스로 혀를 차며 다시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집을 나서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적당히 라면을 끓여 책상으로 가져와 아침을 해결했다. 그리곤 머리가 고장난 것처럼 멍하니 스마트폰의 시계만을 바라보며 외출을 기다린다.

 슬슬 시간이 되어 현관을 나서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두웠던 하늘은 이른 아침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침 특유의 산만함과 건조함이 불쾌하다는 생각을 하며 인도를 걷는다.

 인도 옆에 그려진 흰색 주차선에 멈춰있는 파란색 소형 트럭이 덜덜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을음이 섞인 매연을 내뱉는다.

 방구석 생활에 익숙해진 탓인지 아침을 이루는 사소한 것들까지 불쾌한 자극이었다.

 그렇게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고 어두운 표정의 회사원들을 바라보고있자니,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에 남몰래 존경을 보냈다.

 하기 싫어도 떠오르는 생각들을 마주한 지 10분쯤 지났을까. 저 멀리서 타야할 버스가 다가왔다.

 다행히도 안엔 승객은 거의 없었다. 술기운이 달아나지 않은 상태라 여전히 어지러웠지만, 비틀거리며 한심한 모습을 보이긴 싫어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2인석 창가자리에 앉아 창문 너머로 빠르게 지나가는 다양한 것들을 감상한다.

 그럴수록 눈은 점점 건조해지고 찌그러질것만 같을 정도로 뻑뻑하고 질린 느낌을 받는다.

 버스 내의 스피커에선 아침 생방송 라디오가 흘러나오며 진행자들이 갖가지 사연들을 읽어나가는데, 솔직히 말해 그냥 닥쳐줬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인성이 나쁘다는 소리는 듣기 싫다. 잠을 자지 않은 상태라 많이 예민한 것 뿐이니.

 물론 그 책임은 오로지 나에게 집중되어있지만. 뭐, 좋게 말하면 남몰래 속으로 불만을 표출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고 딱히 남에게 피해를 안주니 칭찬 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죄없는 진행자를 욕하는 건 조금 미안한 말이겠지만.

 잠깐동안 조용한 수다쟁이가 되어 창가를 바라보며 아무래도 좋을 잡담을 혼자서 주고받는 도중.

 정류장에서 버스가 멈추더니 두 명의 아줌마가 올라탔다.

 처진 볼살과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한 것인지 예전부터 궁금했던 뽀글머리. 이뻐졌다고 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옛날식 짙은 화장.

 뭐가 그리 즐거운지 생기가 넘치다못해 오두방정을 떠는듯한 표정의 아줌마들은 더욱 주름져보였다.

 저쪽에 앉자며 손가락으로 내 앞자리의 2인좌석을 가리키더니 앉고나서 시끌벅적하게 수다를 떨어대기 시작하는데,

 되도록이면 흘려들을 생각이었으나 목소리가 꽤 커서 자연스럽게 귀를 귀울이게 된다.

 주제는 남편에 대한 불만과 모욕으로 주변은 개의치 않고 말을 주고받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남편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딱히 남자라서 남편을 편드는 것은 아니다. 어딜봐도 남편이 잘못한 것은 없어보인다.

 "아니 글쎄 다음 날에 그 양반이 집청소를 하더라니까?"

 "어머 웬일이래? 그게 정말이야?"

 "응~ 정말이지."

 "세상에. 안하던 짓 하면 죽는다고들 하잖어~ 걱정되겠다."

 "아이구 그런소리 말어. 나야 편하고 좋지 뭘~"

 "자기도 참.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하하하하."

 

 안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라…….

 한귀로 듣고 흘려버리기 시작했던 아줌마들의 대화속에서 그 문장만은 머릿속에 제대로 스며들었다.

 '그렇다면 난 오늘 죽는걸까…….'

 나는 머릿속으로 싱거운 말을 내뱉으며 턱을 괴었다.

 

 

 

 

 

 

 

 버스에서 내리고 다음 버스로 환승한 뒤, 다시 목적지에서 내렸다.

 주변엔 주유소 하나뿐인 일반국도로 정류장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니 썰렁한 곳에 홀로 위치한 롯데리아 하나가 보였다.

 과연 장사가 잘 될까?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위치선정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긴장하며 매장의 문을 열자 일용직 잡부같은 차림의 사람들이 의자에 앉은 채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주방쪽에선 점주나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매장은 아직 완공이 되지 않은 상태로 곳곳에 상자들이 쌓여있으며 천장엔 아직 시공중인 전광이, 바닥엔 건설현장에서 쓸법한 도구들이 널부러져 있어 많이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혹시 알바하러 오신다고 전화주셨던 분……."

 주방쪽에 있던 사각 안경을 쓴, 순한 인상의 남성이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내 쪽으로 다가와 말끝을 흐린다.

 "아, 네. 맞습니다. 유가은입니다."

 싹싹하게 대꾸하자 표정이 환해지더니 와줘서 고맙다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저는 점장이고요. 키친쪽은 아마 오전까진 완공이 될 거에요. 테스트도 할 겸 키친에서 푸드를 만들건데 런치는 저희가 프리로 제공해드리니까 그걸 드시면 되실거에요. 그럼 우선 이쪽에 있는 종이박스들을 전부 2층 스태프룸 앞으로 옮겨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딱히 어려운 단어는 없었다만 대체하는 영단어가 많다고 생각했다. 이런 프렌차이즈점에선 실생활 용어들을 대부분 영어로 대체한다고 얼핏 들었는데 뭐, 그거겠지.

 꽤 긴 시간을 방구석에서 지내온 나로선 과연 잘 풀릴까라는 불안감이 있었으나, 막상 발을 들여놓으니 딱히 대인기피증은 없었구나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설명을 듣고 박스가 쌓인 곳으로 갔다.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만큼 작은 상자가 있는가하면, 두 사람이 아니면 들지 못할 상자도 있었다.

 제각각인 사이즈들 중에서 쉬운 건 나중에 처리할 생각이었던 나는 큰 상자를 들었다.

 20kg은 거뜬히 넘을 것만 같은 무거운 무게. 들자마자 '아, 지옥이구나'라는 말이 선명하게 들려온다.

 팔목과 팔뚝, 그리고 허리에 힘을 단단히 실어야만 했고, 끙끙대며 계단을 올랐다.

 산만하고 물건이 정리가 안돼있는 1층과는 달리 2층은 상당히 깔끔하다. 넓은 유리문으로 전망도 확 트였다.

 허나, 감상을 할 여유는 아마 없을 것 같다. 한 번 옮기는 것도 힘이 꽤 빠져나가는데 밑에 층에 쌓여있는 상자는 30이 족히 넘는다.

 이걸 또 2층에 올리는 게 다가 아니라, 2층의 스태프 룸 앞에 놓아야 하는데 스태프 룸은 2층의 끝 부분에 위치해있다.

 즉, 저기까지 가야 비로소 이 무거운 상자 하나를 옮기게 되는 셈이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게다가 난 운동과는 거리가 먼 비실비실한 녀석이다. 여기에 한 술 더뜨자면 잠을 안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혹사에 가까운 육체노동을 10시간이나 해야한다니.

 스스로가 생각해봐도 정말 바보같고 미친 짓이다.

 돈을 번다는 건 역시 쉬운게 아닌가보다. 나는 단순하게 오늘 일용직으로 일을 할 뿐.

 만약 이게 내 삶을 이어나갈 '직업'이었다면 인생은 역시 만만치가 않다는 의미겠지.

 겨우 한 상자로 호들갑 떠는게 아니냐며 비웃음을 살 수 있겠지만.

 

 

 

 무거운 상자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체력을 거의 다 써갈때 즈음.

 얼마나 지났을까 내심 기대를 하며 2층의 벽시계를 바라본 나는, 이제 겨우 두 시간하고 반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곤 더욱 힘이 빠져들었다.

 이걸 앞으로 일곱시간 반이나 해야한다. 차라리 보지 말 걸 그랬다. 골치아파하며 2층에서 기지개를 켜던 그때.

 계단에서 누군가가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농땡이를 부리는 것으로 보일까봐 재빨리 다시 상자를 옮기기 위해 움직이려던 찰나.

 아까 대화를 나누었던 순한 인상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많이 힘드시죠? 이거 드시고 20분 간 휴식시간 가지세요."

 "아…. 감사합니다."

 그가 포근한 인상으로 휴식 시간이라는 반가운 말과 함께 캔커피를 건내주곤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드디어 꿀같은 휴식시간이 찾아왔다. 창가자리로 발을 옮긴 후 캔을 따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달아오른 몸을 식히니 이어 거짓말처럼 잠이 쏟아져온다.

 살포시 눈을 감았으나 한 순간만이라도 방심하고 있다간 잠들어버릴 것만 같아 곧바로 눈을 떠버렸다.

 휴식이어도 뭔가 휴식같지가 않은 느낌.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그가 내려가고 다시 2층에 혼자있게된 지 5분 정도가 지났을까. 다시 계단에서 누군가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작업복을 입고있는 마른 남성이었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그는 사다리가 놓여있는 중앙으로 향하더니 올라타 천장의 배선을 손보기 시작한다.

 "저기 학생."

 휴식 시간이 끝나갈 무렵, 그가 사다리에 올라탄 채로 날 부른다.

 "네?"

 "2층의 스피커 수리가 다되서 그런데 점장한테 음악좀 아무거나 틀어보라고 해봐."

 "……예."

 살짝의 명령조같은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휴식시간도 거의 끝나가 거절하기도 뭣한 느낌이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갔다.

 신설되는 매장이어서 그런지 여러모로 바빠보이는 매장의 관계자들은 여전히 주방에서 바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기…. 2층의 스피커 수리가 다되서 음악좀 틀어달라고 하시던데요."

 "아아, 벌써 다 고쳐졌구나.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박스들 옮겨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나는 마저 상자를 옮기기 위해 반대편의 플로우로 이동했다.

 고등학생 시절, 다음 학년에 쓸 교과서가 들어있는 종이박스를 나를 때가 있었는데,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렇게 끙끙대며 무거운 박스 하나를 옮기고 내려왔을 때였다.

 천장에서 크게 들려오는 꽤 익숙한 음악소리. 5초정도가 지났을까? 그것이 드뷔시의 '달빛'이라는 것을 뒤늦게 이해했다.

 이곳의 점장도 나처럼 올드송을 좋아하는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주춤하다가 이내 다시 상자를 집었다.

 상반신을 완전히 가리는 크기의 상자는 드는 것 조차 벅찬 느낌이다. 도대체 몇 킬로그램이나 되는건지 궁금해, 끝부분만 살짝 들었던 상자를 내려두고 옆으로 돌려 무게를 확인해봤다.

 40kg. 울퉁불퉁한 근육의 녀석들에겐 조금 우수워보일 수 있겠으나, 나에겐 벅찬 무게이다.

 허나 이 상자를 옮기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나 하나 뿐. 나머지는 시공을 하는 사람들이다.

 잠깐 와서 드는 것좀 도와달라고 부탁한다면 될 문제겠지만…… 다른 영역의 일까지 맡기는 건 조금 불편한 기분이 든다.

 힘이 빠졌어도 가까스로 들 수 있는 무게니 조금만 참자.

 나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끌어모아 커다란 박스를 들었다.

 발을 때고 계단쪽으로 향해 힘겹게 오르기 시작했다.

 살짝 비스듬히 몸을 옆으로 돌려봐도 앞은 보이지 않아 계단 사이사이의 거리를 감으로 재며 오를 수밖에 없었다.

 수면부족과 숙취. 그냥 죽어버리는게 오히려 나을 정도로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그렇게 끙끙대며 2층에 다다를 무렵이었을까.

 

 별다른 생각없이 천장을 바라본 그 순간─

 

 천장의 환한 조명빛이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현기증이 일어난다.

 시야 주변부터 시작해 점점 확장해가는 것이 이윽고 시야를 가득 채우고 어지러움이 덮쳐온다.

 머지않아 힘이 덜어지는듯한. 들고있는 박스의 무게가 줄어든 것 같은 감각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건 누군가가 박스를 들어주었다는게 아니다.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새하얗게 물든 시야가 점점 걷혀져 시각이 회복될 때, 내가 뒤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상태라는 것을 알아챘다.

 뒤이어 갑작스레 초고속 비디오가 재생되는 듯한 낯선 감각이 느껴진다.

 느릿함 속에서 의식만은 정상적인 속도로.

 시간과 의식이 꼬여버린 이상한 느낌이지만, 이건 이것대로 꽤 신선한 느낌이라는 엉뚱한 감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나는, 이 다음 순간이 '죽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내가 체험하는 이 신비로운 경험은 죽음 외에 다른 것으로 대체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도했다.

 이전부터 그토록 염원하던 죽음. 그것이 드디어 이루어지는구나.

 오늘이 아니더라도 하루에도 수십번은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온 나로선 이건 꽤 반가운 소식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삶에 대한 여운따윈 단 한 점도 없이.

 그렇게 서서히 눈을 감았다.

 

 

 곧이어 쿵하는 거대한 소리가 울린다.

 방금 전까지의 현기증으로 하얗게 물들었던 세상이 거짓말처럼 칠흑으로 뒤덮힌다.

 파밧─하며 TV전원이 꺼지듯이.

 잡음따윈 없이 매장에 흘러나오는 음악만이 머릿속에 울려퍼진다.

 꺼져가는 의식속에서 편안한 표정을 지은 채, 점점 낮아지는 음악을 감상한다.

 

 

 이 날, 나의 덧없는 인생은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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