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소리에 스르륵 눈이 떠졌다.
흐릿한 초점으로 눈 앞의 공간이 망막에 맺히기 시작한다.
곧이어 시야가 또렷해질 때, 이곳이 1층과 2층의 계단 사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옷을 툭툭털며 일어나 시선을 옮기니 1,2층의 계단쪽 테이블에 사람이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우선은 컨디션.
일하기 전과는 다르게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컨디션이 개운해졌다.
그리고 두번 째, 매장의 모습.
한창 무거운 자재를 나를 때의 매장은 덜완성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 같았다.
딱히 별 생각은 없다. 머릿속으론 대충 내가 어떻게 된 건지 알고있다.
꿈이었다든가, 혹은 기절했다든가…. 그런 적당한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있다.
무거운 자재를 나르던 중, 현기증으로 중심을 잃어 바닥에 부딪친 것까지 기억은 생생하게 남아있으니까.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꽤 차분한 상태이다. 어쩌면 이미 눈을 떳을때부터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때마침 저 밑에서 중학생으로 추정되는 여학생 두 명이 세트메뉴가 담긴 트레이를 든 채 계단으로 올라온다.
멀뚱히 서있는 난 안중에도 없다는듯이.
허나, 나는 길을 비키지 않았다.
그건 성격이 비틀렸다거나 어린 중학생을 꼬셔보겠다는 위험한 사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 생각이 맞는지를 확인해보고 싶을 뿐이다.
어린 여학생 두 명은 계속해서 계단을 오르지만, 그럼에도 비켜나갈 생각은 없어보인다.
마침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부딪치게 된다면 트레이에 놓인 콜라와 햄버거가 쏟아질테지.
나는 긴장하며 침을 꿀걱 삼켰다.
결과적으로 여학생들은 트레이를 떨어뜨리지 않고 무사히 2층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내쪽에서 길을 비켜준 것이 아니다.
그렇다.
처음부터 여학생들이 부딪칠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 존재하지 않았다.
그 상태로 몸을 통.과.해.버.렸.다.
─나는 죽어서 유령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