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을 나서 우선적으로 향한 곳은 시내였다.
멋대로 가져온 햄버거를 우물거리며 인도를 걷는다.
시내는 걸어서 30분 정도 위치에 있어 대중교통을 탈까 싶었지만, 차분히 걷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탈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아마 탈 수 있지 않을까.
음식을 먹으며 걷는 건 궁상맞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나였다.
그래서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이 보이면 조금 움츠러 들지만, 이내 자신이 유령이라는 사실을 싫어도 알게된다.
그걸 몇 번정도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햄버거를 먹으며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시내에 가까워짐에 따라 사람 수가 많아져도, 날 향한 시선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편 사람과 부딪칠까봐 내 쪽에서 어깨를 틀어보아도 그건 일방적일 뿐.
상대방은 어깨를 틀지 않는다. 덕분에 어깨 부분이 수욱 통과한다. 딱히 아프다거나하는 감각같은 건 느껴지진 않아도, 역시 조금 낯선 느낌이다.
익숙치 않음을 경험하며 시내에 도착했을 무렵, 황혼은 더욱 짙어져 있었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상점가엔 꽤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거리에서 담배를 피는 회사원을 발견해 그에게 다가가 눈 앞에서 손을 흔들어보았다.
역시 반응하지 않는다.
아까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중학생들이 나를 통과할 때라든가, 거리에서 어깨를 통과할 때, 혹은 지금처럼 그가 담배를 피우며 팔을 움직일 때.
그럴 때마다 겹쳐지는 부위는 투명해지며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투명해지는 것은 오직 상대방 뿐이고 겹쳐진 내 부위까지 투명해지진 않는다.
잔잔한 계곡물에 담구듯, 겹쳐지는 부위가 아지랑이에 일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몸을 크게 움직여보거나 몸 안에 손을 넣어 휘저어보아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장난을 치고싶다는 짓궂은 마음이 더욱 부풀어오른다.
때마침 바로 대각선 건너편에 위치한 스타벅스를 발견한 나는 그곳에 가기로 했다.
주변 사람들과 평범하게 섞인 채 신호등의 불이 파란 색으로 바뀌기를 기다린다.
마침내 파란 불로 바뀌고 신호등을 다 건널 즈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기다릴 필요가 있었나?
카페만의 모던한 내부를 은은하게 비추는 황혼빛 조명.
노트북을 사용중인 대학생이나 회사원부터 혼자 온 남녀와 커플들까지.
카페엔 다양한 사람이 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장난 칠 대상을 탐색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창가자리에 앉아있는 조금 뚱뚱한 회색 후드티의 남자였다.
고등학생 치곤 약간 늙어보인다. 게다가 노트북을 사용중인 것으로 보아 아마 대학생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건 관심없다.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그의 노트북과 노트북 옆에 놓여있는 컵이다.
그가 컵을 가져가 한 모금을 마시더니 다시 제자리에 갖다놓았다. 그리곤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켠다.
지금이다. 나는 컵을 쥐어 노트북 자판에 올려놓았다.
기지개를 마친 그가 노트북 키보드에 손을 얹는 순간, 컵이 엎질러졌다.
쏟아진 커피가 순식간에 키보드에 스며들고 나아가 그의 바지를 적신다.
"어, 어라? 뭐지?……."
당황해하며 허겁지겁 테이블 티슈를 뽑아 닦기 시작하는 남자. 한 순간, 주변인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린다.
나는 쿡쿡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아아… 엄청 재밌다. 배꼽이 빠질 것만 같다. 중독성은 담배보다 더 높지 않을까.
방금걸로 더욱 불이 붙었다. 이제 시작이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서, 본격적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장난을 쳐대기 시작했다.
커플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가서 서로 마시던 컵을 바꾼다든가,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며 다른 사람이 마시던 컵으로 바꾼다든가,
두 명중 한 명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커피를 나머지 한 사람 컵에 몽땅 부워버린다든가.
심한 경우엔 말싸움으로 벌어지기도 했다. 허나, 나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솔직하게 고백해보자면, 짜릿한 스릴을 느껴버렸다.
쓰레기라는 소릴 들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의 민폐짓이지만, 그래도 너무 재밌어 킥킥 웃었다.
그렇게 못말리는 장난을 치는것도 잠시. 웃다 지쳐버려 새로운 커피를 들고 빈자리에 앉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조용하고, 살짝 어둡고, 무거운 녀석이었다.
그런 내가 이렇게 못된 장난을 치고 있자니 '난 원래 적극적이고 못말리는 녀석이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사회에 쌓인게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하물며 성격이 꼬였다는 말도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자기변호같은 느낌이 적잖아 있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날라리같은 성격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살아있을 땐 개인의 불가침영역이라는 것을 신중히 고려했다.
어쩌면 그건, 생전 타인에게 다가가려하지 않은 원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거리에서 담배를 피운 적도 없고, 스쳐지나가는 인연들에게 충고따위도 해본 적이 없다.
그만큼 조용한 녀석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기회에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성격이 꼬여서 이런 짓을 하고 있는게 아니다.
커피를 마시며 차분히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는 그때.
나는 드디어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유령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를.
죽어서 유령이 되었다. 그 사실은 이해할 수 있다.
허나, 유령이라함은 보통 생전에 못다이룬 것을 서러워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나에겐 아쉬움같은 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고르라한다면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수아에게 고백하지 못했던 것정도가 되겠지.
하지만…… 그게 원인같지는 않은 느낌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후회쯤 하나 둘 있지않은가?
그런 문제일 뿐이다. 죽기 직전에 아쉬움이라곤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피곤한데 잘됐다며 속편한 생각을 했다.
오히려 나는 느닷없이 찾아온 죽음이라는 것을 반갑게 여겼다.
여한이 없다고 해도,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내가 무언가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유령에겐 꼭 여한같은게 남아있어야 하는 법일까?
그럼에도 의문은 한가지 더 남아있다. 만약, 내가 어떠한 여한때문에 유령이 되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나는 얼마동안 유령인 상태로 이 세계에 머무르게 되는 것일까?
유령은 성불이 되어야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어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유령으로서의 기한은 반영구적인 건가?
당연하게도 의문에 대한 답을 전혀 모른다. 막연해하며 커피를 홀짝이다보니 어느새 식곤증이 찾아왔다.
여러모로 몸을 움직여대서 피곤하기도 한 상태라, 잠시 눈을 붙일 겸 테이블에 엎드렸다.
뒤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목소리가 단 잠을 깨운다.
돌아보니 여대생으로 보이는 두 명이서 호들갑스럽게 수다를 떨고 있는 중이다.
그녀들의 목소리가 커다래서가 아니라, 주변에 다른 손님들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는게 타당하리라.
짙은 황혼색이었던 창문 바깥은 컴컴한 색으로 덧칠해져있다. 생각보다 꽤 오랫동안 엎드려있었나보다.
벽에 걸려있는 심플한 디자인의 원형시계는 이미 자정을 넘긴 상태이다.
잠에서 깨기위해 손을 씻으려고 안 쪽에 있는 화장실에 갔다.
차가운 물로 손을 씻고서 바로 옆의 벽에 붙어있는 핸드 드라이기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러나 바람은 나오지 않았다. 혹시 코드가 꽂혀져있지 않은건가 싶어 확인해보아도 제대로 꽂혀져있는 상태다.
고장이라도 난걸까 싶어 툭툭 건드려보았지만 여전했다.
…애초에 80년대 전자제품이 아니니까 당연하겠지. 그러나, 자신이 유령이 되었다는 사실과 동시에, 그것이 작동하지 않았던 원인이라는 것을 뒤늦게 떠올렸다.
물기를 털며 별 생각없이 거울을 바라본 그 순간.
나는 멈칫하며 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유령이 된 이후, 처음으로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 순간이었다.
갸름한 턱선과 적당하게 높은 콧대, 진한 속눈썹과 옅은 쌍커풀.
확실한 이목구비와 더불어 눈썹을 가리는 단정한 생머리까지 그야말로 의심할 여지가 없는 내 모습이었다.
항상 거울을 볼 때마다 눈에 새기던. 나에게 무엇보다도 위안을 주었던 만족스러운 내 외모였다.
피부가 시체처럼 창백해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는 내 모습을 바라본 순간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렇다. 언뜻 보기엔 아무 문제도 없어보이는 외모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무슨 소리냐면, 나의 왼쪽 눈 밑 부분, 정확히는 애교살이라고 불리는 부분의 정중앙에서 조금 더 밑으로,
「─숫자가 새겨져있었다.」
멀리서 보면 매혹적인 눈물점으로 착각할 수 있을법한. 하지만 선명하게 적혀진.
숫자였다.
'30'
30이라는 숫자가 그곳에 검은색으로 표시되어있다.
낙서라든가 우연히 잉크가 묻었다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허술하고 무리가 있어 보일 정도다.
거울에 가까이 들이대 덜 마른 검지손가락으로 문질러보아도 번지지 않는다.
숫자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대강 예상이 간다.
아마 나에게 남아있는 시간이겠지. 애초에 유령이 되어 계속 살아가는 것도 조금 이상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의 왼 눈 밑에 쓰여진 죽음의 표식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허나, 위화감이 든 이유는 숫자의 존재만이 다가 아니다.
이 30이라는 숫자의 기간 또한 커다란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30년일리는 없을 것이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고로 30일이냐 30시간이냐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개인적인 바램은 30일이라면 좋겠다. 그토록 바라던 죽음이라는 것을 뒤늦게 후회하는게 아니다.
이왕 이렇게 유령이 되어버린 거, 원룸을 벗어나 세상을 구경하고, 즐기며, 지난 날들을 돌이켜보고 싶다.
조금 여유를 부리고 싶다는 일종의 사치심이랄까.
물론 30시간도 잘만 활용한다면 그러기엔 충분한 시간일테지만, 그래도 조금 아쉬운 시간이 아닐까.
아무튼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숫자의 단위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보면 될 것이다. 만약 시간이라는 단위라면 30이라는 숫자는 29로 바뀔테니.
굳이 화장실에서 기다릴 필요는 없어 매장 입구로 나갔다.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각을 꺼내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고 깊게 내뱉은 첫 모금엔 한숨 비스무리한 것이 섞여있어, 평소보다 더욱 탁한 느낌이었다.
자정을 넘어서인지 거리엔 사람이 없었다. 이곳 저곳에 심야까지 운영하는 음식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멍하니 국밥집을 보고있다보니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하루 한 끼를 달랑 햄버거 하나로 해결했지.
그 사실을 깨닫곤 대각선 방향으로 맞은 편에 보이는 국밥집으로 걸음을 옮겼으나 꽝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방울소리가 딸랑거려도 주인 아주머니는 그대로 TV를 보고있었다.
물론, 주문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는 수없이 다시 매장을 나왔다.
배는 고픈데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 막막해하던 그때, 이번엔 바로 앞에 위치한 편의점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 희망을 품고 건너가기 위해 신호등 앞에서 대기했다.
드물게 지나다니는 차들은 눈으로 흘리며, 건너편 신호등의 색이 바뀌기만을 기다렸다.
파란불이 켜질 무렵, 또다시 '기다릴 필요는 있었던가?'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발을 때고 신호등을 절반 쯤 건넜을까. 옆에서 빨간색 마티즈가 빠르게 다가온다.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점점 가까워지며 밝아지지만, 어째서인지 마티즈는 속도는 줄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신호등에서 대기를 하고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유령인데 굳이 신호를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싶었지만, 아주 짧은 찰나에 내가 유령이라는 사실을 또다시 깜빡해버렸다.
…아니. 그게 아니다. 나는 유령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깜빡하지 않았다.
그저, 살아있는 상태에서 했던 행동들이 일종의 습관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다시말해, 유령임을 자각하며 유령답게 행동하는 것에 익숙치 않다는 것이다.
신호를 준수했다. 하지만 마티즈는 주행한다. 보통 신호를 건널 땐, 자동차가 날 보면 알아서 멈췄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알아서 멈추겠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마티즈는 멈추질 않았다. 모든 사실이 퍼즐처럼 끼워맞춰질 땐, 이미 늦었다.
마티즈는 바로 코앞에 있었다. 헤드라이트의 환한 빛이 내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다.
과연 어떻게 될까?
그런 의문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바로 얼마전에 느꼈던 죽음이 닥쳐온 감각만이 순식간에 되살아난다.
다음 순간.
마티즈는 사라졌다. 순간적으로 보인 눈 앞에 일렁이는 거대한 아지랑이.
쌩하며 지나가는 자동차가 나를 통과하고, 곧이어 아지랑이는 사라진다.
온 몸에 힘이 풀려나간 나는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순간, 긴장했는지 힘이 풀려서 다시 한 번 넘어질 뻔했다.
죽을 뻔한 것을 두려워하는 유령이라니.
이미 죽었는데도 말이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어이가 없어 자조적인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어설프고 느릿한 걸음으로 편의점에 들어갔다. 출입문 위쪽에 달린 방울이 딸랑거려도 알바생은 아무렇지도 않게 새로 들어온 삼각김밥을 채우고 있다.
무얼 먹을지 고민하며 근처를 얼씬거리던 중, 이걸로 하자며 숯불갈비맛 삼각김밥 두 개를 집어들었다.
그 다음엔 음료진열대에서 시원한 메밀차를 골랐다.
전자레인지에 삼각김밥을 따뜻하게 데운 뒤, 매장을 나온 나는 역 근처의 벤치로 향했다.
물론 물건 값은 계산하지 않았다. 할 수도, 할 필요도 없기에.
편의점에서 가져온 것들로 하여금 배를 채우고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에 분리수거를 했다.
다시 앉았던 자리로 돌아와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허전한 광장의 모습을 바라보며 담배 한 개비를 다 태울때 즈음일까. 어느새 다리의 떨림이 멈추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담배각을 꺼내 한 개비를 새로 뽑아 입에 물었다.
"아, 맞다……."
그러고보니 확인해야할 것이 있다는 것을 깜빡했다. 반 쯤 피우다 만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려 불씨를 껐다.
아까 들렸던 스타벅스. 그곳의 남자화장실에 들어간 나는 거울을 쳐다보았다.
한 시간이 지나도 왼눈 밑부분에 새겨진 숫자는 삼십 그대로였다.
다행히도 한 시간의 단위는 아닌 것 같다. 이것이 시간이 아니라 일인지는 조금 더 지나야 확인이 가능하다.
일단 시간이 늦었으니 맨션에 돌아가자. 죽어서 이젠 월세를 내지못해 내 집이 아니게 되었어도, 바로 입주자가 신청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맨션은 시내 광장인 이 곳에서부터 걸어서 20분정도 위치에 있다. 도착한 나는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눌러봤다.
다행인 게 번호는 바뀌지 않아 들어갈 수 있었다. 방 안도 나가기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지낼 수 있을때까진 평소처럼 이 곳에서 지내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다고 유령이 되어서까지 방 안에서 지낼 생각은 전혀 없다.
샤워룸으로 들어가 샤워밸브를 돌려보니 신기하게도 아직 따듯한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유령인 나는,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와 기분좋게 샤워를 끝마치고 하늘색 파자마로 갈아입었다. 그 다음엔 바닥에 깔려있는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유령이 이래도 되나 싶지만, 아무렴 어떠냐며 느긋하게 잠들었다.
이것이 맨션에서의 마지막 밤인줄은 꿈에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