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Lost Star
작가 : Minos
작품등록일 : 20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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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억
작성일 : 17-06-08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2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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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둡다. 무겁다.

 

  그리곤 나에게 감각이 돌아왔다는 것에 놀란다.

 

  서서히. 온몸이 찢어질것 같은 고통이 밀려오고, 잃어버렸던 기억들이 돌아온다.

 

  나와 내 동료들은 초능력자이자, 이 세계가 말하는 기사(Knight)였다.

 

  어린 시절, 그래 10살 정도 되는 나이였다. 별볼일 없는, 그저 조용하고 평화롭던 우리 마을에 어나더썬의 사람들이 내려왔다. 그들은 곧장 나의 어머니를 찾았고, 홀로 나를 키우시던 어머니께선 그들의 말을 듣고선 아무 저항 없이 나를 넘겼다.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지금에서야 기억하게된 그 당시 어머니는 어나더썬의 사람들을 악에 받친 증오의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영문을 모른채 어나더썬에 들어오게된 나는 가장 먼저 내 또래의 수많은 아이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총 125명의 아이들. 대부분은 나와 동갑이거나 조금 어렸다. 우리는 어나더썬에서 지정한 교관들의 명령에 따라 각기 5명씩 조별로 움직이게 되었는데 우리 조는 남자가 넷, 여자 하나로 이루어졌다. 한국인에서온 11살 박현우를 조장으로, 나 칸, 동갑인 10살이라지만 나보다 손 한뼘은 더 커보이는 캐나다 벤쿠버 출신의 크리스, 마찬가지로 동갑인 홍일점이자 중국 출신의 샤오위 그리고 125명의 아이들중 유일한 9살 막내이자 이집트인 하무드가 17조의 구성원이 되었다. 또, 우리 조의 담당교관으론 프랑스인 알렌이 맡게 되었는데 그는 우리 조가 생활하게될 17조 생활실에 조원들을 집합시키고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과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의 설명은 단순했지만, 어린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충분했다. 현재 이 자리에 있는 아이들은 어나더썬이 기획하고 있는 강한 기사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참가한 인원이며, 참여한 모든 개인은 초능력에 대한 잠재력이 있다고 판정, 앞으로 초능력을 개발하고 그 능력을 토대로 강한 힘을 갖춘 기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할 것이라는 점과 이자리에 있는 조원들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며 도태되는 사람은 가차없이 버려질 것 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러갔다.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는 125명에 달했던 우리들은 어느새 50명만이 남아있었고, 수많은 실험과 훈련을 겪으며 남은 이들의 힘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가혹한 훈련과 실험을 이겨내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초능력을 잃어버리거나, 몸이 견디지 못한 나머지 폐인이 되어버린 것과는 달리 내가 속한 17조는 전원이 살아남았고 특히 조장으로 뽑혔던 현우형은 지닌바 능력이 다른 아이들과는 궤를 달리해, 50인의 아이들중 유일하게 S급 기사로 등록되었다. 형은 개인의 능력이 뛰어났을뿐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8년간의 수많은 훈련중 현우형과 함께, 같은 조가 아닐지라도 하나의 팀으로 활동하게된 인원은 해당 훈련에서 단 한명의 사망 혹은 중상을 입지 않았다. 형은 자신이 이끄는 팀을 단단하게 묶어주는 리더이자, 훌륭한 전술가였으며, 개인의 무력도 출중했다. 우리 조의 나머지 아이들도 현우형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아이들에 비해 우수한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마침내 모든 훈련을 마치게된 우리는 현우형을 단장으로 어나더썬의 제1정규기사단으로 출범하였고, 출범 후 첫 목표물로 시베리아 한복판에 자리잡은 A급 악마 '메피스토'를 사냥하게 되었다. 동급의 기사 20명이면 해당 등급의 악마를 잡을 수 있다는게 정설인만큼, S급 기사 한명을 포함한 나머지가 전원 A급 기사인 우리들은 무난히 사냥을 마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분명 그래야했는데. 출발 전, 현우형이 아무래도 불안하다고, '현자의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고. 혹시나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남은 단원들을 잘 추스려야 한다며 원래는 있지도 않은 부단장 자리를 맡길때까지만 해도 그저 가혹했던 훈련이 끝났다는 것에 들떠 아무런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는데.

 

  온갖 마물들을 뚫고 메피스토의 앞에 도착했을때, 우리들은 '공포'를 보았다. 전기충격이라도 맞은듯 소름이 끼치며 온몸이 굳었다. 메피스토는 앞에 있던 기사들부터 하나둘, 시뻘겋게 물든 손으로 심장을 꿰뚫으며 죽여갔다. 스스로의 무력함에, 곧이어 다가올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신을 잃어갈때.

 

  "17생활관 C관물대 밑에서 두번째 서랍. 칸아, 지금 믿을 수 있는건 너뿐이야. 당장 조원들 데리고 도망가."

 

  어째서인지 차분한 현우형의 목소리가 들렸고, 굳었던 몸이 풀려갔다. 어느새 메피스토는 점점 더 다가왔고, 뒤에있는 17조의 다른 조원들도 정신을 차려갔다. 무서웠다. 8년간 수많은 생명의 위협을 받았고, 죽어간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허망하진 않았다. 메피스토의 일방적인 살육이 나는 두려웠다.

 

  "인간들은 참 재미없는걸 만들었구나. 그래도 너는 좀 재밌어 보이는데?"

 

  메피스토는 이제 현우형의 앞에 도착했다. 나는 정신을 차린 이들과 함께 도망가고 있었다. 그와중에도 형과 메피스토의 대화는 명확히 들렸다. 형은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 그러게 조금이라도 더 재밌어야 애들이 살텐데."

 

  현우형은 고유능력 '진실의 눈'과 '시간지배'를 발동했고, 메피스토는 불편한듯 얼굴을 굳혔다.

 

  "하잘 것 없는 반푼이가 어찌 감히 나에게 도전하는가."

 

  이어진 굉음과 힘의 파장이 나를 덥쳤고 기억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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