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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옥구슬
작가 : 말순이
작품등록일 : 20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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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오다
작성일 : 17-06-08     조회 : 492     추천 : 0     분량 : 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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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오다

 

 

 *

 

 

 딸만 다섯인 부인은 아들 하나만 갖게 해달라고 매일같이 절에서 지극정성으로 기도드렸다.

 

 하늘은 그 정성을 갸륵히 여겨 어느 날 황금빛의 아기동자를 부인에게 보냈다.

 

 

 "아기씨는 본래 옥구슬을 관리하는 선녀인 옥여 님이십니다. 헌데 옥구슬 하나를 인간세계로 떨어뜨려 그것을 되찾기 위해 인간세계로 보냅니다. 부디 부인께서 아기씨를 어여삐 키워주신다면 십 년 후, 소원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아기동자는 자신보다 족히 두 배는 큰 옥구슬을 부인의 배에 마구 쑤셔 넣었다.

 

 비명을 지르며 기이한 꿈에서 깨어나니, 품에는 커다란 보따리가 안겨있었고 그 안에는 고운 빛을 띠는 옥구슬이 한가득이었다.

 

 꿈에서 봤던 무시무시한 크기의 옥구슬이 마치 뱃속에 들어온 듯 팽팽한 느낌이 생생했다.

 

 

 열 달 후, 출산이 다가오자 구름이 집을 감싸며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왔다.

 

 선녀들이 부인의 출산을 도와 긴 시간 끝에 피부가 새하얀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방안에는 달콤한 향기가 한가득 퍼졌다.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리며 시끄럽게 울어대는 아기의 이름을 옥여(玉如)라 지었으며 애칭으로 구슬이라 불렀다.

 

 구슬이가 가져온 귀한 옥구슬로 인해 가난했던 삶은 풍족해졌다.

 

 구슬이는 영특하고 총명했으며 눈매가 둥글둥글한 어여쁜 소녀로 성장했다.

 

 하지만 엄마나 아빠 그 누구와도 생김새가 닮지 않았고 자매인 언니들과도 성격조차 닮은 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언니들은 이질감이 느껴지는 막내와 친하게 지내지 않았고 구슬이는 혼자 외로이 자랐다.

 

 

 구슬이가 열 살이 되던 해, 부인은 꿈에 그리던 아들을 낳았다.

 

 

 "사랑스러운 내 동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동생, 어쩌면 이리도 잘생겼을까? 오늘 밤은 누나가 하늘이를 지켜줄게."

 

 

 구슬이가 새근새근 잠든 동생의 뽀얀 볼에 앵두 같은 입술을 맞췄다.

 

 다음 날, 동생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원인 모를 병에 며칠이 지나도 도통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힘겹게 얻은 아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집안 분위기는 암울해졌다.

 

 구슬이 역시 동생 걱정에 하염없이 마당만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저리 비켜! 거추장스럽잖아!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막내랑 같이 자고 난 후부터 저렇게 아프기 시작했잖아!"

 

 

 바로 위의 언니가 구슬이를 한껏 째려봤다.

 

 

 "어째서 나 때문이야? 나는 막내가 추울까 봐 꼭 껴안아준 것 밖에 없어."

 

 

 "꼬박 꼬박 말대꾸하는 것 좀 봐. 가족들 모두 네 책임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유독 자매들 중에서 못난 다섯째는 평소 구슬이를 질투했고, 구슬이의 가녀린 어깨를 퍽 밀치고 지나갔다.

 

 구슬이는 기가 잔뜩 죽은 채 발걸음이 닿는 데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뒷간 창고에서 키가 큰 낯선 남자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거기 누구세요?"

 

 

 구슬이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남자는 어색하게 말했다.

 

 

 "아, 아가씨. 볼일이 있어서 들렀습니다... 신경 쓰지 마시죠."

 

 

 구슬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누구지? 처음 보는 사내인데.

 

 

 "잠시만요. 저 좀 봐요."

 

 "할 일이 많습니다."

 

 

 낯선 남자는 황급히 사라졌지만 굳이 그를 쫓아가지 않았다.

 

 수상쩍게 여긴 구슬이는 그가 빠져나온 창고 안을 요리조리 살폈다.

 

 곡식 더미에 손을 대자 불타오르듯 뜨거운 느낌에 얼른 손을 뗐다.

 

 그때, 방 안에서 막내의 울음소리가 이곳까지 울려 퍼졌다.

 

 어렵게 얻은 집안의 유일한 남자인데 태어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죽을 위기에 처했다.

 

 

 정말 별다른 방도가 없는 걸까?

 

 

 구슬이는 그대로 절로 향했다.

 

 

 부처님, 제발 가엾은 제 동생을 살려주세요.

 

 

 기도를 드리고 절에서 내려오는 길에 윤기나는 풍성한 꼬리를 지닌 여우 한 마리를 발견했다.

 

 구슬이는 저도 모르게 여우의 탐스러운 꼬리에 이끌려 따라갔다.

 

 풀숲을 헤치고 도도하게 걷는 여우를 따라가보니 산 한가운데서 또래 남자아이를 발견했다.

 

 어리지만 키가 크고 흰 얼굴에 새까만 머리카락을 지녔다.

 

 여우의 주인인지 여우는 그의 주변을 맴돌며 애교를 부렸다.

 

 외출도 마음대로 못 하던 탓에 가족이 아닌 또래 아이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그에게 말을 건넸다.

 

 

 "안녕? 난 옥여라고 하고 구슬이라고 불리고 있어. 산 아래에 있는 이 마을에서 제일 큰 집에서 살아. 넌 누구니? 너도 이 마을에서 사니?"

 

 

 구슬이는 재잘재잘 말이 많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에는 언니들이 놀아주질 않아서 말을 나눌 상대가 없어 외로웠다.

 

 남자아이는 갑자기 나타난 구슬이를 보고 당황했는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뭐 하던 중이었니? 이 여우는 네가 키우는 거니?"

 

 

 여우에게 가까이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려 할 때였다.

 

 갑자기 여우가 날카로운 이빨로 구슬이의 작은 손을 콱 물었다.

 

 

 "꺄악!"

 

 "뭐 하는 거야, 길달!"

 

 

 여우의 주인도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해하며 여우를 꾸짖었다.

 

 그러자 여우는 풀이 죽은 듯 꼬리를 말고 몸을 웅크렸다.

 

 남자아이는 가까이 다가와 구슬이의 손을 살피며 물었다.

 

 

 "괜찮니? 피가 많이 나는구나."

 

 

 구슬이는 여우가 깨문 손의 상처를 다른 손으로 꼬옥 감쌌다.

 

 

 "따라올래? 상처를 치료해줄게."

 

 

 구슬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아이는 여우를 향해 말했다.

 

 

 "돌아가자, 길달."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여우의 꼬리가 엄청나게 커지고 그 위로 남자아이가 올라섰다.

 

 그리고 약간 경계를 하는 구슬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재밌을 거야."

 

 

 씨익 웃는 남자아이의 모습을 보고 구슬이는 이내 경계심을 접었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고 여우의 꼬리 위로 올라섰다.

 

 꼬리는 푹신푹신했고 아래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구슬이가 올라서자 여우는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구슬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이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 여우는 이런 동물인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덧 남자아이의 집에 도착했다.

 

 

 "어머니, 저 왔어요!"

 

 "어머나, 우리 아들 재밌게 잘 놀다 왔니?"

 

 

 조그마한 초가집에서 굉장히 아름다운 여자가 나왔다.

 

 남자아이의 엄마였다.

 

 둘은 쏙 빼닮아있었다.

 

 그의 엄마는 자신의 아들이 처음으로 데려온 어여쁜 작은 숙녀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리 비형 친구니? 세상에, 어쩌면 이리도 예쁠까!"

 

 

 비형의 엄마 도화녀는 구슬이를 보자마자 와락 껴안았다.

 

 그 바람에 손의 상처가 쓸려 구슬이가 작게 신음을 내었다.

 

 

 "응? 왜 그러니? 어디 아프니?"

 

 

 도화녀가 품에서 구슬이를 떼어내고 물었다.

 

 

 "길달에게 손을 물렸어요. 어서 치료해 주세요."

 

 

 옆에서 비형이 말했다.

 

 그러자 도화녀가 의아해했다.

 

 

 "이상하네? 순하디 순한 길달이 그럴 리가 없는데?"

 

 

 도화녀는 여우에게 물린 상처를 살피디가 손가락의 반지를 발견했다.

 

 

 "응? 이 반지는...?"

 

 "저희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거예요. 저희 언니들과 남동생도 하나씩 다 끼고 있어요."

 

 

 도화녀가 궁금해하자 구슬이가 대답했다.

 

 

 "그렇구나... 잠시만, 어서 상처를 치료해줄게. 많이 아프겠다."

 

 "괜찮아요. 제가 갑작스럽게 여우를 만지려 하다가 일어난 사고인걸요."

 

 

 구슬이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말했다.

 

 도화녀는 상처를 치료해주며 속으로 생각했다.

 

 

 "상처의 위치를 보아하니 반지 근처야. 길달은 이 반지를 보고 문 것이 틀림없어. 나에게 이걸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구나."

 

 

 도화녀는 풀 죽어 있는 길달에게 살짝 웃어 보였다.

 

 그러자 여우는 그녀가 자신의 뜻을 알아준 것이 기뻐 마당을 팔짝팔짝 뛰어다녔다.

 

 도화녀는 구슬이의 상처를 치료해준 후 다시 구슬이를 꼬옥 안아주었다.

 

 

 "마음씨도 정말로 예쁜 아이로구나. 어때? 너, 내 아들이랑 나중에 커서 혼인하지 않을래?"

 

 

 화끈한 성격을 지닌 도화녀의 거침없는 말에 어린 두 남녀의 두 볼이 새빨개졌다.

 

 

 "너무 갑작스러운데요? 생각할 시간을 조금 주세요."

 

 

 여전히 도화녀의 품에 안긴 채 구슬이가 말했다.

 

 그러자 도화녀는 구슬이의 머리를 부비부비 쓰다듬었다.

 

 

 "하하! 너도 내 아들이 싫진 않은 모양이구나? 제 아빠를 닮아서 정말 잘 생겼다고!"

 

 

 구슬이는 쑥스러워하며 딴청 피우는 비형을 흘금 쳐다보았다.

 

 누군가의 품에 이토록 오래 안겨있던 적은 처음이었다.

 

 가족들 중 어느 누구도 구슬이를 안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구슬이는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맛있는 저녁을 얻어먹고 비형과 나란히 앉아 도화녀의 옛날이야기를 듣다가 어느새 스르륵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잠에서 깨니 기도를 드렸던 절 안이었다.

 

 

 아아... 그 모든 것이 꿈이었구나.

 

 잊지 못할 즐거운 한때였어.

 

 

 구슬이는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후, 설상가상으로 집에 불이 났다.

 

 원인은 창고에 있던 썩은 곡식이 팽창해 터져버린 것이었다.

 

 때마침 지나가던 노파가 길을 멈추고 마당으로 들어섰다.

 

 

 "쯧쯔... 집에 마가 꼈구먼, 마가 꼈어. 하나뿐인 아들은 황천길 가기 직전이여. 앞으로 더 일어날 일을 떠올리니 소름이 돋아서 더는 있을 수가 없구먼."

 

 

 노파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돌아섰다.

 

 그러자 부인이 황급히 나서서 노파의 옷을 붙잡았다.

 

 

 "어르신! 도와주세요. 정말 방도가 없을까요?"

 

 

 흐느끼는 부인을 향해 노파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법이 딱 한가지 있긴 혀."

 

 "뭔가요? 말씀해주세요!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노파는 자매들 사이에 섞여있던 구슬이를 정확히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다 저년 때문이여!"

 

 

 노파의 무서운 외침에 집 안 분위기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절 구슬이에게 향했다.

 

 때마침 방 안에서 막내의 울음소리가 곡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하, 이럴 줄 알았어. 집에 불이 난 것도 다 쟤 때문이야! 내가 봤어. 며칠 전에 창고에 기웃거리는 걸 봤다고!"

 

 

 다섯째는 이때다 싶어 구슬이를 향해 매몰차게 삿대질을 해댔다.

 

 

 "저 년이 사라져야 아들이 다시 건강해져."

 

 

 구슬이는 긴장된 침을 꿀꺽 삼켰다.

 

 청천벽력 같은 일에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온몸에 힘이 축 빠지는 것이 꼭 정신을 잃어버릴 것 만 같았다.

 

 그 와중에 애원의 눈빛으로 부인을 쳐다봤다.

 

 

 부인은 고민에 빠졌다.

 

 안 그래도 마을 사람들이 수상히 여기던 터였다.

 

 구슬이를 임신했을 때 유독 배가 부르지 않아 겉으로 보면 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구슬이가 가져온 옥구슬로 인해 부자가 된 것을 수상히 여겼고 생김새도 다르다며 손가락질하기 일쑤였다.

 

 아기동자는 십 년만 키워주면 아들을 준다고 했다.

 

 십 년이나 길렀으면 충분했다.

 

 게다가 남편도 자식들도 전부 구슬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슬이는 내 자식이 아니야.

 

 꼭 남의 자식을 낳아준 느낌이었어.

 

 그래, 내가 대신 낳아준 것뿐이야.

 

 내 아들부터 살려야 해!

 

 

 결정을 내린 부인은 구슬이를 애써 외면하며 노파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살려주세요! 저는 아무 잘못도 한 게 없다고요... 제발요... 저는 가족들과 함께 있고 싶어요!"

 

 

 울며불며 난리를 피우는데도 가족들은 전부 못 본 척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남아있던 노비들만이 구슬이를 안타깝게 쳐다볼 뿐이었다.

 

 만난 지 한 시간도 채 안된, 갑작스럽게 나타난 노파에게 끌려가기 싫어 발버둥 쳐봤지만 소용없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어찌나 힘이 센지 그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밝았던 하늘이 어둑해질 만큼 시간이 흐르고 자신의 운명에 점차 수긍하게 된 구슬이는 조금 진정되었다.

 

 노파가 건네준 물 한 모금을 삼키고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죠?"

 

 "굴아화로 갈거여."

 

 

 노파와 함께 말을 탄 구슬이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 할머니는 대체 정체가 뭘까?

 

 어째서 이리 힘이 세고 건장한 남자처럼 말을 잘 다루는 걸까?

 

 

 하지만 의문도 잠시뿐이었고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가족들이 다시 그리워졌다.

 

 

 나의 사랑스러운 동생...

 

 내가 떠났으니 이제 다시 건강해지겠지?

 

 씩씩하게 잘 커야 해...

 

 

 진평왕 579년, 황금빛으로 물든 아기동자가 나타나 새로운 왕에게 천사옥대를 건넨다.

 

 

 "상황께서 드리는 선물입니다. 옥구슬을 관리하는 선녀 옥여 님이 만드셨습니다. 옥여 님은 곧 인간 세상에 내려오십니다. 부디 그분을 어여삐 여겨주신다면 나라는 더욱 튼튼해질 것입니다."

 

 

 이후 진평왕은 제사가 있을 때마다 금과 옥으로 장식된 늠름한, 자신의 무게를 더욱 높여줄 천사옥대를 착용했다.

 

 

 선녀 옥여...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찾아내야겠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구불구불 진 산길을 달리다 깜빡 잠들었다가 깨어났다.

 

 잘 달리던 말이 무슨 영문인지 균형을 잃어 넘어질 뻔 했기 때문이다.

 

 

 "젠장... 귀찮게 됐구먼."

 

 

 노파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사방은 온통 어두컴컴했고 하늘에 떠있는 별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죠?"

 

 

 그때 앞에서 우렁찬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놀란 나머지 말에서 굴러떨어질 뻔한 날 노파가 재빨리 낚아챘다.

 

 

 "도적이여! 꽉 잡어!"

 

 

 노파의 목소리는 다급해졌고 말은 이전보다 더욱 속도를 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무서워서 떠나기 전, 엄마가 건네준 작은 주머니만 손에 꼬옥 쥐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

 

 도적이 눈치를 채고 따라와선 주머니를 낚아채갔다.

 

 

 "안 돼! 내놔!"

 

 

 그리고 순간 똑똑히 보였다.

 

 주머니를 낚아채간, 말을 타고 있는 어린아이의 두 눈이.

 

 

 "시방, 가만히 좀 있어! 떨어지고 싶은 겨?!"

 

 

 주머니를 되찾기 위해 깊은 어둠 속에 손을 뻗다가 그만 말에서 굴러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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