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무협물
패도무혼
작가 : 도검
작품등록일 : 2016.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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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 화
작성일 : 16-07-20     조회 : 567     추천 : 0     분량 : 7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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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흑수라(黑修羅) (2)

 

 

 

 “그렇소.”

 “으음.”

 유장해의 얼굴이 납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의 우려가 사실임이 확인되었다.

 흑영대주!

 흑수라(黑修羅)라는 별호로 더 알려져 있다.

 맹주의 명만을 따르고, 맹주 외에는 그 누구도 진실한 그의 무위를 모른다고 했다.

 그가 나서서 실패한 임무가 없었다는 것만 보아도 그의 강함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딱 한 번, 그가 두각을 드러내기 전에 일반 흑영대원이었을 때를 제외하곤 말이다.

 ‘얼굴의 상처는 그때 당한 것이라고 했던가?’

 유장해는 철혼의 철립 아래로 보이는 검붉은 상흔을 확인했다.

 들었던 대로 혈루처럼 보인다.

 흑수라의 혈루가 꿈틀거리면 전장의 기세가 달라진다고 했다.

 일개 개인의 힘으로 전황조차 바꾸어버릴 수 있는 자.

 그래서 맹주가 절대적인 신임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일각에서는 맹주의 힘이 그에게서 나온다고도 했다.

 허나 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유장해는 시치미를 떼고 중재에 나서고자 했다.

 광주에서 상납되는 금전이 상당한 액수라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자 했다.

 하지만 흑수라가 허락하지 않았다.

 “제발 끼어들어주시오. 당신을 죽이고 철혈문을 찾아갈 테니까.”

 “뭣이?”

 유장해가 소리쳤다.

 분노하고 있음은 표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감히 검을 뽑을 수가 없었다.

 철수검(鐵手劍) 유장해.

 양산철혈문(陽山鐵血門)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임에도 그는 화를 삭여야 했다.

 ‘놈은 진심이다. 진짜 본문으로 쳐들어갈 놈이야!’

 유장해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 당황했다.

 그때였다.

 “흑영대주든 뭐든 소용없다. 네놈이 한 짓거리가 백일하에 드러났거늘 호북에 있는 허수아비 맹주가 다 무슨 소용이겠느냐!”

 백문초가 바득 소리쳤다.

 예상 밖으로 놈이 강했고, 신분 또한 범상치 않은 듯 보이지만, 놈은 결국 혼자고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를 씌워놓았으니 피해를 입더라도 놈만 죽여 버리면 그만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유장해의 생각은 달랐다.

 ‘멍청한, 그가 무서운 건 맹주의 신임을 받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의 무공이다. 모두들 쉬쉬 하고 있지만 맹의 원로들이 나서지 않는 한 누구도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유장해는 고민했다.

 여기서 놈의 무위를 이야기하고 싸움을 말려야 할지.

 허나 흑수라에 대한 언급은 맹 차원에서 삼가고 있었다.

 흑수라와 흑영대의 일이 천하 각지로 퍼지는 것을 막고자 함이다.

 조만간 사라질 이름들 때문에 맹을 향한 시선에 의혹이 담기지 않도록 하고자 함이었다.

 유장해의 고민은 잠깐에 불과했다.

 허나 그 잠깐을 참지 못하고 백문초의 입에서 돌이킬 수 없는 명령이 떨어졌다.

 “들어라! 지금부터 놈이 움직이면 십전철가의 사람들을 한 명씩 죽여 버려라! 악마 같은 놈을 숨겨준 죄, 죽어 마땅하다!”

 백문초가 사악하게 웃었다

 이제 네놈이 무얼 할 수 있느냐는 표정이었다.

 순간 철혼의 신형이 번개같이 튀어나왔다.

 촤-악!

 공간이 갈라지고.

 푸확!

 피분수가 솟구쳤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고, 누구도 철혼의 속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이제껏 보인 속도 보다 월등히 빨랐다. 백문초가 막으려고 손을 움직였으나 이미 철혼의 칼이 지나간 후였다.

 “······!”

 백문초는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봤다.

 쩍 갈라진 가슴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자신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피비린내가 콧속을 자극하였다.

 속이 울렁거렸고, 머릿속의 무언가가 정지해버렸다.

 시야가 급속도로 흐려지더니 갑자기 하늘이 보였다.

 잿빛으로 우중충한 하늘이었다.

 “아버님!”

 “보주님!”

 백문초가 쓰러지자 섬전수 백이와 백룡보의 무인들이 기겁하여 달려왔고, 천리표국주 동중산이 고함을 질렀다.

 “이놈! 끝까지 해보자는 것이냐! 좋다! 누가 이기나 보자! 독질! 철마방주가 죽었다! 그년의 팔을 잘라 버려라! 그년의 팔이 잘려도 이리 날뛰는지 보겠다.”

 십전철가 안에 있던 두곽은 철마방주의 죽음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뒤늦게 그 사실을 듣게 되자 두 눈이 돌아버렸다.

 세상엔 알려지지 않았지만, 철마방주는 두곽에게 하나밖에 없는 형제였다.

 배다른 사이이긴 하나 성질만 더러운 두곽이 이만큼이라도 행세하고 살 수 있었던 건 모두 철마방주 구포라가 뒤를 돌봐준 덕분이었다.

 구두곽, 그것이 그의 본명이었다.

 “개새끼! 감히 형님을 죽였단 말이지?”

 두곽이 날이 시퍼런 육도를 꺼내들었다.

 한 손으로는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철화옥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아악!”

 철화옥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철혼은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 대신 동중산을 향해 싸늘히 말했다.

 “당신이 내린 명령으로 인해 이 자리의 모두가 죽어나갈 것이오!”

 “헛소리! 뭐하느냐! 어서 잘라버리지 않고!”

 동중산이 두곽을 돌아보며 천둥같이 소리쳤다.

 그런 동중산의 눈에 두곽이 육도를 치켜드는 모습이 보였다.

 “안 된다! 이놈!”

 철중양이 소리치며 일어나려다가 철마방의 무인에게 걷어차였다.

 육도를 쳐든 두곽이 철혼을 바라봤다.

 입가에 잔혹한 미소를 베어 물고 있는 게 팔 하나로 만족할 모양새가 아니었다.

 “크크큭! 어디 끝까지 외면하는지 보자!”

 두곽이 철혼이 들으라는 듯 크게 외치며 육도를 휘둘렀다.

 쉬-잇!

 바람을 가르는 소리다.

 단호하고, 거리낌 없는 일도가 바람을 갈랐다. 그리고 피가 튀었다.

 붉은 피다.

 “······!”

 두곽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계집의 머리통을 잘라버려야 할 자신의 육도가 어찌 허공으로 솟구치고 있는 것인지.

 자신의 손은 어찌 거기에 붙어 있을까.

 뿜어지고 있는 핏물은 계집의 것이 아닌 자신의 것이었다.

 팔이 잘렸으니 핏물이 쏟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그걸 이해 못하는 게 아니다. 두곽이 납득 할 수 없는 건 왜 자신의 팔이 잘렸느냐다.

 고개를 돌려보니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왜?”

 대답대신 칼이 날아들었다.

 두곽의 머리통이 목에서 떨어져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시커먼 혁피화가 두곽의 머리통을 걷어찼다.

 그제야 철마방의 무인들이 기겁하여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간 건 세 자루의 칼이 내리는 참혹한 죽음뿐이었다.

 

 “이놈들!”

 동중산이 대경하여 소리를 질렀다.

 그는 느닷없이 두곽의 머리통을 잘라버리고, 달려드는 철마방의 무인들을 무참히 도륙하고 있는 세 명의 낭인들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철혼만 아니라면 한 걸음에 달려갈 기세였다.

 허나 곧 두곽을 베어버린 일만큼이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무지막지한 칼질에 철마방의 무인들이 더 이상 달려들지 못하자 세 명의 낭인들이 허리 뒤로 손을 돌려 회색의 장포 안쪽에서 각기 두 자루의 철곤을 꺼내 손에 쥐고 있던 칼과 하나로 결합하였다.

 동중산은 두 눈을 치뜨며 철혼을 돌아봤다.

 철곤 하나만 결합하고 있었지만,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한 패거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흑영대!”

 유장해가 놀라 부르짖었다.

 표정을 보니 정말 크게 놀란 모양이었다.

 저들이 어찌 이곳에 있는 것인지,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유장해는 당황스럽기만 하였다.

 ‘아차! 불산!’

 불산에도 흑영대가 나타났다고 했다. 그렇다는 건 무언가, 무슨 일인가 크게 벌어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본문에 알려야 해.’

 유장해는 다급해졌다.

 그렇다고 곧바로 자리를 뜰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철혼의 입에서 냉혹하리만치 차가운 명령이 떨어졌다.

 “죽여라!”

 귀수(鬼手), 귀혼(鬼魂), 귀도(鬼刀).

 삼귀(三鬼)라고 알려진 세 사람이 철마방의 무인들을 무차별적으로 도륙하기 시작했다.

 “흑영대주! 적이 아니면 함부로 살상할 수 없다는 맹의 규율을 어기려는 것인가?”

 유장해가 다급히 소리쳤다.

 철마방이 존재해야 백룡보와 천리표국 등에게서 받는 상납금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눈앞에서 철마방이 와해되는 꼴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철혼은 돌아보지도 않았다.

 되레 동중산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흑수라! 이 일을 맹에 알려······.”

 “협잡에 폭력은 물론이고 납치, 강간, 살인 그리고 강탈. 철혈문(鐵血門)이 관련되어 있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요.”

 유장해의 얼굴이 대번에 굳었다.

 철혼의 말이 마치 염왕의 판결문처럼 들려 가슴속이 섬뜩했다.

 ‘맹주! 맹주다! 단순히 복수를 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 이놈은 맹주의 명을 받고 온 것이 틀림없어. 어서, 어서 이 사실을 본문에 알려야 해!’

 유장해는 동중산을 바라봤다.

 철혼을 경계하며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다.

 그러나 유장해는 동중산의 바람을 외면했다.

 “본문과 무관한 일이네.”

 유장해는 그 말을 남기고 등을 돌렸다.

 “유대협!”

 동중산이 화급히 불렀으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그동안 광주 사람들의 피눈물을 빨아먹었으니, 이젠 당신들이 피를 흘릴 차례다.”

 철혼의 음성이 차갑게 내리 깔렸다.

 북풍한설이 몰려오는 듯 한기가 주위를 짓눌렀다.

 여름을 앞두고 있는 시기의 광주에 추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포였다. 두려움이었다.

 피가 싸늘히 식을 정도로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으아아아아악! 죽어라!”

 부친의 죽음에 이성을 상실한 섬전수 백이가 사납게 달려들었다. 백룡보의 무인들이 덩달아 달려왔다.

 그러나 철혼의 좌수가 휘두른 철곤에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을 뿐이었다.

 머리가 깨지고, 어깨가 부서진 자들이 신음하며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철혼은 정신을 잃어버린 백이를 내려다보다 시선을 돌렸다.

 “당신이 내린 명령으로 인해 이 자리의 모두가 죽어나갈 거라고 말한 것으로 아는데?”

 철혼의 말에 동중산이 진저리를 치듯 부르르 떨었다.

 그때 철혼의 뒤쪽에서 등룡곡주가 입을 열었다.

 “참으로 멋지게 당했구나! 제대로 당했어!”

 철혼이 돌아보자 등룡곡주의 두 손이 새하얀 서리가 내린 것처럼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그의 독문무공인 한빙장(寒氷掌)이었다.

 “상문충, 쾌비수(快飛手)와 협잡하여 광서성 하주목가(賀州木家)를 몰살시켰으니 이제라도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

 등룡곡주 상문충의 명을 받고 천리표국에 표물을 의뢰하러 가던 이들이 죽었고, 표물은 사라졌다.

 광동성의 대도로 악명 높던 쾌비수가 하주목가에 표물이 있다는 걸 알려와 그길로 쳐들어가 하주목가를 몰살시키고 표물을 찾았다.

 그게 오 년 전 세간에 떠돌았던 이야기다.

 물론 진실은 그것과는 달랐다.

 “하주목가는 어차피 사파다. 맹과는 상관이 없지. 그리고 넌 서문늙은이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싶은 거 아니냐? 이 손으로 머리통을 부숴버렸으니까.”

 이죽거리는 상문충의 두 손 주위로 새하얀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한빙장(寒氷掌)의 무위가 절정을 앞두고 있음이 역력했다.

 철혼은 대꾸하지 않았다.

 혈루처럼 보이는 눈가의 상흔을 씰룩였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상문충은 모르고 있다.

 

 - 흑수라의 혈루가 꿈틀거리면 전장의 기세가 달라진다.

 

 피아를 막론하고 아는 이들은 알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흑영대 외에는 함부로 떠벌리지 못하는 말이기도 했다.

 “반드시······ 죽여주마!”

 철혼이 땅을 박찼다.

 그의 움직임을 따라 섬뜩한 살기가 휘몰아쳤다.

 상문충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한빙장의 빙기를 잔뜩 머금은 쌍장이 철혼의 정면으로 뻗었다.

 귀도림주 가득천 역시 수중의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고, 동중산의 추혼십이검식(追魂十二劍式)과 유가원의 대홍유가도법(大紅柳家刀法) 역시 폭풍처럼 몰아쳤다.

 

 백룡보주 백문초가 죽었지만, 광주 땅의 맹호 중 넷이 남아 있었다.

 천하를 뒤흔드는 고수라면 모를까, 네 사람이 합공을 한다면 누구도 배겨나지 못할 것 같았다.

 흑영대가 어쩌고 흑수라가 어쩌고 하지만, 철중양의 눈에는 철혼이 위험해 보이기만 했다.

 하여 철마방의 무리들을 절반 가까이 도륙하고 나머지는 무릎을 꿇려놓은 세 사람을 향해 애원하듯 소리쳤다.

 “제발 도와주시오.”

 “누굴 도와달란 말입니까? 저 네 사람을 도와주면 되겠습니까?”

 “예에?”

 철중양이 가슴 철렁하여 쳐다보자 두곽의 목을 베었던 이가 씩 웃는다.

 무표정일 때는 독사의 눈처럼 그리도 무서워 보이더니 저리 웃으니 옆집 청년처럼 평범해 보였다.

 “한 번 믿기로 하였으면 하늘이 두 쪽 나도 믿어보십시오. 대주가 그 정도 믿음도 못주는 사내입니까?”

 “아니요. 믿습니다. 믿고말고요. 철혼이 저놈은 어렸을 때부터 한다면 기어코 해내는 놈이었습죠.”

 옆에서 듣고 있던 왕노인이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철중양은 굳은 얼굴 그대로였다.

 “대주는 어렸을 때부터 고집이 셌군요.”

 “고집이 세다기보다는 사내다웠다는 말이 맞을 겁니다. 자기가 한 말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왕노인은 급히 말을 멈추었다.

 철혼이 등룡곡주 상문충을 향해 땅을 박차고 튀어나갔기 때문이다.

 ‘지지 말아라!’

 염원하는 왕노인의 눈에 새하얀 쌍장을 내뻗는 상문충의 모습과 검과 칼을 폭풍처럼 휘두르며 달려드는 가득천 등의 모습이 보였다.

 퍽퍽!

 철혼의 왼손이 휘두른 철곤이 상문충의 쌍장을 거푸 때렸고, 이어서 오른손이 크게 휘두른 칼날이 가득천의 칼을 쳐내더니 그 기세 그대로 크게 휘돌아 뒤쪽에서 달려드는 동중산과 유가원의 공세를 일거에 밀어냈다.

 그렇게 공간이 확보되자 철혼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단숨에 네 사람의 무공 수위를 가늠하고는 한 사람을 향해 벼락처럼 달려들었다.

 풍림당주 유가원, 바로 그다.

 도(刀)는 성난 맹수처럼 사나워야 하건만, 그의 칼은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아 기세가 약했다.

 차-앙! 차차차창!

 몇 번의 격돌로 유가원이 뒷걸음 쳤다.

 ‘굉뢰도!’

 철곤과 결합하여 길이가 길어졌지만, 굉뢰도가 틀림없다.

 유가원은 서문노인에게 당했던 옆구리가 저릿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도······!’

 서문노인 역시 유가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서둘러 손을 하나라도 줄이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문노인과 철혼은 유가원이 가장 약하다는 걸 알아차렸다는 뜻이다.

 ‘흥! 네놈은 서문노인의 전철을 따르게 될 거다.’

 유가원은 이를 악물었다.

 철혼이 팽이처럼 휘돌며 철곤과 결합한 칼을 맹렬하게 휘둘러 달려드는 동중산과 가득천 그리고 상문충의 접근을 차단하는 순간 먹이를 덮치는 맹호처럼 쇄도했다.

 철혼의 사각을 노리고 기습적으로 달려들었다.

 순간 완전히 돌아선 철혼의 칼이 유가원의 옆구리를 향해 들이닥쳤다.

 “큭!”

 유가원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서문노인이 그랬던 것처럼 철혼의 칼이 그의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그러나 피가 흐르지 않았다.

 이런 일을 대비하여 안에 보호 장구를 착용한 덕분이다.

 덥석!

 유가원이 철혼의 칼 손잡이를 잡았다.

 ‘지금이오!’

 두 눈으로는 철혼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동중산과 가득천 그리고 상문충이 십 년 전에 서문노인을 난도질했던 것처럼 철혼을 죽이기를 바랐다.

 이심전심!

 광주의 호랑이들은 잘도 통했다.

 동중산과 가득천 그리고 상문충이 때를 놓치지 않고 질풍처럼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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