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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신부
작가 : 온니준
작품등록일 : 201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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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프롤로그
작성일 : 17-06-09     조회 : 583     추천 : 3     분량 : 6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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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프롤로그

 

 1부 서

 

 여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행복하다? 그건 능력 없고 매력 없고 얼굴 딸린 여자들의 자기위안이다. 결혼은 불같고 숨 막히는 그런 사랑의 감정을 가지게 해 주는 상대와 해야지.

 

 결혼은 집안도 봐야한다? 그건 또 무슨 헛소리? 나만 똑똑하면 그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고 <시> 자 들어가는 집안 누워서 떡먹기지. 나만 잘하면 똑똑하게 잘 살 수 있어.. 라고 자신했던 그녀는 2달 만에 이혼 서류의 잉크가 다 마르기도 전에 세상 속에 홀로 던져진다. 귀신도 안 가져갈 자존심은 왜 이다지도 센지 남편의 위자료도 필요 없다 당당히 외치고 나왔으나 자신에게 몰려드는 것은 지독한 허무함과 외로움. 세상에 자신이 존재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러던 중 자신과 같이 숨 막히는 인생의 끝을 보고 있는. 자신에게 꿈을 이야기 했던 그를 보게 된다. 그라면 나에게 다른 인생의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을까?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주지 않을까? 새로운 시간을 꿈꾼다. 패기만 가득 한 사랑은 더 이상 그만. 숨 막히고 요동치고 그런 감정들은 젊은 날의 치기이다 .

 

 매니저 시절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비에 젖은 새처럼 자신에게 던져진 그녀. 너무나 처량 맞은 모습이었음에도 단 한 번도 위축되지 않는 그 모습에 반해 자신의 외적 조건을 활용해 도와 줄 수 있었음에도 천천히 사람과 사람은 이해하고 배려하며 꿈을 함께 꾸어가는 관계라는 할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시간을 두고자 했다. 결국 그녀는 사랑을 선택해 떠났고 그랬던 그녀가 삶의 마지막을 앞둔 그 앞에 다시 나타났다. 순식간에 끓어오르는 젊은 날의 자신은 이제 없다는 그녀를, 단 며칠만이라도 내 옆에 놔두고 보았으면 하는 자신의 욕심으로 계약 결혼을 한 지 6년이 흘러버렸다.

 

 부부로 산지 6년. 서로에게 의문 부호를 지니고 있던 두 사람에게 들려온 전 남편의 사망 소식. 과연 그녀가 내게 가진 감정은 무엇일까? 항상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자신이 아닌 타인의 모습으로 사는 것 같은 아내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남편의 전폭적 신뢰를 자신이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일까? 그는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저 안정적인 이 생활이 익숙해 졌고 이 관계가 유지되기를 바랐다. 흔들리는 두 사람에게 다가오는 위기. 그러면서 깨닫게 되는 죽음의 순간을 함께 넘긴 자들만이 지닐 수 있는 신뢰. 사랑이란 단어의 의미.

 

 부부는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이어지며 서로에게 서로를 맞추며 어느 순간 상대가 자신이 되는 것이란 것을 어느새 알아버린 두 주인공.

 

 20년 이상 다른 가치관 속에 살아온 타인이 만나 서로 한곳을 바라보며 서로를 자신화하며 살아가는 동안 상대의 모든것이 자신의 것이 되는 것.

 

 불타오르는 감정도 애닳아 하는 감정도 때로는 상대를 매몰차게 대하는 그 모든것이 사랑의 단면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늦게 알아 버릴때가 있다..

 

 부부란 이름의 탑은 수많은 억겁의 인연이 씨실 날실처럼 얽혀 하나로 묶이는 매듭인 것이다.

 

 사랑을 너무 쉽게 여기는 우리가 한번쯤은 사랑이란 단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해 봐야 하지 않을까?

 

 

 2부 . 그와 그녀의 시간 속으로

 

 아름다운 꽃들이 지나가는 바람에 제 몸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리는 사이로 아침 햇살이 화려한 정원을 지닌 어느 2층 건물의 한 창가로 스며든다,

 하얀 커튼 사이로 보이는 방안에는 침대 위에 두 손을 다소곳이 모은 체 잠들어 있는 여인이 보인다.

 방 밖에선 정장차림을 한 여인이 아래층에서 올라와 방 안의 동정을 살핀다. 한참을 기다려도 방안에선 기척이 느껴지지 않고 기다리던 여인은 살며시 방문을 두드린다.

 

 “아가씨... 유모예요, 일어나실 시간 한참 지나셨어요. 다들 기다리세요. ” 귀 기울여 방안의 대답을 기다리지만 답이 없다. 한숨 한번 내뱉고는 힘차게 방문을 열어 져치며 힘찬 발걸음으로 방안으로 들어선다.

 

 “오늘따라 왠 늦잠이,,,, 아... 아가씨!!!!!”

 

 방안 침대에 인형처럼 잠든 한 여인과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엔 엎어진 약병이 뒹굴고 있다.

 유모는 큰소리를 지르며 침대로 다가가 잠든 여인을 깨워보려 마구 흔들지만 여인은 깨어 날 생각이 없는 듯 힘없이 팔이 침대 밑으로 툭 떨어진다.

 

 ‘어떻게 해서도 오빠를 가질 수 없다면.... 오빠 없는 내 인생은 아무 의미 없어.’

 

 며칠 후 일간지들의 헤드라인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도배가 된다.

 공항에서 케리어를 들고 있는 세연의 사진과 함께.

 

 A신문 영운그룹 영애 약혼 파기

 B신문 영운그룹 영애 결혼 대신 유학 선택

 C신문 거대 그룹간의 정략결혼 이대로 끝나나? 두 회사의 협약 무산시 경제적 파급은?

 D신문 S그룹 영운그룹의 의사 존중키로.

 

 

 그로부터 3년 후 신문들은 한 신인 유명 여배우와 잘나가는 작가의 결혼 기사로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가 신문 여배우 윤지수 본인 작품의 원작자 황재영과 결혼

 나 신문 얼굴 없는 베스트 셀러 작가 황재영 드디어 결혼식에서 얼굴 알리다.

 다 신문 유망 배우 윤지수 결혼과 함께 활동 접어 안타까움 전해.

 라 신문 로드피아의 신인 여배우 윤지수 얼굴없는 작가 황재영과 비공개 결혼식 치룬다.

 

 3부. 그리고 그 후 그녀는.

 

 ㅇㅇ시 도서관 어린이 열람실내에 책 읽어주는 코너에 2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지수가 둘러싸여 있다. 지수는 어린이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구연 동화를 하고 있는 중이다. 책을 가만히 덮으며 아이들과 눈을 맞춘 지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 이렇게 로드는 인간에게 마지막 경고를 하고 잠에 빠졌어요. 자 이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하고 살아야 할까요?”

 “착하고 예쁘게요.”

 “친구들과 안 싸우고 친하게 지내요.”

 “부모님 말씀 잘 들어요.”

 

 서로지지 않겠다는 듯 큰소리로 대답하는 아이들을 보며 지수는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바로 앞에 앉은 아이의 머리를 자신의 손으로 헝클어트리며 눈을 맞춘다.

 

 “그래. 서로 싸우지 않고 착하게 지내는 거야. 준수 앞으로 민제 괴롭히지 말고.”

 준수는 민망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인다. 아이들에게 책 정리를 하게하며 자신의 가방도 정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지수 곁으로 도서관 관장이 다가오자 환한 미소가 저절로 얼굴에 번진다.

 

 “아이들이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었는데”

 “죄송해요. 이렇게 갑자기 제 사정 때문에 그만두게 되어서. 저도 아이들이 그리울 거예요.”

 

 이때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는 기척에 고개를 들어 돌아본다.

 “사모님이 차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늘 언제나 지난 두 달간 들었던 목소리. 지겹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그렇다. 자연스레 얼굴이 굳어진다.

 

 “항상 변함없이 마중을 보내시는군요. 어서 가 보세요.”

 속모르는 관장님의 말에 애써 굳은 얼굴을 펴보려 하지만 잘 안 된다. 하지만 마지막 모습은 멋지게 기억되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니던가.

 

 “네. 어른 기다리게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죠.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웃는 얼굴로 자신을 마중해 주는 관장을 뒤로 하고 자신을 기다리는 차 앞으로 걸어가는 지수의 얼굴은 점점 굳어지며 발걸음도 느려진다. 이게 마지막이야. 더 이상 볼일 없다. 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지만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절대적인 유일한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저 앞 차안에 있는 인물일 것이다. 뒷좌석에 가까이 가니 창문이 반쯤 열린다. 자신을 바라보지도 않고 정면만을 주시하고 있는 여인. 바로 오늘까지 자신의 시어머니로 불릴 오아라 라는 여인이 그녀다.

 

 “김 변호사 말이 너희둘이 직접 가는 게 잡소리가 덜 난다고 해서 이렇게 하는 거니까. 행여 다른 말 나오게 하지 말고. 혼전 계약 내용 기억하고 있겠지?”

 

 늘 저런식 이다. 바로 앞에 있는 자신을 무시하는 저 어조. 차갑고 정없고 그러면서 남 앞에서는 위하는 척 교양이라는 이름을 두르고 자신의 기준 이하의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저 모습.

 

 “네.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결혼기간 비밀유지 계약. 그동안의 일은 절대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한다.”

 저절로 목소리가 차갑게 나온다. 말이 끝나자마자 아라의 고개가 자신의 쪽으로 돌려지는 것을 보니 감정을 배제하려 했지만 그게 잘 안된 모양이다.

 “너란 얘는.... 어쩜 이 순간까지도 순종이란 것을 모르니? 너의 이런 모습을 우리 재영이는 모르니까 너 아니면 안된다고 그리 난리를 쳤지. 속 없는 놈. 걔가 너의 이런 모습을 봤어야 해. 어른 공경 할 줄 모르고 따박따박 말대답 하는 이 표정을.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 줬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네. 네. 그러시겠지요. 전 어머님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얼마나 교만 했는지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실 말씀 다 하신 거죠?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가서요.”

 “명심해. 재영이 마음 혹여 라도 흔들어서 무효 시키면 앞으로 숨 쉬는 걸 후회하게 해 줄 거야.”

 “걱정 마세요. 재영씨 마음이 변한다 해도 제 마음이 변할 일 없을 테니까. 지금까지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자신에게서 멀어져 가는 차를 바라보며 지수는 가슴 속에 차오르는 울컥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4부. 그리고 그 후 그는...

 

 화사한 햇살이 아낌없이 들어오는 S 병원 특실은 의외로 단조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1인용 침대 하나 소파와 의자들 그리고 작은 냉장고. 그 병실 안에 환자복을 입은 민혁이 소파에 앉아 신문을 펼쳐든다. 여러 면을 훑어 보다 한 페이지에 시선이 절로 고정된다.

 

 [배우 윤지수 협의 이혼 서류 접수 ]라는 헤드라인 뉴스가 보인다. 날짜는 2011년 11월 5일.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지는 민혁은 앞에 정자세로 서 있는 재익을 바라본다.

 “이게 사실인지 빨리 알아봐 주세요.”

 민혁의 걱정 섞인 낮은 목소리가 재익은 더 신경쓰인다.

 “도련님 꼭 그러셔야 할 이유가..”

 민혁은 단호한 표정으로 재익의 말을 끊어 버렸다.

 “ 부탁해요.”

 

 평소에 절대 자신의 말을 끊어 버리는 민혁이 아닌데 어지간히 자신의 현 상황이 답답하고 바깥 세상이 궁금한 모양이다. 이럴 땐 순순히 수긍하는 게 답이다. 아니면 그나마 하고 있는 이 치료조차 거부하고 뛰쳐 나갈지도.

 “네. 최대한 빨리 알아 보겠습니다.”

 등을 보이며 나가는 재익의 모습을 보며 민혁의 기억은 약 3개월 전의 어느 장소로 달려가고 있다.

 

 그날의 차안은 밖의 온도와 다르게 차갑게 얼어 붙어 있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되기 전의 늦여름 답지 않게 밑에서 부터 한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 공기를 참지 못하고 차문을 박차고 나와버린 민혁을 따라 지수가 차안에서 내린다.

 하얗고 말간 얼굴. 세상의 그 어떤 더러움도 묻지 않는 그녀가 어찌 저런 얼굴로 그런 잔인한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그.. 그게.. 지금 무슨 소리예요? 내가 잘못 들은 거죠?”

 “설명도 이해도 안되는 거 알아요. 그냥 그렇게 됐구나 하고 생각해 줘요. 나 아니면 못 살겠다는데 사람부터 살려야죠..”

 

 어이가 없다. 사랑이 아니고 살리기 위해 결혼 한다고?

 

 “사람 살리자고 결혼을 해요?”

 “그냥 그렇게 됐어요. 민혁씨는 나 없어도 되잖아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에게 큰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누가 그래요? 대체.. 누가.. 내가 지수씨 없이 된다고? 내가 얼마나 지수씨를...”

 “민혁씨...”

 그렇게 애처롭게 부르지 말란 말이다. 그렇게 부르면 무슨 말이든 다 들어 주고 싶어지니까.

 “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이해가 되는 거예요? ”

 “그냥. 민혁씨보다 그 사람이 날 더 필요로 해서 간다고 생각해 줘요.”

 

 민혁은 지수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지수는 더 이상 어떤 설명도 하지 않은 체 애써 그를 외면하고 서 있었다.

 

 이것이 바로 악몽 같았던 그날의 기억이다.

 제대 후 신입 매니저 시절 회사에서 억지로 받은 신인 이라며 나에게 배당됐던 그녀. 비에 젖은 새처럼 너무나 여리고 나약해 보였던 그녀였지만 카메라 앞에만서면 다른 사람이 되곤했다. 그 열정과 매력에 빠져 어느새 자신의 배우를 사랑해선 안된다는 업계 불문율을 깨버린 난, 내 모든것을 던져 지수를 최고의 자리까지 끌어 올렸다. 내가 먼저 시작했지만 그 어느 누구 보다도 그녀를 사랑한다 자부 했었고 그녀도 내 마음을 알고 받아 줄거라 생각했다.

 그것이 자만이었을까? 자신이 없으면 죽어버릴거라는 아이 같은 경고를 하는 그 사람을 내버릴 수 없다며 지수는 그렇게 나를 떠나갔다. 나보다 조금 더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 뿐 이라는 잔인한 말을 남긴 체.

 시선이 자연스레 손에 쥐어진 신문으로 쏠린다. 신문을 쥔 두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며 신문은 사정 없이 구겨져 버렸다.

 

 “그 난리를 치고 데려가 놓고선. 겨우 2달 만에 이런 기사나 나게 하다니....”

 

 답답하다는 듯 신문을 테이블 위에 던진 민혁은 창밖을 바라 본다

 창밖으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보인다. 그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지금의 자신의 마음 같다. 갈길 모르고 헤매는 자신의 바보 같은 마음.

 

설아 17-06-19 22:52
 
처음 봤는데 흥미가 생기네요.^^
  ┖
온니준 17-06-20 19:26
 
첫 댓글 너무 감사해요.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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