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그림자 신부
작가 : 온니준
작품등록일 : 201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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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다시 걷는 발걸음
작성일 : 17-06-20     조회 : 298     추천 : 3     분량 : 4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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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이제 시작이야.

 이른 새벽 여명을 뚫고 침대 위로 부서져 떨어지는 한줄기 빛에 눈이 저절로 눈이 떠졌다.

 조심스레 일어나 앉아 옆자리에 누워 있는 지수를 보니 커튼 사이로 비추는 햇살에 눈이 부신지 잠결에 눈살 찌푸린다. 그 모습에 빙그레 웃으며 가만히 손으로 지수 얼굴을 가려준다.

 ‘윤지수. 내 사랑. 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을까? 네가 나에게 준 사랑 너무 고맙고, 훈이도 소중하고 당신 손을 거친 것 중에서 나에게 귀하지 않은 게 없는데.’

 잠든 지수의 얼굴로 조심스레 손이 나아가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는다.

 ‘지난 시간 나 때문에 너무 힘들었지? 수고 많았어. 앞으로는 내가 당신 지켜 줄께. 한순간에 너무 많은 일들을 겪게 하고 진짜 미안해. 당신이 나에게 준 시간의 몇 배 만큼 내가 당신을 위해서 살께.’

 어느 순간 지수의 얼굴에 비추는 햇살을 막지 못하고 그 햇살에 지수 눈을 뜬다.

 “잘 잤어요?”

 아침에 듣는 그의 목소리는 항상 낮고 부드러운 저음이다. 그래서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능력이 있다. 내 마음에 깃드는 평화는 그의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들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음.... 몇시예요?”

 “아직 더 자요. 6시 밖에 안됐어요. 피곤하죠?”

 내 품 안으로 아이처럼 파고드는 그녀의 숨결이 뺨을 간지럽힌다.

 “우리... 오늘 꼭 출발해야 해요? 하루만 더 그냥 있으면 안돼요? 오늘 가기 싫은데....”

 “왜 안 되겠어요. 티켓 바꿀 수 있나 알아볼게요. 좀 더 자요. 어젯밤 내가 너무 힘들게 했죠?”

 “몰라요...”

 5살 아이의 엄마답지 않게 아직도 내 앞에서는 부끄러워 하는 지수가 너무 예뻐 품안에 안아주자 지수는 내 품에 안겨 살며시 눈을 감고 다시 꿈나라로 빠져드려 한다. 그런 지수의 머리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작고 낮은 톤으로 말을 건다.

 “지수씨 정말 고마워요.. 내 맘 알죠.”

 “저도요..”

 민혁은 지수의 이마에 키스해 주며 살짝 몸을 일으켰다.

 “좀 더 자요. 내가 방해하지 않을게요.”

 문득 일어나는 자신의 팔을 잡는 느낌이 들어내려다 보자 지수의 작은 손이 보인다.

 “싫어요. 나가지 마요. 옆에 있어요. 어디가지 말고.”

 두 눈을 찌푸린 체 내손을 잡은 팔의 힘은 풀지 않는 지수. 혹여 나쁜 꿈이라도 꾼 것일까? 옆에 누우며 지수의 등을 토닥이자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 눈감는 지수. 어느새 그런 지수를 안고 옆에서 같이 잠에 빠져 들고 말았다.

 얕은 잠에서 깨어나며 옆자리를 더듬는데 지수 없다.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가니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지수의 뒷 모습이 보인다.

 살그머니 등 뒤로 다가가 뒤에서 껴안자 요리에 집중하고 있다가 내 기척에 움찔하는 그녀.

 “깼어요? 다 차리고 깨우려고 했더니...”

 “이거 반칙이예요. 나 놔두고 먼저 일어나면 어떡해요. 옆자리가 허전하잖아요.”

 “민혁씨도 그런 말 할 줄 알아요?”

 “나참 ...무슨.... 난 남자 아닌가? 근데 뭐예요. 맛있는 냄새네요...”

 “그냥 간단한 거요. 남은 식재료가 별로 없어서. 제대로 차릴걸 그랬나요? 민혁씬 잘 먹어야 하는데...”

 “아침은 간단한 게 좋습니다. 그리고 나 이제 환자 아니거든요. 자꾸 환자 취급 하지 말아요.”

 “네. 네. 환자 아니시라구요.”

 지수를 뒤돌아 세우며 뺨에 살짝 뽀뽀를 하곤 목덜미에 고개 파묻자 내가 좋아하는 그녀의 향기가 난다.

 “지수씨 한테서는 항상 내가 좋아하는 냄새가 나요..”

 “민혁씨 음식 다 타요. 이럼...”

 부끄러운 듯 몸을 뒤틀어 강제로 민혁을 떼어내며 식탁 쪽으로 밀어내는 그녀의 뺨이 발그스레 하다.

 “가서 씻고 오세요....”

 “아침 안 먹어도 되는데”

 불만스런 표정으로 투덜거리며 목욕탕 쪽으로 민혁이 사라지자 지수는 달아 오른 자신의 뺨을 두 손으로 만지며 중얼 거린다.

 “주책이야. 윤지수 너 왜이래. 정신 차리라구.”

 

 18. 세상은

 

 두 사람이 둘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시간 서 엔터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김실장! 그 쪽 변호사는 뭐라고 하는 거야?”

 “황작가의 유언을 후견 맡은 사람이 유언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움직였다는 말 밖에 안합니다. 더 이상은 얘기 해 줄 수 없대요.”

 “최대리. 출판사 쪽은? 거긴 2차 저작권은 아예 없다는 거야?”

 “출판사에는 1차 저작권 이외에는 황작가가 아무 권리도 안 준 모양입니다. 이미 49일 작업 당시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었는지 모든 유언 절차가 후견인에 의해 대행 된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이때 숙정이 회의실로 급하게 들어온다.

 “내 모든 해외 라인 풀 가동 결과 아무래도 출판사의 황작가 담당자가 유언 후견인인 모양이예요. 그 쪽 vvip가 황작 담당인이었던 거 같은데 그 인물이 지금 한국쪽으로 움직였단 정보가 있어요.”

 “확실해?”

 “그 인물 절대 한국 안 올 인물인데 황작가 죽음이 공표되기 바로 직전 비밀리에 한국에 입국했답니다.”

 “누군데?”

 “그건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요.”

 “대체 우리가 무슨 수사팀이야? 뭐 하나 알아내려고 하는데 넘어야 할 산이 이렇게 많아? 우리 지금 범죄자 쫓고 있냐?”

 “황이사님. 대표님이 오늘까지 보고 받으시겠다고 하셨고 영상 회의 하시겠다고 하신 시간까지 2시간 체 안 남았습니다.”

 “비서 실장님. 저 놀고 있는 걸로 보이세요? 어제 밤 꼴딱 세워서 우리 애들 눈 벌개진 거 안보이십니까? 최대의 노력. 했습니다. 했는데도 안 되는 걸 우리더러 어쩌라구요?”

 “아.. 아니 그냥 그렇다는 말입니다.”

 “대표님이 아무리 성화를 하셔도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입니다. 이건 실무진이 시간을 두고 풀어 나가야 할 거 같습니다.”

 “그 정도로 블록이 심합니까?”

 “아예 작정하고 블록을 쳤어요. 황작가 본인 이거나 아니면 그 대리인이거나 이렇게 쉴드가 강할 수가 없어요.”

 “프랑스쪽도 유럽 라인도 다 두드려도 안 나와요.”

 “이건 그쪽에서 오픈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게 해 놓은 거고 이렇다는 것은 무언가를 원하는게 있다는 건데....”

 “그게 지수일까봐 대표님과 살장님은 걱정 하시는 거죠?”

 “미국가서도 사모님과 대표님 일 알고도 한동안 포기 못 했었던 사람이니까.”

 “그 망할 인간 때문에 지수가 아직까지 언론에 얼굴 드러날까 두려워 하는 거잖아요.”

 “자... 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했으니까 보고하고 회의해서 함께 고민 해 보는 걸로 하죠.”

 “이도희씨 계약건은 문제 없이 진행 되고 있는 거죠?”

 “네. 그 건은 걱정 안하셔도 되요.”

 “그럼 일단 회의는 이걸로 종료하고 각자 담당하고 있는 일 마무리 지읍시다.‘

 “네”

 “네”

 각자 회의실을 나와 바삐 흩어지는 직원의 모습을 복잡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재익은 휴대폰을 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대표님. 스위스는 다음으로 미루셔야 겠습니다. 창립파티때 사모님을 언론에 공개하시겠다는 생각 변함 없으시다면요."

 "왜요? 아직 못찾았어요?"

 "아무래도 황작가가 준비를 단단히 한 모양입니다. 오늘 새벽 그러니까 저쪽 시간 오전 10시에 황작가 사망소식 공식 발표 됐습니다.. 우리가 자신을 찾기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 변호사에게 유언을 남긴것 같습니다."

 "뭐라구요? 아니 대체..."

 "그리고 그쪽 변호사 말로는 사모님께도 남긴 서류가 있다고 합니다. 그걸 전달하러 이주 이내에 입국한다고. 근데 중요한 건 그쪽 변호사 말이 대리인을 힘들게 찾을 필요없이 기다리면 해결될거라는 묘한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기다리라고요? 우리가 무엇때문에 대리인을 찾는지 가장 잘 아는 그가 그런 말을 했다구요?"

 "네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전화 통화를 마친 민혁은 뭔지 알수없는 소용돌이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그런 어떤것이.

 

 그로부터 며칠 후 서 엔터 사무실. 민혁이 준수, 재익과 더불어 소파에 앉아 있다.

 “기자 회견 준비는요?”

 “다 준비 됐습니다. 김실장이 오면 바로 가시면 됩니다.”

 “최 실장님은 미국쪽과 계속 접촉해 주세요. 황이사님은 기획2팀에게 답이 안 오더라도 우리는 언제든 오케이 사인이 오면 즉시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도록 전담팀 준비하라고 해 주시고. 창립 파티까지 움직임이 없다면 움직일 수 밖에 없도록 언론 공격 들어갑니다.”

 “우리가 관심 가지고 있다는 걸 안다면 저쪽이 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는 또 내가 안 놔두죠. 걱정마요. 그에 대한 대비는 해 뒀으니까.”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서린이 도희와 함께 들어오자 민혁이 반갑게 일어 선다.

 “아. 어서 와요.”

 “대표님 기자 회견 준비 다 됐습니다.”

 “네 그러죠. 참 이도희씨 어떻게 계약 조건은 만족 하십니까?”

 “네 덕분에요. 배려해 주셔서 감사해요 . 매니저 해 보셨다더니 배우 마음을, 특히 여자 마음을 어쩜 이리 잘 아세요?”

 살살 자신에게 눈웃음을 치는 도희를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온다. 대체 언제쯤이 되어야 이런 시선들에게서 자유로워 질 수 있을지.

 “대표님 덕에 수월히 결정 내릴 수 있었어요. 나중에 저 잘못되면 대표님이 책임지세요.”

 “아...네? 그냥 그건... 하하 제가 여배우님을 캐어 해 봐서요. 자 이제 우리도...참 이사님 ! 그럼 그렇게 진행 부탁드립니다.”

 “아.. 네”

 자신의 갑작스런 호출에 당황한 준수를 뒤로 하고 서린과 도희를 보며 말을 이었다.

 “가시죠.”

 

 서 엔터와 특A급 여배우 이도희의 매니지먼트 계약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A신문사 송문기 기자입니다. 이도희씨 . 여러 회사에서 러브콜이 들어간 것으로 아는데요. 서 엔터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뭐 .. 특별하다고 해야 할까요? 저 같은 여배우는 좀 예민한 부분이 많아요. 대표님이 그걸 잘 캐치해서 편하게 대해 주셨어요. 물론 앞으로의 비전도 고려 대상이었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다른 기자들 질문 쏟아지고 뒤에서 바라보던 민혁 조용히 회견장을 빠져 나가고 그런 민혁을 두 눈으로 쫒는 도희의 시선과 그런 도희를 예의 주시 하는 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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