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도희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린과 도희 두 사람이 서린의 사무실로 들어온다. 서린이 의자에 앉자 맞은편 의자에 도희 냉큼 앉는다.
“실장님 . 대표님 어떤 분이세요?”
‘네? 어떤... 분이요?“
“아니 이 바닥 소문 뻔한데 대표님은 알려진 게 없어서요. 혜성 같이 나타났잖아요. 매니저 잠깐 했던 거 외에는.. 윤지수인가? 그 사람 대표님이 키운 거라면서요. 매니저 시절에. 뜨자마자 황재영 작가하고 결혼하곤 이 세계 뜬. 하긴 뭐 그리 빨리 이혼할 걸 왜 그리 빨리 결혼 했는지.”.
도희가 지수와 민혁의 말을 꺼내자 저도 모르게 어투가 딱딱하게 나왰다.
“남 얘기는 할 거 없구요.”
“아..어쨌든 그 사람 이후로는 대표님 매니저 안하신다면서요. 들리는 소문엔 재계 자손이라는 얘기 있던데 우리 아빤 여쭤도 잘 모르시고.”
“아... 도희씨 아버님이 건설회사 하신다고 하셨었던가요?”
“네. 제가 아버지 덕분에 스폰 스캔들..뭐 이런 기사는 안 겪고 살았잖아요. 저도 이제 혼기가 찼는데.. 실장님이 뭐라 하실진 모르겠지만 제 눈에 드는 사람 이제까진 없었는데 대표님 정도면....”
“대표님에 대해서는 신경 끄는 게 나을 거예요. 대표님 절대 자기 회사 배우에겐 눈 안돌 리시니까.”
그리고 너 같은 여우에겐 특히. 지수가 있는데 어디 너 같은 게 눈에 들어오겠니? 아가야! 네 주제 파악 좀 하고 살자. 아무리 네가 뜨는 배우라고 해도 좀 급이 딸리는 건 사실이거든.
“그거야 별 볼일 없는 배우들이니까 그랬고. 나 정도면...”
“괜히 헛물 켜지 마요. 난 분명히 경고 했어요. 그동안 도희씨 같은 여배우들 많이 있었어요. 대표님께 헛물켜다 계약 해지 당하지 말고...스캔들.. 계약 해지 조건인 거 알죠?”
“스캔들과 결혼기사는 다르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는 도희를 보고 있자니 멈추었던 두통이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전 그만 가 볼 께요. 참 , 이주 뒤에 회사 파티 있다구요?”
“네. 여기 초대장. 아마 새 영화 제작 발표도 겸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새 영화요?”
“네. 대표님이 심혈을 기울이신 새 작품이래요. 저도 이 정도까지만 알아요. 장소는 거기 나와 있어요. 제가 픽업 4시 까지 갈 테니 준비하고 있어요. 샵 4시 반에 예약 해 놓을게요.”
“네 그럼 그날 뵙죠.”
도희가 방을 나가고 난 후 문을 유심히 바라보는 서린.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우우웅 우우웅
침실 티 테이블에서 책을 보고 있던 지수는 휴대폰을 집어든다.
“여보세요.”
“지수니?”
전화기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서린아 . 웬일이야?”
“이주 뒤에 회사 파티 있는 거 들었지?”
“어 들었어.”
“이번에도 참석 안 할 거야?”
“아니.... 난 그러고 싶은데 민혁씨가.”
“안 돼. 이번엔 꼭. 참석해야해. 회사 규모도 커지고 네 존재 이젠 알릴 때도 됐어. 이사님이나 간부진들 생각도 그렇고. 요새 대표님 이 업계에서 주목 받는 CEO야. 잘못하다 이상한 소문나면 회사에 타격 있을 수 있어. 이젠 너 나타나야 해.”
“그 정도야? 그렇지 않아도 민혁씨가 이번엔 꼭 같이 가야 한다고 해서. 근데 나 나타나면 언론 시끄러워 지는 거 아니야? 이제 간신히 잊혀질 만 한데 괜히 일을 들쑤시는 건 아닌지.”
“아무리 힘들더라도 한번은 치러야 할 홍역 아니니? 어차피 알려 질 거라면 하루라도 빠른 게 낫다고 봐.”
“그래? ... 알았어 너랑 민혁씨 생각이 그렇다면 그게 맞는 거겠지.”
한동안 둘의 대화는 그렇게 이어졌고 잠시 후 통화가 종료된 후 서린은 휴대폰을 노려 보며 생각에 잠긴다.
“이도희 이 기집애. 기분 나빠. 초장에 안 잡으면 문제 일으킬 소지가 다분해. 주의를 요하는 인물이라구.”
20. 사건 1
이틀 후 저녁이 다 되어가는 시간 서 엔터를 찾은 도희는 민혁의 방에서 김 감독과 나오는 민혁을 발견 하고는 서린 사무실로 향하는 걸음을 민혁 쪽으로 돌렸다.
“대표님.”
반갑게 자신을 향해 웃으며 다가오는 도희를 발견하곤 멈칫하는 민혁.
“아, 네. 어서 오세요 . 검토중인 대본들 받으러 오신 건가요?”
“네, 어제 실장님 연락 받고 . 어머 김 감독님. 안녕하셨어요?”
“아이구 도희씨. 오랜만이네. 서 엔터랑 계약한다는 소리 들었는데. 이제 여기서 자주 보겠네.”
“감독님 이번 작품 저희 회사랑 하세요? 뭐예요, 작품이? 주연 이미 캐스팅 끝내신 거예요?”
“하하 어쩌나. 이번 작품 캐스팅 이미 다 끝났는데. 우리 다음에 같이 한번 하자고.”
“저야. 언제든 감독님이 불러 주시면 오케이죠. 이제 가시는 길이세요?”
“어 저녁 식사 하려고. 참 저녁 먹었어?”
“아뇨. 아직. 로드 오빠가 밥 먹을 시간도 안줘요.”
“에이 설마. 아! 그래? 그럼 우리 같이 하지. 괜찮지, 서 대표?”
“네? 아....그러실래요?”
자신의 앞에서 자신을 향해 은근슬쩍 사인을 보내며 김 감독과 대화를 이어가는 도희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는 위험했다. 항상 이적을 하고 처음 회사로 오는 여배우들의 첫 관심사는 외부에 싱글로 알려진 자신이었다. 연중행사처럼 치루는 일이지만 이 업계에서 솔로 대표는 역시 위험한 직업군이다. 그런 분위기를 전혀 눈치 못챈 김감독은 자신에게 뜻밖의 제의를 해 왔다.
“아니 그러지 말고. 우리, 회사 식구들하고 다 같이 하자. 어차피 작품 진행하려면 진행 팀 인사해야 하잖아. 내가 한턱 쏠께.”
“아니죠. 하려면 제가 대접해야죠.”
49일 때문에 자리를 비운 김실장님 대신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 비서가 자신의 눈짓에 자리에서 일어 난다.
“설화 예약해요. 진행 팀이랑 우리 저녁 합시다.”
“네, 대표님.”
“아! 참. 김 실장 나오라고 하고. 도희씨는 김 실장과 같이 와요. 감독님 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민혁이 감독과 나가자 도희 아쉬운 듯이 바라본다. 서린 뒤이어 사무실서 나오고 비서가 회식 내용과 장소를 말해준다. 전달 받은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던 서린이 도희를 바라본다.
“그럼 일단 대본 검토 좀 하고 가요. 오늘 중으로 답주기로 했으니까. 대표님과 감독님 따로 하실 얘기도 있으신 거 같은데.”
“쩝 네, 그러죠 뭐.”
21. 사건 2
여러 사람이 즐겁게 식사 후 밖으로 나온다. 김감독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안가고 있는 도희를 일별 하곤 취기 오른 목소리로 민혁의 팔을 잡아끌어 당긴다.
“서 대표. 우리 2 차 갑시다.”
“2차요?”
“그래 별로 마시지도 않았잖아. 직원들 앞 이라구. 우리 2차 가자구. 이렇게 헤어지기 아쉽잖아. 모처럼 술자리인데. 도희씨도 갈 거지?”
“네? 저요? 뭐. 네. 감독님이 가시자면.. 대표님은요?”
민혁은 애절히 자신을 바라보는 김 감독 보곤 어쩔 수 없이 긍정을 하고 만다. 이 일이 얼마나 큰 파급을 가져 올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체.
“네... 제가 모시죠.”
“아냐. 내가 아는 와인바 괜찮은데 있어. 그리로 가. 나 지금 기러기 아빠라 너무 외롭다구. 서 대표는 내 마음 모를거야.”
술이 얼큰히 취한 김감독을 자신의 차에 태우고 먼저 출발한 민혁의 차 뒤를 서린이 운전하는 차가 뒤따른다.
네 사람이 바 안에서 한 시간 가량 술을 마시며 얘기 하던 일행들은 일어날 준비를 하고 그 동안 거의 술에는 손도 안 된 민혁. 그런 민혁을 슬그머니 바라보는 도희. 그때 뒷좌석에서 민혁네 테이블을 보던 두 남녀 이도희를 알아본다.
“어머. 자기야. 저거 배우 이도희 아니야?”
“어. 그러네.”
“저 젊은 남자는 누구지? 남친 인가?”
만취한 김감독이 비틀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서린이 급하게 부축한다.
“이제 그만 일어나자고.”
“네. 그러시죠.”
서린의 손을 휙 뿌리친 김감독은 혼자말을 하며 일어난다.
“나 안취했어. 취한 사람 취급하지 마.”
어쩔 줄 몰라 자신을 바라보는 서린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지갑을 꺼내 들고 카운터로 향하려는 민혁의 옆에서 도희가 순간 비틀 거린다.
“아.. 어지러.”
“괜찮아요?”
도희 민혁쪽으로 쓰러지며 민혁 품안에 안기고 그에 당황하며 민혁은 얼떨결에 도희를 부축한다.
이 장면을 보던 여인은 급히 휴대폰으로 찍는다.
“대박. 저거 뭐야? 남친 맞나봐.”
네 사람이 같이 있었음에도 잡힌 사진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두 사람만의 컷으로 잡힌다.
도희를 잡은 체 앞에 있던 서린을 부르는 민혁.
“김 실장. 이도희씨 좀...”
“네. 대표님.”
“도희씨 취했어? 주량 이정도 아니잖아?”
“네 그러네요. 오늘 제 컨디션이 좀 안 좋은가 봐요.”
“이도희씨 ! 김 실장이 데려다 줄 거예요. 전 감독님 모셔다 드려야 하니까 조심해서 들어가요. 김실장 부탁해요.”
민혁은 이 상황이 난처한지 감독을 데리고 서둘러 자리를 뜨지만 이미 휴대폰에 찍힌 사진은 주관적인 관점이 담긴 글과 함께 sns로 퍼지고 민혁은 이 사실을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서린이 부축하는 차에 올라타 혼자 싱글 거리는 도희에게서는 좀 아까 취한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호 . 제법 다부진데? 향기도 좋고 . 무슨 향수 쓰는 거지?”
차문이 열리고 운전석에 앉은 서린이 백미러로 자신을 바라보자 급히 취한 연기를 하는 도희.
“도희씨 괜찮아요?”
“네... 오늘 제가 좀 오늘 마신 모양 이예요. 오늘 신세 좀 질게요.”
그런 도희를 서린은 미심쩍게 바라보지만 어쩔 수 없다.
“가요.”
핸들을 잡은 서린은 영 뭔가 개운치 않은 뒷 머리를 누군가가 잡아당기는 듯한 찝찝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