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그림자 신부
작가 : 온니준
작품등록일 : 201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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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제 시작이야.
작성일 : 17-06-25     조회 : 277     추천 : 3     분량 : 7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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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환 은서가 식탁에 앉아 있고 민혁이 2층에서 내려와 아침 인사를 하며 식탁에 앉는다. 지수는 2층에서 훈이를 깨우느라고 분주하다.

 식구들 식사를 시작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 비서 사색이 되어 들어온다.

 “웬일이야? 아침 일찍?”

 “저. 사모님. 저기....지금 인터넷에요....직접 보시는 게....”

 김비서가 은서에게 탭을 건네어주고 은서는 유심히 살펴 보다 깜짝 놀란 얼굴로 민혁을 바라본다.

 “어머나!”

 “뭔데 그래?”

 민혁은 태환의 물음에 아무말 못하고 자신만을 바라보는 은서의 표정에서 불안감을 느꼈다.

 “뭐 났어요? 제 기사?”

 “보세요.”

 민혁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은체 탭을 태환에게 건네는 은서.

 민혁 궁금해서 아버지 옆으로 다가와 탭을 바라보다 민혁 태환 둘 다 탭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져 서로를 바라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탭 화면은 민혁과 도희가 포응을 하고 있는 사진과 더불어 다음과 같은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 달려 있었다.

 

 배우 이도희 밀회 장면 포착. 함께 있는 남자는 누구?

 알고 보니 매니지먼트 사장. 숨겨진 서강 그룹 4세로 알려져.

 

 민혁을 향한 은서의 표정이 곱지 않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너 밖에서 지금까지 이러고 다녔어?”

 “어, 엄마. 오해예요. 이거 어제 회식자리 2차 였어요. 거긴 감독님과 김 실장도 같이 있었구요. 이 사진 아마 취한 이도희씨 부축해준 장면일 거예요. 단 둘이 있었던 적 없어요, 정말.”

 당황한 민혁을 보고 태환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사실이 아니면 정정하고 내리라고 하면 돼. 홍보실에 연락 할 테니 넌 이건 신경 쓰지 말고 지수한테 올라가봐 . 지수도 봤을 거 아냐.”

 “지수 훈이 준비도 다 끝냈을 텐데 핸드폰만 열면 다 알거 아냐. 얼른 올라가 봐. 가뜩이나 언론에 호되게 당한 애 잖아.”

 “얼른.”

 부모님의 성화에 민혁은 바삐 이층으로 올라가고 은서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민혁을 바라 본다.

 “지수 놀랐음 어쩌죠? 진작 쟤들 결혼발표 할 걸 그랬어요. 그럼 이런 일 없었을걸."

 “이미 지난일 인데 후회해서 뭐해.”

 걱정스런 어조로 대답한 태환은 휴대폰으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며 안방으로 들어간다.

 “어...난데...”

 태환이 전화로 비서에게 기사에 대한 정정과 기타 지시 사항을 내리고 있는 동안 민혁은 다급히 방안으로 들어선다.

 민혁 방에 들어오자 지수 받고 있던 전화를 서둘러 끊는다.

 

 “응 그래 나중에 통화 해.”

 쿵닥쿵닥. 자신을 피해 서둘러 통화를 종료하는 지수를 보니 심장이 요동친다.

 “누구예요?”

 “수영이요.”

 자신의 물음에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지수를 보자니 스멀스멀 불안함이 피어 오른다.

 “수영씨가 이 이른 아침부터 왜요..?”

 “저기...아니. 그냥 안부 전화요.”

 “이 새벽에 안부 전화요?”

 빤히 지수를 보니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기사보고 전화 한 거죠?”

 “...네..”

 확신을 가진 자신의 물음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을 하는 지수를 보니 미안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얼마나 놀랐을까? 상황도 제대로 모르고 혼자 또 얼마나.... 침대위로 지수를 데리고 가 그녀의 손을 꼭 잡고서 눈을 맞춘다.

 “묻고 싶은 거 없어요?”

 어떻게 대답을 해야 지수가 믿어 줄까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그녀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번진다.

 “아뇨. 별로. 전 민혁씨 믿어요. 별거 아닐 거라는 거.”

 빤히 그녀를 보자 진심어린 눈빛으로 자신에게 답해주는 지수의 대답에 막혔던 숨이 드디어 쉬어진다.

 “어제 회식 후 감독님이 이차 가자고 하셔서 와인바 갔어요. 물론 그 자리에 서린씨도 있었구요. 그건 확인해 보면 될거고. 끝나고 일어나는데...”

 다급히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 놓고 있는 내 모습을 지켜보던 지수가 갑자기 내 손을 잡는다.

 “괜찮아요. 설명하지 말아요. 제가 민혁씨 믿지 않으면 누가 믿어요.”

 내 눈을 똑바로 보던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간다.

 “싫어요. 이런 설명. 아무 일 없었을 거라는 거 알아요. 설명 안 해줘도 돼요.”

 “그래도 기분은 나쁘죠?”

 “아뇨. 전혀. 제가 그 세계를 몰라요? 그런 걱정하지 마요.”

 옅은 미소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지수가 진지한 어조로 묻는다.

 “근데 그거 알아요?”

 “네? 뭘요?”

 지수가 저런 표정으로 바라보면 난 지은 죄도 없으면서 가슴이 뛰고 당황을 하게 된다.

 “민혁씨 거짓말하면 얼굴에 다 티나는 거. 거짓인지 아닌지 얼굴 보면 다 알아요. 더군다나 서린이에게 물으면 금방 알 수 있는 걸로 거짓말 할 정도로 머리 나쁘진 않잖아요? 그러니까 나한테 이런 설명 안 해도 돼요.”

 “내가요? 티가 다 난다고요?”

 “네. 전엔 어떻게 그런 어설픈 거짓말에 속았나 몰라.”

 “다행이다 ,난. 안 믿어 줄줄 알고...”

 가슴을 쓸어 내리며 크게 안도하는 표정을 짓는 내 모습에 지수는 놀리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이고, 걱정했어요? 그러게 평소에 품행을 단정히 하지 그러셨어요.”

 “아니 나만큼 하는 남편이 어디 있다구 그래요. 나만큼 가정적인 남자 나와 보라구 그래요.”

 나의 너스레에 웃으며 일어나서는 옷장으로 다가가는 지수.

 “출근 준비나 하세요.”

 “아 네...”

 민망해서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민혁을 웃으며 바라 본 지수는 옷장에서 옷을 골라 건네준다. 지수가 건네준 셔츠를 입고 있는 민혁에게 가디건을 골라서 건네주고는 서랍에서 손수건을 챙긴다.

 “손수건 잊지 마요.”

 “아.. 손수건.”

 건네받은 손수건을 양복 주머니에 넣는 민혁을 흘겨보는 지수

 “엉뚱한 여배우 눈물 닦아 줄 때 쓰라고 챙겨 주는 거 아니에요.”

 “지수씨.!”

 자신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민혁에게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다가서서는 민혁의 자켓을 정돈하는 지수.

 “이젠 누구 눈물 닦아줄 짠밥은 아니죠?”

 “내가 손수건 건네준 사람은 지수씨 한명 밖에 없어요. 아무 여자한테나 굴러다니는 손수건 아니라구요.”

 “알아요.... 그 손수건 내 전용이었던 거.”

 “나 늦었어요. 갈께요”

 과거를 기억하며 내뱉은 자신의 한마디에 민망해 하며 방을 나서는 민혁을 바라보는 지수의 마음은 아련했다.

 항상 힘들고 외로웠고 그 누구도 자신의 편이 아니었던 신인시절 유일한 응원군이었으며 의지자였던 민혁. 그가 있었기에 그 시간을 버텼고 자신은 성공을 해서 유명 배우라는 이름표를 달 수 있었다. 항상 민혁과 함께 했던 그 순간 순간들이 요즘 왜 이다지도 그리워 지는 건지. 아마도 그날 민혁의 회사를 방문한 그 순간부터 인것 같다, 열심히 뛰며 최고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그들을 다시 본 그 순간부터 그들과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을 그리워 하게 된 건지도. 아마 거기에 재영의 유언이 더 해진 것일지도....

 

 2.

 이른 아침 아라가 침실에서 나와 거실 소파에 앉아 도우미가 가져다 놓은 신문들을 들춰본다.

 “뭐. 별거 없네.”

 이윽고 신문을 내려놓고 옆자리에 놓여 있는 휴대폰을 들고 검색을 하다 한곳에 시선이 고정 되며 눈이 커진다.

 “서 민혁 ? 윤지수랑 한동안 잠잠히 잘 사나 했더니 왠 일이야? 남자들 눈 하고는. 이놈이나 저놈이나 윤지수에게 왜 목을 거는지?”

 아라의 시선이 거실 정 중앙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아라를 중앙에 두고 환하게 웃고 있는 재영과 희수의 모습이 보인다. 아라는 사진 속 재영을 노려보며 빽 소리를 지른다.

 “너! 아직도 엄마 원망하니? 그래서 마지막 가는 마당에도 전화 한통 없이 간 거야? 나쁜 놈.”

 화 김에 손에 든 휴대폰을 집어 던지려다 쳐다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나야. 알아보라고 한 거 어떻게 됐어?”

 이때 아래층으로 내려오던 희수가 통화하고 있는 아라를 발견한다.

 “아침부터 어디에 통화에요?”

 희수의 목소리에 아라는 황급히 전화를 끊고 희수를 돌아보며 말을 돌린다.

 “일어났어? 아줌마. 아침 차려요. 희수도 일어났네. 오늘은 꼭 밥 먹고 나가.”

 “아침부터 왜 이리 날카로워. 엄마 혹시 그 날이야?”

 “뭐?”

 “아. 아니야. 나 씻고 올게요.”

 욕실로 들어가는 희수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여 다그친다.

 “헛소리나 늘어놓지 말고 재영이 일 좀 알아 봐.”

 아라의 높은 톤에 욕실로 들어가려다 뒤돌며 아라의 눈을 직시 하는 희수.

 “갑자기 재영이 일은 왜요? 이미 처리 다 끝난 일이잖아.”

 “알아보라면 좀 토 안 달고 알아 볼 수는 없니? 누가 지 아빠 딸 아니라고.”

 “엄마. 여기서 아빠 말이 왜 나와요.”

 희수는 자신을 노려보는 아라의 광기 어린 눈빛을 보고 있자니 신행 다녀 온 그날부터 서서히 지수의 숨통을 조이던 그 때의 모습이 오버랩 되고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불안감이 피어오른다. 재영에 대한 끝없는 집착. 자기 자신 외 그 어느 여자도 재영 옆에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아라.

 결국 아라의 광기는 두 사람이 결혼 2달만에 파국을 맞도록 둘 사이를 이간질 시키는데 성공했고 재영이 미국으로 도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모든 것이 자신에게서 나온 잘 못된 결과임에도 아직도 아라는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있다.

 하긴 그러니까 재영이 그런 유언을 남겼겠지.

 “그냥 덮을 수가 없어서 그러지. 변호사 말을 그냥 믿으라구?”

 “믿어요, 그냥. 재영이는 이제 지수 잊었데. 그리고 엄마도 원망 안한다잖아. 그냥 편히 다 잊고 사시라고. 재영이가 내게 직접 그렇게 말했어.”

 “그러니까 재영이가 네겐 말을 하고 갔다는 거잖아?”

 “엄마. 이젠 제발 그만해요. 재영인 죽었다구요. 그리고 재영이의 죽음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야. 재영이의 병은 아빠에게서 내려간 유전이잖아. 왜 그 탓을 지수에게로 돌리느냐구.”

 “아냐. 재영이가 한국에만 있었어도 내 옆에만 있었어도 빨리 발견 할 수 있었고 치료 할 수 있었어!”

 “엄마. 제발. 그 병은 불치병이라는 거 엄마가 더 잘 알잖아. ”

 “아냐. 지수 때문이야. 윤지수 그 계집애가 생때같은 내 자식 죽인거야.”

 지수를 향한 원한을 드러내며 분노하는 아라를 보는 희수는 왠지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불안해졌다.

 

 3.

 민혁이 나가고 방안을 정리하던 지수는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긴다. 그날 통화에서 서린이 분명 이렇게 말했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꼭 나와. 우리 그날 꼭 보자. 라고. 평소의 서린이 잘 쓰지 않는 꼭 이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강조한 것이 걸렸다.

 “서린이는 분명 뭔가 느낌이 있었어. 괜히 그런 말 할 얘가 아닌데.”

 한참을 망설이다 휴대폰을 집어 들어 서린의 단축 번호를 눌렀다. 잠시 신호가 가더니 곧 서린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 지수야.”

 “바쁘지?”

 “아냐, 바쁘긴. 그렇지 않아도 전화하려고 했어. 기사 봤지?”

 자신의 속을 귀신 같이 꿰뚫는 친구. 지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니 보진 않았고 수영이에게서 연락 받았어.”

 “기사 신경 쓰지 마. 어쩜 사진을 그렇게 찍어서 올리니? 그 자리에 나도 같이 있었는데. 하여간 사실 확인도 안하고 퍼지는 sns 가 문제라니까.”

 “아니 그것 때문이 아니고 그 여자....”

 “어? 이도희? 걔가 왜?”

 “뭔가 있지? 네가 며칠 전 그냥 전화 한 거 아니지?”

 조심스런 자신의 말에 못 당하겠다는 어조로 말을 꺼낸 서린이가 자신을 직접 만나기를 원했다. 이건 분명 뭔가가 있는 거다. 집밖 출입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안하는 자신을. 특히 훈이가 귀가할 점심시간에는 민혁이 병원 가는 일 외에는 집을 비운 적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서린이가 점심시간에 자신을 보자고 한다, 물론 서린이가 바쁘기도 하겠지만 이 경우는 꼭 자신을 만나야 하는 일이 벌어진 거란 거다.

 “그래? 그럼 내가 사무실 밑으로 갈게.”

 “내가 집으로 가도 되는데.”

 “너 오면 어머님 걱정하셔. 그렇잖아도 아침에 놀라셨을 거야. 내가 갈게.”

 “그래? 그럼 이따 1시에 회사 1층에 있는 인마핫 이라는 카페에서 봐.”

 “응. 그래. 그럼 이따 보자.”

 

  4.

  민혁은 바쁜 걸음으로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방으로 들어가며 비서를 향해 굳은 목소리로 말한다.

 “오늘자 모든 신문 싹 다 지금 가져와요.”

 자신의 굳은 표정에 당황한 비서가 모아 온 모든 일간지들의 연예면을 하나하나 훑던 민혁은 신문 한 부를 구겨 버린다.

 “아무리 스포츠신문 연예란이라지만 이런 비 확인 사실을 ....”

  굳은 표정으로 인터폰을 누르는 민혁 옆에는 재익이 그림자처럼 서 있다.

 “ㅇㅇ 신문사 국장실 연결해요.”

 “대표님. 표정 좀 푸십시오. 이 비서 놀랍니다.”

 “제가. 지금. 이 상황에 이 비서까지 염려해야 하는 겁니까?”

 “이 비서가 무슨 죄가 있나요? 있다면 저 따위 발 기사를 쓴 기자 녀석인데. 그 녀석을 잡으셔야죠.”

 아니 이 아저씨가. 지금 사람 속 뒤집기로 작정했나? 별일 아니라는 듯 자신의 옆에서 태연한 표정으로 서 있는 재익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저기요. 최 변호사님. 지금 이렇게 그림처럼 서 계실 때가 아닌데요. 이 기사 더 이상 확산 되지 않게...”

 자신이 말을 하고 있는데도 태연한 표정으로 서 있는 재익을 보자 무언가가 머리속을 스쳐 지나간다.

 “저쪽 국장은 제가 해결 하겠습니다. 대표님은 이 위기를 기회로 살리셔야죠. 황작가 유언 들으셨잖습니까.”

 “들었죠. 곧 2차 저작권을 가진 사람이 찾아 올 테니 황작가가 만족할 답을 제시하라고.”

 그랬다. 놀랍게도 황재영이 지수에게 남긴 유언을 전해 준 사람은 황재영의 누이 황희수였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황재영도 마지막에는 배우 윤지수를 엄마 말에 속아 일반인으로 만든 것을 후회 했다고, 그녀의 꿈을 꺾어 주저앉힌 것을 미안해했다고. 그래서 마지막 작품인 49일의 여주인공을 지수를 모티브로 했다고. 역시 그랬다. 나 역시 49일을 읽는 순간 지수를 떠올렸었으니까. 그래서 지수의 컴백 작품으로 49일을 선택한 것이었다. 언론의 시선을 신경 쓰는 지수가 전 남편 황재영이 쓴 이 작품의 여주로 캐스팅 된다면 그 어느 누구도 지수와 나 그리고 황재영의 일을 입에 올리지 못할 테니까.

 아마도 그가 원하는 답은 잡음없는 지수의 화려한 컴백. 그것일 것이다. 그럼 난 날 찾아 올 그 누군가가 오기 전에 지수가 날 수 있는 준비를 해 주면 되는 것이다. 이 위기를 발판으로 삼아서.

 

 단 한마디만을 던졌을 뿐인데도 귀신 같이 캐치해서 지금 이 순간 생각에 몰두하고 있는 민혁을 보고 있자니 재익은 역시 왕 회장님이 옳으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민혁이는 머리가 너무 좋아서 은행쟁이로는 안 어울린다고 자신이나 아드님이신 서 회장님보다 더 멋진 녀석이 될 수 있는 놈이니 그 녀석 옆에 붙어 있으라고. 그러면 키우는 재미가 쏠쏠할 거라고 말씀하시던 그 모습이 떠오른다.

 어때 내 말이 맞았지? 하시며 껄껄 거리는 웃음이 자신의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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