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무협물
고독검-필부지행
작가 : 로구탄
작품등록일 : 2017.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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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장부. 유석인. 착수금 5전짜리 고기국수 한 그릇. 전우구.
작성일 : 17-06-11     조회 : 411     추천 : 1     분량 : 4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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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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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가객잔을 나서면서 사내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일전객이라는 별명이 대체 왜 붙은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물론 노인 장길이 말한 일전객이라는 사람은 자신이 맞았지만 스스로 일전객이라 말하고 다닌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다들 그렇게 부르는 것이 의아했다. 그가 일전이나 은 1냥 등 간단하게 액수를 받고 다니는 것은 정말로 사람을 죽이러 간다는 검객의 주머니가 짤랑대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였다. 전장을 쓰면 되지 않느냐 하며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법했지만, 사내는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았고, 그렇게 넉넉하게 기름지게 살아서는 안될 운명이였다. 그가 그렇게 그의 운명을 정했으니, 생각한대로 움직일 뿐이였다.

 

  먼저 발길이 멈춘 곳은 그가 자주 가는 뒷골목 정보상의 집 앞이였다. 퇴직한 하오문 출신이라던 배불뚝이 남자였고 이름은 전우구 라는 둔탁한 이름을 쓰는 사람이였다. 전에 그가 가난했을 때, 청부를 단돈 1전에 받아준 이후로 빚을 갚는 답시고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했었고, 그 인연을 잡아서 지금까지 물고 늘어져 있는대로 정보를 받아내고 있는 중이였다.

 

 똑똑. 똑똑똑. 똑

 

 짧은 박자감에 맞춰 문을 두드리자, 슬그머니 문의 틈새가 벌어졌고, 틈새 속에서 큼직한 눈동자 하나가 빙글거리며 삐져나왔다.

 

 "염병할... 또 자네야? "

 

 끼이익..

 

 문이 열리고 등장한 거구의 사내가 배를 긁적거리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가난한 외곽지역에 살면서도 뭘 그리 먹어댔는지, 여기저기 기름끼고 집 안에서는 고소한 튀김 냄새가 한 가득이였다.

 

 " 또 튀김인가 ? "

 

 들어오라 말하지 않아도 먼저 발 한 쪽을 문 안으로 밀어 넣은 일전객은 전우구의 몸을 스쳐 집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그런 일전객을 보면서 전우구의 표정은 썩은 고기를 본 양 잔뜩 구겨지며 입으로는 툴툴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문을 닫았다.

 

 철컹! 철컹! 드르륵.

 

 정보상의 집이라서 그런지, 문 단속은 철저한듯 볼품없어 보이는 문 뒤로는 여러가지 쇳조각들이 붙어서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일전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상 옆의 작은 고물 의자에 털썩 앉으면서 탁자 위의 튀김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 정가 튀김인가?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자네는 씀씀이가 너무 큰듯해. "

 

 절친의 충고처럼 묵묵하게 충고하면서 입으로 튀김을 밀어 넣는 일전객을 보면서 전우구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볼살을 푸르르 떨며 침상에 몸을 뉘였다.

 

 " 친구처럼 이야기 하지 마라. 이 거지 칼잡이 새끼야. 볼 때마다 친한척은.. "

 

 탁자 위의 튀김 바구니를 낚아채 품안에 넣으면서 튀김을 집어 입에 던져넣던 전우구는 힐끗 일전객을 바라보며 물었다.

 

 " 이번에는 무슨 일로 뜯어 먹으려고 온거야? "

 

 " 뜯어먹다니. 난 그런 적은 없네만. 늘 댓가는 지불하지 않았던가? "

 

 " 제에기... 저번에 은자 1냥짜리 정보를 동전 10전에 가져가고 그 전에는 50전 짜리 정보를 5전에 가져 갔는데 그게 뜯어먹는거지 뭐란 말이야? 그게 나랏님이 하면 수탈이고 너 같은 칼잡이가 하면 뜯어먹는거란 말이야. 이 칼잡이 새끼야! "

 

 얼굴을 붉히면서 목청을 높이는 전우구를 보면서 일전객은 피식하고 웃으면서 기지개를 펴는 듯 다리를 쭉 펼쳤다.

 

 " 처음에 목숨을 살려주고, 그 다음에 은자 1냥을 받고 10전 짜리를 정보를 판 것은 왜 말을 하지 않는가? 저번 이야기를 해서 말인데 그 전에는 은자 10냥에 동전 30전짜리를 넘긴 적도 있으면서. 그 이야기를 듣고 건씨 할아범이 얼마나 내 머리통을 쥐어 박았는지 알기나 하는가? "

 

 "그..그거야.. 옘병....칼잡이 주제에 말은 청산유수에 주둥이는 판관 나으리도 아니고 .. "

 

 말문이 막혔는지 전우구가 우물 쭈물하며 말을 꺼내지 못하며 욕만 푸짐하게 늘어 놓는 것을 보고서 일전객은 전우구 품 속의 튀김을 하나 다시 빠르게 집어 들면서 말했다.

 

 " 난 칼잡이 주제. 라서 말은 못하네만, 자네가 나보다 혀가 짧은 걸 어쩌겠는가? 나를 욕할 게 아니라, 자네의 말주변이 짧은 것을 탓하게. "

 

 막힘 없이 입을 놀려 살살 약을 올리는 일전객을 보면서 얼굴이 불그락 푸르락 하며 변하던 전우구는 마침내 포기 했는지, 익숙해져서 금방 화가 가라 앉은 건지 어깨의 힘이 빠진듯 풀썩 몸을 벽에 기대면서 말했다.

 

 " 그래... 제기... 뭔데.. 뭐 때문에 왔는지나 얘기하라고. 돼지새끼 열받아 수육 되는거 보기 싫으면. "

 

 " 하하하.. 거 참.. 늘 해줄 것이면서 투덜거리기는.. "

 

 항상 이런 식으로 욕설과 농담을 주고 받고 일을 받아 주는 것이 전우구와 일전객 사이의 대화 내용이였다. 전우구는 아는 사람은 아는 독종으로 소문이 나 있었고, 그 때문에 정가 튀김이라는 비싼 고기 튀김을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었다. 돈을 버는 것이 정가 튀김을 먹기 위해 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그것은 일단 뒤로 하고. 하지만 전우구는 늘 일전객 앞에서는 그리 목소리를 세게 높일 수가 없었고, 목숨 값에 대한 생각이 아직까지 양심처럼 남아 있는 건지 그 이유를 알 수 가 없었다. 돈을 위해서라면 가족도 팔 것이라는 전우구였기에 마음 속의 양심 한 조각에 대한 가능성은 콧방귀로 넘기기 일쑤 였지만, 그 둘 사이는 그런 묘한 오고 감이 있었다.

 

 " 유석인. 유석인에 대해서 좀 알아봐주시게. "

 

 " 늘 하던대로? 그 녀석 전에 사고 친적이 두 어번 있는 악질이라서 정보 값도 별로 비싸지 않고, 양도 많은데 말이야. "

 

 " 그래. 늘 하던대로. 있는 것은 싸그리 모아 주시게. 언제 받아 갈 수 있는가? "

 

 일전객의 말에 고개를 살짝 주억거리던 전우구는 어깨를 가뿐하게 들썩 거리면서 말했다.

 

 " 언제고 말고 그럴 것 하나 없네. 이미 있으니까. "

 

 그리고는 침상 어디론가 손을 쭈욱 뻗은 전우구의 손에는 조금 먼지가 뭍어 있는 종이 뭉치가 나타났다. 꽤나 양이 많은 듯, 작은 노끈으로 묶여있기 까지한 그 종이 뭉치를 보면서 일전객의 미간이 살짝 찡긋 거렸다.

 

 " 준비가 되어 있다니? "

 

 " 유명한 새끼라니까. 그 새끼 죽이겠다고 정보 달라는 녀석이 꽤 있었거든. "

 

 털썩.

 

 종이 뭉치를 탁자위로 던져 턱짓으로 품에 챙기라는 몸짓을 해 보인 전우구는 남은 튀김 세 개중 하나를 집어들면서 말했다.

 

 " 물론 다 뒤졌지만. 그래서 좀 더 사고를 치면 무림인들이 알아서 정리해주지 않을까.. 한다는 것이 요 근방 정보상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라, 굳이 금이야 옥이야 모아놓을 필요가 없어서 침상 밑에 던져둔거지."

 

 " 그렇구만... 여튼 고맙네. 보수는 늘 하던대로 나중에 주지. "

 

 " 그래. 아마 그 새끼 뒷돈 많은 녀석이라서 쏠쏠하게 나올 테니까 최소한 지금 입 속으로 쳐 넣은 튀김값 보다는 많이 달라고. "

 

 " 올 때 튀김 한 바구니를 사오겠네. 하여간 말은... "

 

 자리에 일어서면서 종이 뭉치를 집어든 일전객이 방을 나서기 전 문득 고개를 돌려 전우구를 보면서 물었다.

 

 " 그런데 자네, 여태까지 해결사들이 도전하려다가 다 죽었다면서 내가 허탕치고 죽어서 돌아올 것은 생각하지 않는 건가? 위험한 녀석이라면서."

 

 일전객의 말에 전우구는 작은 눈을 스윽 치켜뜨면서 남은 튀김 둘 중 하나를 집어들어 입에 넣으면서 말했다.

 

 " 내가 니 놈한테 부탁했던 내 목숨값이 달린 청부 대상이 누군지 알고 있는데, 그런 사파 나부랭이 한테 뒤질거라고는 생각 안해. 그 사람을 죽였는데, 유석인 따위의 시정잡배가 뭐가 대수라고. "

 

 " 그래도 기원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는가? "

 

 졸라대는 것처럼 칭얼거리는 일전객의 말에 전우구는 하아 하며 큰 한숨을 내쉬면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고개를 휘휘 저으며 방 안을 둘러 보던 전우구는 남아 있는 마지막 튀김 한 조각을 집어들어, 일전객을 향해 휙 던지면서 말했다.

 

 " 정가 튀김 오늘치 마지막 조각이다. 이거면 됬지? "

 

 그 튀김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일전객은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 하하하! 확실히. 튀김 마지막 조각이라면 진짜 응원이라고 볼 수 있겠구만 그래. 하하하! 다녀오지."

 

 쿵!

 

 문을 닫고 나간 일전객의 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텅 빈 튀김 바구니를 바라보며 전우구는 중얼거렸다.

 

 "에이.. 시벌.. 이럴 거면 그냥 잘 다녀오라고 말 한번 할걸 그랬네.."

 

 

 전우구가 건넨 튀김 조각을 들고 방 밖으로 나서던 일전객은 아직은 따스한 튀김 조각을 입에 던져 우물 거리면서 킥킥 거렸다.

 

 " 마지막 튀김은 확실히 응원이네 그래."

 

 짭쪼름하면서도 바삭한 돼지고기 튀김을 우물 거리면서 일전객은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과하객 17-06-15 03:26
 
글이 재밌어요, 계속 열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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