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으로 떨어진 신은 땅바닥에 박혀서 꼼짝도 못했다. 자신의 멍청함에 부끄러워 쉽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날 필요가 어디에 있나. 자신은 그냥 공중에 뜬다고 생각하면 될 일을 날개를 펄떡이며 떨어지는 꼴이라니, 신은 참새의 몸짓을 표현함으로써 무안함을 없앴다. 몸짓이란 참새가 곧 나요 내가 곧 참새라고 느낄 행동, 즉 모이 쪼기다.
"구구구구 구구구구"(밥 밥 밥 밥)
본능적인 일이라 내가 원치 않아도 이 행동을 하게 된다. 굴욕이군.
"새...새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세상에"
"나도 봤어"
한참 본능에 몸을 맡겨 바쁜데 누가 감히 방해를 한단 말인가...보아 하니 모험가들이다. 이 주변의 몬스터는 제법 레벨이 높은데 올 정도면 베테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방금 저들의 대사를 들어 보면 우매한 생각을 가진 놈들이 확실하다. 참새가 하늘에서 떨어진다고 놀라다니 그보다 훨씬 놀라운 모험을 했을 텐데 말이다.
물론 떨어진 자리는 운석이 지나간 마냥 패여 있긴 하지만 그 정도로 놀라면 앞으로 모험은 힘들 것이다. 애송이들.
난 최대한 참새 다운 목 꺽기를 보여 주며 자리를 피했다.
구(끄덕)
"구구 구구"(이 정도로 할까)
좋아 다시 날았다. 새따위가 날개를 펼치지 않고 공중을 날고 있으려니 뭔가 등골이 휜다. 밑에선 날개짓을 하지 않는데 날고 있다 라는 소리가 들리지만 가볍게 무시하자. 어디로 가볼까. 북방의 대륙에 마대륙이 있다. 방향은 북쪽이다. 여긴 어딘지를 알아야 한다. 평범한 새였다면 못 올라올 높이 까지 수직으로 날았다. 흠흠, 그래 산맥이 바다를 끼고 있는 곳을 보아 하니 여긴 협곡과 조금 떨어진 용의 산맥이다.
마침 잘 됐다. 근처에 떨어진 김에 가보도록 할까.
참새는 요지 부동의 자세로 직진으로 날아 갔다.
협곡의 끝에 있는 <마경>엔 용들의 둥지가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최연장자 장로가 살고 있다. 장로는 말했다.
"흐음 지상 최강의 존재도 보잘 것 없도다"
지상에서 살아간지가 이 커다란 세계와 맘 먹을 정도의 나이가 되어서는 안 해본 것 해본 것 할 것 없이 경험할 때 쯤이 되니 세상에 재미라곤 잠들어 꿈 속을 헤메는 것이 그나마 즐길 거리다. 장로는 용들을 거느리며 말했다.
"누구 나와 승부할 자는 없는가?"
"장로님?"
용들은 웅성거렸다. 저 장로가 또 시작이네 같은 반응이다.
"이 협곡을 보아라 여기에 있고 수천년 용사의 시대는 끝나버렸는지 더 이상 발 길이 끊긴 실제로 용들 말고는 접근 조차 않하는 마경으로 변해 버렸다."
"그것이야 말로 그들이 자신의 주제를 파악한 것이 아닐지요"
"멍청하긴, 그래선 우리의 할 일이란 이제 남은 것은 하나 뿐이지 않은가?"
"세계의 균형을 맞추는 일 말이군요"
"그렇다. 세계를 혼란스럽게 만들 경우에만 움직이다니 우리의 신은 어쩜 이리도 무심하단 말인가...그러니 우리끼리 유흥을 즐기자는 것이다. 이런 따분한 일상이 아닌"
"...하지만 장로님과 싸우게 될 경우엔 이 세계가 반 토막 날 것입니다"
"으이고 약해 빠진 세계 같으니 됐다. 필요 없다. 다시 잠이나 잘 것이니 알아서들 쉬어"
토라진 장로님의 비위를 맞추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용들은 내심 안심하면서 유유적적 시간을 보냈다. 그들에게 협곡은 살아 생전 평생을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죽는다. 혼란의 때에나 나갈 수 있는 현재. 그런 혼돈의 시기는 장로의 말로는 두 번 있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화산의 격동기 때 두 번째는 마신의 분노일 때다. 그 이야기들은 전설로 전해질 정도로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1000년의 시간 밖에 살지 않은 용들은 아직 세상의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다만 한 번씩 오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붙잡고 쓰러 뜨리면 세상 이야기를 하는 조건으로 살려서 보내준다.
"장로님의 말도 이해는 가"
"하긴 이곳은 지루하긴 하지"
용들끼리의 수다는 여전했다. 하지만 그들이 원래부터 이런 성격인 것은 아니다. 원래라면 세상의 흐름에 맞춰 자연을 느끼는 것에 만족했던 그들이 어떤 일들로 하여금 변화게 되었다.
"아아 인간 신님은 언제 오시려나"
그랬다. 인간 종의 신이 그들을 오염 시킨 것이다. 이 일로 용종의 신은 항의는 쉴 새없이 오곤 한다.
그때다. 장로의 눈이 번뜩인 것은
"...오셨나"
그것은 천공을 가르는 태평의 하늘을 보며 말했다. 번쩍이는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땅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야 말로 벼락과도 같은 속도에 강렬한 기운을 내뿜으며 이 용의 협곡에 있는 어느 숲에 떨어진다. 용들은 외쳤다.
"""그 분이 오셨다"""
"구구 구구구 구구 구구구구"(하하 이거 참 여긴 올때마다 눅눅해)
"오셨습니까. 인간신이시여. 이번엔 또 어인 일로"
"구구구 구구구 구구구구 구구구구 구구구"(볼 일이 있어서 내려왔는데 너희 있는 곳하고 가깝길래 들렸어)
"그랬습니까. 쉬다 가시지요"
"구구구"(고마워)
용과 참새가 대화하고 있다. 신으로서 지상에서 얘기가 가능한 것은 장로 정도겠지. 절대적인 힘이 있기에 날 느낄 수 있다. 어정쩡한 힘으로는 날 느낄 수 없다. 그것은 인간의 어느 정도의 강렬한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것과 같다. 박쥐의 초음파를 인간의 귀로는 못 듣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의 힘은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알 수 있다.
"인간 신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욧"
젊은 용들이 참새 주변에 서성이며 벽에 붙으며 혹은 날거나 기며 인사했다.
"구구구구 구구구구"(안녕, 너흰 이런 곳에서도 밝구나)
"그 모습은 어떻게 된거예요"
"구구구구구"(이번엔 참새가 되고 싶어서 말이야)
"쿠훗. 역시 재밌는 분이셔"
신을 보고 이런 농담 같은 얘기를 하다니 그들도 어찌보면 대단했다.
"저기 신님"
"구?"(응?)
"보여 드릴게 있어요"
"구구구"(뭘까 기대 되네)
이건...
드래곤들은 1000년이 되면 성인식을 치른다. 그리고 그마다의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의태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능력. 밖으로 나갈 수 없기에 부질 없는 짓이긴 하다만 예전엔 모험가들을 협곡의 입구에서 의태하여 끌어 들였다고 한다. 어쩔 땐, 용한테 갇혀 겨우 빠져 나왔지만 안에 사람이 많이 있다는 거짓말이거나. 이곳이 협곡인지도 모르고 오는 사람은 미인계만으로도 들어 오게 한다. 그러한 묘책을 자신한테 쓰다니 무슨 생각인 걸까.
세 마리의 드래곤은 절세라고 말해도 좋을 아름 다운 인간이...엘프가...마족이 되어 참새 주변을 야릿하게 몸을 움직이며 돌았다
<우흥> 이라던가
<앙> 이라던가
<으읏> 같은 소리를 내며 3명의 암컷 드래곤이 다가 왔다.
"신님 신님 저희들 어때요?"
"구구"(예쁘네)
"아잉 그런 거 말고"
"구구구"(아름다워)
"또 없어요?"
"구구구구"(절세 미인)
"...칫"
방금 혀찬 소리가 들렸다. 참새를 가지고 미인계라니 쓸데 없군.
구구구구구(뭐때문에 이러지?)
"그야 약속 하셨잖아요"
구?(응?)
"저희들 의태를 완벽하게 할 동안 용신님한테 가서 말씀드리기로"
...구우(아-)
"설마 잊어버리신..."
구구구 구구구 구구구구구(아냐 용신은 지금 겨울잠을 자고 있어서 시간이 걸려)
"그런가요. 애효 알겠어요"
어깨에 힘이 빠지며 투벅 투벅 자신이 보금 자리로 돌아가는 용들. 다행이다.
거짓말은 아니다. 녀석은 지금 충격을 받아서 한 동안 잠을 잔다고 모든 신한테 알렸다. 그래서 용의 관리를 내가 종종 하고 있는 거다. 어떤 신보다 네가 할 일이 없어 보인다고 용신이 말했었다. 반박할 수 없어서 맡아주고 있다.
맞아, 녀석들의 절대 법 중에 협곡에서 나가지 말라는 법을 없애달라고 했었지. 잊고 있었다. 이런 마신과 만난 후엔 용신도 한 번 깨우러 가봐야 겠어. 그럼 이쯤에서 가보도록 해야겠군.
"잠깐...인간신이시여"
장로가 불렀다
구구구(배웅은 됐어)
"아뇨 부탁 드릴 것이"
구구..(무슨..)
얘들이 날 심부름 꾼으로 알고 있나. 왜 이러는지 원. 신의 전지전능을 보여줘야 날 만만히 보지 않으려나. 바라 이 공중부양! 핫
그렇게 공중에 뜨면서 장로를 보고 있지만 장로는 애틋한 눈으로 볼 뿐이었다. 그것은 연민이라고 해도 좋다.
...지금 모습이 그렇게 불쌍해 보이나. 장로의 부탁이 무엇인지 듣기 전에 이 모습을 바꿔야 하나 고민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용신님께서 원하는 것은 변함 없는 현재이기에 어딜 가지도 못 한 채 창조 된 이후 방치와 방목을 일삼은 신의 은혜를 받아 왔지만 그렇다 해서 속박의 저주를 내려주심에는 언제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구구구(그래서?)
여기 올때마다 언제나 듣는 소리다. 그들의 이제 한계일지도 모른다. 몇 만년을 여기에 산 드래곤은 몇 있다. 그들은 다신 일어나지 않고 자는 것을 선택해 계속 잘 뿐이다. 그래서 1000년 된 따끈따끈한 성인 용만이 협곡의 주변을 날아다닌다.
"저와 대련을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구?(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