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가 아프다. 깨질듯한 두통이.. 계속 몰려와."
"어쩌다가... 이런일이"
알렌은 멍하니 폐허가 된 요새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알렌이 본것은 갑자기 검은 덩어리가 자신을 덮치고, 자신은 그안에서 시간이 얼마나 갔을지도 모르게 갇혀있던것, 그리고.. 나와보니 상당한 시간이 흘러있고, 지금 이 풍경ㅡ
날개군단의 전원이 궤멸, 거기에 대부분의 성기사들이 죄다 불타죽어있는 이 폐허였다.
"... 이 불길은 엘란이겠지..."
"대체... 그 검은건 뭐였지? 뭐길래 손도 못쓰고 이렇게 무력하게...!!"
"젠장!!"
알렌은 죄없는 땅만을 두들기며, 무능한 자신을 저주한다. 시간을 돌리려해도, 마법자체가 이 요새내에서 통하지 않았고, 혹시나해서 요새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로 이동해보자, 그곳에선 멀쩡히 시간을 돌릴 수 있었다.
"마틴...인가? 시간을 돌리지도 못하게 이렇게 수를 쓰고 갈 녀석은..."
"...지금 알아서 뭐해. 이제.. 끝난일인걸.."
알렌은 결국 눈물을 흘리며, 죽어간이들의 이름만을 되뇌어 본다. 아무것도 하지못한 자신을 원망하고, 무능하게 죽어간 군단원들을 원망하고, 그리고, 이런 절망과 슬픔, 원망감들을 모두 뒤덮은 감정. 바로 의문.
".. 대체 그 검은건 뭐고, 어떻게 성기사들이 이렇게 갑자기 온거지?"
알렌이 가진 의문점 그리고... 곧 머리속에 하나의 생각이 떠오른다.
"리에나!! 만일 마틴의 짓이면... 리에나도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 조금만 기다려줘. 약속을 지키러 갈게."
알렌은 아무생각없이, 그저 혹시나 있을지 모를 리에나의 위험을 계속해서 되뇌이며 왕도로 갔다. 평소보다 훨씬 무리해서 비행마법을 쥐어짜서 날았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 왕도에 도착했다.
{어둠의 장막이여, 나를 감싸라}
어둠이 알렌의 몸을 감싸고, 순식간에 알렌의 몸이 투명해졌다.
"... 기사들인가? 좀 몰래 들어볼까..."
"어이, 너 그 소식 들었냐?"
"무슨 소식?"
"반란을 일으키려는 세력이 있었는데, 마틴님이 몰살했다더군."
"에휴, 그러게 그런걸 왜하냐, 그분의 마법앞에선.."
"쉿! 발설하면 우리 목이..."
"그 정보.. 지금 말해 보겠어?"
"히익!! 누구냐!!"
"... 최악의 마법사라 하면 금방 알려나?"
"!! 네가 설마.. 그 왕도 파괴..."
순식간에 알렌의 손끝이 번쩍하고, 기사는 말을 끝내지 못하고, 목이 날아가서 숨졌다. 옆에 있던 기사는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려 했지만. 알렌이 이미 사방으로 결계를 쳐버린 후였다.
"살려줘!! 아무한테도 말 안할테니.."
".. 정보만 말하면 넌 살아갈 수 있을거다."
"..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그냥 마틴님은 신같은 분이라고만 들었.."
{윈드 세이버}
알렌의 손에 바람이 강하게 불어들어와 칼날처럼 보이고, 알렌은 곧장 그 바람의 칼날을 병사의 목에 들이댄다.
"히익!! 아... 알겠다고!! 다 말할게!!"
"... 좋은 선택이야."
알렌이 칼을 거두고, 사방이 투명한 결계로 감싸져, 외부와는 그 어떤 상호작용도 불가능한 공간에서 기사는 말을 이었다.
"그분의 마법을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얼추 상급 기사들사이에 도는 말로는 누구든지 이 세상에서 없앨 수 있는 마법이라고 하더군."
'... 누구든지 없앤다고? 소멸..? 그런 마법은 전례조차 없는데..'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알고 계시고.. 그래서 아무도 모르던 반란군이 있다고 해서 그대로 치러 갔고... 순식간에 토벌해 버리셨단 소식이 왕도에 왔다."
"마틴 녀석은 어딨어?"
"... 그건 아무도 모른다. 그분의 위치는 모두에게 극비이니."
"왕도에 있는지 없는지만 불어."
"말할거 같..."
"그럼 뭐, 이용가치가 없으니 이만.."
"어.. 없어!! 없다고!!"
"... 그래, 이제 도망쳐. 어서."
"무슨..."
알렌은 말을 마치고 곧장 날아올랐고, 바로 왕성으로 날았다. 은신한채로 왕성에 들어서자, 밤의 왕성은 매우 한적했고, 한번씩 돌아다니는 하녀를 제외하면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았다.
'.. 리에나가 무사할지 부터...'
알렌은 계속해서 왕성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어느새 왕성내부의 빛나는 신전으로 들어선다.
'... 여기가 신전인가... 리에나도 여기 근처에..'
"이거.. 드디어 게임말이 왔군."
"!!"
"더이상 안 숨어도 돼. 어짜피 보이니까, 왕도 파괴범."
"그렇겠군."
알렌은 은신을 풀고, 갑자기 나타난 보라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 복장의 마틴의 아래에 섰다.
"내 선물을 잘 받았는지 모르겠군, 쥐새끼들이 제법 많이 모였던데 말이지."
".. 입 다물어."
"참 이름한번 못지었더군. 날지도 못할 벌레들이 날개군단이라니 말이야."
"..."
"후후후후 하하하하!!!"
".. 비웃지마. 우리의 신념이 담긴 이름이다."
"훗, 그래 장난은 여기까지만 하지.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서볼까? 왕도파괴범??"
"... 입 다물라고 했을텐데."
"지금 네 입장을 모르나 보군."
"뭐?"
"어이, 들어와."
마틴의 말이 끝나자 들어온것은 바로ㅡ 리에나였다. 새하얀 빛의 신관의 로브를 입고, 한손에는 스태프를 든채로 나온 리에나는 상당히 곤혹스런 표정으로 나타났다.
"... 이게 무슨 수작이지?"
"무슨 수작이긴.. 감동의 재회지."
"!!"
"아까 네가 협박한 병사에게 듣지 않았나? 난 모든걸 알 수 있다고."
"대체... 넌 뭐야?"
"내가 왜 저 계집을 그대로 살려뒀는진 안묻는군?"
"... 넌 리에나를 못죽여."
"내 마법으론 누구든지 없앨 수 있단건 까먹은건가?"
"아니, 그건 그냥 헛소문 이잖아?"
"훗... 뭐하나 신관? 오랜만의 재횐데 한마디 해야지??"
"..."
"리에나... 미안해."
"괜히 너까지..."
"..."
리에나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리에나가 침묵하며 한걸음, 한걸음, 계속 알렌에게 다가왔고, 세 발자국 거리까지 다가섰을때, 알렌은 리에나의 목에 새겨진 마법진을 볼 수 있었다.
"!! 이게 무슨.."
"참 둔하군, 그러니 아직도 눈치 못채지."
"뭐??"
"그건 즉사 마법진. 이미 그 계집은 시한부다."
"... 당장 풀어."
"이제 목소리도 못내나 보군. 곧 몸도 멈추겠지."
"...으으...윽"
"리에나!!"
"소용없다. 앞으로 2시간도 안남았을 테니."
".. 네 짓이냐?"
"그렇다면?"
알렌은 입술을 깨물며, 손에 마력을 끌어모아, 대검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검을 가지고, 마틴에게 달려든다.
"마법은, 술자가 죽으면 풀리기 마련. 널 여기서 죽이고, 구해내겠어!!!"
"... 유감이지만 그럴 시간은 없겠군."
검이 마틴의 옷깃을 스치자, 순식간에 마틴은 이전에 알렌을 삼킨 검은 덩어리에 집어삼켜져서 사라지고, 그 검은 덩어리는 또다시 알렌을 덮친다.
"크윽!!"
알렌은 무아지경으로 검을 계속 휘두르지만,그 검은 덩어리는 매우 질겨서, 오히려 검의 마나가 먼저 소진되어 검이 꺠져버리고, 알렌은 완전히 삼켜져 버린다.
약 세 시간후ㅡㅡ 서서히 동이 터온다. 알렌은 사라진 그 자리에서 이전처럼 툭 떨어져서 나타난다.
"... 또 같은 마법..."
"!! 리에나1!"
리에나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알렌은 리에나의 시간을 돌리려 했지만, 또 요새에서 처럼 마법자체가 써지지 않았다.
"대체.. 대체!!!"
알렌이 충격과 분노, 슬픔에 사로잡혀 멍하니 있던때에, 발소리가 들려온다.
{마나 스트림}
엄청난 굉음과 함께, 푸른 광선이 나아가, 왕성의 천장을 관통한다. 그리고, 알렌은 그 천장으로 날아올라, 리에나의 시신을 들고 사라진다. 굉음의 후에 온 신관은 뜻밖의 광경에 기겁할 뿐이었다.
"... 리에나... 리에나!!"
날고 날아 어느새 한 숲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숲에서 알렌은 마법을 사용했다.
{시간을 되감아.. 부활의 축복을}
마법이 사용되었고, 리에나의 몸을 빛이 감쌌다. 그리고, 그 빛이 서서히 걷히고, 알렌이 눈을 뜨자 뜻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리에나에게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대로 싸늘한 시체 상태.
"뭐야.. 대체 왜!!"
"안돼... 안돼!!!!!"
알렌은 계속해서 마나가 소진될때 까지 마법을 썼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마나가 소진되고, 울고, 분노하고, 자신을 저주하며 잠에 빠져들고, 잠에서 꺠어나자, 달이 떠있었다.
"... 달이 참.."
"모두... 지금 보러 갈게,"
절벽에 올라서서 알렌은 아래로 뛰어내려 버렸다. 눈을 감고, 죽기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가도 떨어지지 않았다. 살포시 눈을 떠보니, 처음보는 엘프와 같은 생김새의 여자가 알렌을 잡고, 비행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