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렌은 낮선 한 엘프 여자에게 이끌려서 자살하려던 그 절벽의 아래에서 날아올라, 어디론가 계속 날고있었다. 계속해서 왕도와는 정 반대편으로 날아가던중에, 알렌이 질문을 던진다.
"..넌 누구지?"
그 엘프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묵묵히 날아가기만 한다.
그렇게 얼마나 날았을까. 계속해서 날고 날아서 어느 숲에 내려 앉았다. 그 숲은 과거에 파국을 맞았던 원소의 숲과 너무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제법 충격에 빠진 눈빛으로 알렌은 숲을 여기저기 훑어본다. 숲을 훑어 보자, 엘프가 처음으로 입을 연다.
"여기는 엘프의 숲입니다. 이제 곧 당신을 부르신 분이 올게에요."
"... 날 부른 사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무리의 엘프들이 몰려온다. 그들은 모두 몰려와서 알렌을 계속 응시하고, 그중 한 명이 다가와서 알렌의 곁에 선다.
"당신이 알렌입니까?"
"그래."
"엘프족의 수장인 미라라고 합니다."
"그런건 알바 아니고.. 대체 날 왜 이리로 데려 온거지?"
"성격한번 참 급하셔라... 따라오시죠."
미라의 손에 이끌려서 마을의 중앙부로 점점 들어가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마치 별이 땅에 내려앉은듯 마을 전체가 빛나고 있었다. 별빛과 달빛처럼 차가운 빛이 마을의 외곽을 감싸고, 햇빛같이 따뜻한 빛이 마을의 중심부를 감싸고 있었다. 따스한 빛의 기둥을 지나가자, 거기에는 하나의 열쇠가 보였다.
"이 열쇠는.."
"당신에게 전해줘야할 물건이지요."
"왜 나에게..."
미라는 이야기를 하나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엘프의 조상들이 남긴 유언에 관한 이야기였다.
"과거, 엘프족은 한번 대재앙을 맞았습니다. 인간들은 모르겠지요.. 그자에 의해서 모두 조작된 세계에서 살아가니... 어쨋든, 그 재앙 이후로 멸종할 위기에 놓인 우리를 구원해 준것이 바로 신룡.. 스카님 입니다. 당신들의 왕국인 스카니아도 그분의 이름에서 따온게 어원이지요. 그 신룡님이 우리를 도와서, 그 재앙으로부터 우리들중 일부를 구해내서, 지금 이곳에 데려오셨죠. 이곳엔 그분의 힘이 서림 강력한 결계가 쳐져있어서. 그 어떤 재앙도 우리를 이제 위험하게 하진 못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계의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계의...문??"
"네. 이계의 문.. 문자 그대로 이계와 이 세계를 잇는 문입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공간을 비틀어서 문을 만든 모양인데... 만일 목적이 무엇이든간에 그 이계의 문이 열리게 된다면 이 세계는 완전히 박살나 버릴지도 모릅니다."
"세계가 박살난다고??"
"... 세계는 결국 하나의 거대한 마석과 같습니다. 인간들은 모르겠지만... 저희 엘프나, 천족, 용족같이 일부의 신령한 종족은 전부 아는 사실이죠. 마석중에서도 이 세계는 상당히 약한 마석입니다. 그 이계가 어느정도 수준의 세계인진 몰라도.. 아마 이 세계 이상으로 견고한 세계라면 이 세계는 완전히 박살납니다."
"그럼.. 그 문을 연자는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 하는 사람이란 거야?"
"그자의 목적은 알 수 없습니다. 그 문을 연 사람은 몇몇 짐작은 가지만... 전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는 없는 상태이고요."
"그럴거면 마틴같이 강한 마법사를 불렀어야지. 나같은 왕도 파괴범 말고..."
알렌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잇자, 미라는 알렌의 손을 잡으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저희들은 모두 진실을 압니다."
"이곳에서는 저희가 지정한 일부 영역을 항상 감시할 수 있는 눈이 있기에. 과거, 당신이 겪은 일은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 어디든지 볼 수 있는...눈??"
"음.. 눈 이란 비유가 맞을진 모르겠네요. 이것도 일종의 공간 왜곡술이니.."
"공간... 왜곡!!"
알렌은 마치 수수께끼를 푼듯이 개운한 표정으로, 그리고 상당히 놀랍다는 표정으로 갑자기 일어선다.
"왜 그러시죠?"
".. 드디어 실마리를 잡은듯 하네."
"고마워."
"아직 일러요. 그 열쇠에 대해선 안 궁금하신가요?"
"아!! 혹시 그 열쇠가... 이계의 문을 닫을 아이템은 아냐?"
"50점입니다."
"이계의 문과 연관된 아이템은 맞지만... 직접적으로 문을 닫을 수는 없습니다."
"그럼 별 의미 없는거 아냐?"
"이 열쇠는... 신룡의 영토로 가기위한 문을 돌파하기 위한 열쇠입니다."
"신룡의 터..인가"
"본디 저희에게 건네면서, 이 세계에 위협이 올때 찾아와달라 하셨죠. 하지만.. 저희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왜지? 너희가 가는게 나은거 아냐?"
".. 당신이 간다는 전제로 말하시네요."
"날 굳이 이곳까지 인도할 이유는 없지 않아? 그것 말고는."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아마도 신룡님은 지금 이 사태를 모르실 겁니다."
"혹시 그 공간이... 완전히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단절되어 있다던가..."
"정답입니다. 거의 이세계라고 봐도 무관하겠군요. 저희가 지금 있는 세계와는 상당히 다를겁니다."
"그럼.. 우리가 찾아가면, 그 신룡들이 문을 닫을수 있는거야?"
"그건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이 세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 내가 굳이 아무것도 남지않은 세계를 구해야 하나...?"
"그리고.. 아마 신룡의 터로 가면 거대한 마석이 있는 공원이 있을겁니다."
"거기에 도착한 즉시, 지금 이 돌을 깨트려 주세요."
"... 어째 내가 가는게 이미 사실화 된거같다??"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
"당신도 알고 있는거 아니었나요?"
"... 굳이 내가 아무것도 남지않은 세계를 구해야 하나 의구심을 잠깐 가지긴 했어."
"그거라면 당신이 잡은 실마리면 충분히 해결될겁니다,"
"그게 무슨...?"
"이만 가세요. 서둘러야 합니다."
"아니.. 자.. 잠깐!!"
거대한 빛이 번쩍하고, 그대로 알렌은 어딘가에서 튕겨나온듯한 느낌을 받고, 원래 있던 폐허로 떨어졌다.
"... 꿈일린 없어. 만일 이 말들이 전부 사실이라면.. 왜 모두를 살리지 못했는지도 대충 짐작은 가... 일단 가는게 낫겠지.. 날 위해서라도."
알렌은 순간 신룡의 둥지가 어딘지 묻지 않았다는걸 깨닫고, 다시 그 숲으로 발길을 돌리려 했다. 그러넫 그 순간에 갑자기 나타난 하나의 빛의 기둥에서 한장의 종이가 떨어졌다. 그 종이에는 무슨 언어인지 구별이 불가능하게 이런 저런 글을 써둔 편지가, 그리고 뒷면에는 약도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 약도를 보고, 알렌은 그대로 비행을 시작했다. 비록 약도이지만, 제법 흡사하게 되어있어서 만족스럽게 비행을 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날고 날다가, 어느새 거대한 마석이 놓인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 이게 설마 문인가??"
알렌이 열쇠를 빼들자, 서서히 져가는 햇빛을 받은 열쇠가 한번 번쩍했다. 그런데, 한동안 아무일도 없었고, 딱히 열쇠를 넣을 공간도 보이지 않았다. 서서히 해가 지고, 어느새 달빛이 빛났고, 그 달빛을 받은 열쇠는 이번엔 아까완 달리 푸른빛을 띄며 빛났다. 그리고, 아까 본 밝은 빛 역시 다시 살아나서, 두가지의 광채로 빛났고, 그 광채에 비친 바위에 문자가 하나둘 나타났다. 문자사이사이를 보고, 어느순간에 작은 구멍을 찾게 되었다.
"이게 열쇠 구멍... 이겠지."
열쇠를 넣고, 돌아가지 않을 듯하다 생각하면서도 열쇠를 돌리자, 갑자기 열쇠가 돌아가는 느낌이 들면서, 바위가 흔들렸다. 바위가 계속해서 흔들리다가 어느순간, 갑자기 바위가 넓게 펴지기 시작한다. 마치 원반처럼 펴진 바위는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하고, 알렌은 급히 그 위에 오른다.
"... 문이 수직으로 나있나."
계속 쭉죽 올라가다가, 마침내 구름에 닿고, 구름위에 오르자, 엄청난 추위가 느껴졌다.
"...읏... 추운데.."
추위에 떨다가 지쳐서 잠깐 눈을 감은 그 순간. 뭔가 막을 찢고 통과한 느낌을 받고, 눈을 뜨니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져있었다. 마치 진짜 방금까지 있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 이세계와 같았다.
"드디어 도착했나보군."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알렌은 당황하면서도 크게 소리친다.
"어디로 가면 당신을 볼 수 있습니까?"
"... 뒤를 보라."
"!!"
뒤를 돌아보자 거대한 용이 앉아서 알렌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 이곳에 거대한 마석이 있는 공원이 어딥니까?"
"네가 지닌 그 돌을 쓰려는 모양이군."
"!!.. 어떻게?"
"신룡을 너무 얕보는 구나."
"... 어딘지 알려주시죠."
"굳이 갈 필요도 없다. 이리 내어 보거라."
알렌은 조용히 미라에게 받은 돌을 내놓고, 신룡은 잠깐 그걸 보더니, 그대로 깨트린다. 그 돌이 깨지자 보라색의 빛을 발하며 마법진들이 그려진다. 그려진 마법진들 사이로, 엘프 3명이 나타난다. 가운데에는 미라가 있었고, 양 끝에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보석을 든 다른 엘프가 있었다.
"드디어 신룡을 뵈옵니다."
"그래, 오랜만이로군 미라. 그 인간의 습격 이후로 어느덧 100년 인가..."
"잠깐... 인간??... 설마 그자의 이름이..."
"마틴 입니다."
"!!!"
"그래, 분명 네놈의 원수였지. 이곳에서 내려다 보니 제법 웃긴 상황도 많더군."
"... 지금 제가 겪은 상황이 그저 유희같다고 하는 겁니까..??"
"그런 의도는 아닐세. 그저... 그 간단한 트릭조차 간파하지 못한게 웃기단 거지,"
"... 트릭. 그래 확실히 이상한 일도 많았죠. 들킬 이유가 없는데 들키거나. 갑자기 나타나거나. 그리고... 리에나 같이 자기보다 마력이 강대한 마법사를 상대로 사형선고를 내리거나...."
"훗.. 내기를 하나 하지. 네가 생각하는 그 트릭을 말해라. 내가 아는 내용과 맞다면... 네 소망을 하나 들어주마."
".. 후회할겁니다."
"고해보거라."
"그 트릭은 바로...[공간왜곡]"
"호오..."
"마틴녀석의 고유마법은 공간왜곡. 그거라면 모든게 설명이 되더군요. 공간을 왜곡한다면, 어디든지 살피는 눈이나 다름없으니, 군단의 위치를 쉽게 알고, 공간자체를 뒤틀어 버리면 대규모 군대의 이동도 간단. 그리고 리에나 근처의 공간을 뒤틀어 버려 손쉽게 접근해서 사형선고를 내렸다... 정도면 되는거 아닙니까?"
"제법 정확하군.. 하지만 하나는 틀렸다. 그 녀석의 마법은 만능은 아니다. 공간을 뒤튼다고 해서 너희 세계 곳곳을 다 볼 수 있는건 아니다."
"... 그게 무슨"
"그놈이 엿보던건. 네놈의 근처 뿐이다."
"!!"
"말도,,, 말도,, 안되는..!!"
"진실이다. 여기선 공간을 뒤틀어 봐야 다 보이거든."
"...으...으... 으아!!!!!!"
"전부... 전부.. 나 하나때문에 죽은거야... 그냥 나만 없었어도!!!"
"... 자책은 그만하게. 이미 흘러간 시간이니."
"... 만일 제게 신룡님같은 힘이 있었다면... 아무도 죽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1!!!"
"그럼 가지던가."
"!!?"
"애초에 널 여기에 들인 이유가 그거다."
"그게 무슨.."
"제가 설명 드리죠 알렌님."
"미라.."
"당신의 마법은 시간을 돌리는 능력. 하지만 인간의 자체의 마력 한계로 인해서 그닥 넓게 못쓰죠, 하지만... 신룡님의 힘을 빌리면, 마법을 이 세계 전체에 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계의 문을 막을 수 있고.. 당신의 소중한 이들도 한번도 볼 수 있습니다."
"...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 정말이지. 내 힘을 빌리기만 한다면..."
"힘을... 빌려주십시오."
"어떤 대가가 따르더라도?"
".. 목숨까지 바쳐서라도."
"제법 간절해 보이는군...그럼 거래를 하지."
"거래??
"네놈은 내 힘을 빌려서 마법을 쓴다. 그러면 네놈의 세계 자체의 시간을 돌릴 수 있다. 하지만 명심하도록... 내 힘으로도 6주이상의 시간을 돌리진 못해. 6주가 넘은 일은 어쩔 수가 없다."
'6주... 대략 언제이려나..'
"참고로, 이 공간에서의 시간과 네 세계에서의 시간은 다르다. 여기선 시간이더 빠르지."
"!! 그럼 서둘러야..."
"아마 지금 시간을 되돌린다면... 네 저택이 습격당한 직후겠군."
"그 직후로 돌린다면... 적어도 이 미래는 없겠군요."
"그럼 시작하지. 넌 이 마법으로 네 소중한 사람...그리고 마틴 그자식을 처단해. 그녀석이 이계의 문을 연다면 이 세계는 아작나. 들었겠지? 넌 이 세계를 구하는 수호자가 되는거다."
"... 명 받들겠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게임과 같겠군..."
"?? 그게 무스..."
"가거라,, 이제, 네 미래를 위해..."
".. 꼭 지켜내겠어 이번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