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뜨든뜬뜨-
(중략)
또로로로롱-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해-제- 손가락을 슥 미끄러뜨린다.
유명한 샘송의 기본 알람곡 Morning Flower다.
왜 알람으로 노르웨이의 숲을 안쓰냐고?
다시 말하지만 난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다.
또, 잠들 때 듣는 곡으로 깬다는 것도 좀
센스 없다고 느끼고 말이다.
모닝 플라워가 룸메한테도 덜 민폐같기도 하고.
"흐암~"
손은 기계적으로 버튼을 누르고 드래그를 해서
화면을 넘기고 한 어플을 킨다.
요즘 재미는 없지만 의무로 하고 있는 게임을
키고 일일미션을 클리어 한다.
그리곤 일어나 뒷머리 한번 긁어주고
저벅저벅 화장실을 향해 걸어간다.
조물조물 뒷목 마사지 해주고 소변을 본다.
바지춤을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기지개 한번.
'아 내가 3만원이 아까워서 저거에 시간 쓰는
게 맞나 싶네 지울까'
쏴아아-
'어제 안들어왔나?'
한살 어리고 16학번 후배인 동수 싹싹하고
밝다. 한 학기 밖에 안지났는데 친구도
많이 사귄 듯 하다.
'뭐 또 어디 친구네 자취방에서 잤나부지'
생각보다 어제의 충격이 크진 않다.
그녀를 많이 사랑하지 않았고 벽도 있었지만
내 진심을 터놓고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일
거다.
그녀 덕분에 설렌적도 많았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아니, 생각보다는 충격이 큰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는 않으니 말이다.
'이렇게 감성적으로 되어 봤자. 누운지 5분도
안되서 잠든 놈이 뭘.'
분명 기숙사까지 걸어가는 동안 많이 슬펐다.
별에 별 생각이 머리 속을 지났다.
그녀에게 머리를 짧게 잘라달라고 말하지 말걸
아니, 결국엔 안잘랐자나 내 잘못은 아니지.
"오빠 나 얼마나 좋아해?"
"봄철의 곰만큼"
벨벳 곰탱이 타령을 하지 말걸. 다시 생각
해보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
그래도 그녀는 나름 기뻐해줬다. 무슨 영화에서
본 대사냐고 물어보기 까지했다.
'그때 얼버무리지 말걸.'
그래도 다시 그 질문을 듣는다면 똑같이
대답할 것 같다. "봄철의 곰만큼"
'데이트는 서울 시내만 주구장창 걸어다녔지'
그건 즐거웠다. 분명 그녀도 즐거워했다.
우리 둘다 시골에서 올라왔으니까.
'비오는 날에 백화점 옥상에 올라갔지'
일부러 우산도 안쓰고 그녀가 우산을 피려고
할 때 내가 막았다. 낭만적이지 않느냐고
설득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미안한 일투정이다.
다시 그녀와 만난다면 말해주고 싶다.
미안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