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씨!! 이게 대체 어떻게된 일이에요!?"
"미..안..."
"우선 치료부터 해드릴게요."
"킨은..괜찮은거야..?"
이령이 울먹이면서 물었다. 유은 고개를 끄덕이며 회복마법으로 킨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수들은 그걸 보고 가만히 있지 못하고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이령은 눈물을 닦고 무기를 들어 마수를 향해 달려갔다.
"가면 안돼요!!"
유은이 소리쳤지만 이령은 무시한채 달려갔다. 달려 나가는 걸 막아야만 했지만 킨을 치료중이라 달려 나가는 걸 붙잡을 수가 없었다.
"윤.. 일단 그 약 좀 줘"
"네!? 안돼요.."
"그럼 저 여자가 죽을 수도 있는데 가만히 있자는거야?"
"하지만.. 전..."
"무슨 말하려는지 다 알아. 괜찮을거니까 걱정 마."
유은을 진정 시킨 뒤 약을 받아서 먹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이 약은 고통 만 잠시 없애주는거라 나중에 몸에 무리가 오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까..."
"킨씨 이거.."
"이거 내 검이잖아. 언제 이걸.."
"기다릴게요.."
"걱정 마."
검을 건네 받은 뒤 나는 검을 들고 마수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 곳에 도착하고 보니 이령이 힘겹게 마수들의 공격을 막다가 쓰러져있었다. 마수는 쓰러진 이령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나는 달려가서 마수에 주먹에 올라타 주먹 끝 부터 팔 끝까지 달려가서 검으로 베었다. 그러자 마수는 크게 울부짖었고 그 틈을 타 마수에 몸을 밟고 높게 뛰어서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반으로 갈랐다. 힘겹게 한마리를 처리했지만 숨을 돌릴새 없이 마수들이 계속 달려왔다.
"이 상황이면 이령이 다칠텐데.."
일단 이령을 앉고 유은에게 달려갔다.
"령아 괜찮은거야?"
"괜찮아.."
"왜 그런 무모한짓을..."
"너도 했으면서.."
"윤 일단 치료해줘."
"네."
유은이 치료하는 동안 나는 검을 들고 마수를 향해 갔다. 마수들은 이미 마을에 거의 근접해 있어서 주위에 사람이 있는지 살폈다. 그러고는 손에 힘을 꽉 주고 검을 마수들을 향해 휘둘렀다. 엄청낭 바람과 함께 마수들이 전부 반토막이 났다.
"크헉.. 약이 효과가 좋긴 좋은데.. 지속시간이 너무 짧네.."
나는 겨우 검을 지탱하면서 서있었다.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한 상황이어서 모든 고통이 몰려왔다.
"킨씨...!"
유은이 치료를 마쳤는지 내게 달려왔다.
"킨씨 지금 병사들이 오고있어요. 금방 해결 해줄거에요."
"왜 이제야 오는거야..."
"아마 대처가 늦었던 것 같아요."
"윤 수고했어.."
나는 그 말을 남긴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으.."
눈을 떠보니 검을 잡고 있던 손은 어느새 이불을 잡고 있었고 주위있던 나무는 병실로 바뀌어 있었다.
"어떻게 된거지.."
"일어났어?"
일어나자 처음으로 본 사람은 이령도 아니고 유은도 아닌 큘리였다.
"부대장님이 여길 어떻게.."
"지금 반응을 보니 거의 다 나은것 같네."
"아까보다 확실히 좋아진것 같네요.."
배가 고픈것 빼곤 모든게 괜찮았다...
"제가 몇시간이나 쓰러져있었죠?"
"대략 4시간 정도일거야. 많이 늦었지만 사건은 잘 해결 됐어. 우리 부대의 이 사건의 최대의 공로자 그리고 이 사건의 최대의 피해자 덕분에 말이지."
"하하.. 제가 좀 꼴 사나웠죠..?"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라 칭찬이야."
사건이 잘 해결됬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아 그리고 아픈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부탁하나 해도될까?"
"저는 괜찮아요."
"실은 우리 대장님에 관한 부탁이야."
"노스티.. 가 아니고 대장님이요?"
실수로 부대장님 앞에서 대장님을 노스티아라고 부를뻔했다. 휴...
"조금 얘기가 길어질수도 있는데 괜찮아..?"
"조금.. 길어지는거면 괜찮아요."
큘리는 나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평소에 내가 생각지 못한 이야기라 다소 놀랐기도 했고 그간 차가워진 이나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었다.
"딱히 너에게 큰걸 바라는 건 아니고 지금 상황으로써는 내가 하는 말을 듣지 않으시거든.."
"부대장님 말도 안 듣는데 제 말을.."
"꽤나 친분이 있다고 들었어."
"네!? 친분이 있다고 하기엔.. 그리고 누가 그런말을.."
"그건 비밀이야. 아무튼 난 널 믿을게. 다른건 다 필요없고 네가 옆에만 있어줘. 부탁할게."
대장인 이나 얘기를 하면서 많이 봐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평소와 다른 따뜻한 부대장 큘리의 모습에 조금 의아했다. 큘리가 방을 나가고 얼마되지않아 방문을 세게 열고 이령과 유은이 들어왔다. 이령은 나에게로 달려와서 눈물을 글썽이다가 갑자기 정색하더니 나에게 잔소리를 했다...
"키이~~인!!!!!!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왜 그렇게 무리를 하는거야. 내가 네 선임인데 걱정을 끼치면 어쩌자는거야. 병사들이 와주어서 다행이지 안그랬으면...."
무려 10분동안 잔소리를 들었다. 걱정되서 하는 말인건 알겠지만 인간적으로 이건 너무 심하다...
"알았어~ 그보다 넌 괜찮은거야."
"응! 유은이 다 치료해줬다고~"
"킨씨 괜찮으신거죠?"
"응 덕분에 윤 고마워."
"고마워하실 필요까지는 없어요."
그렇게 퇴원을 하고 하루 업무를 끝마친뒤 집으로 향했다.
"윤 오늘은 먼저 집에 갈래?"
"갑자기 왜요?"
"급하게 할 일이 생각나서.."
"혹시 돈이 급해서 따로 일하시나요?"
"내가 그런 사람인줄 알아!?"
"네."
"맞아.. 나 그런 사람이야..."
"그럼 먼저 갈테니 일찍 오도록 하세요."
"그래! 걱정하지 말고 있어."
"하라고 해도 안할거에요."
"으.. 매정하긴.."
아까 큘리의 부탁이 떠올랐기에 이나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부탁 내용을 짧게 알려주자면 원래 이나는 대장을 임명받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장들에 비해 낮은 가문과 실력 때문에 병사들과 대장들에게 신뢰감이 없었다. 그래서 이나의 권위는 거의 밑바닥까지 실추되었다. 그걸 지켜 본 큘리는 가만둘수 없었기에 나에게 부탁을 한것이었다.
"으아.. 대체 나한테 이런 부담되는걸.. 원래 이런거 잘 못하는데.."
이나가 있는 장소는 큘리가 비밀이라며 알려주었기에 쉽게 이나를 찾았다. 그 장소는 집도 아니었고 왕국도 아닌 숲속에 한 곳이었다.
"길치라서 지도까지 그려달라고 했는데.. 잘 찾은것 같네.."
나무가 우거진 곳에 호수가 있었고 달빛이 잘 비쳐 한밤중에도 환한 곳이었다.
"오 이런곳도 있구나.."
"거기 누구야!!"
수풀 뒤에 있는 나를 보며 이나가 소리쳤다.
"뭐야.. 너구나.. 그보다 네가 이 곳에 왜 있는거야?"
"하.하.하 너.야.말.로.이.런.곳.에... 어.쩜.이.런.우.연.이.."
역시 연기는 나에게 무리다..
"뭐 됐어.. 여긴.. 내가 좋아하는 곳이거든.. 어렸을때부터 자주 오던 곳이야."
"아.. 그렇구나.."
갑자기 생각보다 차분한 말투로 얘기를 해서 조금 당황을 했다.
"너도 원래 이 곳을 알고 있었던거야..?"
"아니 그냥 산책하다가 우연히.."
달빛에 비친 이나의 얼굴이 날 보며 싱긋 웃고 있었지만 전혀 웃고 있는것 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런 이나의 모습은 측은해보였다.
"나.. 사실.. 큘리에게 네 얘기 들었어."
"뭐!?"
사실대로 말하는게 나와 더 어울리기에 그냥 큘리가 한 부탁을 털어놓았다.
"걔는 무슨 그런 부탁을.."
"그만큼 널 위하고 있는거라고..!"
"나도 알아.. 하지만 굳이 널 끌어들이다니.."
"...."
"아니.. 네가 싫다는 얘기는 아니야.."
당황하는 이나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왜 웃는거야.."
"그냥~"
이나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날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보다 오늘따라 달이 예쁘네."
하늘을 이렇게 쳐다보는 건 오랜만인것 같았다.
"달은 항상 예뻤거든!?"
"그런걸로 태클 걸지 말아줄래?"
그 순간 달빛에 비친 이나의 얼굴은 환화게 웃고 있었고 그 웃음은 아까와는 다르게 진짜라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난~ 우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대장을 그만 둘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걱정은 안해도 돼."
"하라고 해도 안할거거든!"
지금 집에 있는 누군가를 따라해보았다.
"그리고 큘리에게도 전해줘. 걱정해주어서 고맙다고 이제 걱정 끼치지 않게 하겠다고."
"그런건 네가 전해주지?"
"으.. 이런 건 나와 안맞아.."
"방금 그 대사 네가 한거거든!?"
"방금은 내가 아냐.. 나 아니라고.."
이나는 창피했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 전해는 줄게. 하지만 그 모습이 네 진짜 모습이란 건 잊지마."
"나 아니라니까.."
이제 충분히 큘리의 부탁한걸 충족 한 듯 했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람을 생각하면.. 아니 혼날 생각을 하면 빨리 가는게 옳은 선택인 것 같았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저기.."
"할 말 있으면 내일 해."
"지금이 아니면 말 할수 없을 것 같아."
"뭔데..?"
상당히 귀찮았지만 저렇게 얘기하니 안 듣을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미안해!! 이때까지 내 기분 때문에 함부로 대한거.."
"아~ 그거? 맘에 담아두고 있었던거야? 난 괜찮으니까. 신경쓰지마~"
"그래도 사과는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리고 오늘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 조금.."
"어..!? 어.."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나도 모르게 대답을 했다.
"아! 방금 한 말은 나 아니니까 잊어줘... 그럼 내일 봐.."
이나는 창피했는지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뛰어갔다. 나는 멍하게 뛰어가는 걸 쳐다보기만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이런 상황이었으면 그랬을 것이다. 분명..
"그보다.. 윤이랑 소영이에게 혼나겠네.."
나도 곧장 집으로 가려 했지만 왔던 것처럼 쉽게 갈 수가 없었다.
"길치 재발한건가.."
분명 길치가 병이 아닌건 나도 알고 있다.
"안녕?"
갑자기 누군가가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