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남다른 미남 구덕 씨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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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남자에게 반한 건가?
작성일 : 16-04-05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2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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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시.

 반납 받은 책 정리를 끝내고 늦은 점심으로 삼각 김밥에 매화차 한잔을 따라 마시고 잠시 졸음을 방치한다.

 아무도 안 오는 딱 이맘때 짧게 낮잠을 잔 후에는 다시 일을 하고 조금은 지친 몸으로 거리를 헤매다가 집으로 가야지. 그러다 ‘아! 오늘 자원봉사자 오는 날이지?’ 쳐지는 몸을 애써 추스른다.

 스피커를 작게 해서 음악을 틀어놓고 오늘 오기로 한 도자기 공예 자원봉사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오후에 두 시간을 채워 줄 자원봉사자가 감감무소식이다.

 ‘스케줄 펑크인가?’

 골치 아프게 됐다. 저번 달에도 오기로 한 자원봉사자들이 제때 오지 않아서 병원으로 컴플레인이 들어왔는데, 이번에 또 저번 달과 같은 사태가 일어난다면 병원장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는 것은 전보다 더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체 할 사람을 찾아서 연락 해야하나?

 평소였다면 적어도 삼십 분 이전에 도착 했을 텐데. 이번 자원봉사자는 일찍 연락도 주질 않는다.

 “대타로 자원봉사 해 줄 도자기 공예자는 또 어디서 구하냐. 지금 이 시간에…….차라리 펑크를 내려면 일찍 알려주기라도 하지.”

 “뭐 해요?”

 ‘어? 언제 들어왔지? 문 열린지 모르고 있었는데.’

 “왔어요?”

 “고민 많은 얼굴인데. 무슨 일 있어요?”

 “아……. 지금 자원봉사자가 안 와서요.”

 “펑크?”

 “네. 아마도, 그런 거겠죠?”

 난처함 일색인 표정이라 얼굴이 밉게 구겨졌을 텐데도 그는 보조개가 생길 정도로 힘껏 미소 지으며 날 응시한다.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남자는 내 물음에 제 손 위에 있던 책 두 권을 들어 보인다.

 “이거, 반납!”

 “이건 또 언제 빌리셨대.”

 “황휘 씨가 한창 바쁠 때쯤? 문 열어 놓고 가셨더라고.”

 “어…….”

 정말 내가 알고 있던 의사 모습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

 “책 읽을 시간 있으세요?”

 내가 이렇게 웃자 그는 알고 있지 않느냐는 듯이 설렁설렁 귀찮아하는 손짓을 하며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정규직 직원이 아니라서. 병원에 죽어라 메여 있을 사람은 아니거든요.”

 “아.”

 “이해가 가요?”

 그는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며 말하고 뒤돌아 길고 반듯한 손가락만큼 반듯하게 자신이 가져온 책을 세워 놓았다. 그리고 이어진 조용한 물음.

 “그거, 곤란한 것 같은데…….내가 도와줄까요?”

 “뭐를요?”

 “자원봉사자. 안 올 것 같은데.”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요.”

 시간은 어느새 한 시간 가까이 흘러 있었다.

 “기다릴 시간이 없어 보이는데.”

 “바쁘시지 않아요?”

 “이거, 이거. 사람을 못 믿으시네. 안 바쁘다니까.”

 “정말요?”

 “응. 지금은 안 바빠요.”

 “도와주세요.”

 남자의 말에 나는 민폐를 무릅쓰고 대답했다.

 “도와, 주세요.”

 “OK. 그럼 갑시다.”

 “예?”

 “5층에서 하는 거 아니에요?”

 남자가 싱긋 웃으며 밖으로 걸어 나간다.

 “어?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내가 시간이 남으면 쓸 데 없는 것까지 다 신경 쓰는 타입이거든요. 그러니까. 걱정 말아요. 다 잘 될 테니까.”

 그가 갑자기 자신의 팔을 둥둥 걷으며 말했다.

 “가실까요?”

 “아, 네.”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일이야.’

 

 5층 일반병동.

 그가 손장난을 하는 것처럼 그러면서도 섬세한 손놀림으로 작은 도자기를 조물조물 만들어내는 모습이 보인다.

 그의 손끝이 빠른 손놀림으로 만들며 설명하면 설명을 따라가는 사람들도 그의 말과 손짓을 유심히 지켜보며 움직임을 따라하는 것으로 평일 공예 자원봉사 활동이 무사히 끝나가고 있었다.

 한 시쯤에는 너무나 막막했었는데 세시가 가까워져 가는 지금은 오히려 안심이다. 자원 봉사를 하러 오는 사람은 제대로 활동하는 도예가도 아니라고 했고, 자원봉사자에게 그만한 퀄리티를 요구한다는 것도 몰염치이지 싶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는 자원봉사자에게서 기대한 실력보다 월등히 잘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덩달아 별 기대감 없이 신청 했었던 환자들의 얼굴에서도 화색이 감돈다.

 “이런 건, 언제 배우셨어요?”

 “원래 섬세한 일을 하는 사람은 굳이 배우지 않아도 잘하게 돼 있어요.”

 “어, 재수 없다.”

 “재수 없나?”

 시크하게 한 마디 내뱉고는 괜한 미안함에 말을 정정한다.

 “아녜요. 농담이었어요. 재수 없는 거 아니고 유능해 보여요.”

 “후후.”

 그가 잔을 만들다 말고 다른 한 손으로 조물조물 뭔가를 만들었다.

 “이거 뭐에요?”

 “복숭아.”

 “복숭아요?”

 ‘아무리 봐도 이거, 엉덩이 같은데.’

 남자가 흐뭇한 얼굴로 만들어 낸 복숭아를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노려보다가 입 밖으로 뱉어진 말.

 “아무리 봐도 이거, 엉덩이 같은데.”

 “에, 그래요?”

 갑자기 그가 부끄러워하다가 ‘푸, 하하’ 웃어버린다.

 “엉덩이 같으면 엉덩이라고 해요. 어차피 먹는 것도 아닌데.”

 “하…….하. 하”

 “너무 내 엉덩이 같은가?”

 그가 자신의 엉덩이를 쭉 빼며 엉덩이를 닮은 복숭아 공예품과 비교하다 순간적으로 절망적인 한숨을 내뱉는다.

 “졌어. 얘가 더 빵빵해.”

 남자의 말에 갑자기 찬물을 끼얹듯 조용했던 실내에 커다란 웃음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아하하하.”

 “선생님 엉덩이도 빵빵하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제 엉덩이도 물론 빵빵하죠. 하지만…….얘가 너무 드러내놓고 실팍하잖아요? 존심 상하게.”

 ‘아, 정말. 의사 같지 않다.’

 

 

 *****

 

 다시 옮겨 담기.

 

 이챠! 이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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