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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들과 사담을 나누며 도자기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던 그에게 자원봉사자들 중에서 막내 격에 해당하는 여자 한 명이 다가가 호감을 표한다.
보는 눈은 다들 비슷비슷하다고 어린 학생이 보기에도 그의 모습은 썩 훌륭해 보이나보다. 물론 나는 그를 다른 관점에서 보며 호감을 느끼고 있지만.
헌혈원에서는 분명 그다지 도드라지지 않아 보였던 그의 혈관은 지금 너무나 근사하고 생동감 있게 팔딱거리고 있었다.
마치 등 푸른 생선이 팔딱거리는 움직임처럼. 혹은 힘 좋은 장어 한 마리가 꾸물거리는 듯이. 팔뚝 근육과 함께 정적이지만 힘찬 꿈틀거림을 표현하고 있다.
‘아…….너무 멋지다.’
남자가 만들어내는 작고 예쁜 도자기 그릇에 감탄하는 환자들의 탄성은 음 소거 된 것처럼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채, 그저 그의 아름다운 혈관에만 온 신경이 가 닿는다.
남자의 입이 뭐라고 떠들고 있다.
오늘따라 유난히 붉게 보이는 입술.
아니, 아까 전 보다, 라고 해야 하나? 이것도 멋있다.
중간 중간 앉았다가 일어나며 팔뚝을 둥둥 걷고 슬쩍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그의 행동.
남자가 눈썹 한 쪽을 찡그렸다가 쓰고 있던 무테안경을 쓱, 끌어 올린다.
머리칼을 슬쩍 매만지다가 머리가 거슬렸던지, 옆에 환자가 들고 있던 빨래집게를 들어다 자신의 머리에 어설프게 집는다.
“아하하 하하!!”
또다시 터지는 웃음소리. 소리는 아직도 음 소거 상태지만 너무나 활기차고 즐거운 분위기만은 눈 안으로 깊이, 깊이 각인되어져 온다.
“좋다.”
남자의 눈썹이 또 한 번 찡그려졌다가 펴진다. 그리고 잇새로 그의 혀가 삐죽 끌어내려졌다가 그의 윗입술을 슬쩍 훑고 들어간다.
‘이젠 섹시하기까지.’
남자의 손등. 남자의 쇄골. 남자의 엉덩이. 남자의 혀끝. 입술. 동그란 눈매. 다 이젠 눈이 흡착하듯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별 볼일 없이 느꼈던 남자. 사실 어느 정도 호감이 있었다 해도 이렇게까지 좋을지 몰랐던 남자가 갑자기 너무 좋아 보인다.
너무 갑작스럽다.
“허업.”
“목 아파요?”
남자가 얼른 다가와서 자신이 들고 마시던 꽃잎 차를 내게 들려준다.
“아, 예.”
어색하게 남자의 손에서 컵을 들어 입가에 머금는다.
“그거, 선생님 마시던 컵인데요?”
“풋!”
까칠하게 지적하는 자원봉사자 학생의 말에 머금고 있던 찻물이 그의 드레스 셔츠 틈으로 흘러들어간다.
‘이젠 저런 것도 섹시해.’
남자의 보드라워 보이는 피부에 적당히 마른 쇄골 아래로 물방울이 에로틱하게 흘러내린다.
“사회복지사님?”
누군가 어깨를 흔든다.
“어, 어?”
“지금 사회복지사님. 봉사 활동 선생님 잡아먹을 것 같아요.”
“뭐라고……?”
“눈이.”
“무, 무슨. 아니거든?”
도자기 공예 시간이 끝나고 그가 도자기를 모두 모아서 옥상으로 올라가고 난 후, 어린 학생과 나만 남아서 서로를 어색하게 탐색한다.
“무슨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이래요?”
“뭐?”
“되게 이상하게 보잖아요. 사심으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어색하게 서로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학생은 그런 마음이 아니었던 건가? 도가 지나치다고 느껴질 만큼 여학생은 도전적으로 내게 항의하고 있다.
“저, 이봐. 내가 이런 일로 추궁 당할 입장은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난 사심으로 그 분을 쳐다본 게 아니라…….”
“아니면요?”
“사심이 아니라…….”
“응?”
“사심은 아니고…….”
사심이 아니라고 말을 제대로 끝맺을 수가 없다. 이놈의 솔직한 성격. 어쩌면 좋지? 너무 찔린다. 아무리 감정이 갑자기 가슴을 후려치고 들어왔다고 해도 이 상황에서는 거짓으로라도 아니라고 반박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애써도 반박할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입 안에서 맴도는 말은 ‘그 남자. 너무 멋있더라. 그치?’ 하는 동조의 말 뿐.
‘아이구야. 너, 진짜 구차하다.’
너무 난처해서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데 어느 틈에 가까이 다가 온 간호사 선생님들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본다.
‘이분들은 왜 또 여기 와서 날 곤란하게 하나.’
“저기, 선생님들? 일 안 보세요?”
손 부채질을 하며 눈치를 줘도 모두들 내 말을 들어야겠다는 듯 눈을 빛내고만 있다.
“......”
무언의 눈빛.
말 해봐요, 어서. 그 선생님 정말 잡아먹고 싶은 거였어요?
정말 그 분 그렇게 좋아해요?
그렇게 눈으로 말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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