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남다른 미남 구덕 씨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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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동류를 알아보는 법
작성일 : 16-04-07     조회 : 353     추천 : 0     분량 :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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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로 가는 거예요?”

 “내 집.”

 “예?”

 “집에 가자고.”

 삐-빅-

 남자는 알 수 없는 한마디 말만을 남기고 정차 해 있던 차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 뒤엔 무심한 얼굴로 고개를 까딱였다.

 “타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태도에 난 뒤편에 있던 택시 쪽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그러나 잠시 후.

 “거, 참. 말 더럽게 안 듣네.”

 “아악~!”

 어느 틈엔가 걸어 나온 그에게 들려서 차 안으로 밀어 넣어졌다.

 “두 번 말 하게 만드는 사람 싫은데……. 내가 관심 있는 여자가 이러니 뭐라 할 말이 없군요.”

 관심 있는 여자라면서 왜 이렇게 막무가내신지.

 나는 그에게서 삐딱하게 돌아서 창가에 턱을 괴었다.

 “바깥에 운전자들에게 못생긴 얼굴 광고할 일 있습니까?”

 “예?!”

 남자의 말에 빽 소리를 내며 되물었지만 그는 또 싱글싱글 웃으며 귀엽다는 듯 볼을 자분자분 만졌다.

 ‘이 남자. 남의 볼을 막 맘대로 만지고 난리야.’

 “납치해서 이상한 일 하려는 거 아니니까. 너무 긴장하고 그러지 말아요. 그렇게 겁먹은 얼굴로 경계하면 내가 미친 변태살인마처럼 느껴지잖아.”

 ‘그러게 누가 막무가내로 끌고 가랬느냐고.’

 까칠하게 그를 노려보자 그는 또 호탕하게 웃으며 이번엔 귓불을 손으로 툭툭 건드린다.

 “아, 하지 말아요.”

 “귀엽기는.”

 “내 귀거든요? 왜 자꾸 만지고 난리…….”

 “스물아홉 살 맞아요?”

 그가 뜬금없이 묻는다.

 ‘왜? 당신도 내가 서른 가까워졌다고 얼른 똥차 치우듯 치워 버릴 생각이신가?’

 나는 특히 민감해져서 그에게 꽥- 소리를 쳐 버렸다.

 “내가 알아서 할 거거든요?”

 “알아서 안 해도 되는데.”

 뇌쇄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그가 자신을 향해 손끝을 돌린다.

 ‘뭐라는 거야.’

 “당신은 허락만 하면 꽤 준수한 애인 한 명을 힘 하나 안 들이고 가질 수 있으니까.”

 “예? 과장님…….”

 “그래요. 나.”

 그가 다시 내 귀를 스치듯 만지며 말했다.

 “난 꽤, 괜찮은 연인이거든. 여러 방면에서. 그건 확실히 보증 할 수 있어요.”

 “…….”

 “사람에게도 공인인증 마크 같은 게 있다면 참 좋을 거야. 있다면 상처 받지 않고도 자신과 꼭 맞는 연인을 맞이할 수 있을 텐데. 안 그래요?”

 그는 묻고 있었지만 질문이 아니라 자신에게 말하고 스스로 답하는 것과 다름없어 보였다. 그래서 난 굳이 그의 그런 질문에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질문의 답을

 알고 있을 테니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연애를 한다는 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너무나 불공평한 일이라고 느껴요. 결국엔 이렇게 뻔히 눈앞에 나타나 내 것임을 알게 하는데, 그동안 만나지지 않았단 이유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 했으니까.”

 그리고 그는 자꾸만 우리가 만나야 했던 인연임에도 만나지지 않았기에 아쉬웠노라 말하고 있었다. 대체 언제? 뭐 때문에 우리가 만나져야 했던 인연이라는 건지.

 나는 헛소리로 치부해 버릴 수밖에 없는 그의 아리송한 말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운전 중인 그의 희고 단단한 팔뚝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가늘고 흰 팔. 손등과 팔목을 가로지르는 두꺼운 혈관이 사정없이 꿈틀거린다. 힘 있게 용트림 하는 이무기의 그것과 같이, 그 혈맥은 진한 녹색을 띠고 눈앞에 사정없이 아른거렸다.

 ‘아…….핥고 싶다.’

 말로 내뱉어지면 단숨에 변녀로 등극할 말을 생각하다 말고 고개를 창가 쪽으로 다시 돌렸다.

 ‘안 되지. 안 돼! 정신 줄 단단히 챙기자.’

 아무래도 사람 구경을 너무 못 한 후유증으로 금단현상이 일어난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직장 상사의 팔뚝을 보고 핥고 싶다는 무모한 생각을 할 리가 없는 것이다.

 “어딜 그렇게 봐요?”

 그러나 음흉한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애썼던 종전의 노력은 그의 빙글거리는 말에 더없이 초라해져 버렸다.

 “팔뚝?”

 “예?”

 “내 팔뚝이 너무 탐나는 것처럼 보는데.”

 “…….”

 “잠깐만 기다려요. 뭘 하고 싶어 하던 목적지에 다다르면 다 하게 해 줄 테니까.”

 그가 음흉하게 방글거리며 말한다.

 ‘이, 이사람 설마 다 알고?!’

 “예?”

 “그렇게 경계 할 필요 없다니까. 다 이해해요. 다 이해해.”

 ‘아니, 그러니까. 뭘?!’

 “당신은 괜한 노력을 쏟을 필요가 없어요. 어차피 나한테 올 건데 다른 사람에게 마음 쓰느라 만족도 못하고 지쳐 나가떨어지면, 결국 다치고 속상해지는 건 당신이거든. 그러니까.

 이대로 당신은 가만있기만 하면 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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