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올 거라고 약속했던 그는 일주일이 넘어가도록 오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일을 하지 않는 나는 참을 수 없이 무료하고 심심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이럴 거라면 대체 나보고 왜 입원 해 있으라고 한 거야?”
감동, 실망, 감동, 실망.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의 전환.
그는 어쩐지 밀당을 하는 것처럼 내게 두 가지 감정을 연달아 느끼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것이 그의 의도는 아닐지라도, 분명한 것은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따분함과
당혹감이라는 것이다.
그가 병실에 오지 않는 대신에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인물들은 병실 문이 닫히지 않을
정도로 자주 방문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직장에 입원하게 된 탓에 겪게 되는 수난이었다.
“진짜로 입원 했네?”
“체했다고 이사장님이 입원까지 시킨 거야? 자기, 엄청 사랑 받고 있구나.”
“체한 것 가지고 유난은.”
“이건 유난이 아니고 애인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는다고 하는 거야. 자긴 이런 것도 몰라? 애송이 같이.”
‘피곤해.’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몹시 한가하고 심심했음에도 달갑지 않은 인물들의 방문엔 여지없이 급격한 피로감이 밀려온다.
“원무과는 일 없어요? 요즘 왜 이렇게 자주 오죠?”
나도 모르게 까칠한 말투로 쏘아붙이고 말았다. 그러자 서운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하는 원무과 직원들.
“자긴 걱정 돼서 온 사람한테 그런 식으로밖에 말 못하니? 아무리 아파도 그렇지.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까칠할 수가 있어?”
여기서 뭐라고 또 쏘아붙이면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처럼 보이는 원무과 영희 씨의 표정에
나도 모르게 약해졌다.
“아, 미안해요.”
“그렇지? 휘가 그렇게 까칠할 리가 없잖아.”
사과를 받았다고 또 금세 풀어져 버리는 영희 씨.
‘역시 단순하다니까.’
그러나 단순한 영희 씨 덕분에 사과를 한 번으로 끝낸 것과는 별개로 피로감에 풀어졌던 위통이 다시 도지는 것 같다.
“……스트레스 받으면 위가 또 뭉친다고 하던데.”
“그래?”
언제 들은 건지 영희 씨가 스리슬쩍 다가와 윗배를 손으로 꾹꾹 누른다.
“여기야?”
“아니, 거기 아니고요.”
“여기?”
“으, 거긴 가슴……이잖아요!”
“호호, 그래? 난 또. 뭉쳐서 그렇게 튀어나온 건지 알았지. 누가 가슴인지 알았나?”
작게 내뱉은 말을 기어이 확성기 틀어놓듯이 크게 말하며 놀리는 영희 씨.
“영희 씨…….”
“아, 미안. 내가 목소리가 좀 크지?”
“예. 좀!”
피곤하다. 아주 피곤하다. 지금 이 사람들이 가고 나면 이번엔 간호사실 직원들 아니면 전체 층의 사회복지사들이 떼로 또 몰려들 텐데……. 그땐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병원 옮기고 싶다.’
직장에 입원하는 것은 입원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뼛속 깊이 체감한다.
‘피곤해. 쉴 수가 없어. 도망갈까?’
그가 가끔 들른다고 하며 병실에 얌전히 입원 해 있으라곤 했지만 버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내가 사람을 관찰하는 게 아니라 관찰의 대상이 된다는 불편함이 임계점에 다다라 사정없이 아우성을 치기 때문이었다.
‘도망가자!’
나는 동물원 원숭이처럼 사람들의 시선에 내몰려 있는 이 병원을 빠져나가기로 작정했다.
곧,
이들이 이 방을 나서면 행동에 나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