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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미남 구덕 씨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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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음흉한 그놈은 색이 짙다.
작성일 : 16-08-04     조회 : 801     추천 : 0     분량 :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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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동생이라 말해주지 않아도 그의 동생이란 건 부정할 수 없을 터였다.

 분위기도 분위기였지만 그동안 스치듯 보았던 드라마에서 각인 된 남자의 이미지와

 외모의 특징은 혈연이 아니고서는 쉽게 납득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서른도 한참 넘은 남자가 장난스럽게 웃을 때마다 눈 밑에 애교 살이 도톰하게 접히고

 눈 밑과 코끝에 각각 유심히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든 점이 있다는 것.

 오른손잡이에 길쭉한 손가락을 갖고 있으면서도 관심 분야가 아닌 사소한 일에는

 손놀림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라던가.

 율무차를 희석 시킨 것처럼 희고 뽀야면서도 매끈한 털의 노랑 병아리를 연상시키는

 피부.

 마른 주제에 톡 불거져 있는 팔뚝의 핏줄.

 얇고 고집스러워 보이는 입술이 유독 붉은 점.

 점잖은 정장보다 캐주얼을 즐겨 입는다.

 특히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10~20대 젊은 층이 잘 입는다는 영 캐주얼을 고수하는

 고집스러운 면모까지도 판에 박은 듯이 닮아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가 이제는 그때처럼 장난스러운 소년의 면모를 많이 죽이고 점잖은 의사이자 이사장의 면모를 겉껍질에 씌우려 애쓰는 것이었고,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남자는 그와 반대로 어려 보이려 애쓴다는 사실이었다.

 둘이 함께 서 있다면 과거의 남구덕과 현재의 남구덕이 동시에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신경 쓰이고 불쾌해졌다.

 결코 좋은 의도로 그를 따라하는 것 같지 않았던 남자의 행동.

 그는 쉽게 알아채지 못하지만 나는 민감하게 눈치 채고 있었다.

 내가 병원에서 동물원 원숭이 취급을 당하게 된 것도 사실상 오해를 불러일으킨 남자의 말 때문이었다.

 애인이죠?

 쓰러지면서 들었던 남자의 낮은 목소리에 그는 깊게 울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보여?

 네. 아주 기분 좋아 보여요.

 그쯤에서 끝났다면 스무스하게 끝났을 일이었음에도 남자는 나를 마치 짐짝처럼 들고서 그에게 도전을 걸어 온 것이었다.

 형을 즐겁게 하는 이 여자의 매력이 뭔지, 내가 좀 알아봐도 될까요? 흥미가 동하는데······.

 경악한 듯 숨을 들이키는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극적인 상봉을 하게 된 형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악녀 이미지로 알려져 버렸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체해서 쓰러진 것과 남자에게 짐짝처럼 들려서 비어 있는 병실에 던져진 것뿐이었다.

 기절 한 이후에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 싸우게 됐는지는 알 수 없었고, 유명 배우의 장난스러운 선전포고로 병원에 입원 해 있으면서 달갑지 않은 사람들의 방문을 감수해야만 했다.

 사람들은 내게서 무슨 말이라도 듣기를 바랐지만 난 말해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는 거라곤 그 날 이후로 그가 완전히 나를 피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뿐이고,

 지금은 이렇게 원치 않는 상대와 앉아 있는 고역을 치러야 했으니까.

 “갈 거예요.”

 “지금? 조금 더 기다려요. 내가 데려다 줄게.”

 남자가 자꾸만 칭얼거린다.

 이 남자. 그와는 한 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어리광이 심하다.

 그는 어리광을 부리는 듯 보여도 어리고 미성숙하다는 느낌이나 불쾌함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같은 얼굴임에도 남자의 모습에서는 음흉스러움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놔요.”

 “헌혈 하고 갈래요?”

 남자가 뜬금없이 묻는다.

 “내가 왜······!”

 당신 옆에서 헌혈을 해야 하느냐고. 그와의 추억이 서린 헌혈원에서 내가 왜 당신과 나란히 누워 있어야 하는 거냐고 따져 물으려던 난 헌혈원 안으로 들어오는 그의 모습에 입을 닫고 말았다.

 땀이 흥건히 젖어버린 채 새하얗게 질려버린 그의 얼굴.

 ‘역시, 와 줬구나.’

 그가 왔다는 사실에 안심하며 걸어가려 했다.

 그러나 잠시 후,

 나는 남자의 손에 팔목을 잡힌 채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가 없었다.

 “놔요! 안 놔요?”

 나는 남자에게 작게 으름장을 놓았지만 남자는 그럴수록 손의 악력을 더 키웠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그가 냉랭한 말투로 물었다.

 ‘뭔가 있는 거지, 이거?’

 나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두 사람을 힐끔거렸다.

 ‘이거, 아까 그 여배우랑 같은 상황이잖아.’

 괜히 실소가 터져 나온다.

 “하!”

 먹이를 사이에 두고 싸우는 맹수들의 모습처럼 팽팽한 기운이 헌혈원 전체를 감돌았다.

 “불만은 나와 풀어야지.”

 “불만은 네게만 있는 게 아니야.”

 그가 이죽거리자 뒤이어 남자의 목소리가 소름끼치도록 낮은 울림으로 귓가를 잠식했다.

 남자는 차갑게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동조자나 마루타나, 결국 결과를 이렇게 만드는 데 기여한 사람이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말들이 오고갔다.

 ‘동조자? 마루타? 그게 무슨 뜻이지?’

 “닥쳐!”

 그가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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