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남다른 미남 구덕 씨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3.28
  첫회보기
 
17. 치명적으로 유혹하는 남자
작성일 : 16-04-21     조회 : 348     추천 : 0     분량 : 2807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한약을 내리는 남자, 혹은 늑대. 커피 내리며 매력을 어필하는 남자는 여러 매체에서 두루두루 봤어도 보약 내리며 매력을 어필하려 애쓰는 남자는 처음이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어떤 매체에 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나는 처음인 일.

 그가 햇살 같이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날 돌아다보면 난 어색하게 코끝을 긁으며 탕약조제실을 둘러보기만 한다.

 보통은 1층이나 지하에 위치한 곳과 다르게 그의 조제실은 병원의 가장 위층에 자리 해 있다.

 원래 이렇게 되어 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며칠 사이에 그가 조제실을 위층으로 옮겨 달라고 한 건지도 모른다. 병원장이 이곳으로 옮기라고 했을 리는 없을 테니……. 그가 원하는 장소에 자리를 배치 할 정도의 힘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병원은 기존에 배치 돼 있던 장소를 옮기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병원에 내원 한 사람들이 본래 있던 곳을 헤매지 않고 찾도록 하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이 집단 자체가 보수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자신에게 불편하지 않다면 어지간한 변화는 원치 않는다.

 이것이 이 병원만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다녀 본 몇 안 되는 직장 중 대부분이 보수적인 성격을 띠고 있던 것만은 사실이다.

 어쨌든 난 지금 그가 7층 옥상에 비치 해 놓은 조제실이 썩 마음에 들었다.

 한약 달이는 냄새가 커다란 창문 틈으로 흘러 나가면 병원 곳곳으로 은은한 한약의 잔향이 흘러나갈 것이라는 것은 밖에 나가지 않아도 쉬이 알 수 있다.

 이미 며칠간 주변을 감도는 씁쓰름하고 진한 한약 냄새를 맡으며 지냈으니.

 커다란 창틀 가까운 곳에 한약 기기가 비치되어 있어서 그가 한약을 집어넣을 때마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그의 검은 곱슬머리가 살짝 살짝 흩날리고, 바로 내리쬐는 햇볕에 그의 머리카락과 얼굴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것만 같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러는 건가?’

 그가 이곳에 데려 온 목적 중에 하나가 매력 어필을 위해서라는 것은 확실히 알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건강과 직결되는 것들은 언제나 내게 유혹으로 자리했기에, 분명히 그가 내게서 그 뭔가를 느낀 거라면 이런 부분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약았어.”

 “응?”

 “아니에요.”

 “조금만 기다려. 손수 달이는 게 아니라서 조금 시간이 단축되긴 하지만 그래도 달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

 “난 괜찮아요. 근데……. 이렇게 자릴 비우고 있어도 되는 거예요?”

 “괜찮아. 어차피 이걸 달이는 것도 일에 포함 되는 거니까.”

 “그래도……. 아, 맞다! 탕약 달이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았어요? 전엔 따로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만 뒀어.”

 그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예? 왜요?”

 “약제를 빼돌려서.”

 그의 미간이 불만스럽게 씰룩거린다.

 “아! 어, 얼마나요?”

 “골고루 많이?”

 그가 생각하기 싫다는 듯이 진저리를 치는 모습에 난 그가 이런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완벽주의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긴. 자기 영역에 들어 있는 물건을 야금야금 훔쳐 가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 당연히 싫겠지. 하지만……. 그 아주머니. 연세도 많아 보이시던데 괜찮으실까?’

 “도둑질 한 사람을 걱정 하는 거야?”

 그가 내 표정이 어두운 것을 확인하고 묻는 말에 난 짐짓 발랄한 말투로 대답했다.

 “내가요? 도둑질 한 사람은 응당 벌을 받아야죠. 어쨌든 죄인데. 그래도요. 매일 오며 가며 봤던 병원 식구잖아요. 게다가 전 그 분이랑 대화도 꽤 많이 나눴다고요.”

 ‘사회복지 업무에 포함 된 일 때문이었지만.’

 “그래?”

 “네. 그냥 마구잡이로 자르기엔…….그, 사정이 안 좋으신 분이셨어요. 그러니까.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요.”

 ‘분명히 몸이 안 좋다던 남편 때문이었을 거야.’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미약하지만 그를 원망하고 있었다.

 어째서 무작정 그분을 잘랐느냐고 소리 치고 싶은 기분도 들었다.

 아픈 가족이 있는데 도와 줄 사람이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 현실에 처해 있는지 안다면 그렇게 야박하게 굴 순 없는 거라고 울며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오지랖일 뿐이겠지. 그 아주머니도 바라지 않으실 테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안타까움에 그에게 들었던 호감이 일부분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왜 갑자기 조용해졌지?”

 “차라리 감봉을 하지 그러셨어요.”

 결국 불퉁한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만다.

 “감봉?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어려우신 분이시니까.”

 “감봉한다고 도둑질 한 사람이 반성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어.”

 “그래도…….”

 “감봉하면 들키지 않으려고 갖은 수를 다 쓰면서 더 심한 도둑질도 서슴없이 할지 모르는데, 그래도 내가 감봉만으로 끝냈어야 한다는 건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그거 참, 자비로운 생각이로군. 하지만 난 자선 사업가가 아니야. 병원은 더더욱 그런 걸 용인할 만큼 녹록치 않은 곳이고.”

 “……그건 그렇죠.”

 “그 사람이 어떤 사정을 갖고 있든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어. 그럴 생각도 없고.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아량은 그런 사람을 신속하게 내쫓고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는 것뿐이야. 내가 어쩔 수 있는 일도 아니니까.”

 나는 그의 말에 더 이상 반박 할 수 없었다.

 ‘하긴……. 신고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아량을 베푼 것일 수도 있겠네.’

 더 따질 수 없는 것을 마음으로 납득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속상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아무래도 시간을 내서 아주머니 댁에 한 번 들러봐야 할 것 같다. 그러지 않고는 마음이 편치 않을 테니까.

  ***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49 49.위험. (4) 8/29 1210 2
48 48. 위험. 8/26 906 0
47 47. 위험. 8/19 1160 0
46 46. 그의 마음. 8/18 1220 0
45 45. 가족모임. 8/16 1230 0
44 44. 가족모임. 8/13 1079 0
43 43. 해괴한 진실. 8/12 969 0
42 42. 해괴한 진실. 8/12 1147 0
41 41. 해괴한 진실. 8/11 1257 0
40 40. 음흉한 그놈은 색이 짙다. 8/10 1143 0
39 39. 음흉한 그놈은 색이 짙다. 8/10 1060 0
38 38. 음흉한 그놈은 색이 짙다. 8/10 1063 0
37 37. 음흉한 그놈은 색이 짙다. 8/5 1152 0
36 36. 음흉한 그놈은 색이 짙다. 8/4 942 0
35 35.뀨뀨꺄꺄-! 동물원의 원숭이. 8/3 902 0
34 34. 뀨뀨꺄꺄-! 동물원의 원숭이 8/2 1109 0
33 33. 안심 7/31 1137 0
32 32. 안심 7/30 1180 0
31 31. 믿음, 불신. 그리고 섭섭함. 7/29 1011 0
30 30. 믿음, 불신. 그리고 섭섭함 7/29 993 0
29 29. 그의 변신 5/4 1120 0
28 28. 그의 변신 5/4 1015 0
27 27. 그가 왔다. 4/29 1272 0
26 26. 그가 왔다. 4/29 1056 0
25 25. 변화무쌍한 그 4/27 1161 0
24 24. 변화무쌍한 그 4/26 1126 0
23 23. 변화무쌍한 그 4/26 1091 0
22 22. 실망 4/25 1131 0
21 21. 실망 4/24 1206 0
20 20.실망 4/24 985 0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