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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미남 구덕 씨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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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위험.
작성일 : 16-08-19     조회 : 1,024     추천 : 0     분량 : 2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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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금만 더 기다리지.”

 “누구 찾는 사람이라도 있는 건가?”

 “아, 아닙니다.”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조카도 오지 않는다.

 ‘일이 틀어지기라도 한 건가?’

 불안하다.

 “잠깐만. 전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그래? 알았네.”

 전화를 거는 척 하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홀 밖으로까지 나갔다 들어왔지만 그녀는 완벽하게 어디론가 숨어버린 후였다.

 [지금 어디쯤에 와 있냐?]

 조카에게 문자를 보낸 지 1시간 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눈 것도 두 시간이 넘었다.

 “뭘 하고 있기에 굼벵이처럼 구는 거야…….”

 삐비비빅-

 [다 와 가냐?]

 째깍째깍째깍째깍.

 사실상 들리지도 않을 시계초침이 귓전을 파고들며 시간을 재촉했다.

 그 녀석이 오지 않으면 모든 일이 꼬여버려.

 분명 믿는다. 믿을만한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여태껏 많은 일을 도모해 왔던 것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오늘따라 녀석이 이렇게 늦는 것일까.

 한 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또 한 번,

 [왜 안 오냐? 혹시……. 방법을 찾지 못한 거야?]

 또 다시 한 번,

 [벌써 세 시간이 가까워 오는데, 대체 어쩌려고 이러는 거냐. 너 지금 어디야?]

 나중엔 기다리지도 않고 연달아 문자를 보냈다.

 [다 와 가지?]

 [어디까지 왔느냐니까?]

 [지금 오고 있는 거 맞아?]

 [무슨 일이야. 말 해!]

 [지금 일이 꼬이고 있는 거지. 그렇지?]

 [혹시 너……. 누구에게 납치당한 거니? 그래?]

 ‘납치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같이 다니는 경호원이 몇인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어이없는 문자를 늘어놨다. 또 몇 개의 문자에서는

 [아직 출발하지 못한 거야? 실험이 실패했어?]

 [실패야?]

 [어쨌든 일단 와. 와서…….설명 해. 네게 보여 줄 사람도 있어.]

 간절하게 문자를 보내고 또 보내봤지만 끝내 조카의 문자를 받을 수 없었다.

 시간은 벌써 30분이 지나 있었다.

 더는 지체 할 수 없는 시간.

 결국엔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가능성을 생각 해야만 했다.

 [배신한 거냐? 아니면…….배신하고 싶은 거야?]

 ‘그것도 아니라면 애초부터 나를 도우려는 마음이 아니었냐?’

 “제길!”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

 “어디로……가야 하지?”

 한동안 재발하지 않았던 가슴의 통증이 재발해 버렸다.

 “으윽.”

 ‘숨을 만한 곳이 필요해.’

 물처럼 흘러내리는 땀이 눈 속으로 밀려들어오고 점점 더 가슴의 통증이 심해질 무렵,

 어디선가 낮은 목소리로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긴가?’

 호텔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야외 테라스.

 막혀있는 테라스의 틈 사이로 작은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저 곳에 누가……. 혹시?”

 랄랄라라-라라라- 흐흠--

 “거기 누구야?”

 랄랄라라-라라라- 흐흠--

 “누구냐니까? 헉-!”

 라랄라라라라-랄라-라랄라라- 으으음- 음음- 으으음-

 “황…….휘?”

 낮은 허밍이 잠시감깐 멈출 때마다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통, 통, 통, 규칙적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천천히 다가갔다. 만약에 그녀가 저 곳에 있는 거라면 지금은 조금이라도 빨리 그녀와 함께 호텔을 빠져나가야 한다. 최대한 멀리.

 “황휘. 맞아?”

 “응?”

 “맞느냐고.”

 “구덕 씨?”

 “어. 나야.”

 “구덕 씨. 다 끝났어요? 그럼…….헉!”

 “얼른, 가자.”

 “왜……. 왜, 이래요?”

 “아파.”

 “대체 어디가…….”

 “묻지 말고, 얼른. 가자.”

 “아, 알았어요. 가요.”

 “힘이 안 나.”

 “부축 해 줄게요. 땀도 많이 나고…….괜찮아요? 버틸 수 있겠어요?”

 “아니.”

 “정말 많이 아픈가보네.”

 그녀가 뭔가를 물어보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말들은 더 이상 알아들을 수 없었다.

  ***

 나는 그가 정신이 없는 틈에 하나씩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일은 다 끝낸 거예요?”

 “응. 얼추 끝냈어.”

 “사람들은요?”

 “갔겠지.”

 “이번에 가족들이 모이는 행사엔 왜 온 거예요?”

 “새 항생제를 받으려고 왔어.”

 “새 항생제라니요? 지금 쓰는 게 안 맞아요?”

 “응. 부작용이 생겼어.”

 힘겨운 듯 쐐-액-쐐액 숨을 내뱉으며 가슴을 움켜쥐는 것을 보니 아파도 보통 아픈 게 아닌가보다.

 그의 얼굴을 보니 입가는 이미 푸르다 못해 새카맣게 입술 색이 죽어있다.

 ‘이거 위험한데?’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 집으로 가.”

 “그래도…….”

 “약이 없으면 안 돼. 병원에선 고칠 수도 없는 병이야.”

 절망적으로 말하며 그가 주먹으로 가슴을 ‘쿵쿵’ 짓찧는다.

 “조금만 참아요.”

 이럴 줄 알았다면 좀 안하무인 같아보일지라도 그를 끌고 나올 걸 그랬다.

 이렇게 아픈 사람인 걸 모르고 내 기분만 생각 했다니.

 너무 후회가 된다.

 잠시 후.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반년도 하지 못하고 던져 버려야 했던 장롱면허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나갔고, 도로에 빨간 불이 켜질 때마다 쉴 새 없이 그에게 말을 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많이 못 참겠으면……. 가슴 때리지 말고 이걸 물어요.”

 “뭐야…….이게.”

 “이 갈이 방지. 마우스피스. 물어요.”

 “누구 건데.”

 “제 거요.”

 “쓰던 거?”

 “네.”

 “안 해.”

 “안 한다고요?”

 “응. 안 해!”

 “왜요?”

 “쓰던 거잖아.”

 차를 모는 와중에도 기절하지 않도록 말을 걸었지만 그의 대답 하나 하나가 우습고 귀여워서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갔다.

 “더러워요?”

 “그건 아니…….응.”

 “애인이 물고 있었던 건데도? 그럼, 나랑 키스도 못하겠네?”

 “그거랑, 이거랑, 같나?”

 “같지 않으면?”

 “이건……. 고무잖아.”

 그는 신경질적인 대답을 늘어놓고는 끝내 기절해버렸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5분이 더 지났을 무렵,

 그의 집 정문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다 왔어요. 이제 안심해도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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