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남다른 미남 구덕 씨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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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위험.
작성일 : 16-08-29     조회 : 1,012     추천 : 2     분량 : 3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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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뭐하는 거예요? 흑-!”

 악 소리도 내기 전에 그의 팔에 이끌려 침대로 나가떨어졌다. 그 뒤로는 쉴 새 없이 살점을 깨무는 그의 잇새에 뜯기며 고통을 견뎌야 했다.

 거세게 팔을 움켜쥔 그의 팔 근육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 흐르던 거품과 타액은 서서히 말라갔지만 그가 거세게 깨물 때마다 내 잇새로 퍼져나가는 고통의 신음은 더욱 더 지독해져만 간다.

 그의 눈은 사람의 눈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핏발이 서 있었고 인간의 행동이라고 볼 수 없는 잔인한 행동의 연속이었다.

 아무리 비명을 삼키며 발버둥을 쳐봐도 단단한 그의 몸에 파묻힌 몸은 빠져나갈 수조차 없다.

 “싫어······.그만!”

 “도망가라고 했잖아.”

 투두둑.

 그가 운다.

 험악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쉬지 않고 몸 여기저기에 핏방울이 맺힐 만큼 거세게 깨물면서도

 자신이 더 아프다는 듯이 울고 있었다.

 아픈 건 난데.

 고통 받는 것은 그가 아니라 분명 나인데.

 어째서 그가 더 견딜 수 없다는 듯 고통스럽게 울 수가 있는 걸까.

 나는 고통 가운데에서도 그의 표정이 신경 쓰였다.

 “왜 그래요? 아, 흐!”

 “아프지?”

 깨물면서 묻는다.

 “많이 아프지?”

 점점 더 세게 깨물어대며 묻는다. 점점 더 거칠어지는 숨을 얼굴에 흩뿌리며 더욱 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왜 그런 표정으로 말해? 왜 그런 말을 해? 하나마나 한 이야기. 아픈 게 안 보여? 보면서도 몰라?’

 원망과 안타까움이 범벅으로 뒤섞여서 어떤 감정이 우위를 차지하는지 구분 지을 수 없다.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이 깨무는 그의 행동에 찢겨진 옷가지 속에 보이는 살갗은 울긋불긋 징그럽게 부풀어 올라서 핏방울이 찐득하게 고여 있건만, 그럼에도 그의 고통스러운 표정에 고통을 억지로 견디며 그를 걱정한다.

 왜?

 지금 내가 아픈데 난 왜 이 사람을 걱정하는 거지?

 왜? 왜 그래야만 해?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아픈데······. 너무 아프고 괴로워 보이는 그의 표정에 화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다.

 아주 오랫동안 쉬지 않고 깨물렸다고 느낄 때쯤,

 그가 힘없는 말투로 웅얼거렸다.

 “내가 도망가라고 그렇게 애원했는데도 안 듣더니······.결국 이렇게 되어버렸잖아.”

 그가 힘없이 고개를 숙인다.

 “이딴 부작용. 혼자 어떻게든 하게끔 내버려두지. 그냥 방에 내팽개쳐두고 가면 어떻게든 되는 거였다고.”

 ‘이게, 부작용?’

 그는 자신이 사람을 사정없이 깨물어야 하는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게 부작용이라고요?”

 “응.”

 “깨무는 게?”

 “아무나 깨무는 건 아니야. 항생물질을 갖고 있는 여자만 깨무니까.”

 “.....”

 ‘나?’

 내가 그를 당혹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격렬한 고통을 느껴야만 나오는 체액이야. 나를 치유할 수 있는 항생물질이라는 건. 한두 번으로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두 번씩 지속적으로 깨물어야 하는 거거든.”

 “얼마나……?”

 “평생.”

 “그럼 고통이 없어져요?”

 “평생 가는 고통이기 때문에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니야. 그저.... 평생 그 사람이 깨물려 준다면, 고통이 많이 감소되고 꽤 오래 평범하게 살아갈 수도 있다.”

 “상대방이 깨물려야 한다고요?”

 “그래.”

 그는 심장의 고통을 약화시키고 최대한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물질을 만들어 낸 것까지는 좋았는데, 거기엔 아주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고 했다.

 상대방을 아주 아프게 깨물어야만 몸에서 생성되는 물질이고, 그 물질과 함께 또 다른 물질도 나와야만 한다는 것.

 그게 뭔데요?

 내가 묻자 그는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를 사랑하고 안쓰러워하는 마음. 미움이 아니라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야 해. 정확히 그게 어떤 물질을 만들어내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

 그럼...

 그래. 당신은 내가 굉장한 성인군자라도 되어서 그동안 참아왔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이런 거였어. 사랑하고 안쓰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런 마음이 뇌를 자극하지 않으면 완벽한 항생제가 나오지 않으니까. 어차피 소용없다는 체념이었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것까지 알아채지 못했었지.

 그래서 나는 그동안 내 병을 다소 늦춰 줄 수 있는 임시 약이 필요했어.

 임시 약이 뭔데요.

 그건······. 방계 혈족 여자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거야.

 그 여자들도 깨물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아니.

 그럼 뭔데요?

 그 여자들은 1차 항생제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야.

 예?

 숨긴 사람들이니까. 완벽하진 않지만 1차 항생제가 있으면 어느 정도 버텨 낼 수 있어.

 그럼 아까 놓았던 약은 뭔데요?

 1차 항생제가 없을 때 놓는 약.

 그가 지친 듯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1차 항생제가 없을 때 놓는 약이라면······.

 내가 내 몸을 상처내면서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약이야. 하지만 이건 1차 항생제도 뭣도 아닌 실패작이지. 심장의 고통도 여전하고 자학까지 해야지만 한동안 발작을 견딜 수 있는 약이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여전히 눈물이 흐르는 자신의 눈을 가렸다.

 ‘그럼 그동안 자신을 학대하면서 버텨왔다는 거야?’

 믿어지지가 않아서 그의 옷깃을 들춰 그의 몸을 샅샅이 살폈다.

 그러자 보이는 무수히 많은 상처들.

 팔은 비교적 깨끗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는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다시 채워진 자국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이렇게 버티고 살아왔던 거였어요?

 그래.

 왜? 다른 사람들처럼 막무가내로 여자를 안기라도 하지······.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다고 내 몸이 나았을까? 아니. 난 이미 나와 비슷한 증상을 갖고 있는 친인척들이 어떻게 미쳐갔는지 똑똑히 보아 왔다고. 그런데 내가 왜 그런 확신 없는 일을 해야 하지?

 ‘그래도 그렇게 했더라면 자학하는 것보단 나았을 거잖아.’

 이기적으로 말하려 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잠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이제 당신도 날 떠날 거지?

 뭐라고요?

 떠날 거잖아. 이렇게 아프게 하는 남자랑 사랑하며 살진 않을 거지. 그렇지?

 그는 두려운 듯 어깨를 떨며 말했다.

 미친개도 아니고······.평생 어떻게 그래. 이런 건 학대잖아.

 그는 점점 잦아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원래 이런 남자가 아니었어. 적어도 여자를 해치는 남자는 아니었는데······.결국 이렇게 되어버렸어. 하필이면 오늘이 발작이 일어나는 날이라서 더 당신을 멀리하고 있었던 것을, 나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깨버렸어.

 환멸감으로 더없이 일그러진 얼굴을 두 손에 파묻으며 그는 또다시 흐르는 눈물을 훔쳐냈다.

 가! 가버려! 미련 없이. 가······.

 그의 절망을 오롯이 느끼면서도 나는 선뜻 그의 고통을 함께 하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사실 두려웠기에.

 한 번 이렇게 겪는 것만으로도 너무 아파서, 안쓰럽고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 것과는 별개로

 너무나 두려워져서. 그에게 손을 내밀 수가 없었다.

 미안해요.

 응. 이해해. 나라도 그럴 테니까. 멀쩡한 몸에 상처를 내면서 사랑할 필요는 없는 거야.

 돌아선 나의 귓가에 숨죽인 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요. 너무 미안해. 하지만 지금은 무엇도 확실히 약속 해 줄 수가 없어. 자신이 없어.’

 

 

 ***********

 

 ㅠㅠ

임형준 16-09-04 03:43
 
이렇게나 많은 다작을 연재하고 계신 분인지 몰랐네요.
필체가 잔잔하고 부담 없이 읽히네요.ㅎㅎ
선작과 추천 누르고 갑니다.
  ┖
야광흑나비 16-09-10 17:05
 
아하하하..^^; 가, 감사합니다.
에이바 16-09-26 11:29
 
게시판에 있는 흑나비님의 푸념(?)을 보고 따라왔습니다.
우리가 모두 공통적으로 겪는 아픔을 대변하셨습니다.
힘내시고 말씀처럼 무한 건필하세요!
선작과 추천은 기본입니다.
  ┖
야광흑나비 16-09-26 18:01
 
감사합니다. ^^ 저도 선작 했습니다.  건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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